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매화꽃의 사랑
백여년의세월을거치는동안영원한숙적이되다시피한조와순-
모든것이발달하고문물이화려한순에비해서야만족이라고여겨지는(순나라사람들에게)조는한때의순의수도를점령하고순은다시남으로이동-현재의목공황제라일컬어지는정사엔관심이없는황제에의해다스려지고있다.
이런황제의곁엔자신들의야욕을숨김없이드러내며차차미래의일을도모하는처남인정현왕과내시출신의조수복이손발이맞아가면서나라의일을좌지우지하고있는가운데,조와의강화를맺고친선을다지는계책가운데하문예아공주를조의예친왕이라고불리는아수청라사륜에게시집보내자는이야기가오간다.
충성스런대장군인악재후의양자이자자신의정혼자인악무일과의혼인을기다리고있던예아는반대를하지만악재후장군이죽어가면서조와의왕과혼인을청하게되고그것이양아들을설득함과동시에먼후일순의미래가달린일임을알게된예아는자신이혼인을함으로써첩자로서의행동을할것을결심하게된다.
따뜻한나라에서자란예아에게혼일첫날부터보러오지않는예친왕에대한소문과더불어서홀로지내던예아는어느날우연히예친왕이기거하는궁에가게됨으로써그곳에이중의담장으로둘러치고검은매화숲으로덮인곳을보게된다.
처음으로마주친사륜의첫대면후점차그에대한소문의진실(잔악무도하고거칠것없는성정)에반대되는문류를즐길줄알면서도자신의충성을오로지이복형인현왕인일륜에대한것에쏟아붓는그를보면서예아는첩자로서의행동에대한죄책감과고뇌속에빠진다.
사륜또한그녀의주위를맴도는사람들에대한경계를게을리하지않고자신의정혼녀였지만권력에대한야망하나때문에일륜에게후궁의자리로간현비와같은후궁출신의수비간의암투와자신들의아들의권력승계다툼에예아가당하는수모를적재적소에나타나해결해주는기민성을보여준다.
오랜세월동안마지노선이었던순의마지막성관문을무혈입성하기위한조건에서예아가사륜에게원한바대로악무일과담판을벌여야했던두사람은마침내무일의승인하에이뤄지게되고모든일은순조롭게역사의새로운시대를맞이하게된다.
통상로맨스소설의배경은여타세계각나라를보더라도항상가진자와부족함이많은사람의대립으로시작이되기일쑤다.
이책또한그러한범주를벗어나고있지않은가운데동양의색채가두드러진,특히중국의어느나라를상상하기쉬운것을모태로삼은것으로보여지는풍물의소개와의상의모습들이우리에게익숙하게다가온다.
매사에정사엔관심이없고오로지음유와목공에만힘을쏟는무능한왕밑에서날로더해가는세금에지쳐가는백성들,그런백성들의살길이무엇인지진정으로걱정하는악재후장군은자신의희생과양자의희생,그리고예아에게더욱무거운짐을지움으로서이승에서하직하는,영화에서말하자면일회성카메오로등장하지만전2권에서도아주강렬한이미지를남기고가는인물로부각이된다.
사람들의입에오르내리는사륜의이미지안에감춰진어린시절의태생의비밀,온갖고초속에자신의존재를드러내지않되충성스런모습으로일관함으로서조라는나라의미래에밝은세상을던져주는그의존재감은순의황녀인하문예아조차그의사랑에동화되어가는과정이잔잔한향으로남겨진다.
여기에더해지는구중궁궐의아녀자간의권력다툼의온상이되는후궁들간의암투와그안에서도자신의행동을고귀한말투와옹골찬행동과과감한모습을보이는가운데사륜의가슴을뒤흔드는예아란여인의특징도아주잘나타내지고있다.
두사람간의사랑을이루기까지예아가가지고있던첩자의행동,사륜으로서그녀를의심해야하는상황,그러는가운데자신의백성안위와황실의존재무게,둘중에어느것에치중을해야하는지에대한예아의고뇌속엔황녀가가지고있는지위의상황,그가운에악재후가남긴말한마디로자신의모든것을던진그녀만의행동은참으로고민스러울수밖에없었을것이란생각이든다.
전작인"기란"이아주강렬한남녀간의화려한화합,그리고더욱치열한궁궐내에서의암투를그린붉은계열의치마였다면이암향은제목이암시하듯이격렬한사랑의징표도,표현도없지만흰색의화선지에하나하나담백한매화를그려나가되,마침내종이를펼쳐보게되면하나의화려하진않지만동양의미백의미가가득담겨있는수묵화가연상이되는사랑의이야기다.
전작과정반대되는이야기의전개도이기때문에기란을읽은독자라면화끈한전개장면이없어서실망스러울수도있겠지만동양의어느이름모를나라에서이루어지는두남녀간의사랑전개,그리고그사이에서태어난후손들의밝은미래를짐작할수있는에피소드들은읽고나서의감흥이나도모르게살포시가랑비에옷젖듯이느껴지는그런사랑을느낄수가있다.
아무리사나운전쟁터에서의무서운장군이라할사륜이라도상인으로변신해순의나라로들어간술자리에서한순간에반해버리고그녀를취하기위해온갖일을벌인그가절세미인이라고불리는조비를멀리한점도제눈에콩깍지가씌였다고볼수도있지만결국은현명한여인을취한용감한사람이라는인상을받는다.(물론그를좌지우지하는것은당연지사예아의보이지않는행동이요,줄다리기이자부부간의따뜻한면을보인다.)
각주변인물들의각기다른성격의묘사도재미가있게표현을해놓고있기에요즘추세라면드라마로도만들어나와도모든가족들이시청할수있는건전한드라마가되지않을까도생각해보게된소설이다.
바쁜현대의생활속에속전속결로이뤄지고헤어지는사랑이아닌진중하니무겁게느껴지다가도가볍게느껴지게도하는작가의완급조절글의흐름도돋보여지고1.2권모두밤을새워서읽을정도로두께도보통이고내용의흐름상궁금증이일어서쉽게일어나지못하고읽게되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