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3년 12월 15일

세 가지 맛의 사랑이야기

열두달의연가세트 저자 김이령 출판사 파란미디어(2013년10월1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섣달그믐날붉은고습(袴褶:말을탈때두다리를가리는아앳도리옷)을걸치고기괴한탈을쓴채나례(儺禮:섣달그믐날대궐에서역귀를쫓아내는의식)에친구인시율과지량은개성에서치뤄지는놀이에아이초라니자격으로참가,지량은자신을친형처럼따르는재상의아들인재경에게가면을보여주겠단약속을하며만나기로한장소에시율만남기고떠난다.

한편자신의몸에귀신이씌어있어아버지와동생을먼저보낸혜완은자신의어미가공덕을빌러각지로돌아다니는사이엄마와친한사이인재상가의집에서같은나이인재경과지낸다.

재경과지량의약속을알게된혜환은자신의몸에귀신을쫓아낼수있단생각에재경보다먼저그장소에가게되고그곳에서시율과만남을가지게되지만어린12살의혜완을바라본15살의시율은먼훗날인19살이되는정월에다시만나기로하고헤어지게된다.

그후로자신의외로움을알아주고귀신을쫓게해준탈을쓴남자를기다리는혜완은엄마의지나친시주로인한가세가기울자이를타협하기위해절의주지스님을만난곳에서다시시율을만나게되고설렘을느끼지만서로는전혀7년전의상대방이란사실을모른채,지나친다.

"아주순간적이었거든요.그사람을보고온몸이빳빳해지고머리카락이곤두서는야릇한느낌이든건.아마그사람이탈을벗었던순간이었을거예요.그때까진얼굴이따로있다고생각하지못했죠.사람이라고도생각하지않았을지도….그런데진짜얼굴이드러나느그잠깐동안시간이멈춘것같았어요.싸늘하게불던바람도동시에멈췄고요.아니정말그랫는지는모르겠고…….,그런느낌이었어요."-P52

재경또한친형처럼따르는두형이급제하여일정한관리직에올랐음에도여전히자신은급제하지못한채,혜완과친형제처럼지내는이혼당하고같이사는귀영에게맘을쏟게된다.

하지만귀영은자신의재산만노리고자신을버린남편에대한상처때문에자신보다연하인재경이자신에대한남다른감정을갖고있단사실을인정하지못한채,서서히그에대한사랑을키워나간다.

급제는하였지만아직정식으로관리직을명령받지못하고기생집과술로만세월을보내고있는지량은그어느누구보다도주위의사람들에대한확실한감정을포착하고혜환과시율의사랑맺어주기와재경과귀영의사랑맺어주기에애를쓴다.

그런지량에게도아픈사랑의상처가있었으니바로기생을사랑한일로더이상사랑에대한인연에얽매어있고싶지않은,그저허허웃되가슴아픈사랑의감정을간직하고있는사람이었다.

그러던어느날진달래꽃부침개를먹는계절이다가오고모든사람들이나들이를즐기는가운데,현감의면상을상처내고도망중인기생영롱이긴박하게그들모임에끼여들게되고자신을임부인이라고속인채혜완의집에서지내게된다.

하지만현감이내린추포령에따라서그녀를잡으려는사람들이나타나게되고이를눈치챈지량과시율은더이상혜완과자신들의직위에위험을피하고자그녀에게조용한해결선을제시하게된다.

이책에는총3쌍의각기다른사연과사랑을그린세가지맛의사랑을느낄수가있다.

고려가요인동동요를소재로삼아일년12달의노래를따와서그계절에맞게치뤄지는다양한축제일같은놀이와먹거리를그대로표현해낸과정이이들세쌍의사랑과맞물려유쾌,상쾌한로맨스를시종그려나간다.

먼저혜완과시율의사랑-마시멜로의달콤하고부드러움의사랑

자신의몸에귀신을쫓겠단일념으로재경보다먼저간장소에서운명의상대인시율을만나게되지만자신의악귀를쫓아내준사람을지량으로알고이미7년전의사랑의대상을운명의상대자로알고짝사랑해온그세월의무게를그대로지니고사느냐,아니면보면볼수록,아니첫눈에반해버린철두철미하고허투름이없되,자신의감정표현조차내색하지않은채혜완에대한사랑을친구인지량때문에접어야하는냐를둔두사람간의어긋날뻔했던사랑의전개가시종부드러움과촉촉함을연상시키는마시멜로의맛을느끼게해준다.

두번째재경과귀영의사랑-풋풋한사과의맛을느끼는사랑

이미결혼을한번하고맘의상처를안고살아가는이혼녀귀경은귀한자제분의막내아들재경에대한사랑은꿈도꾸지못할사랑이지만시율과지량을이웃집에살게함으로써의도적으로귀경에게접근하고지량에게도움을요청하는철없는도련님이사랑에대한진정한감정을전달하는과정에서귀경의맘을움직이는과정은첫사랑을이뤄나가는풋풋한열혈청년의용기있는모습과아무것도모른채,혜완과의결혼을추진하는두어머니들의사이에서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안쓰러움을보여주는,사랑에목매되쩔쩔매는귀염성을보여주는생기발랄함을보여주는과정이읽는내내입가에미소를절로짓게만든다.

세번째지량과영랑의사랑-달콤쌉싸름한초콜릿의사랑,그러나파격적인사랑

기생에대한사랑과그녀가자신을배신한감정때문에사랑에초탈한모습을보이는,한량에버금가는사람이지만그속내는뜨겁다못해절절한사랑의패배로상처를안고살아가는지량에게기생인영롱은그의맘속까지뚫어보고혜완과귀경의사랑모습을보면서자신과는또다른세계에서살아가고있는그녀들의세상을비웃는다.

하지만지량이가지고있는사랑의상처를알게되면서자신의처지인기생이란직업을업신여기고오로지몸과술,노래만착취하는다른귀족들과는다른생각을가지고있는지량에게끌리고있음을알지만두사람은결코겉으로드러내지않은채시종긴장감의연속성을보여준다.

두사람모두사랑에대한달콤함을맛보고기댔지만실패를하는과정에서마음의문을닫았고사랑이지나간후의쌉싸름한맛을알고있었기에섣불리새로운사랑하기를외면한다.

하지만다시만난인연은파격적인지량의결정으로해후를하게되는과정이시대가비록고려라고는하나당시에도이런일이있었다면많은사람들의입에오르내리는센세이션으로남지않았을까싶다.

전작인"왕은사랑한다(드라마화결정)","을밀"에이어서다시작가는고려라는배경으로세쌍의각기다른사랑이야기를풀어낸다.

12달의동동요를기준으로고려의세밀한풍속과여성의지위가조선보다훨씬활발하고자기주장이강하게표현됬다는점,이혼한여성이오히려결혼의대상자로서환영을받았다는점,고려에서펼쳐지는다양한풍속과놀이,먹거리의자료조사는작가의노고가결코허투루지않았단생각이들정도로자세하고읽는독자들로하여금,조선이아닌또다른한반도의다른나라를통일하고살았던당시의생활상을이해하는데도움과관심을불러일으킨다.

각기다른사랑의방식으로풀어나간작가의세쌍의사랑찾기여정은시종즐겁고한편의시트콤을보는듯하면서도가슴이설레게하는묘한기분을느끼게해준책이다.

특히모두저마다의특징들이도드라져보이는인물의감정전개라든가,사랑에대한쟁취를해나가는여성들의활기찬주장의모습과행동은사랑앞에선누구보다도용감한자가쟁취한다는말이떠오르게한다.(개인적으론지량의캐릭터가멎져보인다.)

성균날…이드라마화하여인기를끌었듯이,이작품도드라마화한다면좋은반응을얻을수있을것이란생각이든다.

때론부드러운마시멜로도좋고,풋사랑의기억이생각날만큼싱그러운풋사과도상큼함도좋고,첫입에먹을때는달콤하지만뒷맛은씁쓸한초코릿의맛이생각난다면이책한권으로모두맛볼수있다는것을말해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