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껴서 …뭐할까?

사람을믿지못한다는것은슬픈일이다.

1.

"어머!안녕하세요!"

-아,네안녕하세요.

(기억이날듯말듯하다.)

"저기요.제가일전에이옷을사갔는데요."

-네…

"입학식때입힐려고샀던건데요.막상입혀보니너무딱맞아서요."

-아,네..그럼큰사이즈로교환해드릴까요?

"아..예~!아님,그냥이금액대로다른것으로바꿔가도될까요?"

"절대로한번도입지않았구요.세탁도안했어요.조금구깃거리지만요.."

-네..그럼살펴보시고다른것으로바꿔가세요.괜찮습니다.

(….실은하나도괜찮질아니하다.약간의구김은뭐?그럴수있다.

앞,뒤를살펴본다.입었던흔적이보였다.그래도…아무런말도할수없는것이우리네입장이다.)

이리저리매장안을둘러보던30대초반의손님은그냥가져온옷의한칫수큰걸로바꿔달라고한다.

애초에그럴목적으로왔음을..나는이미눈치채고있었다.

재고현황을확인한후에창고에서물건을찾아왔다.

포장도뜯지않은깨끗한새옷으로말이다.

"어머나,정말로감사합니다.저희아이가요.하도지저분해서입으면표시가단박에나거든요."

"정말로입어보지도않구요.세탁도안하구요.그냥가지고온거예요.내일입학식이라서요…."

호호호호….

광주,곤지암일대의초등학교입학식이언제였는지는잘알고있었다.

바로그전날에이미입학식이다이루어졌다는것을….

아마도그손님은입학식날하루를이쁘게입힌후,

곰곰히생각해보니아깝기도한것같아한해더입힐요량으로

이러한행동을하게된것같다.

그렇다고..손님에게’혹시한해더입히시려고그러시는거죠?’

라고물어볼수는없는일…

모른척하고넘어가주는수밖에는없다.

언제나…

손님은왕이고,목소리큰사람이이긴다.

사람을믿지못하는슬픔과판매자입장에서의권리를행사하지못하는서글픔이한데뭉쳐버린다.

세탁만하지않았을뿐,입학식하루입었던흔적은고스란히남겨있었던옷을들었다.

아울렛바깥으로나가먼지를툭툭털어내었다.

이옷을입었을…양심을옷장속에가둬두고온아이의엄마인그손님과는별개로..

"아이야,아이야…어른들의부조리한세상을미리알지말고,너만은반듯하게자랐으면좋겠구나…"

바람속에별들이툭툭떨어져내리는저녁하늘을향해기원을올려보낸다.

2.

오후손님이한꺼번에몰렸다.

동생도정신없고,나역시도정신이없었다.

"저기…실례합니다."

"여기…00아동복도하시죠?"

-아,예..어서오세요~~!

"이거어…교환좀될까요?"

"사이즈가맞질않아서요…."

짙은눈화장이낯설지않은중년의손님이초록색비닐봉지안에서

비닐포장이된옷을꺼내어들어보인다.

하나,하나살펴보니…

00아동복의이월상품중에서도본적이없는니트가디건과,

재작년행사제품의반소매티쳐츠와올해신규상품인고무줄바지가나왔다.

-….저기,죄송합니다만,이니트가디건과여름상품은재작년제품인데요.

기간이..좀그런데요.죄송하지만이제품에대해서는정상적인교환은해드릴수가없습니다.

"아,그래요.어쩐지,설마하고한번가지고왔어요.그렇군요…"

-그리고…이고무줄바지도보니까요.가격표의절단면이저희매장에서구입하신것은아닌것같은데요.

"예,여기서….산건아니예요.사이즈가좀작아서요.큰걸로바꿔가고싶은데요."

"죄송합니다.이것만이라도바꿔주시겠어요?"

-네,그럼먼저찾으시는사이즈가????

(손님이가져온고무줄바지는145사이즈11호였다.근데손님이찾는사이즈는한단계도아닌

두단계나뛰어오르는165사이즈인15를원한다.순간…의심이밀려왔다.)

"너무작아서그러는데요.15호로주시겠어요."

-….네,그럼잠시만기다리세요.

조금은어색한미소로대답을하고고무줄바지의사이즈를찾았다.

다른손님들은선택한제품의계산과사이즈를찾아달라여기저기에서부르고…

동생과나는물음표를열개나머리에얹게만든그손님에게서눈길을거두지못한체로정신없이움직였다.

사이즈를교환해주고돌아서나가는손님의뒷모습을부러오래도록바라보고있었다.

그사이에이미다른손님들은썰물처럼빠져나간뒤였다.

조용해진가운데동생에게사이즈교환을하러온손님의의문스러운점을말하니,

동생은오랜생각도필요없다는듯이말한다.

-다른매장에서손탄물건인것같네…

허걱~~~!

-언닌,모르지?백화점에서도가끔씩그런손님들만나..

어쩔수없이울며겨자먹기로바꿔줄수밖엔없어,물론재작년물건을교환해주는것은당연안되고..

-근데,참대단한강심장이다.언니,이장사하다보면사람에대한좋지않은감정이생기게되니까,

그점에대해선언니가언니자신에대해조심해야해,사람참무섭다니까?

그손님이가져온물건은가격표도떼지않은체로비닐포장한번뜯지않은

밀봉된그대로인제품으로가져온것들이였다.

3.

"이것좀어떻게처리해주세요!!"

손님이내놓은제품은두달전쯤에구입해간니트상의였다.

니트의특성상세탁을조심스럽게해도보푸라기는자연생기게되어있다.

물론모른다는말은..

말도안되는것이다.

3살된아이가입는자그마한사이즈의니트상의에

군데군데보푸라기가일어나있었다.

그물건을교환해달라고한다.

다른물건으로…

겨울니트를봄신상품으로바꿔가고싶다는뜻도내비친다.

아무리..

경제가불황이라힘들다고해도,이건정말아닌것같다.

-본사에보내어보푸라기를어느정도제거해드릴수는있지만,

니트의특성에대해손님께충분한설명과동의를받아판매가이루어진제품입니다.

내얼굴에서미소가사라졌다는것을내자신이느낄수있었다.

20대후반의손님은불쾌한듯한표정으로…잠시동안"음…….."

"그럼뭐,할수없죠.다른곳에선다바꿔주는데…최대한보푸라기는전부제거해주세요."

꽤비싸보이는브랜드로고가선명한모자를깊게눌러쓴손님은

찬바람을일으키며매장을떠났다.

손님이가져온니트가격은9천원이다.

5 Comments

  1. 참나무.

    2013년 3월 7일 at 3:55 오전

    ..그래도힘내요…
    그동네엔왜그런사람이유넌히많을까요
    다른동네사람들은이런사례안올린탓이겠지만…^^

    시간갈수록진아씨나산호맘이대단해보이는요즈음…^^   

  2. 이호택

    2013년 3월 7일 at 12:05 오후

    사람을믿지못한다는것은슬픈일이다.///.진한….공감이
    믿지못하게변해갈수도있다고느껴지는자신을보게되는것도슬픈일이다.   

  3. 가을나그네

    2013년 3월 7일 at 1:45 오후

    이세상엔얌체를지나거짓말쟁이들이너무않습니다.
    그손님을잃더라도거절하시고따끈한충고를주시기바랍니다.
    제가이렇게말하기는쉬운것은압니다만……   

  4. 순이

    2013년 3월 8일 at 1:04 오전

    장사를하다보면사람이안겨주는실망감이참큽니다.
    서로믿고살아갈수있으면좋지만
    10년전에사간물건도바꿔달라고한분을저도봤어요.
    그런데얼마나당당하고고자세인지모릅니다.
    죄진것없이주눅드는입장,이해되고남습니다.

    그래도진아님힘내세요.
    좋은사람이더많이지켜보니까요.   

  5. 벤조

    2013년 3월 11일 at 2:23 오후

    ‘언니가언니자신에대해조심해야해.’
    이말정말중요한충고입니다.
    물론
    그들중에는장발장도있겠지만,
    그걸자기권리라고생각하는멍청이들이훨씬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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