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꼬인 습관..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어?할머니!잠깐만요.잠깐만요!"

대문앞에서할머니한분이우편함을열어넣고우편물을마구잡이로

발아래내려진비닐자루에집어넣으신다.

황급하게부르는내소리에잠시멈칫하신것같았는데..

너무도여유있게나를바라보신다.

"이집사시유?"

"네!할머니여기사시나요?"

"….아니유.."

"그런데지금우편물을왜담으시는가요?"

"많이…모여있길래,아무도없는가보다,버리는것같아서.."

무슨말씀인지잘이해하지못하는말을길게끝을흐리면서대답하신다.

우편물을다시꺼내려하자할머니가비닐을두손으로단단히움켜쥐곤화난얼굴로큰소리를내신다.

"뭐하는거요!이건내껀데!"

"아니..할머니,할머니가지금여기주소지우편물을비닐에넣으셨쟎아요.그건도로제자리에놓으셔야죠."

"내가언제넣었다고그러거유,웃기는여자일쎄"

"아니..정말황당하네요.할머니..그우편물엔제게온것도있을수있어요.그리고함부로다른사람

우편물에손을대시면큰일나시는거예요."

"이여자가점점,버리는것치워주는건데고마워해야지.."

할머니의손에움켜쥔비닐을잡으려손을뻗치니내손을아프게내리치는할머니.

그리고는듣기싫은소리를하시며언성을높으신다.

황당하기그지없는상황에서의나는..어이가없을뿐.

결국엔그할머니의비닐안에서이미들어가버린우편물은받아낼수없었다.

소리소리지르며사라지시는할머니.

어떡하나….

바닥에흐트러진우편물을하나하나털어내면서우리집주소로온우편물부터추려냈다.

가끔씩보냈다고는하는데,

보이지않던우편물들의행방이확실하게확인되었다.

재활용품을모아서하루하루힘겹게생활을영위해가는사람들이많아졌다.

물론..그중엔정말힘든사람들도있지만,

내가알고있는몇몇사람들은사는집도있고,자식들도살만큼살면서

무엇하나힘들지않게살아도되는사람들인데도

굳이한푼더아끼겠노라고매일같이악착같이모으려움직이는사람들이꽤있다.

옆집애기엄마에게그날우편들을함부로만지는할머니에대해이야기를했더니그런다.

그할머니뿐만이아니라면서..

손으로가리키며큰평수의빌라맨끝층에살고있는할아버지도대단하다고..

그할아버지하는행동이미워서자긴재활용품을새벽에미화원아저씨들이오는시간에맞춰

내어놓는다고한다.

그러면서아마도가끔씩자기애가보는문제집이나책등이사라지는것도

그런할머니할아버지들이갖고가시는것일거라고한다.

"정말힘든노인분들은사실은박스든병이든가져가시면깨끗하게정리하고가져가세요."

"저기저할아버진얼마나지져분하게가져가시는몰라요.다시청소해야할정도라서진짜미워요"

"아,그리구요.까만손가방들고다니시는할머니한분은종이쇼핑백을들고다니세요.

깨끗하게구두까지신고다니시는데그할머닌집집마다우편함에꽂혀있는쇼핑몰에서보내오는책자만몰래

가져가세요.가끔우리골목을지나다니시는데그할머니가신후에보면없어져요.다른것은그냥놔두고

유독쇼핑몰그런책자만가져가세요…"

….찜통더위에짜증까지겹쳐버린날,한숨이절로나온다.

내게’미친여자’라소리치며사라지신그할머니,

탁보기에도시원해보이는인견상의를곱게입으시고

나풀나풀바람불면곱게들썩거릴곤색의주름스커트를입고계셨다.

할머니자식중누가선물했을까?싶을요즘유행하는고운색의여름샌달을신고서…

주름진손가락에반짝이던쌍가락지가유독눈에띄던할머니,

한푼이라도더아끼며살아온세월의습관이묘하게꼬인것이아닐까?

나스스로그렇게생각하고싶었다.

그나저나잃어버린우편물들중에혹시급한연락물이담겨있는것은아니겠지?

덥다…덥다정말더운날이다.

1 Comment

  1. mutter

    2013년 8월 9일 at 1:22 오후

    우편물에손을대시는군요.에고~~워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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