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하늘이다.
한국사의근대화과정에서결코간과할수없는것중에하나가동학농민운동이다.
순수한우리네민중들의힘을모아서탐관오리와정치의무능함,일본과러시아,영국,미국,그리고청의야심찬먹이감의대상으로찍혔던우리나라의암울했던정치사에서한획을그은이사건의발단도작은불씨에서시작을했지만이는곧전국적인운동으로발전이되는계기가됬다고학창시절에배운다.
여기이동학운동의마지막불꽃을사르다간일명녹두장군이라불리는키작은전봉준장군의일대기를그린책이나왔다.
일대기라고해봐야전봉준의태생부터가아닌동학농민이공주우금치에서뜻하지않은일본의현대식총에모두당하고도망다니던중붙잡히면서,아니붙잡혀주면서한양에가기까지의여정을그린책이다.
일개한명의백성에지나지않았던그가왜동학의운동선봉장이되기까지그가같은동지였던사람들로부터몽둥이로다리와발을맞고부상을당하면서가마에태워져끌려가기까지,지나치는곳곳마다의그시절의회상과자신의목숨을두고조선인으로서일본에귀화,이토히로부미의양아들이된이토란자가회유를하면서겪는개인적인고뇌가담겨있다.
누구나한세상태어나서아무탈없이살다가길소망한다지만우리가흔히알고있던위인들은적들에게꿋꿋히자신의굳은의지를드러내놓는반면전봉준은많은생각을한다.
지금자신의한목숨을희생양본보기로삼아한양대거리한복판에머리가걸려있는것을본백성들과동지들이다시일어설것을원하는삶이냐,아니면이토의말처럼귀한목숨,미래의뜻을이루기위해잠시유보를한다는뜻으로일본으로건너가이토히로부미의양아들로들어가서철저한일본사람으로세뇌당하면서선진국으로가서새로운문물을받아들여다시조선에들어와새로운세상을펼칠것이냐를두고생사의결정를하게되는것이바로이책의중심이라고할수있다.
그런점에서작가는한층우리의가까운사람으로서전봉준을느끼게해준다.
누구나목숨은아까우며,설사그것이책에서만접하는위인들을두고서가아니라한인간으로서의전봉준을그려냈다는점에서이책이주는느낌은이렇게까지치욕과능멸,자신을가마에태우고가던조선인들까지무참히살해하는사람들을보면서아무런힘을쓸수가없단한계를느껴가는전봉준이란사람,그리고자식과아내를생각하는지아비로서의전봉준,자신이믿는한울님을대상으로동학이란것을일으키기까지의벼슬아치들과의담판,이토의말에인정할부분은인정하면서도결코자신의뜻을굽힐수가없었던한조선인의삶모습이세심한글로독자들을이끈다.
무엇때문에이런곤란을겪으면서까지나는일어서야만했을까?
바로밥의문제가걸려있었기때문이었다.
밥이란무엇인가?
우리의바로생명이다.그런생명을나도모르게억울하게당하고빼앗기고,이건아니다느낄정도의나라가엉망으로가고있던때,밥을찾기위한우리민초들의항쟁이열강의개입,무엇보다위정자들의그릇된탐욕,착취가결정적인우리근대사의한관통을지나가는전봉준이란인물을통해서과연내가전봉준이라면난내목숨을버릴수있는가에대한삶의원초적인욕망을물어보게됬다.
밥이하늘이라고했다.사람들은모두밥을만들려고산다.밥을쟁취하려고싸운다.더러운밥이있고,깨끗한밥이있고,떳떳한밥이있고,부끄러운밥이있다.내가일어선것,고부사람들이관아로몰려가사또에게대든것,아버지가사람들의소두로서항거하다가곤장을맞고장독으로죽은것,호남일대의사람들이죽창을들고일어선것이다이밥때문이었다.일본사람이조선땅에들어온것도조선사람의밥을빼앗아가려고온것이다.조선사람에게는쭉정이만먹이고저희는알곡을탈취해가려고그러는것이다.전봉준은국물을후루룩후루룩마시면서생각했다.나는죽을때죽더라도,그슬픈밥에대하여모두말하고나서죽어야한다.-p216
일본의끈질긴회유앞에서한때는굳건히자신의목숨을내놓을각오를했다가도,어느한순간엔이것이최선일까하는생각의갈림길을겪는전봉준이란인물앞에서파리만도못한목숨이란말이나올법한위태위태한삶을살다아무도봐줄이없었던한적한곳에서삶을마감한그의생애를다시되돌아보게하는계기를마련해준책이다.
모처럼생생한사투리가넘치는살아있는말들의잔치를읽었다.
비옥한땅을가진만큼많은고초를당하고살았던당시의민초들의삶역시도녹두장군이가면서까지도여전한궁색을면치못한비참한역사의한장면으로떨어지는결과를낳았지만그가남긴인간적인고뇌와동학운동이가지는의미,역사의한부분을차지하고있는뜻깊은의미를다시금뒤져보게만들었다.
이것이아마도글을쓰는작가의어느한부분의책임있는몫이라고생각한다.
이런것을씀으로써우리가살아가고있는이유의한부분이며,후손에게도물려줄책임을져야만하는생각을들게한다는점에서뜻깊은소설이라고할수가있겠다.
인터넷서점에서연재한것이책으로엮여져나와서반가웠다.
신문에서연재하는글을읽듯이조금씩조금씩읽다보면다음내용이정말기다려지는안달감일고나할까,뒤의결말이정말궁금해서너무짧게짧게글이올라온다는느낌이들었는데,이번에책으로한꺼번에다시만나니한숨에읽어내려가는맛이역시제격이다.
소설가로서현재의젊은층을겨냥한짧은챕터형식으로간략간략하게글을엮어나간작가님의의중도쉽게알수가있고,책표지를보니겉은노란바탕에전봉준을실었으리라짐작되는수레와그끝에새가앉아있다.
책표지를벗기면다시보라색의책이다.
흔히미술에서말하는보색관계라고도할수있는책의표지색상도전봉준의마음을알아서였을까?그파랑새는혹독한동학이라는겨울잠에서깨어나비상의날개를펴고한울님의뜻에따라모두가평안한삶을살아갈수있는희망의날을그리며날아간것은아닐런지….
살아가는인생의한커다란고민의갈래길에서전봉준은그렇게갔다.
~새야새야파랑새야
녹두밭에앉지마라.
녹두꽃이떨어지면
청포장수울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