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40여년간을살던집에서새로운곳으로둥지를틀었다.
연세드신어머님의입장에서야변화를싫어하셔서처음엔반대를많이하셨다.
집밖만나가면병원앞까지바로내려주는버스가있고,한길건너면시장이있고,은행도있는데,굳이사방이막혀있는아파트로가야할이유가뭐냐는말씀에일리가있으면서도자식된입장에선더연세드시기전에지금보단편안한아파트가더나을것같아서말씀을드려도도통듣지를않으시더니,요번에많이편찮으시고생각이바뀌셨는지,이사를가자고하셨다.
처음엔기대도안했다가다시번복하기를여러번하셨기에다시한번다짐을받고이사준비를시작했다.
남들은포장이사를하면귀중품만챙겨서이사당일물건놓을장소만지정해주면이사센터직원들이다해주니걱정없다고했지만우리집의사정은좀달랐다.
40여년간을지하실,광,다락방2곳에쟁겨놓은물건들이있어서이것들중에가려서버릴것은버리고가지고갈것은가져가야하는상황인지라,쉽지만은않은이사였다.
처음다락방에서나온물건들중엔TV에서나볼수있는알루미늄궤짝으로만들어진직사각형의상자형태였다.
그안엔어머니시집오실때할머니가해주신혼수용품옷과함께어머니처녀적에만들어두신자수용품들,방석,버선,자식들의상장과상패,사진,아버님의상장과상패….
말그대로뭐든지다나와~였다.
아마방송국에서소품이필요하다면우리집에연락하면될듯싶었다.
지하실은어떤가?
아주어릴적봐오던석유곤로(풍로라고해야겠다.),한약방에서지어오신한약을재래약탕기에물과함께풍로에놓고끊이면특유의한약냄새와함께베처럼보이는천에한약의액을쥐어짜시던모습이떠올리게하는약탕기,막대기,천,가족과함께수영장에갈때사용했던고무보트(이번에조카들과함께수영장에가서아주톡톡히유용하게썼다.바로대물림의역사적인순간을만끼한순간이었다.감회가남달랐다.)집에필요할까싶어서모아놓은각종집수리용물품들…
붉은고무다라는여전히그자리에서버티고있어서김장철만되면아주유용하게쓰여던물건도보이고,테니스채.라켓채,바둑알과바둑판,후라이팬을백화점세일이다해서사은품으로갖다놓고쓰지않아서고이모셔뒀던것까지,정리를하자니끝도없었다.
다음은광-
광위의옥상엔장독대가있어서항아리가몇개있었다.
어릴적장을담그신다고사용하시던것들이아파트로이사를하게되면서무용지물이되게생겼는데,어머니가농장을하시는동창분에게연락해서가져가라고하신다기에이건해결~
그래도결국소금담아쓰신다고큰것하나,작은것하나는아파트로왔다.
역시도각종스텐그릇(끝내버리게하지못하셔서갖고오게됬다.)사기그릇일체,커피세트잔(이미유행이지나가버려서볼품이없었다.)세트까지,없는것없는일색이었다.
하기사생각해보니아무리매해정리를해가면서산다해도연세드신분의특성상쉽사리버리지못하는성격도한몫을크게했고뭣보다풍족하다고는할수없는아버님교직생활에맞춰서살림을꾸리시다보니뭣하다애틋하지않는물건이없을수가있겠는가하는생각이들었다.
물건을정리해보면서이런저런생각이많이들었다.
사진을보니사람이살아온내력과모습이보이고그안에서현재의우리의모습이보이는것을보니모두버려야만수월하고간단한생활로돌아가는모습의좋은면이있는반면옛것을쉽사리아무렇지않는식으로치부해버리는행동도과연좋다고볼수가있는가?하는생각말이다.
동생과어머니사이의이건버려야한다,아니다,아파트는꼭필요한것만챙겨서가야하니이건눈딱감고버리고갑시다!하는동생사이에서벌인실랑이는때론한시간,때론1분도안걸리게마련이었고퇴근후에집에돌아오면산더미까지쌓인버릴물건들속에혹다시보게되는애틋한물건을두고많은고심을하게되는식구들의모습은이사를통해서그간의많은사연들을생각하게한계기가되었다.
본의아니게이삿짐센터직원들수월하게끔우리식구들스스로가제각기물건을챙기다보니사과상자에넣어두는행위가발생하게됬고이건우리가이사짐센터직원인지,이사할사람들인지헷갈리는순간을맞게됬다.
이럴바엔차라리트럭하나빌려서우리가모두짐날라서이사갑시다!라고외치는제부의말에한바탕웃음이터지긴했지만말이다.
어쨌든이사짐센터정하는일과견적내는일,그간이사준비해오면서아파트집수리때문에수고한동생네에게고마운맘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