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집…한 번씩은 꿈꾸는 곳
‘가족’이란울타리는그어느장소보다도든든하고내게는모든것이허용되는안락의장소이다.
그런가족들사이에서오고가는부딪침조차도세월이흐르고나이를먹어가고어느순간모두모였을때과거의기억을떠올리며이야기를주고받는장면은드라마나영화속의한장면이아닌어느가정에서도흔히볼수있는모습들이다.
그런데정작이렇게가장가까워야할가족들이서로서먹서먹한사이로지내게된다면그들의관계는개선의여지가보일희망조차도가질수없는것일까?
안젤라와리처드남매는치매를앓다돌아가신엄마의장례후오랜만에가족모임을갖게되면서서로가다시만나게된다.
사실남매지간이긴하나다른남매들처럼사이가두터운것도아니고남동생리처드는엄마의병원비를대고누나는그런어머니를일주일한번씩의무감에찬행동으로돌봐오던터-
누가엄마를가까이더모셨는지에대한서운한감정을갖고있던안젤라는잘나가는방사선과의사로일하는동생에대한부러운맘도갖고있는교사이자주부다.
그녀의남편도미니크는신용불량자에실직을했고이렇다할가장으로서의책임감회피로지내다간신히책방에취직한상태,예전의아름다웠던부인의흔적을찾아낼래야찾아낼수없는현실의안젤라모습을보면서죽어버렸음좋겠다는극악의상태로부부사이를유지한채불륜마저저지르고있다.
이들의세남매인알렉스,종교에빠진데이지,나이터울이큰8살의벤지와함께한이번기차여생은리처드자신에게도새로운생활의시작을알리는계기로삼을참이었다.
자신의자식은없고,재혼한루이자와그녀의딸인멜리사를둔남편으로서,자식이란느낌이뭔지도모르는상태에서잘하고싶단생각에모임을가졌지만막상다다른곳인헤이온와이마을과낡디낡은집한채인빨간집에선서먹함이채가시지않는분위기다.
이들의관계는오래된빅토리아풍저택에함께거주하면서서로가그동안몰랐던불신과의심,내가기억하는면과타인이기억하는면과의차이를두고다투는과정,그안에서각자의성장기로에선아이들의내면세계와행동을통해각자가지닌고민을엿보게하는서술로진행이되어진다.
첫아이를사산한일로계속그아이에대한환영과죽은아버지,엄마에대한기억이맞물려우울증의증세를보이는안젤라,가슴에죄책감을지니고불륜을끊으려말을하지만혹정말로관계가끊어지게되면어떻하나하는이중성의자세를보이는도미니크의모습,의료사고로법정문제까지가게될처지에놓인리처드,동성애성향과종교간의갈등때문에혼란을보이는데이지,멜리사를유혹해보려는알렉스의행동들은금요일출발해서다시금요일로돌아오는일주일동안모두터져나온사건들의현장이다.
가족이라는이름아래얼마나서로가가슴에못이박히는말들을쏟아내고그로인해나중에후회하는마음을가지게되는지,정작자신만이오로지엄마곁을지켰다고생각했음에도자신의그런인정을해주는사람당사자인엄마가떠났을때의공허감은남동생에대한원망으로비쳐지고그런누나의심정을이해못하는리처드의행동과말들은실제어느가정에서도볼수있는흔한모습들중의하나이기도하다.
내자신의그릇됨과칭찬을모두해줄수있는사람,자식이비록보통의이성취향을가지고있는가운데동성애를가졌단사실하나앞에서자식이기에행복하기만을바란다는부모의마음과실제가족이아니고서는이런내심정을알아줄리없다는생각을하던데이지의경우,뜻하지않은숙모루이자로부터이해를받게되는과정은타인으로서한가정에들어온사람들이어떻게서로가서로를이해하며그것에다가갈수있는지에대한희망을보여준장면이기도하다.
어쩌면가장걱정거리없고가정행복해보이는사람은벤지이지만그아이또한아빠의불륜문자를확인한순간풀이죽어가는모습은바람잘날없는여타의모든가정내의한부분들을모두켑쳐해서작가나름대로현대가정의모습을보여주는것같아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
일주일간의여행을마치고그들은과연화해와용서를통해새로운기쁨의가족으로탄생했을까?
작가는여기에서결말을제시하지않는다.
그저시간대로흘러갈뿐,도미니크의불륜은발각나지않았으며,안젤라가보는사산아에대한환영도없어지지않았고,리처드는의료사고에대한것을앞두고있으며멜리사는멜리사대로정학에대한처분을기다리지않으면안되는처지만있을뿐,그어느것하나시원하게해결되지않은채빅토리아의집을뒤로하고자신들이있어야할곳으로떠난다.
하지만그안에서비록해결의실마리를잡지못했다하더라도결국엔가족이기에언젠간다시만나웃음의꽃을피울날이오지않을까?하는일말의희망을기대해보게하는책이기도하다.
겉으로보기엔나만빼고모두가걱정없이사는듯보여도그속을들여다보면어느집이건걱정거리없는집이없다는사실,그럼에도가족이기에보듬어주고이해해줄사람들은그들뿐이라는사실을각인시켜주는훈훈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