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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기록

어리석은자

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절대 강자,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알다시피 저자의 기존 작품들 또한 사회성이 짙은 내용들을 다룬 터라 익히 익숙한 면도 있지만 이번에 접한 책은 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첫 대면인 작품이다.

 

누가 봐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 다코와 미모가 뛰어난 아내,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한꺼번에 그들의 집에서 살해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사건 발생이 된 지 1년이 지난 뒤 세간들의 관심이 사라질 즈음 어느  르포라이터가 이 사건에 대한 심층취재를 한다며 이미 죽은 자들을 알고 있는 주변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그들 가까이 살고 있었던 이웃의 아주머니부터 시작된 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범인이 왜 이들의 가족들에게 어떤 사연을 담고 있었길래 이런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나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은 한 개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관점이 각기 달리 평가되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되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증언을 통해 남편과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들은 제각각이다.

기억에 의존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자신이 겪었던 관계된 일에 연루되어 그렇게 바라보게 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로 하여금 죽은 이에 대한 인상이 좋게 다가왔다가도 나쁘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이중성을 동반한다.

 

한 예로 죽은 아내에 대한 평가는 그녀를 동경했던 인물의 증언과 또 다른 사람의 증언이 반대되는 경우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내뱉는 말에는 그 자신이 이미 갖고 있었던 고정된 기억 속의 한 부분이고, 그 부분들 속에는 죽은 이에 대한 좋고 싫음에 대한 생각이 반영되었단 사실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들이 느끼는 어떤 실체에 대한 평가는 곧 그들 자신들에 대한  평가도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증언을 하는 사람들 외에도 오빠라고 부르며 고백하듯이 나오는 파트는 이 사건을 둘러싼 또 다른 트릭을 선사함으로써 작가의 첫 시작과 끝 부분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맛 또한 누릴 수 있게 설정한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평범함이 때로는 그 자체로도 특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는 점을 직시해 주는 이 책은 살아가면서  그토록 평범함을 원했지만 결코 그렇게 할 수없었던 삶을 지닌 한 인물을 통해 자신의 불행과 타인의 평범함과 행복 사이에서 오는 극에 달한 감정이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되는지를  증언 방식이란 흐름을 저자가 채택함으로써   오히려 글의 고조 점을 높이게 하는 효과를 느끼게 해준다.

 

스릴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이 표현되고 있지만 근래에는 이런 사건의 주인공이 중심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 의해 이야기 전개가 되는 방향이 또 하나의 스릴과 추리를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방법들도 새롭게 사건을 바라 볼수 있게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후에 남겨지는 평가를 통해 발견되는 사건의 전개와 전황들을 수집해 하나의 큰 틀이 이루어져 가는 글의 흐름은 타인의 증언에 의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는 타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미치게 한다.

 

글 후반에 들어설수록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되지만 그 결정타는 역시 고백에 이르는 후반의 문장으로 인해 이 책의 구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작품은 정교한 트릭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기다렸던 복수의 밤

기다렸던복수

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뜻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면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내가 원하는바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 남성의 기나긴 삶, 30여 년간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 듯하는 초로의 남성의 삶을 대하면서 인생의 희비교차를 생각해본다.

 

30여 년간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듯 하는 초로의 남자, 가타기리 타츠오-

얼굴 한쪽에는 표범 문신으로 범벅이 되고 왼손마저 의수를 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그가 오직 그를 알아봐 주고 찾아갈 곳은 이자카야로다.

그곳에서 사위와 함께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는 키쿠치는 그가 찾아올 때마다 연민의 정을 보내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오랜만에 출소를 하고 돌아온 그를 말없이 받아준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보육시설에서 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된 가타기리는 뜻하지 않게 그 음식점에서 벌어진 실수로 인해 죄를 저지르게 된 후 아내와 딸마저 떠나버리게 되고 그 이후 유괴사건이나 강도질을 수시로 하면서 교도소를 드나들게 된다.

 

책은 그가 출소 후에 키쿠치의 음식점을 찾아온 후 벌어지는 일들을 5명의 화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를 통해 왜 그가 이런 삶을 살아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주인공인 가타기리의 동선과 대화들은 철저히 그가 주도하는 상황이 아닌 그와 만났던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전달해지는 방식을 취했기에 독자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심리를 알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아닌 왜 그가 이런 상황을 벌이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결합된 진행이라 읽는 내내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친구 키쿠치,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 보고 싶었던 딸과의 해후와 이별,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만난 여인,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그가 어떤 결심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법이란 것이 정해진 법 안에서 모든 것이 형량이 결정되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인생의 핀트가 엇나가면서 되돌아갈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한 한 남성의 불타는 복수심을 그린 이야기 진행은 한 인간의 삶을 모조리 망쳐버린 범인의 설욕의 과정이 과연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까지 이루어져야만 했을까? 하는 연민의 정을 함께 동반한다.

 

자신이 바라는대로 해줄 수 없는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모든 것의 씨앗이 된 범인을 단죄하고픈 그 절절한 마음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설정이 흐르는 이 책,  여기엔   자신을 받아주고 사랑해 준 아내와 자신의 분신이었던 딸의 존재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한 가장이자 아버지로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가 있게 하기에 마지막 한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 부분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의 모색이 있었더라면 결과는 더 나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한 평생을 오로지 한 인간만을 벌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버린 남자, 그런 자신의 한 맺힌 결행을 실현하기 위해 벌인 과정의 사건 흐름은 타자의 시선에서 모두 그려진다는 독특한 설정의 흐름과 함께 마지막 자신의 뜻대로 실행이 된 그 후의 일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미 알려진 천사의 나이프, 악당,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란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는 독자라면 전작들과 비교해 읽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내 인생 최고의 책

내인생 최고의 책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책을 읽으면서 때와 장소, 그리고 나가 겪은 당시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소위 말하는 책과의 궁합이 맞는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시기적절한 때에 내가 읽은 책으로 인해 잊을 수없는 감동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책을 접하면서 때로는 한 구절에 꽂혀 내내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긴 문장 속에 이런 글들을 접할 때면 마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다는데서 위안을 받게 되는, 그런 범주에서 책이 주는 감동과 위안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가 있겠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또는 내 취미를 발전해 나가면서 교류를 통한 자신감의 충만함을 이루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 책에서의 에이바처럼 책을 통해 자신의 앞날과 위로를 심어준 책이란 존재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될 만큼 상심에 찬 여인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잘 나가는 대학 종신교수로서 프랑스어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못하다.

남편 짐의 배신으로 인해 이혼 수속 절차를 밟고 있고, 남편은 다른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났다.

장성한 두 남매들은 각기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 아프리카로, 이탈리아로 미술공부를 하러 떠나보낸 에이바, 정작 자신은 외로움과 배신감,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 뿐이다.

 

절친인 도서관 사서 케이트의 도움으로 북클럽 회원으로 들어간 에이바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개와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서서히 변화의 감정을 겪는다.

 

우리나라도 이런 독서모임들을 하는 분들이 있으니 당연히 책의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갖게 할 것 같은 책이다.

특히 책에 관한 한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과연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들은 무엇일까에 대해, 특히 내가 뽑는 내 생애 최고의 책을 고른다면 어떤 책을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북클럽의 회원들답게 이 책에서 보이는 회원들이 각 달에 추천인 회원의 작품을 통해 같이 읽고 책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감정과 토론을 나누는 이야기 장면들, 그 책에 나오는 시대적인 배경과 작가가 그린 당시의 분위기에 맞춰 다과회나 의상 차림을 해보려는 노력들은 인상적이다.

 

특히 에이바의 경우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여동생 릴리에 대한 아픈 상처와 그 뒤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엄마로 인한 불우했던 자신의 성장과 맞물리고, 딸 매기마저 어릴 때부터 시작한 마약과 무분별한 섹스를 통한 돌발적인 행동들, 더군다나 어느 날 자취를 감춰버리는 일들까지 겪게 되면서 책을 매개로 하여 에이바를 중심으로 그리는 회상과 현재의 일, 매기 또한  유명 책방에 안주하면서 스스로를 다져가는 모습들, 행크 형사와 엄마와의 사랑들이 책과 함께 엮이면서 추리물로 흘러가는 듯한 양상과 함께 이들이 가슴속에 꽁꽁 묻어둔 이야기를 해체하는 동시에 현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따뜻함과 반전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한다.

 

책 속에는 이미 고전이 되다시피 한 책들을 통해 그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선택하게 된 이유와 책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자신이 느낀 대로 토론하는 과정은 에이바로 하여금 딸 매기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과 잠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 주는 동기로 작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뿜어내는 북클럽 회원들의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에이바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받았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란 책을 선택하고 그 작가를  토론회에 오게 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일들의 과정 속애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과정 또한 인생과 책이 주는 감동, 그 안에서 고이 숨겨져 있었던 사연들의 봉인된 아픔을 고스란히 같이 느낄 수가 있게 한다.

 

남편이 떠나버림으로써 같은 북 클럽 회원인 젊은 남자 루크와의 짧은 정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뭣보다 아내를 잃고 아내가 좋아했던 책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에 적응해보려는 존이란 인물은 정말 따뜻한 이웃 아저씨를 연상하게 한다.

 

–  책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오늘 밤 독서 모임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는데 시간 여행이니 뭐니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저도 이제 뭔가를 좀 이해했나 보죠?”  -p 436

 

누구에게는 위로를, 누구에게는 소통의 창구로, 누구에게는 과거와의 화해와 현재의 소중함, 그리고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주는 의미, 그 뜻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여자총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1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현대에 들어서 여성들의 진취적인 활동과 역량이 크게 부각되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는 쉽지가 않은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인의 눈에 인식된 여자란 종족이 가진 한계성과 대대로 내려온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된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인식을 깨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시원스러움을 드러낸다.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삶이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20세기 초의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기존의 여성은 일정한 나이가 차면 가정 내에서 안주해야 하고 충실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 남편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그 나름대로의 역할에 맡은 바 본보기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한 인간이 태어나 숙명처럼 짊어지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면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여기 콥 자매들만큼은 확실히 시대를 거스른 당찬 여인들이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에  24살이 넘어가면 노처녀란 취급을 받던 시절, 35살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은 180이 넘는 신장을 갖고 있는 첫째 콘스턴스 콥, 그 밑에 비둘기와 닭, 말들을 좋아하는 노마, 터울이 큰 16살이 되는 플러렛, 이렇게 세 자매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한 오빠 밑에서 사는 것을 박차고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그녀들이 타고 있던 마차를 지역 유지이자 그 지역의 사업권을 쥐고 있는 영향력 있는 신사 코프먼이 술에 취한 채 자동차를 몰던 중 충돌로 번진 것이 계기가 된다.

 

온몸의 타박상과 막내의 발 부상에도 끄덕 않는 그, 오히려 여자들이 이런 복잡한 거리에서 마차를 몰았다고 비난한다.

그녀들은 집에서 당한 응분의 마차 수리 비용을 코프만 앞으로 청구서를 보내게 되고 이후 이 사건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불안과 공포에 젖게 만든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없는 그녀들, 유일한 응원자이자 그녀들의 집 주위 순찰을 도와주고 있는 보안관 로버트 히스의 도움으로 리볼버를 손에 쥐게 되면서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사실 현대적인 해석으로 페미니즘이니, 여성 해방 주의란 말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시대는 1914년도이다.

당시의 분위기상 당연히 주부란 인식이 강하게 와 닿는 시점에 이른 콘스턴스란 인물은 오빠의 종용과 분위기에 내몰려 원치 않는 결혼이나 오빠 밑에서 의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자신 또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뿌리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숨겨져 있는 아픈 과거와 함께 제일 큰 언니로서 불시에 닥치는 코프만의 비양심적인 행동과 편지 공세, 이어지는 코프만이 저지른  자신의 자식을 버린 행동들까지 추적하는 콘스턴스의 행동들은 오지랖이 넓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으나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마주 보는 듯한 일들을 뿌리칠 수 없었던 강인함과 여성만이 가진 모성애를 보인 여성으로 비친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녀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취업이란 것에 도전하는 자세, 동생들을 지키려는 마음은 시대를 뛰어넘은 혈육과 엄마로서의 모든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동생들에게는 나밖에, 내게는 동생들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들은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총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될 거예요.”-p 310

 

리볼버를 곁에 두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으로 인식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생각하는 비하적인 발언과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 해서 불안에 떨게 하는 행위들은 그때나 현재나 여전히 힘없고 나약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꼬집는다.

 

책 속에서 그리는 풍경들은 마치 초원의 집을 연상시키면서도 한창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이 점차 편리 위주로 흘러가는 모습, 대화 속에 흐르는 캐릭터들의 독창적인 출현은 이후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대들이 그렇다면 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여기, 자매들은 총을 집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법정 진술을 통해 코프먼을 법의 심판대로 받게 하는 용감성까지, 저자는 실제 최초의 여성 보안관이었던 콘스턴스란 실존 인물을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당시의 구성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통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법정 진술에서 코프만은 말한다.

 

– “저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p 481

 

하긴 그렇지, 누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몰아 머리를 벽에 콩! 하고 박게 한다고 믿을 것인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웃음이 났지만 아마도 당시의 법정 안에 그 누구도 감히 콘스턴스의 막강한 위력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진실은 코프만과 콘스턴스만이 알고 있을 뿐~~

 

앞으로 계속 나올 시리즈물로 출간이 된다고 하는 만큼 멋지고 힘센 남성 보안관만이 세상의 그릇된 잘못을 잡아나가는 것이 아닌 여성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로서 콥 자매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히스 보안관이 유부남이란 사실이 조금, 조금….

나름대로 콘스턴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이후 시리즈에서는 사랑도 다룰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들게 한 책이다.^^

 

드림랜드

드림랜드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미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 어릴 적 사촌 오빠의 유학길이었다.

지금이야 가보고자 한다면 여행이든, 학업이든, 취업이든 비행기만 뜨면 갈 수 있는 나라가 됐지만 사촌 오빠가 가던 그 시절엔 (워낙 터울이 커서 무척 커 보였다.)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유학 결정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민자들이라면 고국도 아닌 타국에서 자신의 나라처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과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쉽게 적응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총 5편이 수록된 중편으로 각각의 이야기들은 방송에서 접하는 성공한 이민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여러 가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묻혀 살아가는 사연들을 다룬다.

 

책의 첫 제목인 드림랜드-

말 그대로 드림랜드는 미국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 내용이다.

뜻하는 말과는 달리 시카고 우범지대에 있는 곳으로 폭동이 일어나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이 자리를 떠나갔지만 “나”는 교도소에서 도넛을 팔며 살아가는 사연을 그린다.

 

두 번째인 폭우-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몸이 부서져라 학업 뒷바라지를 하지만 임신한 상태에서 버림을 받는다.

두번째 남자는 밀입국자인 멕시코인, 자신에게 다가와 부부로서 살아가지만 차 사고로 중상을 입게 되고 공교롭게도 보험회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보험금 지급을 받기 위한 오해로 몰리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세 번째인 선택-

10년 전 결혼해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해오던 중 엄마의 위독 소식을 듣던 ‘나’는 엄마의 임종을 가까스로 보게 되고, 이후 엄마가 남긴 수의를 보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인 살아나는 박제-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통역일을 하던 ‘나’는 알고 있던 형기 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우상처럼 여기던 형기 형에 대한 이미지와  형이 나병에 걸렸던 사실을 통해 종교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다섯 번째인 나마호의 노래-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어느 한 중년의 남자가 관광안내를 하는  ‘나’에게 가이드를 부탁해 오면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여정을 원하는 남자, 그에겐 과연 어떤 사연들이 들어있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은 가볍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이민 세대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이민 가서 뼈 빠지게 일하다 보면 미국이란 나라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는 나라란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각각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도 게으른 사람도 없을뿐더러 남보다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원치도 않은 제도적인 굴레, 환경에서 오는 불합리성에 따른 삶의 고난을 그려낸 각각의 삶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여기가 진정 자신들이 꿈꾸는 드림랜드인지를 물어보게 한다.

특히 각 사연들 중에  남녀 간의 한국식의 차별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식으로 고국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란 내용은 참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던 부분이라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모든 이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미국이란 나라, 그 선망의 대상인 미국이란 드림랜드는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서 모든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게 한 책이다.

                                                                                                                          
                                            

드라이

드라이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그 의미가 그대로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 나라 고유의 언어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뉘앙스가 강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할 만큼 뭔가가 한국 말로는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100여 만에 나타난 지극한 가뭄, 그 안에서 농장들의 작물들, 동물들은 이미 말라가고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날카로운 신경으로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곳, 호주 안에서도 도시에서 떨어진 키와라가 바로  그런 곳이다.

 

가족단위의 생활을 영위해가는 사람들, 그 안에서 어느 집안사람이라면 바로 연상이 되고 탄생과 죽음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20년 전 엘리 디컨이라는 소녀의 죽음에 대해 살인범으로 몰리다시피 한 포크와 그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게 되었고 이후 포크는 연방경찰로서 금융에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이다.

 

그의 오랜 죽마고우인 루크가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그 자신은 집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머리의 형체는 날아간 채 총을 입에 물고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루크의 아버지로부터 전해받은 편지의 내용은 포크를 다시 어린 시절의 아픈 곳으로 데려가게 되고 장례식에 오라는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고향에 발을 내딛는다.

 

그가 과거에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건, 엘리가 죽었던 그 시간에 포크는 루크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진짜 범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마을 사람들의 증오에 찬 의심의 눈길, 엘리의 아버지인 멜 디컨의 집요한 행동과 말들은 결국 다시 루크의 죽음과 함께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루크의 아버지가 결코 자신의 아들은 스스로 그렇게 가족들을 몰살시킬 만큼은 아니었다는 사실, 다시 수사를 해줄 것을 부탁받게 된 포크는 마을 경찰인 라코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조그마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마을이라면?

멜 디컨을 싫어하면서도 그가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섣불리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그의 딸 엘리가 죽었을 때 네 명의 친구들인 루크, 포크, 엘리, 그레천의 서로 얽힌 관계는 청소년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그 나이에 느끼는 사랑의 느낌, 친구로서 감싸주지 못했던 회한들이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면서 동시에 진행이 되고 각자가 품고 있었던 비밀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재의 살인사건과 과거의 살인사건을 모두 해결해보려는 포크의 행동은 그가 내내 지니고 있었던 엘리에 관한 생각과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가는 과정들, 루크에 얽힌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설정들이 메마름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함께 물을 흠뻑 들이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가 묘사하는 풍경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은 시종 건조하다.

 

– 거대한 강은 땅 위로 난 먼지투성이 흉터에 불과했다. 척박하고 텅 빈 강바닥이 길게 양쪽으로 이어졌는데, 구불구불한  강의 곡선은 물이 흐르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년 넘게 깎여나간 빈 공간은 이제 찢어진 조각보 위를 바위와 바랭이가 덮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둑을 따라 울퉁불퉁한 회색 나무뿌리들이 거미줄처럼 드러나 있었다._p152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는 과연 자연의 기후와 맞물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활활 불타 오르는 듯한 뜨거운 뙤약볕의 느낌은 턱턱 막히는 설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과 그 뒤에 밝혀지는 인간사의 쓸쓸한 죄의 형벌에 대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준다.

 

 

호주의 삭막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그린 이 책은 가족 간의 사랑, 오해, 두려움, 억울함, 진실이란 감정을 모두 드러내 놓는 작품으로써 이미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할 만큼 삭막한 영상미가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유발한 책이다.

 

네가 알고 있는 비밀, 내가 알고 있었던 비밀, 왜 그 시절에 밝히질 못했었는지, 봉인된 기억 속에서 살아는 것이 차라리 편안한 삶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아버린 후에 남은 삶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을 기약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여전히 포크에게는 고향인 키와라를 향해 던지는 질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실컷 울어도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요즘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발군의 실력들을 지닌 사람들의 글이나 그림들을 보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단 글이나 그림에 한해서가 아닌 일상에서 묻어 나오는, 모두가 느낄 만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취향을 발견하게 되면 그만큼 애정 하면서 찾아보게 되는 심리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란 생각이 든다.

 

이미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해도 60만이 넘는 팬을 형성하고 그림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핸킴의 아트 에세이를 접했다.

 

총천연색의 컬러감이 주는 풍부함도 좋지만 그윽한 여백의 공간이 주는 담백함이라고나 할까?

이런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작품들은 짧은 글로 인해 오히려 공감대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만으로도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그림들이 갖고 있는 매력!

 

 

실컷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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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주는 위로, 연인과의 관계를 다양한 해석으로 그린 위로, 꿈이란 소재를 통해 그려보는 위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위로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걸맞게 작가의 그림들은 책을 넘길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실컷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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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위로, 누구나 한고비 넘기면서 발전해나가는 연인들의 투정 어리고 때로는 위기감을 극복하는데서 느끼는 위로, 그렇다면 이 모든 순간들 속에 내가 취할 수 있는 꿈 안에서는 얼마든지 위로란 위로는 모두 느끼며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상상력의 토대는 그림의 한 장 한 장 안에 스며든 감동이 꽃, 병, 선인장, 카메라, 침대, 보트, 욕실,,,,다양한 소재를 통해 내 안의 심리를 잘 포착해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실컷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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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한 몽상과 그 환상 속에서 잠시나마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그림이라면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라면 최고일 듯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책이 빨리도 끝나버려 다시 들춰보게 한 책이다.

 

 

하우스프라우

하우스프라우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표지가 의미하는 그림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정면이 아닌 뒤에 숨어 껴안고 있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여인-

왜 정면으로 나서지 못하고 뭇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까닭이 있을까?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를 연상시킨다는 이 책은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바와 같이 가정주부란 독일어다.

처음 이 단어를 대할 때는 융프라우의 말을 연상시켜서 아가씨의 변형처럼 느꼈으나 그보다는 가정 안에서 정착한 아내를 뜻하는 말이란 것을 알고 그 내용이 과연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 궁금하게 했다.

 

요즘은 외국인들과의 결혼이  많다. 흔하게 방송이나 이웃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외국 사람들, 그 가운데서 특히 방송에서 나오는 패널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에겐 친숙하고도 익숙한 모든 것들이 그들에겐 너무나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때로는 인상적으로, 때로는 과연 내가 그 먼 외국에서 생활해 나간다면 이렇듯 잘 적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만큼 그들의 생활은 도전의 연속처럼 다가온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안나 벤츠는 서른 후반을 넘어선 미국 여성이다.

은행에 다니는 스위스 인 남편과 파티에서 술에 취해 첫 만남부터 관계를 가지고 결혼으로 직행,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스위스로 이주하면서 그들 가까이서 살고 있는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그녀에겐 운전면허증도, 당연히 차도 없고, 은행계좌 자체도 없다.

말 그대로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그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디틀리콘에서 출발해 일정한 거리에만 내려주면 기차를 타던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매사에 잔정 없는 무뚝뚝한 남편, 그저 내 아들의 아이들을 낳아줬다는 여인으로 인식하는 영어 교사 출신의 시어머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스위스인들의 전형적인 기질을 가진 그들의 틈바구니 속에 한때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몰입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자신의 타고난 무기력감과 수동성에 의존한 성격으로 인해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책의 구성은 안나의 시선으로 시작해 끝까지 안나의 시선으로 끝난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그려지는 내용의 구성은 안나의 태도에 지친 남편의 충고대로 정신과 의사인 메설리 박사의 상담과 그 상담을 통해 안나의 심경을 다른 쪽으로 선회해 보려는  박사의 충고대로 독일어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사귄 스코틀랜드인 아치와의 불륜, 그리고 독일어란 언어를 통해 그녀의 고립된 심정을 드러낸다.

 

같은 독일어권이라고 해도 스위스인들이 사용하는 독일어는 정형화된 정통 독일어가 아닌 한 뿌리에서 흘러나온 다른 독일어이기 때문에 안나가 노력하려 해도 그 지역 사람들 만큼의 능숙한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한계,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었던 그녀 자신이 오로지 자신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것은 불륜이었다.

 

끝이 없는 섹스라는  방황 속에서 자신이 그것을 통해 살아있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무언의 몸짓은 수위가  높게 표현이 되면서 남편의 고향 친구와도 동시에 불륜을 저지르는 걷잡을 수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을까?

남편에 대한 사랑이 아닌 우연히 만난 딸의 아버지 존재인  스티브와의 만남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갔던 안나의 삶은  그녀 자신의 생에 대한 무책임한 심정을 통해  읽으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타국에서 겪는 고립과 고독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지는 않지 않는가?

자신의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 그저 수동에 의지해 모든 것을 내맡기며 괴롭던 순간순간들을 모른 척하려고 노력을 한 안나에 대해서 그녀가 저지른 불륜의 결과가 도저히 되돌길  없는 길로 들어섰음을 알게 될 때의 독자들은 정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그녀가 사귄 친구 메리와도 대조되는 그녀의 삶, 같은 조건을 갖고 있었던 그녀들의 상반된 적응력과 마음 가짐은 비교되는 전개와 함께 그녀가  모든 남자들에게 자신을 던짐으로써 구원을 받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진정한 사랑의 한 형태라고 생각했던 남자에게 자신이 생각했던 사실과 다르게 다가옴을 느끼고서야 모든 것을 깨우치는 일련의 과정들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수동성의 결과가 이렇듯 극단적으로도 다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외로운 여자는 위험한 여자죠] 메설리 박사는 엄숙할 정도로 진지하게 말했다. [외로운 여자는 지루한 여자죠. 지루한 여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해요] – p 108

 

[한 번 실수는 삐끗한 것일 수 있죠.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한다고요? 그건 일탈이죠. 과실이예요. 하지만 세 번째?]

메설리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짓을 저질렀든 끝까지 저질러진 거죠. 당신의 의지가 작용한 거예요. 결과를 청한 거죠. 그 반향을] -p149

 

그래서였을까?

자신의 외로움과 지루함, 위험함을 모두 동반했던 그녀의 삶 전체는 실패한 인생으로 치닫게 되고 고전 안나카레니나를 연상시키도 했다.

 

시인답게 저자의 탁월한 묘사는 그저 성적에만 치우진 불륜녀만을 그리지 않고 한 여인의 내밀한 심리를 독일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동사의 변형에 비유한 글들,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그녀가 드러내고자 했던 감추어진 진실의 패턴들을 통해 하나씩 껍질을 벗겨나가듯 종반부에 이르러서 그녀가 느끼는 통곡의  마음을 적절히 그려냈다는 데서 남다른 느낌을 전달해 준 책이기도 하다.

 

 

책 끝말 미에 안나 카레니나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 또한 그녀의 결정이었음을, 그녀가 좀 더 이국적인 생활에서 오는 고독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했더라면 좀 더 다른 안나로 재탄생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해 준 책이었다.

                                                                                                                          
                                            

4월이 되면 그녀는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누구에게나 계절과 연관되는 기억들이 있다.

소풍이라든가, 사랑을 느낄 때라든가, 이별을 예감했다던가…

 

한순간일지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난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과 계절이지만 막상 내가 겪었던 그 시간만큼은 그때 가졌던 기억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많은 만남 속에 기억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순수했던 청춘의 한 시절을 의미하고 그 순간만큼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시절로 기억이 된다면?

 

아쉽게도 우리들은 그 시간을 겪으면서 진실하고 실감 나게 당시의 느낌을 알아채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방황하다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지나고 보면 한없이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는 것만 간직할 뿐….

 

이 책은 <너의 이름은>이란 책과 영화로 알려진 가와무라 겐키가 2년 만에 출간한 신작이다.

 

풋풋했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저 멀리 고이 쌓아둔 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즈음에 도착한 편지 한 통, 무려 9년 만에 받아보는 편지다.

동물 수의사인 야요이와 3년간 동거를 하다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후지시로는 4월의 어느 날, 학창 시절 대학교 사진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만난 하루의 편지를 받는다.

 

상큼하고 풋풋한 문학과 소녀였던 하루, 의학과에 다니던 자신이 바라보는 렌즈의 세상과는 다른, 또 다른 신선한 세계를 담아 보려 한 소녀를 대하게 되면서 후지시로는 그녀와 사귀게 되고  학창 시절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의 선배와의 사이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일로 연관이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연락을 끊게 된다.

 

왜, 하루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9년 만에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찍은 사진과 간간이 사연을 들려주듯 하는 편지를 보낸 것일까?

 

책은 첫사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한 채 헤어진 후 다른 이성을 만나고 동거를 하면서 당연한 수순처럼 결혼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치는 후지시로의 시선과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야오이에 대한 행동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을 대함으로써 진실된 자신의 사랑은 누구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하루의 편지와 마지막 장면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보인다.

 

책의 제목은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4월이 오면 그녀는~ 이란 제목과 같다.

처음이란 것으로 시작되는 모든 것들, 그중에서 첫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미성숙된 감정의 확신, 잡았어야 했지만 놓치고 말았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지금의 연인이 진실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책 속에서 담담히 편지와 평상적인 일과들을 통해 전해준다.

 

하루가 왜 편지를 썼는지,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이 책은 하루와 후지시가  함께 보낸 과거에서 현재의 야요이로 이어지는 감정의 전달을 통해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랑의 감정의 변화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가 듣고 싶어 질지도….

 

 

XO

xo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가끔 방송계의 연예인들이 겪는 고충 중에 하나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도를 넘는,  이를테면 흔히 말하는 스토커의 전형적인 행동과 말들을 겪은 경우를 듣게 되거나 실제로 법에 호소해 일정한 간격 유지 내지는 고소를 했다는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

 

만인의 연인이자 우상으로서의 그들이 갖는 스타의 자질을 한껏 누릴 자격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개인적인 사소한 것까지도 일일이 내 옆의 사람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면 그 기분은 과히 좋지많은 않을 것이다.

 

같은 동성의 연예인이든, 이성의 스타를 좋아하든, 정도의 선을 넘어선다는 것, 그것은 좋아한 나머지 오히려 집착과 광기를 가지게 되어 역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여러 번 알 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제프리 디버의 작품이다.

 

이메일 상에서 키스와 포옹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으로 사용되는 XO가 지닌 느낌이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여지겠지만 이것이 나한테만 보내는 신호라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기분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과정을 드러내는 이야기의 도입은 이메일로 시작된다.

인기 있는 가수 케일리에게 보내는 이메일 내용은 에드윈이란 팬이 보낸 것으로 이후 이 편지는 케일리의 변호사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된다.

도를 넘어 여기저기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듯한 양상의 편지 내용, 이는 결코 팬으로서의 편지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마침 케일리와 잘 아는 사이인 캐트린 댄스가 휴가차 들르면서 이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된다.

 

캐트린 댄스-

저자 제프리 댄스가 만들어 낸 여성 수사관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특이하게도 그녀는 사람들의 동작과 보디랭귀지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는 설정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게 만드는 인물로 나온다.

 

케일리가 부른 유어 새도우라는 가사에 맞춰 살인이 일어나고 심증이 가는 에드윈의 철저한 가면에 쌓인 표정 관리와 유유히 빠져나가는 일련의 사건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로 밉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을 넘어서 공포에 가까운 면을 느끼게 한다.

 

읽어나갈 때에 이 사건의 범인은 에드윈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정말 시간의 알리바이나 장소에 대한 심증이 확인이 될 때마다 독자들은 생각의 범위를 잘못짚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스토커의 양상 중에서도 어찌 보면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시작한 무한대의 사랑이 여기저기 간섭을 하게 되고 그녀의 노래를 공유했다 해서 죽인다던가, 자신이 빠져나오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어 그 순간을 모면하려 한 계획된 사건들은 스토커들이 갖는 광기와 집착, 나와 함께 영원할 것이란 망상 속에 저지른 일들의 사건들은 이 책에서라도 정말 끔찍하단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설정들이 많게 표현이 된다.

 

스타로서 갖는 고뇌, 대중들이 자신의 비밀을 모르길 바라고 그것을 감추어야만 하는 스타로서의 개인적인 불운, 여기에 한때 인기 있는 가수였지만 이제는 딸의 성공을 통해 또 다른 재기의 노력을 꿈꾸는 아버지로 인해 겪게 되는 한 가수로서의 케일리란 인물에 동정이 가게 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통쾌한 어떤 액션들이 그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서 기막히게 그녀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신체까지 이용하는 광란의 스토커란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저자는 그만의 또 다른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통해 그의 역량을 과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에드윈이 갖고 있는 케일리에 대한 사랑이 순수한 팬으로서의 사랑을 넘어 자신의 각인된 존재로서의 상상을 넘어선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지게 될 때 그 주위의 사람들이나 실제 대상자로서 겪게 되는 이 모든 일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진작에 깨닫고 알았다면 더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봤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란 영화가 생각났다.

한 여인의 미친 사랑법, 집착에 이은 행동을 그려 보인 영화는 마치 이 책에서 나오는 에드윈의 행동처럼 겹쳐 보이게 했고 인류의 오랜 ‘사랑’의 형태는 과연 어떤 모습이 진정한 형태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저자가 그린 이 책에서의 스토커로 인해 더욱 오싹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사건과는 별개로 캐트린 댄스의 사적인 이야기도 같이 어울리는 이야기의 바탕, 이것 역시 사랑에 대한 고민이기에 성격이 다른 사랑을 두고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