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말순씨는나를남편으로착각한다 저자 최정원 출판사 베프북스(2015년08월3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몇해전에사촌들끼리모여있을때한사촌이말하길,"너희도알다시피난결혼해서시어머니,남편,아이둘까지낳아서기르고있지만우리엄마가이세상에안계신다고생각하면미칠것같다,"란말을들은적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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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이해가잘안됐다.

물론부모님이건강하셔서자녀들과손주,손녀까지잘생활하고있는것을보시면더할나위없지만어느순간이오면사람들은모두죽는다는이치가있다는사실을,그것도아버지란존재는이미자신과이별을한경험을갖고있는사촌이왜그런말을할까?

소위말하는세상사람들이인정하는격식을갖추고사는,즉모두갖추고사는사람이그중에어느한부분이비더라도나머지가그빈자리를채워줄것인데,그래도빈자리가주는느낌이,다른것이가진것과는또다른것이라서그런것일까?이런생각들을했었다.

그런데나의이런모자라도한참모자란생각을했었다는,뒤늦게서야그사촌이말한의미가무엇인지를대강알아가고있는시간이되다보니부끄럽단생각이든다.

사촌이말한그의미,성장하고며느리로서,아내로서,엄마로서의역할을하고살고는있다지만나이가들수록이세상에이젠자신을낳아준엄마한분밖에없다는그소중함의느낌을절실히느껴가고있다.

스핑크스의수수께끼의정답을새삼느끼고있는바,나날이연약해지시는부모를대할때,이책을읽으면서많은반성을하고있다.

옷깃만스쳐도전생에몇겁에걸친인연이있었기에가능하다고하던데,하물며부부의연,부모와자식의연은비교해본다면몇겁이아닌그헤아림을도저히할수가없을것이다.

부모님살아생전에효를다하란말이있지만우리들은그때그때의상황에따라서항상곁에있어준부모란존재에대한망각을잊어버리고산다.

그러다가어느날감정의표현을어찌할수없는상실감에쌓이는순간이오게되면이젠오직한분밖에남지않은부,모에대한바라봄을달리하게된다.

이책은그런느낌을아주재밌게그리고있으면서도콧물찍,눈물찍,웃음픽픽,입가에나도모르게옆으로길게입모양이벌어지는것을알아채고다물어버리게한책이다.

엄마란존재는희생이라고표현을할수있을정도로,특히모진시집살이가같이곁들여박자를맞추게되면그야말로여자의인생은막연히모진세월을이겨내며자식들뒷바라지에심혈을기울이게되는삶의연속이아닐까?

말순씨는72살의소녀같은감성을지닌여인이다.

종가의며느리로서,남편의외도로인한마음고생,이후남편남자1호일랑씨가세상을버리고이젠손주나손녀보는재미에빠져있을연세에아직도뒷바라지다.

바로결혼을하지않은40대의아들과동거중인그녀는우리들의엄마모습이다.

남편의부인으로서,모든고생시키고떠나간일랑씨였지만당신을사랑했단말한마디를아직도품에안고사는여인,배호의[누가울어],나훈아의[사랑],최병걸의[난정말몰랐었네],조용필의[허공]에이어드디어윤수일의[사랑만은않겠어요]로레퍼토리를바꾼말순씨의마음은어떤그리움과원망,그리고회상이들어있을까?

아들이아무리남편자리를대신한다고해도돌아간양반에대한원망은읽다보면다시보고싶다는느낌마저드는것,그것이바로미운정,고운정,모두쏟아부어버린것때문은아니었는지…

국3가지에반찬은20여가지로차려놓은말순씨의자식을대하는사랑,

아무리나이를먹은늙은아이란존재는엄마앞에선영락없는어린자식,바로나이를먹지않는어린아이그자체다.

헤아릴길없는엄마의마음,말순씨와40대아들이같이살며때론투닥투닥,때론술상을마주하고앉아서로주거니받거니마시는중에싹트는모자지간의삶은,아마도결혼이란것에아직도희망을버리지않는노모의마음을그대로투영해주는장면들을통해때론찡한감동이몰려오기도한다.

자칭엘리베이터걸이되어항상되풀이되지만대답없는메아리로그치고마는"학교파하면언능집에와야.","퇴근하면술마시지말고언능집에와야."의엄마표잔소리,이에세상그어떤말보다더좋은,"~야밥먹어야."라는소리까지….

"밤이너무캄캄해슬프다"라는말을하는소녀같은감성의소유자,좋아하는콜라를값싸게사려아픈무릎을사용해가며마트까지가는짤순이,그것을아들이알고싫은소리할까봐몰래쟁여두는귀여운센스쟁이,파마싸게해준다는미용실에가려일찍집에나서는정성…..

내리사랑이라고는하지만잠시나마이책을통해우리의엄마들을많이생각해봤다.

아낌없이자신의모든것을주는일인다역의역할을해온말순씨는엄마의상징이요,자신의몸을사리지않는자식에대한사랑을특유의행동과말들을통해우리들에게심금을울리게하는,어쩌면우리자식들은그런엄마란존재에대해나이는먹어가지만그마음한구석엔여전히곱디고운원피스차림의멋을부리던여린감성을지닌한소녀가아직도있음을너무간과해버리고사는것은아니었는지….

이글속에나오는말순씨와아들의생활속에묻어나는이야기를읽고있자니문득오늘은엄마가좋아하시는음식을사들고가야겠단마음을먹는다.

이세상의모든말순씨!

어느유행가가사처럼곁에보고있어도보고싶은…..

그대들을정말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