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건을하나더걸친다.
두꺼운목도리를칭칭감았다.
오른편주머니엔핸드폰을왼편주머니엔교통카드를확인한다.
장갑을끼고얕은구두를신고발을굴러본다.
탁~!
넘어지지않으려는결심으로…
아!우산을들었다.
안경을착용하는사람의불편함이다.
솜털처럼가볍게내리는눈도마음대로누려보질못한다.
왼발을앞으로조금씩미끄러지며내밀었다.
엉거주춤한자세로겨우겨우작은고개의골목길을내려왔다.
휴~~우~~!
넘어지지않고내려간내가대견했다.
우산을바로잡고고개를그제서야들었다.
이제넘어질구간은없다.
비틀비틀…
까만색옷을아래,위로입은여인이내앞에서있다.
왼편뒷주머니에꽂혀진분홍색의핸드폰이눈에들어왔다.
맨발에삼선의슬리퍼를신고비틀거린다.
넘어질듯하다가도이내균형을잡으려애쓰는모습이장애가있는것은아니였다.
횡단보도를지나가려스치면서풍겨오는알코올의진한냄새가여인의얼굴을나도모르게
정면으로보는용기로이어졌다.
촛점이흐려진눈동자를둘러싼두꺼운안경테의여인의얼굴전면에얼룩진자욱들이아팠다.
나는좌,우를살피며길을건너려는횡단보도옆에작은편의점두칸의계단을기우뚱하며힘겹게
올라가는여인이편의점문을힘껏밀어내며열었다.
"아아저씨요..훅으..아이고..쏘주두병주셔…두우병이나아니더주고.."
횡단보도를건너고나는가야할길의버스를타고내려야할정거장에서내렸다.
다음버스를기다리면서하늘을가득메운솜털같은눈을바라보았다.
내가타야할버스는4분뒤에도착한다.
맞은편횡단보도의신호등의초록색숫자가’9′..깜박거리면서금방’8’로내려갔다.
"야!빨리뛰어~!"
회색모자를쓴검은색노페점퍼의청년이맞은편에서있는친구에게소리친다.
건장한체격의노란색운동화를신은청년이날듯이뛰어건너왔다.
내가서있는두걸음차로숫자는’4’로바뀌었다.
드디어만난청년들은큰소리로웃으면서반가움을나눈다.
그뒷편으로반백의뒷모습이보였다.
설마…
겨울슬리퍼를신고늘어난긴양말이보이게신은할머니의모습이였다.
절반도건너지않았는데신호등은빨간색으로바뀌었다.
모란역에서신호를보고질주하듯올라오는차들이일제히경적을울린다.
아슬아슬하게지나치는승용차의운전사가힐끗바라보곤내리막길을내려갔다.
330번버스의초록색이휘청거렸다.
순간내주변의사람들역시도소리를질렀다.
"어머어떡해~!"
휘청거리듯버스는할머니를비켜지나갔다.
지나가는사람들의시선도아랑곳하지않고할머니는앞만보고걸어갔다.
움찔하는느낌조차할머니의뒷모습에선느낄수가없었다.
….눈이내리는날,
분홍색핸드폰의여인의뒷모습에서,
어깨위로쌓인눈을털어내지도않은체로걸어가던할머니의뒷모습에서,
깊은..
외로움이….몹시도깊게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