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맘이 죄가 될 줄이야…

채홍(양장) 저자 김별아 출판사 해냄출판사(2011년12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역사상최초의레즈비언이라고기록될수있는세종의며느리이자문종의두번째정식부인인순빈봉씨-

문종의첫번째부인이었던휘빈김씨가문종의사랑을얻기위해서민간에서전해지던요법이나다른비술을쓴것이탄로나서인으로폐출되고,곧이어서두번째정실로오른이가바로봉씨이다.

뛰어난미색과두오빠와고명딸로태어난그녀는문중이가진성격상고려의활발하고거침이없는자유분방한집안에서자란그녀로선첫날밤부터문종이행한행동에실망을하고자신의거침없는성격상자신이느낀바를그대로문종에게전달하게된다.

하지만어릴적부터이미왕좌에오를막중한책임을느끼고있었던문종에겐모든일거수일투족이조심하고언행일치의행보를보일수밖에없었던자신이지닌지위의책임이있는바,이런봉빈의투정아닌투정과장차국모로서의행동거지로이해를하지못하는서로상반된,안맞아도이렇게시간차,시각차,견해차가다를수없는냉냉한일직선상의부부가되는과정이점차봉빈을외롭게만든다.

김별아작가가쓴책을처음접한것이방송에서도나왔던미실을다룬책이다.

신라의왕족혈통을유지하기위해서슴없는근친상간을이뤘던당시의묘사가무척충격적이었던것에비하면이소설이주는충격은덜하단느낌이든다.

그만큼내가읽었던우리나라형성과정의한부분을차지하고있던신라의혈통문제는내겐아주생소한것이었고그가운데미실이란여인이행한행동을이번엔조선으로넘어와다룬조선왕조의초기에서불미스런일로기록되고있는이부분을어떻게작가는그려냈는가가무척궁금했었다.

읽어가는동안순빈은참으로시대를잘못만났고,설사잘못만났더라도자신의성격을누그려뜨려현실에좀더적응했더라면이런사단은미연에방지되지않았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

그녀의탁월한미모는오히려문종에게부담이됬고,문종이지닌성격을이해하면서도끝내자신을바라봐주지않는원망과서운함,아니,이미부부의정이라고는쌓을수없는부분적인시도조차도오해의여지를쌓는과정이구중궁궐자신의맘을알아줄리없었던봉빈에겐무척답답했을거란생각을한다.

타인에비쳐진격식과의례,절차가단둘만이있는오붓한신혼방에서조차그모든일이하나의왕이되기위한절차로인식할필요가문종에겐필요했을까?

해도해도너무하단생각이들만큼문종은봉빈에게만유독차갑게구는면이없지않아있고이것을그저한국모의사람으로서살아가려면모든것을감내해야만하느냐,아니면사랑받고싶고,사랑을나누고싶은한여인으로서의행실을보이느냐의고민속에봉빈은사방이모두막힌절박한심정에갇힐수밖에없는사건의흐름이작가의상상력을보태어아주슬프게도다가온다.

중전이기전에한여자로서바라봤을때봉빈이란인물은당시의시대를거스른사람으로비쳐진다.눈멀고,귀멀고,입다물고그렇게살아오려노력했지만이내자신의남편이란사람에게자신의뜻을내뱉을정도의의식있는여성으로비쳐지지만이것이오히려시대에부합되지않는여인이될줄이야어찌알았으리오…

시집오기전엔한사람의딸이요,결혼후엔오로지지아비만의지하고살아갈지어미의입장인봉빈의그맘을조금만알아줄여력이문종에게있었다면,한인간으로서대식이란불명예로낙인찍힐이유가없을것같았었는데….

읽으면서문종에게도문제가있었던것은아닌가생각이든다.

한번도아니고두번씩이나그런일이발생했다는것은여자에게문제가있다고돌리는당시의유교적으로뿌리박힌사고방식이한몫했을것이란느낌을지울수가없었다.

사랑을받고자했고,사랑을베풀고자했으나받아주지않는상대를그리워한그녀는결국동궁의나인인소쌍과대식의관계라는전대미문의불미스런일로역사의뒤편으로사라진봉빈-

사랑받고싶은맘이죄가될줄은꿈에도몰랐던봉빈의일생은봉빈이란여인을대표적으로당시의억압된규율에묶여날개를펼칠수없었던한많은여인의일생을보는것같아서내내씁씁하다.

처음역사적인사실만놓고봤을때봉빈이란인물이행한행동을이해할수없었던지라,작가의글세계로이끌려읽은지금은봉빈의성향이레즈비언이어서가아니라너무외로웠던사람이었고,자신의아픔을함께할수있는동행이있다는것하나로의지해살아간가엾은여인으로기억이될것같다.

사랑의역사는기록되는것이아니기에기억이된다는말이맞는말인것같다.

폐출이되어친가에오고나서비로서한껏웃는봉빈을바라보는오라비들의심정은오죽할까싶은것,바로인간이인간에게서로규율이란명목하에정해진대로살아갈수밖에없는한계를보여주는것같아서조선왕조의기틀을이룬유교란덕목에대해서도생각해보게된다.

‘한가지만은분명해요.행여그때도사랑이죄가된다면나는기꺼이사랑으로죽으리라는것을.(p.319)’

끝내자신의행동을비호하려하지않고정면으로나섰던한많은여인이었다.

채홍이란말이무지개를뜻한다고한작가의말처럼태양의대표격인왕의권력뒤에힘이없으면서도자신의빛을발하는무지개처럼한많은여인들의삶을포착해낸작가의여성을다룬시리즈2편격에속하는이소설은미실이보여줬던강인한권력유지의여성상이라면봉빈처럼자신의성격을가감없이표현하다끝내무지개의한뒤편처럼쓸쓸히퇴장한여인도있다는것을,작가는여성이기전에한인간의인생의단면을보여주는솜씨를발휘했다.

곧영화화하기로결정이됬다고하던데,이여인의영욕과사랑에눈먼과정을어떻게영상은표현할지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