큰 녀석의 에구구~~

에구구~~~

큰녀석이에구구~~

오후부터굵은눈발이보이기시작했다.

눈이내리는동안은기온이그런대로견딜만하단생각에

마음먹고있던일을해치우기로한거다.

담아래,수도꼭지의물을조금씩틀어놓았는데,

지난연말부터,이달초까지매서운한파로틀어논물줄기가,

고이고고여서꽁꽁얼어버린거다.

어림잡아서30센티자가넘는높이의얼음층이넓게자리를잡았다.

아무래도…

눈이그친후부터다시기온이떨어진다고하니마음이급하다.

큰녀석은엄마가힘드니도와준다는말을해주면어디가덧나나?쨔식이…

심심하고무료하니얼음이나깨자면서어슬렁어슬렁곰마냥바깥으로나간다.

얄미운넘ㅋ

버려도아깝지않은드라이버와무거운망치를들고깨기시작한얼음층이

조금씩자리를넓혀나간다.

깨지는얼음덩어리마다삽으로퍼내어서골목에다가던져놓지못하니건물뒷쪽으로몰아놓았다.

끙끙거리면서조금은더디지만그런대로견딜만했는데,

앞집에살고계시는딱따구리아주머니의남편되시는아저씨가갑자기

커다란도구를들고문을열면서들어오신거다.

(아침마다정확한시간에출근하시는아저씨의뒷통수에다사정없이잔소리하는아주머니를

이사온첫날만장일치로’딱따구리아주머니’로별명이붙여졌다.^^)

평소아무런말씀도없으신조용한성품인아저씨의등장에깜짝놀란거다.ㅎ

보다못해서…

히~~~

아저씨의이유는매우간단하셨다.

보다못해서…

아저씨가도와주신덕분에쉽게일이마무리가잘되었는데,

문젠딱따구리아주머니의잔소리가아저씨를기다린다는거였다.

문을열고아저씨를부르는아주머니의목소리에짜증이깊게베여있음을쉽게감지할수있었다.

마무리는남자인네가해야한다면서,

큰녀석의등을툭툭~!치고들어가셨다.

몇번이고감사함의인사를드리는데딱따구리아주머니의올라간눈꼬리가자꾸신경쓰인다.

얼었던부분의절반정도를마저다깨내곤도저히힘이들어두손들었다.

그나마흐르는물꼬리의종착점을뚫어놓았으니,

당분간은괜찮을것이다.

펑펑내리는눈을맞으면서군소리없이얼음을정리하던녀석이

문을열자마자거실바닥으로슬라이딩한다.

에구구~~하면서,

"아,어른들이왜샥신이쑤신다고하시는지알겠네,에구구구~~~"

손가락하나까딱하기싫다면서거실을다차지하고누워버린큰녀석의한마디에깔깔깔배꼽을잡았다.

"엄마!오늘저녁엔고기반찬을해주시면안될까요?내지방이다빠져나가서겨울나기힘들것같아요!"

"그나저나,앞집아저씨생명에지장이있으시진않겠죠?"헤~~

ㅎㅎㅎ

바람이칼바람이다.

내린눈이꽁꽁얼어붙는다.

내일아침출근길아무도다치지않고,아무런사고도나지않기만을간절하게빌어본다.

^^

2 Comments

  1. 구산(久山)

    2011년 1월 12일 at 11:44 오전

    지나가다들려보았습니다!
    옛날에알던분아니었습니까?그쵸!

    글이어찌나맛깔스럽고재미있는지모르겠습니다.
    딱따구리아줌마손에그집아저씨어디절단나지않았나궁금합니다!ㅋ

    재미있게글을읽고갑니다.
    건강하십시오!   

  2. 마이란

    2011년 1월 14일 at 5:42 오후

    작년겨울에얼음깨느라힘들었던
    진아님모습생각나는데
    석찬이가어느새속깊고건강한청년이되었네요.
    기특해라…^^

    저녁에진아님좋은솜씨로
    김치적이라도몇장부쳐서
    딱따구리아줌마네전해드리면어떨까요..
    아저씨불쌍하잖아.ㅎㅎㅎ

    암튼암튼
    나날이기특하고바르게자라는아이들보는재미에
    그저미소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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