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할 년은 점심도 먹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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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출근해야 하는데, 이런 염병할 년은 왜 이딴 시간에 점심이야!!!”

….

다 불어터진 컵 라면 하나를 허겁지겁 먹고 난 직후였다.

매장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야외 행사장에 고객님이 오셨단다.

전화를 받고서 입 가심으로 물 한 잔을 재빠르게 들어부은 체로

뛰어 올라갔다.

나와 교대로 점심을 먹는 직원은 어쩔 줄을 몰라한다.

ㄴㅏ는 상품 이상으로 나와 함께 일해주는 직원을 제일 우선으로 한다.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기도 하거니와

믿거니 하며 맡길 만한 사람이 드물기도 하고..

아무튼

일어서는 직원을 내리 앉혀 놓고

나는 매서운 꽃샘 추위를 뚫고 찾아온 고마운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뛰어 올라 갔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몸이 마악 나오는 찰나의 순간에

그 고객의  ‘염병할 년…점심..’ 이라는

말 소리가 내 귀로 쏘옥 박혀 들어왔다.

순간..바깥 공기의 찬 바람이 내 목구멍 속으로

칼이 들어와 박히듯 서늘하게 내려 꽂혔다.

야외 행사장의 다른 매장 직원이 내가 올라올 그 몇 분의

시간동안 고객을 안내 하고 있었는데

그 직원의 난감한 표정에 나야말로 안면 근육의 땅김을

최대한 억제하려 애쓰며 거짓 미소를 만들어 붙이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를 고객에게 다가갔다.

“아니, 무슨 점심을 몇 시간을 먹어요!

내가 출근하기 전에 들려서 물건을 사려는데 어쩜 이렇게

엉터리로 장사를 해요!”

찾아오는 고객들은 모른다.

차라리 그 모른다는 전제하를 나는 늘 내자신에게 세뇌시키곤 한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말이다.

울컥 하는 순간도 자주 겪다 보면 무뎌질만 하지만

그도 아니여서 늘 그때 그때마다

새로운 상처들이 생겨나곤 한다.

티셔츠 바지 균일가 7천원 매대를 그야말로 초토화 시킨체로

그 고객은 열심으로 모다모여

예의 그 ‘염병할 년…’을 되풀이해가며

내게 카드를 들이민다.

소리 들리지 않게 새어나오는 큰 숨을 들여마시며

결제를 하고 상품을 봉투에 담아 건네며

친절하게 인사로 마무리를 한다.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

바닷가 모래알보다 더 많은 숫자일 것이다.

그렇다고 믿는다.

나와 같지 않고, 나와 같으리라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그러거니 하며 살아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도 여의치는 않다.

이렇게 …

점심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 보지 않는 이들에게서는 더더욱,

아!…

나는 염병할 년이 되었고,

그 염병할 년은 점심도 먹으면 안되나 보다.

ㅎㅎㅎ

근데?

그 고객은 염병하다의 뜻이 뭔지는 알고

내게 욕을 하는 것일까?

=염병…장티푸스, 전염병..을 뜻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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