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라면,

모란고개에서버스를탔다.

한대를놓치고나면최소15분은더기다려야한다.

버스가도착한다는친절한음성안내로주머니에서버스카드가들어있는지갑을꺼내들었다.

모란역에선기다리는사람이많았다.

내가주로앉는좌석엔다른사람이먼저앉아있다.

아쉽지만서두,내가선호하는자리앞쪽으로앉았다.

자리에앉자마자눈을감는다.

안과에다니고나서부터생긴습관.

건조해진내두눈을최대한보호하기위한본능에가깝다고하겠다.

감고있던눈을뜬것은모란역에서출발하고5분가량지난후였다.

덜컹거리는버스안에서익숙한냄새가나기시작했다.

오른편자리에연세가있으신할아버지께서다소불쾌한표정으로자리를옮겨앉으셨다.

할아버지의자리옆엔오십대중반으로보이는아주머니의모습이보였고,

한손의검은비닐봉지안엔김이모락모락올라오는컵라면이들려있다.

흔들거리는버스안에서…

아마도옆자리에앉으셨던할아버지에게혹여나뜨거운국물이흘러낭패를보게될까염려되어

자리를비켜달라하신것같다.

아침일지?아님점심일지?소소한것에도궁금해지는이못난심리.

조심스럽게나무젓가락을입으로갈라내어선최대한소리를내지않고먹으려는아주머니의

그고단함이갑자기나까지긴장하게만들어버린다.

내위장을자극하는라면의그특징적인짬쪼름한냄새..

‘꼬르륵~~~’소리가들려온다.

‘으이그못말리는뱃속아~~’

비닐소리가들려오고,아주머니의버스안식사는마무리가되었음을알았다.

그리고걸려오는핸드폰..

‘사장님,지금가고있어요.네!00아파트00-000이죠.예에조금있다뵙겠습니다.네!’

아주머니의무릎에올라있는손때묻은빨간색가방과발치에내려진두개의비닐가방..

마디마디주름이깊게패인자그마한손에쥐여진노오란포스트잇이보인다.

순간눈물이핑돌았다.

[쌍동리경기주유소앞입니다.다음은벽산,대주아파트앞입니다.]

6 Comments

  1. 벤조

    2012년 3월 8일 at 10:25 오후

    산다는것…
    나를돌아보게하는글이군요.
       

  2. 데레사

    2012년 3월 9일 at 12:08 오전

    고단한삶을사시는그아주머니에게도이봄이좋은일이있었으면
    하고바래봅니다.
    버스속에서라면으로끼니를대신하다니…

    진아님.
    오늘도편하게열심히!!!   

  3. Lisa♡

    2012년 3월 9일 at 2:13 오전

    아름다운장면이라기엔

    너무초라한가요?   

  4. 색연필

    2012년 3월 9일 at 4:25 오전

    햄버거나도넛을드셨다면덜했을까..
    아주머니는국물이드시고싶으셨던게야~^^

    배고플때젤로침넘어가게하는것이
    라면국물냄새~ㅎㅎㅎ
    진아씨의정직한꼬르륵을응원합니다~^^   

  5. 소리울

    2012년 3월 9일 at 8:22 오전

    산다는게,열심히산다는게그게내일의훈장이라생각하시면서…
    하루열다섯시간가르치고잠서너시간자고
    우유한잔빵한조각우물거리면서아이들가르쳤던시간이
    추억인사람도있으니까..
    회이팅하기요.씩씩하게…   

  6. Beacon

    2012년 3월 11일 at 6:00 오전

    제가작년에살던촌동엔서는차한대놓치면최소한시간을기다려야했어요..
    재수없으면서너시간을기다리기도,,ㅜㅜ

    열심히산다?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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