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숨이 깃든 곳…부엌에서

내가엄마의부엌에서배운것들 저자 맷매컬레스터(MattMcAllester) 출판사 문학동네(2013년12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몇일전케이블에서패널들이나와친정엄마에대한이야기를다룬프로그램을본적이있다.

특이하게도모두엄마~라는단어를내뱉는순간사회자도,패널들도모두울면서듣거나얘기하지만남성패널들은왜여성들이우는지에대한이해를못한다고하는장면이떠오른다.

아마도엄마에대한느낌이딸과아들이갖는정도가달라서이겠구나하는생각을했다.

이책의저자는온갖참혹한현장이란현장을누비고다녔던종군기자출신이다.

책곳곳에나오는유년의행복했던시절의한장면,한장면의사진들이예사롭게느껴지지않는자연스러움그대로의느낌은광고사진을찍었던아버지의사진기술이었으리라짐작이된다.

광고회사의각종유명사진을찍는아버지와카톨릭을믿는엄마는행복한결혼생활가운데,저자와누나를낳고영국에서도외진곳으로이사를가면서유년의행복을만끽한다.부유스럽진않았지만,남다른유년의시절을10살이되던해에끝이나고만다.

엄마의가족력인알콜중독과우울성정신장애,조울증을겪은엄마는그어린시절,부엌에서만난음식을만들어주던엄마의모습을더이상볼수가없는상태로변모해간다.

이혼이란큰상처를남긴채,저자는이런엄마를피하기위해,차라리피가난무하는현장에자신의몸을맡기면서철저히엄마를외면하게되지만,요양원에모신엄마를만난,런던에서의일이후엄마는갑작스럽게생을마감하고만다.

누구나태어나서죽는다는사실을누구보다현장을통해터득한자신이었음에도불구하고엄마의죽음은큰충격으로다가온다.

그때부터저자는엄마의자취를좀더느껴보기위해서,아니자신이미처못다한엄마에대한원망과사랑을느낄수있게하기위해엄마의유품을정리하면서엄마가소중히다뤘던요리책을곁에두고엄마표레시피를따라서자신도엄마의음식맛을따라하기시작한다.

유명한요리가의책을소장하면서까지요리에열성이었던엄마의노력과자신도똑같은음식을만들어보지만이내,어느순간결코엄마표요리는더이상자신에겐소용이없음을,진정으로필요했던것은엄마의죽음후에다시금일어설수있는자신의미래를향한길이필요했음을소중한추억과음식의조리과정을곁들여서풀리처상작가답게그려낸책이다.

문득,가장인격형성이중요한시기였던청소년기전의10살에,엄마의그런변해가는모습을보는자식의마음은얼마나괴로웠을까를생각해본다.

엄마의요리책과엄마의치료진행과정을다시금들여다보는아들의입장이진료의들의잘못된치료과정도있었음을알아가는억울함을뒤로하고,다시자신의미래와언젠가는태어나길바라는자신의아이를생각하며,엄마의사랑은엄마자신이병을앓기전까지최대한최선의사랑으로자신들을키워왔음을깨닫는저자의감동적인과정은과거의회상과현재의일상를번갈아가며보여주면서다시금엄마에대한사랑을생각하게된다.

한때는오로지엄마의보살핌은자신의몫으로떨어진것에대한원망이아버지로향했던시절,자신의몸에상처가난것도모른채길거리를헤매다녔던엄마의병으로힘들었던두남매의시절은집안에이런환자가있는가정치고그누가이런일을쉽게감당할수있을까싶을정도로무거운짐임을느껴가게하기에충분한상황과설득력을지닌글이인상적이다.

나이가먹었어도부모앞에선여전히길가에내려놓은안심할수없는자식이란존재들-

그래서저자는엄마의죽음이후아버지에대한죽음까지도두려워한다.

"아버지,제발죽지마세요."-십분공감되는말이다.

전쟁으로인한모든부조리한현상속에무뎌져가는자신을보면서엄마의요리는저자자신이숨어들안식처였음을,요리를통해돌아가신엄마와자신이같은공감을하고싶었음을,그러나이제는자신도한가정의가장이자미래의태어나길바라는아기를원하는아버지로서의마음가짐을갖고있는사람이기에,엄마표요리와자신이생각하는요리를통과해좀더밝은세상으로나가는여정임을그려본색다른책-

과연나도엄마표요리는물론저자처럼나만의요리를하나만이라도남길수있을까?를부엌을바라보면서생각해본다.

내가엄마의요리책을덮을수있을때,또한엄마를필요로하는내마음의책을덮을수있을때,그래서나스스로터득한것에,내본능에,내창의력에,위험을감수하고자하는내의지에만의존하게될때,오로지그럴때만나는내삶을앞으로나아가게할수있을테니까……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