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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괄호 속에 쳐진 삶과 사랑’

해변빌라 저자 전경린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4년10월2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사람의삶속엔갖가지의사연이들어있고그나름대로의인생의짐을지고살아간다.

어떤것은해결을위한모색이필요할때가있고그저순리대로물흐르듯전혀상관없다는듯한관조적인자세도필요를요구할때가있다.

전경린의소설들은그런점에서보자면화려한문체는아니지만곁에두고서가만히속삭이듯들려주는듯한감성이특징으로나타나는작가중한사람이아닐까싶다.

굳이알려고도하지않고,아니,일부러알아내기위해힘쓰지않아도인생은그렇게흘러감을,험난한파도가일렁이는바다의심연속은오히려잔잔함의공포마저느낄수있다는그런현상을인생에빗대어표현해주고있는작품해변빌라-

큰고모부를아버지로알고자란유지란소녀의인생을관통하고있는주된흐름이바로괄호안에쳐진말들,즉말을하고자한다면무수히많은단어와그에필요한문장과나열,더나아가서는왜그런일들이그녀에게일어났는지에대한구구절절의사연들을모두포함하고있는것들을통틀어감싸주고있는단어다.

자신의친모는알고보니작은고모인손이린이고,중학교에입학하고보니생물교사인이사경이자신의친부라고느끼게된다.

주위에그누가그녀에게부모의존재에대한확실한언질조차주지않지만괄호안에담긴많은의미중하나로받아들이며침묵의단어를이해하며성장한다.

오로지자신의존재와시간의흐름속에자신을내던질수있는것은피아노를가까이하는것뿐-

이사경앞에서옷을벗은사건은그의엄마인노부인으로부터불려가는상황이되고자신의집에서자신의손자인연조에게피아노를가르치고피아노연주를자신에게해달라는부탁을받게되면서이사건은하나의해프닝으로둔갑하게되지만오히려화를내는쪽은이사경의부인인백주희도아닌엄마손이린이란사실이당혹감을일으키게한다.

엄마와살게되면서자신의성이바뀌고약사였던엄마의일본유학,그리고자신또한오휘란남자와의사랑을끝내면서간간이마주치는이사경과의만남은그녀가살고있는해변빌라509호를중심으로이사경의집까지,끊어질듯끊어질듯이어지는행보를보인다.

아침에일어나면무수히발자취를남기고가는바닷가의쓰레기란존재를치우면서카페를운영하는편사장,해영이란여인,알콜중독자센터에서나온남자와유부녀의사랑,간조와만조를사이에두고일어나는바닷가의달님은그런이들의삶모습을말없이비쳐만준다.

"사랑을한후엔예전으로돌아갈수없어.쓰나미에휩쓸려사라진모터바이크가알래스카의해안에서발견될수있는것처럼.처음시작한지점으로절대돌아갈수없는것이사랑이야.어느물리학자가그랬지.사랑의법칙은푸앵카레의비가역적에너지론에지배를받는다고.비가역적이라는말은,사랑의끝은생각지않은곳으로삶을옮겨놓을수있다는의미야."-p89

한번도왜자신의존재자체의확인을위해물어볼필요를못느꼈던유지에대한침묵의말은인생이란무수히많고많은말속에괄호안에쳐진말들이더이상그너머를향해굳이표현하지않아도,유유히흘러감을,그래서인생은때로굳이말들이필요하지않아도자연스레모든것을드러내는상황에맞춰살아가게됨을작가는큰사건의전개도없이고요히풍경과피아노의선율에맡길뿐,더이상의그어떤기대치를하지않게한다.

그럼에도여전히글을통해생명의활기를느낄수있으며,그간자신이알고있었던엄마와이사경과의관계를백주희로부터듣게되면서또하나의괄호안에묶여졌던말들중하나가풀어졌음을느끼게된다.

그렇게인생은애쓰면서안달하지않아도자연의순리대로흐르며,과함이모자람에비해더못하단사실을,오휘와의이별,연조와그의아들환과의관계를넘어다시이사경곁에있는손이린의존재,그리고백주희의삶방식을통해잔잔하게풀어내는과정들이새삼스레다가오면서도또그러한변화를거부감없이받아들이게만드는작가의의도가밀물과썰물의조화처럼잘맞는단생각을하게한다.

세상속의온갖모든것에대한표현방식을거부하며때로는이런식의삶의방식도나름대로인생을향해가는한방법일수도있겠단생각을해보게되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