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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엄마…

잘가요엄마(양장) 저자 김주영 출판사 문학동네(2012년05월1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지금도어머니는돌아가신할머니가그렇데뵙고싶을수가없으시단다.

내기억속의할머니는머리숱도그렇게많지않은긴머리를우리집에오실때면아침에일어나셔서머릴감으시고머리기름을머리끝에까지정성스레바르신후머릴묶으신다음은비녀가제자리에맞게들어갈만치의공간만허용한채기막힌솜씨로쪽진머릴간직하셨던분이셨다.

어머니는그런할머니를많이닮지않으시고오히려할아버지의모습을많이닮을신터라지금도우리들은외모를갖고할머니를닮았다면절세미인으로손녀,손자들이재탄생했을거란농담을던지곤한다.

그런할머니가세상을뜨신지한참이지나고이젠어머니의연세도할머니의연세로가까이다가가는지금,어머니는학창시절,내가할머니의육성녹음한것을가끔틀어들으시면눈물을지으시고너무도뵙고싶다고하신다.

나이터울이큰막내삼촌이태어나자할머니의차지가안된어머니는할머니의꾸지람에도아랑곳않고할머니의뒷궁둥이에머릴대고주무실정도로막내딸로서의자리차지하려는행동에몸부림을치셨다.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아버지가누군지도모르는나는배다른동생이모셔온엄마의부음을듣고서착잡한심경에고향에들르고,엄마의염수습장면과화장을거쳐뼈가루를뿌리는일을마침으로서모진세월속에살다간엄마와반짝이별을한다.

하지만정작진짜이별은그다음부터_

평생을외삼촌의살림까지책임을지고서드난살이서부터투박한손이굽어질때까지온갖모든일을마다않던엄마는배를곯고살다시피하고월사금을못내담임으로부터꾸중을들으며자란내겐전혀이해를할수없는그런존재였다.

그렇게열심히일을하고도먹을거리가부족한현상에대해,그리고훗날외삼촌의딸인애숙이누나를남몰래야반도주시킨일,권씨네일가에빌붙어음식수발을해주던그때의권씨네모자란아이와다니던유년시절의아픔과회상은15살에의붓아버지와의사이좋지않은관계,배다른동생의태어남과더불어서권씨며느리가자신의아들과의사건으로더이상못만나게하자극에달하면서집을뛰쳐나오게되는인생을시작한다.

하지만동생의말로부터들은나중의이야기는더욱경원의가슴을치게만든다.

제과점취직은남몰래쭉지켜봐왔던엄마의노력으로이뤄진것이며,며느리와의사이도그렇게온전한관계도아닌것,손자,손녀의관계도쓸쓸하고,서울에온이상하루만머물러가는그행동엔여전히호적에떳떳하게자신의이름을올리지못하고살고,그영향으로애숙이와아들마저버림을받게된결과를초래했단엄마가갖고있는지울수없는업보로생각했는지도모른다.

그런엄마의행동을이제사돌아가신후에야,아들은기억하며,추억하며,후회의눈물과비로소엄마를이세상에서더이상은뵙지못한단사실을깨닫는과정이사뭇일반다른여성작가가쓴글이주는포근하고부드러운맛을보는것보단더욱진중한울림을준다.

돌아가신할머니는6.25사변으로변을당하고돌아가신큰아들생각에밭일을마치고돌아온집뒷마당에서꺼이꺼이우셨다고한다.

죽은자식은가슴에묻고간다지만그런할머니의고단한삶에서도큰아들이차지하는비중은여전했나보다하는생각을한적이있는데,이소설에서도엄마는한번도고향집을떠난적이없다.

큰오빠의징용때문에그것을모면하기위해자신이희생된것치곤너무나자신의삶이가혹하고그영향의범위가직접기르지못해외삼촌에딸로키우게한어미로서의죄책감,배곯기를물먹듯하는아들을바라보는어미의심정을그래서,고향에돌아오길기다리는것으로엄마딴에는원망도하고싶었으리라.

그렇기에그런한을한꺼번에무던히도무식하리만치일에미치게살지않았나싶은맘이보여진다.

자신의죄를조금이라도더는대물림이되지않게하기위해최선을다한행동의결과를아들인경원이비로소이해를하기시작하는여정은이미몸은아들곁을떠나고없으나그영혼만은아들의곁에머물러있길,그럼으로서지나온세월에대한미안함과아들로부터의따뜻한말한마디를건네받고싶진않았을까하는생각을해보게한다.

예전의할머니나,어머니들은고쟁이속곳에작은별도의주머니를만들어서쌈지돈을보관하고하셨다.

어릴적의할머니는손만넣으면그곳에선돈의화수분이되어서손녀,손자들에게주는기쁨을누리셨다.

책의엄마도별반다를것이없는우리네엄마의모습이다.

그저말수는없으셔도속곳작은주머니에서나오는그용돈을쥐어주는기쁨을손자들은알지도모른채냉큼받아가는행동을보이지만그런면조차도사랑하는우리네엄마의모습은내리사랑의모습과자식을어려워하면서도의지하는모습을보이는연약한엄마인동시에,때론멋에대한치기(그것도치기라고할수있을까?그건엄연히여자라면누리고살아야할모습이었는데도…)라생각한한단면인빨간립스틱을간직한모습의포착은엄마도역시여자구나란생각을,내내어떠한인생을살아왔는지를짐작케한다.

작가의자전적인소설이라고하는이"잘가요.엄마"란소설은그런면에서문단의유명세를타고있는작가의인생을되돌아봄과동시에용기있는고백,그리고당신자신이엄마가살아온인생의어느한부분의나이로접어들면서느끼는관조적인인생의한면을볼수가있다.

비로소엄마의인생을이해하고그럼으로서사나이눈에눈물이(아니이미독자는첫장면부터가눈물이흘러나오지않았을까?)나는것을이해할수있고,그것이비단작가의인생에해당하는것만이아닌결코내부모만큼은타부모들처럼일찍이별은없을거란안이한생각에일침을가하게되는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