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녀의 일기
불투명한옷,또는새하얀옷에하얀에이프런을두르고,볼엔홍조까지깃들인,,,
아마도영화에서나오는19세기를배경으로하는하녀의이미지일것이다.
이미국내에상영된영화의원작으로이번에국내처음으로번역되어나온’하녀의일기’는기존에생각하고있었던주인에게순종하고자신의맡은바일에최선을다하는그런순종적인하녀의모습은결코아니다.
프랑스의한시대를풍미했던’벨에포크시대’의하녀란직업은과연어떤것이었을까?
직업적인것으로따지면야그야말로말그대로집안의일들을하고주인의부름에따라각자가맡은일을하는사람정도이겠지만여기에서나오는하녀셀레스틴은좀다르다.
그녀의성장자체가우울하고불행으로출발했다지만하녀란직업으로써갖게된여러가지부정적인인간들의모습을자신의일기장에적어나가는형식으로그려진책속의내용들은그시대를통찰하고비꼬면서,때로는풍자속에인간이인간에게보내는일종의연민마저불러일으킨다.
여러군데의집에서하녀로서전전한그녀는프랑스노르망디의한시골마을메닐-루아에랑레르부부의집에취직되어찾아오면서시작이되는이소설은하녀로서그녀가겪어왔던여러가지오늘날의면접처럼여겨지는장면들을회상하는씬부터하녀와하인으로서갖게되는주인이자신들을어떻게생각하고다루는지에대한,그러면서도신분의구별과계급적인차별에서오는그시대상을통해서인간들의허상들을제대로꼬집는다.
남편을위시해서모든사람들을자신의손안에서쥐고흔드는마님과그곁에서헤어질것을생각조차못하는남편과의관계는겉으로는격조높은고귀한귀족이고식탁에서예의를갖춘사람들로보이지만민낯의그들은여지없는자신들의모든것을드러내는구질함을보인다.
겉으로드러나는한껏차린드레스치마안에는불결한냄새로가득한여인상의모습,끊임없이추파를던지며자신을유혹하는남자들속에인간의진실된감정을가지게되지못한하녀란직업을통해서성장한셀레스틴의눈에비친사람들의모습을가진자와가지지못한자,하녀로서부리려는술수를이것저것트집삼아월급을깎아내리려는노련한마님들의술수,그리고여기에시대적인배경상국론을분열시킨드레퓌스사건을둘러싼반유대주의와애국주의의광풍까지겹쳐보이면서저자의손에그려진당대의분위기를제대로느껴볼수있는작품이아닐까싶다.
문득’남아있는나날’들의안소니홉킨스가생각났다.
성의구별을떠나직업으로서갖게된하인과하녀의차이점은시대를제외하더라도과연그사람들나름대로의주인을섬기는자세와그하인이나하녀를대하는사람들의품성들이어떤차별성을갖게되는지,결국엔갑.을간의관계는시대가변해도여전히진행되는상황이이어지고있다는생각을가지는것은비약적인생각일까?
서로가서로를믿지못하는상하존속관계,겉으론순종하지만속내는집주인을대하는깔보는심성들이노련한하인일수록어떻게살아남아야하는가에대한인생처세술이라고할까?오히려셀레스틴에게참고하란식의말은당대의분위기를알려준다.
마부인조제프의노련한계획과인생의방향전환에맞춰충격을받은집주인들의당황함을드러내는대목들이통쾌하기도하고,또다른삶을이어가는셀레스틴의인생을통해인간과인간의유대감이상실된듯한당시대의분위기가씁쓸하게느껴지기도하는인간풍자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