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시가거진다되어가는시간에,

신호를기다리며차창바깥을바라보다가..

자그마한몸집에커다란가방을메고횡단보도를건너는그림자가보였다.

초등학교4학년정도되어보이는남자아이가

어깨를잔뜩움츠린체로바쁜걸음을재촉하고있는데..

커다란가방겉면에또렷하게보이는노란글씨체를보곤,

혀를끌끌차고말았다.

[**수학보습학원]

어제저녁집으로돌아오는길위에서마주친남자아이의

뒷모습이캄캄한어둠속으로사라질때까지눈을뗄수가없었다.

분당소아과병원대기실에서

점심이후의시간대로맞췄는데조금이르게도착하고말았다.

돌이지난아가부터,초등학생에서고등학생까지..

다양한연령층의진료를받기위한순서가길게늘어나기시작했다.

장염인지밤새아팠다는소녀를데리고온보호자는

힘들어하는소녀를안타까워하면서도하루빠지는학원에서의수업역시도

못내아쉬워한다.학년이올라가기때문에선행학습은필수코스라는말이

내귀에콕~!하고박힌다.

웬수같다는수학을정복하기위해서방학기간내내오전수업을

받겠다며스스로나가는막둥이가떠올랐다.

그러고보면나는이래저래참복많은엄마인가보다.

학원을보내지않고선,선행학습을하지않고선

낙오자가되는확률이높다는누군가의말에병원대기실안의

시선과귀기울임이단박에쏠림을…

진료를모두마치고약국에들려약봉투를손에들고서

집으로돌아오는내내물음표주머니만내미럿속에서둥둥떠다니고있다.

톡~톡!터뜨려야하는데…

터지기는커녕점점불안스런수치로불어나고있다.

이노릇을어찌할꼬?하지만,

아침이면난또언제그랬냐는듯이..

내일에몰입하고말것이다.

언제나처럼..

아침밥을하고맑은미역국을커다란솥하나가득끓이고

막둥이가좋아하는새콤달콤한깍두기를만들어놓곤

아이들에게일일이해야할일을숙제처럼내어주곤

현실속으로성큼성큼길을걸어나갈것이다.

눈이펑펑내리던저녁..

그날이후최강한파가몰려왔다.

바람마저낮게불어대는이밤에,

대문앞에놓아둔음식물쓰레기의봉지를뜯어내면서내는

고양이의긴울음소리가

소름끼치도록슬프게들린다.

7 Comments

  1. 참나무.

    2013년 1월 3일 at 11:40 오후

    0400:44

    낙오자가되지않기위해?
    글올린시간이…….
       

  2. 무무

    2013년 1월 4일 at 12:06 오전

    장가간큰집조카-내가시집와보니초등4학년이던-가
    얼마전하던말이생각나네요
    사춘기때한참부모속을상하게하곤했는데선행학습으로
    학교가면다아는거라수업에집중못하고애들이랑장난만
    치곤했다면서자긴자식한테절대선행학습안시킬거라고하더군요
    제경험으로도선행학습보다는다양한체험이더도움될거같고요
    책많이읽으면확실히도움됩니다
    그러니걱정마시길…ㅎㅎㅎ
       

  3. 소리울

    2013년 1월 4일 at 4:53 오전

    세아이들,장하게키워내신엄마에게주는상,
    정말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열심한삶에박수를보냅니다.
    올해는조금만더마음편한해가되기를빕니다.   

  4. 지해범

    2013년 1월 4일 at 9:13 오전

    글쓰시랴,음식준비하시랴,추운데나가서사진찍으시랴…대단하십니다.
    제스스로쑥쑥커가는아이들이보약이겠지요.   

  5. 벤조

    2013년 1월 4일 at 1:40 오후

    물음표주머니…톡터트려야죠.
    가끔씩입안에물주머니가생기잖아요.뭘잘못씹어서?
    그걸달고다니면하루종일껄적지근해서바늘이나뭐로터트립니다.톡!
    입안은힐링이빨라서금새괜찮아집니다.

    병원에가서’불안전염병’옮을뻔했네요.

       

  6. 도리모친

    2013년 1월 5일 at 12:48 오전

    하현이고등학교배치고사시험범위가
    모조리고등학교과정이더군요.
    그게당연한현실속에서
    앞으로3년을어찌보낼까마음이편칠않습니다.

       

  7. 한들 가든

    2013년 1월 6일 at 10:46 오후

    아이들때문에밤잠설치시는
    진아님의속내를보며
    이렇게잘계시는구나하고생각합니다,^^

    새해복마니마니받으시고아이들훈육에
    힘써주이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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