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그린다.

그리메그린다 저자 전경일 출판사 다빈치북스(2012년09월17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

학창시절미술시간에보는책안에는유명화가의그림이들어있고입체파니,인상파니,추상화니,아그리파의석고상을두고그려보는시간등등…

미술을전공으로하는학생이아닌이상은그저책안에소개된그림을기본으로화가의이름과그림을연계해서공부한기억이난다.

그중에서도국어교과서나국사교과서에나올법한우리나라의조선시대의한때를풍미했던화가들을집중적으로본것은이책이처음이아닌가싶다.

조선이무엇이던가?

호국불교의기치를내세웠던고려를무너뜨리고중화사상에입각한새로운청사진을배경으로그리던나라가아니던가?

이책에는조선의내노라하는이름과그림에익숙한화가가나오기도하지만미처못알아보고그림만익혔던화가들의인생과그림이곁들여진멋진책이다.

조선의신분계급의타파를못무너뜨린채자신의갇혀있는신분에울분을삭힌사람,그것을잊고저오로지자신의능력이주어진그림이란세계에매진한사람들이주를이룬다.

자신을알아봐주는사람이있던한때나마행복을누렸을사람들인안견,김홍도,장승업,이정,김명국….

내노라하는그들의그림과함께곁들여진그림속의작가의심중이들어있고,작가가무엇을나타내려했는지에대한통찰의비교가색다르게다가온다.

서자로서역관으로서,왕족의서자출신이라서,양반들의위시하는세계속에같이동참을할수없었던그들이오로지미칠곳은술과여자,그리고그림이었다.

뛰어난재주임에도불구하고당파에휘둘려,역적의자손이라는것하나로,그들의재주를가상히여겨요즘으로말하면인맥을통한소개형식으로도서화에들어가게되는경우가태반사지만결국엔이마저도그들을멀리하려는자들로인해자신의뜻을펼칠수없었던조선의모습한면을들여다보게한다.

신윤복의기생그림하나로전국적으로유행의선도역할을했다는점은정말아이러니하기까지하다.

가채머리의무거움을이기지못해죽었단사실,한복의길이가짧아지고치마길이가기생들저리가라할정도의유행이양반가의아녀자까지착복을했다는사실은신윤복의그전까지의그림의행태습작을타파한새로운혁신의그림창조라는생각까지하게만든다.

순간포착이란말을연상하게하는김득신의그림세계,달마대사로유명한김명국의그림,당시의그림의추세를뒤집고외야분야에속한풍속화를그림으로써조선이란500년역사에중국이주도하던그림의세계를조선만의화풍으로만든이들의그림세계를맛보는재미가쏠쏠하다.

지금의유명대학의동양학과신설의유래를읽는과정이그래서더욱감동스럽게다가온다.

신분이란무엇이기에,이리도그리잘난재주를가진사람들의기개를맘껏활용하지못한제도의빈약성과인간의차등을두었던조선이란나라의기조에대한반발도생기고,그럼에도추사김정희의뒤를끝내넘어서지못한제자허련의일생도쓸쓸하기만하다.

여러사람들의기구한운명엔술이항상있었기에그들의재주가좀더활짝만개할수있었던시기를일찍거두어간점도안타깝기그지없다.

그나마책을통해서본유일하게제수명다하고만수를누린화가란정선밖에없단사실엔그의철저한자기관리를엿보게하기에지금의연예인자기관리를연상시키게하기도하고,같은시기의서양의역사를견주어보건대너무나도그들의재주를몰라라한나라의그릇된제도에다시금안타까움을주는느낌이큰책이다.

하지만작가가그림을통해서자신만의상상력으로당시의시대상과맞물린그림이탄생하기까지의이야기를곁들인글은학창시절숙제로해오던화랑을방문해그림을보고뭔느낌인지도모른채느낌을적어보던그때와는확연히다른,그들의그림세계에흠뻑빠질수있는기회를제공했단점에서한번쯤은그림을모르는사람이라할지라도읽어볼만한책이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