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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앳 홈

오드리 표지오드리 앳 홈
루카 도티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8월

 

 

만인의 요정으로 수식되는 배우, 깜찍한 인형 같은 외모와 비쩍 마른 체형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던 배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릴 적에 무앗인지도 모르고 봤던 영화, 알고 보니 그것이 ‘로마의 휴일’이란 제목을 달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사실들을 접하고는 어쩌면 같은 인간인데도 이런 사람이 존재하다 싶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특히 가장 깊이 새겨진 위의 영화 말고도 ‘티파니에서~,의 기타 치는 모습과 함께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영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표현했던 영화 속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때면 아깝게도 생을 일찍 달리 한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큼직한 미소에 피어나는 그녀의 삶,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빈곤국을 다니면서 행한 모습들이 각인되었기에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오드리추억옛날1

시대적인 전쟁의 반발 상황 때문에 배고픔의 원천적인 아픔이 무언인지를 아는 그녀, 때문에 그녀의 삶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비록 자신의 식성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불평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소양분이 되는 계기가 됨을 알게 해 준다.

 

책은 오드리의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드리의 자식으로서는 둘째 아들(첫 번째 남편 사이에 장남을 두었다.)에 해당되는 루카 도티의 기억과 자료수집,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되는 사진들과 레시피 소개를 통해 그녀만이 생각한 인생의 철학과 일과 결혼, 엄마로서의 삶들을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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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귀족 출신의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오드리, 세계전쟁의 여파는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영양부족과 황달, 천식, 부종, 빈혈을 겪게 했고 이는 평생에 걸친 그녀만의 음식 취향을 가지게 한다.

 

흔히 말하는 여배우들의 기본적인 식단이라고 하는 음식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오드리 헵번은 스파게티와 초콜릿에 관한 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한 사람의 보통사람이었다.

 

어릴 적 발레를 했지만 포기하게 됐음에도 여전한 그녀만의 남다른 일찍 일어나는 습성은 헐리우드에서 발견되는 약물 의존에 살다가는 기타 다른 배우들과는 구분되는  철저한 인식의 행동들이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만은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촬영 때문에 다른 장소에 가게 되었어도 스파게티에 대한 것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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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남은 마지막까지 소울 메이트로서 관계를 갖는 로버트 월더스의 관계는 40이 넘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자녀에 대한 양육과 가정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만의 행보가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다.

 

오랜 소원이었던 가정 주부로서의 철칙을 지키면서 스위스에 자리를 잡기까지 그녀만의 감각과 동물에 대한 애정, 이탈리아 음식의 변형과 기타 주위의 절친들만의 모임을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리고자 했던 소박한 여인의 결실이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준다.

 

와인이나 과일,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은 그녀가 겪었던 상황에 맞춰 벌어진 파티들과 모임들의 모습들이 아들의 기억 속에 간직한 추억들을 통해 꺼내어봄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색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겠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문득 오드리의 집에 초대를 받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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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기아에 가까운 배고픔에 대한 잔상이 초콜릿을 준 미군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 이후 초콜릿과 케첩 펜네에 이어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봄으로써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는 사실이 새삼 일찍 영면한 점을 거듭 안타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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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 스타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을 통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은막의 스타로서만이 아닌 진정한 따뜻함을 선사해 주고 간 사람이란 사실이 감동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괴담의 테이프

괴담테프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미쓰다 신조의 현대적인 괴담을 담은 수록집이라서 그런지 옛 일본의 정형화된 표현들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무더운 계절에 읽으면 더욱 등 뒷골이 서늘함을 느끼게 되는 뭔지 모를 실체에 대한 느낌들, 저자가 그리는 불가 사해 한 일들의 나열들을 읽노라니 더욱 깊은 밤에 읽기가 꺼려진다.

총 6개의 이야기들을 수록해 놓은 연작 형태의 출판사 관계자들과 엮인 이야기들을 토대로 저자가 또 새롭게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형식을 취하는데, 현재인지 상상에 그치는 허구에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를 도통 감 못 잡게 하는 흐름은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책의 제목인 괴담의 테이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녹음한 테이프 안에 세 개의 이야기들을 듣고 이야기를 읽게 되는 형식들인데, 마치 죽기 전에 무언가를 본 듯한 장면들과 숨 막힐 듯 다가서는 숨소리들의 장치들은 그것의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상상을 더욱 키워나가기에 끔찍함을 더한다.

 

빈 집을 지키던 밤-  아르바이트로 집을 지키게 된 한 여대생의 상상을 초월한 극 체험에 해당한다고 할까?

도망치면서 곧 자신의 등 뒤에 바짝 다가와 무섭게 잡을 듯하던 존재의 무시 못할 기괴한 현상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산행에 초대를 하고 정작 본인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인솔자로 나선 사람과 나머지 세 사람의 산행을 통해 전혀 예기치 못한 풍경과 비밀에 감춰진 듯한 돌의 존재를 통해 현실적으로는 증명할 길 없는 상상에만 의존하는 사연을 들려준다.

 

시체와 잠들지 마라-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뵈러 오는 주인공이 엄마 옆에 새로 들어온 한 노인의 불가사의한 정체를 듣게 되는 사연을 그린다.

과연 노인이 말하는 그 정체는 무엇일지….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비가 오나 비가 오지 않거나 항상 노란색 우산과 우비를 입고 말없이 바라보는 여자를 보게 됨으로써 그 이후 계속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스쳐 지나가는 것- 항상 같은 시간대에 출근을 하게 되면 마주치면서 오고 가는 익숙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 유나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이야기다.

어느 날 검은 형체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친구까지 연루되어 그 원인과 해결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진행이 숨 막히듯 숨조여오는 상황을 그린 일들을 통해 결국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준다.

 

각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으로 흐르는 ‘물’에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의 기이한 조화와 인간관계의 불합리한 조합을 통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풀 수없는 체험담들을 통해 저자 특유의 신비한 글들이 더욱 체감을 실제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더욱이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시원스럽게 그  해결의 제시 방안이나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활자로 접하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전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들 또한 그런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 저자의 특징을 발휘한 작품이라 두 가지의 결합된 이야기들을 통해 등골의 시원함을 느끼길 원한다면 읽어도 좋을 듯하다.

 

 

                                                                                                                          
                                            

레오나

레오나

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흔한 스릴러의 전형적인 범주를 벗어난 글들을 더욱 원하는 독자들의 성원 때문일까?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읽었을 때의 상상은 틀에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여성 수사관의 독특한 활약을 그린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에서 나오는 경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어나가기는 어려웠던 책이다.

 

아내, 경찰관, 엄마란  세 가지의 역할에 완벽함을 이행하면서 충실하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렵다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치달은 삶을 선택할 만큼 캐릭터의 형성은 충분한 설정 자체에 대한 배경이 약간 부족함을 느낀다.

 

대략 7세 정도의 여아가 온몸에 피범벅인 채 나체로 은행에 들어간다.

곰 인형을 안고 나타난 여아는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고 테이프에 담긴 음성대로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꼼짝 못하고 당한 은행 직원들을 뒤로하고 목적을 달성하며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간다.

 

아이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 지역 일대를 샅샅이 뒤져도 흔적조차 찾을 수없는 상태. 스톡홀름 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과의 레오나 린드베리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책은 레오나 라고 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그녀의 성장을 통해서 극단적인 삶을 대비시켜 그려 나간다.

온라인 포커 게임에 빠져 중독에 허덕이는 여인이자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자랐던 그녀의 삶은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하고자 하나  못하는 사람, 아이에게만은 엄마로서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혼이란 자체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루어나가기 위한 방편이었단 사실들은 도대체 이 여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지향점을 향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이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연이어서 벌어지는 은행사건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비밀을 옥죄어 오는 기자, 정치 스캔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 건 정보 빼내기들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레오나란 인물의 캐릭터는 기존의 일반 상식을 넘어선 경찰 신분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대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범행의 진행 과정이나 수사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자신 스스로가 범죄에 뛰어든 여인, 막판에 또 다른 반전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미완의 해결처럼 보이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 만큼 시리즈물답게 차후에 나올 이야기들은 그녀가 어떻게 이 순간을 헤쳐나갈지, 법대로 제대로 된 형량을 받을 수는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게 만든다.

 

경찰이지만 제복만 벗으면 하나의 평범한 여인인 레오나란 인물의 통제할 수없이 빠져드는 도박 중독 현상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성격을 보이는 캐릭터 창조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든 저자의 글은 북유럽 소설의 또 다른 면을 읽어보게 됨으로써 상상력을 초월한 이야기의 대비를 읽는 즐거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감대 형성에 대한 부족함을 조금만 채워진다면 뛰어난 한 편의 스릴러물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