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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반지…아르노를 기억하며

깡통반지 저자 즈덴카판틀로바 출판사 책이있는마을(2015년09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홀로코스트를경험한사람들의자전적인이야기는전쟁이라는상처속에한힘없는인간이어떻게그참혹한일상을겪어왔는지,그리고이런이야기들은자전적인자신의이야기를풀어냄으로써그어떤효과보다도인간본연의존엄성에대한중요성을상기시키고도남는다는것을여러책을통해익히알고있다.

우리나라만하더라도,가까운할머니나어머니세대들중6.25사변을겪으신분들의이야기나일제시대때살던이야기를들어보더라도악랄하다못해저절로치를떨게되는그상황에대한기억들은인간이망각의힘을지니고있다고는하지만결코영원히그뇌리속에는지워지지않는상처로남아있음을알게된다.

히틀러의광기적이고엽기적인한인간의행동이어떻게유대인이란이유만으로도그런참혹함을당해야했는지에대해역사는기리어새겨야할것이며지금도여러나라에선끝까지전쟁당시범죄자처벌을위해서노력을기울이고있다는점에서좋은본보기가아닐까싶다.

영화나책,그리고실제생존해있는사람들의증언으로이루어진이런바탕은박물관에보전됨으로써후세들이나관광객들에게충격을다가오게한산역사라고생각한다.

1922년생이니올해우리나라나이로도장수에속하는93세의주인공즈덴카판틀로바-

할아버지때부터대대로체코에서터전을삼아살아온유대인여성이다.

전쟁이끝나고50여년만에찾은고향에대한장소,그안에서어울렸던여러사람들에대한추억을상기시키며자신이직접겪은홀로코스트에대한이야기는다른책들에서접해왔던이야기들못지않은충격과인간의끊임없는희망,그리고자신의의지관철속에끈질긴생명력에대한이야기가감동을일으킨다.

전쟁이발발하기전까지모두가하나의같은체코인으로서살아가던사람들이1939년3월15일수요일,체코의유대인가정에서평화롭게살던그녀의가정에광풍이들이친다.

독일의침공으로인해재산몰수는물론이요,외국방송을들었다는죄하나로아버지와의생이별,그이후엄마,오빠,여동생을포함해자신까지테레진이란곳에설치돼있는강제수용소에서살게된다.

한눈에반한아르노와의사랑을안타까워하며가까스로수용소안에서짧은재회를나누지만이내아르노가족이형벌수송선에타게됨으로써이별전야의날을맞이한다.

수송선에갇혀떠나기전,아르노는그녀에게작은깡통반지를끼워준다.

"이건우리약혼반지야.널지켜줄거야.전쟁이끝나고우리가살아있다면내가널찾아갈게."

이한마디로그와다시만날것을기대하며테레진안에서의연극출현이나각기다른고통과위험천만한삶의고난을이어가는즈데카는자신의아버지의말씀과오로지아르노를만나야한다는의지로꿋꿋이버텨나가는과정들이영화에서보는듯한착각을일으킬정도로사실성의묘사가압권이다.

수용소에서다시아무것도모른채아유슈비츠로이송된후엄마와이별하는과정과엄마의죽음,여동생의임신과고난의행군이라고일컬어지는전쟁막바지에이르던시기독일군의지독하고도악랄했던도보를이용한베르겐-벨젠수용소에가기까지의모든상황들은인간이같은동종의인간에게어떻게이렇게까지할수있나하는,근본적인원인은무엇인지에대한의문을다시던지게한다.

우리는익히히틀러가전쟁에서망한날짜를알고있다는사실에서출발하기때문에극에다다른독일군의만행을좀더참아내야돼!라는응원을하면서읽게되지만그당시사람들은일체그어떤정보를접하지못한상황이었기에베르겐-벨젠수용소안에서죽었거나도착당시에이미자신의한계를극복하지못하고스스로삶을마감해야했던같은친구이자동료였던사람들의죽음을대하는저자의생생한이야기는그어떤말조차도허용할수없는숭고함을느끼게해준다.

사랑은모든장애를극복할것이란믿음,수용소에도착한직후밀려드는후각적인냄새가무엇을의미하는지조차도몰랐던사람들의행동이오히려순진해보인다고나할까?정말서글픈생각이안들수가없는장면중의하나다.

나는공기를깊이들이마셨다.그것에서연기냄새가났다.불에그슬린고기냄새같은,좀달착지근하고알싸한냄새가.근처도축장에서소뼈와내장을태우는것이분명하다고,나는생각했다.그외에는다른어떤설명도떠오르지않았다.-p223

인간으로서의최소한의가질존엄조차도용납하지않았던비굴한심정을만드는머리삭발서부터온몸에이르는수색까지,상해가는뼈마디에붙은살점하나라도서로먹겠다고달려드는인간들의행동의묘사들은헤르타뮐러가쓴숨그네그이상의처연함,인간으로서모든것을포기하면서죽음이성큼다가옴을느끼면서도못느끼는감각의상실성,연민,이모든복합적인감정들을다시느껴보게되는책이다.

아르노가자신처럼같은수용소안에살고있을것이란희망,설사못만난다하더라도전쟁이끝나면다시만나게될것이란약속의증표였던깡통반지는그녀자신의삶을오로지지탱하고생의마감의순간이왔던그순간에도굴복하지못하게했던원초적인생명이었다.

긴박한상황에서도끝까지자신의행동하나에대한결단성,영국군의도움을받기까지자신의의지를굳건히했던그녀의삶자체는한편의역사란생각이든다.

전쟁이끝난후의다시도전한새삶에대한의지와아르노를잊지못했단사실,사랑이란이름하에저자가지금까지그를기억하며살아온인생의이야기는실로직접겪은생생한체험이기에더욱아픔이느껴진다.

결단력과용기와행운,그것은삶의중요한필수적요소다.-p305

모든가족들을잃었다는사실을알게된그후에겪었던인생의방향전환은그녀가지금까지살아오면서삶에대한의지가강했기에가능한것이아니었을까를생각해본다.

우리나라의위안부할머니에대한사연도점차고령화됨에따라한두분씩세상을떠나셨다는소식을접할때마다역사의산증인으로서그들의애통한심정과역사속에서보전해야할기억의소산적가치를이번에다시한번이책의저자의이야기를통해느껴본다.

지금도자신의일생에얽힌홀로코스트에대한참상을강연하러다닌다는저자의노고와그의지력,그리고이를보전하려고노력하는사람들에의해서그녀의이야기는결코허투루버려질이야기가아님을깨닫게해주는살아있음을느끼게해주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