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루페 / 2018년 9월
책 소개를 통해서 기시감이 들었던 책,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미국의 전 대통령의 사건을 연상케 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개의 성(性)으로 나뉘어 있지만 정작 정말 두 이성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세계는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책은 5명의 여성의 시점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레이첼-
64세의 그녀는 심장의 남편과 이혼한 후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통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전직 학교 교장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겐 딸, 아비바 그로스먼이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치에 뜻을 품은 아비바, 그녀는 플로리다의 선거 특성에 따른 정치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어릴 적 이웃에 살고 있던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이 되어 선거를 도운다.
그런데 딸이 20년 연상의 에런과 불륜이 났다.
딸의 말은 사랑이라는 확신 하에 그를 만난다고 했으나 이미 엄마로서의 입장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인 시선이 어떻게 딸에 돌아올지에 대한 걱정으로 딸을 지키려 한다.
두 번째 제인-
제인 영이 정확한 이름이다.
고향인 플로리다를 떠나 메인 주의 앨리슨 스프링스에서 행사 기획자이자 웨딩 플래너로서 일하는 싱글맘이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조숙한 딸 루비가 있고,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건 부인으로 인해 시장 선거에 출마를 한다.
세 번째 루비-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학생,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는 있지만 당차고 자신만의 생각이 철저한 아이다.
그런 루비가 어느 날 엄마의 선거 출마로 인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후 자신의 아빠를 찾으러 플로리다로 가게 된다.
친구이자 엄마로서 믿었던 사람의 과거를 통해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선거에서만큼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출마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 번째 엠베스-
레빈 의원의 아내이자 변호사다.
아비바 게이트로 인해 한때 정치적 생명에 위험으로 빠질 뻔했던 남편을 용서하고 그의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한편 그런 남편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지만 정작 자신은 유방암으로 인해 생에 대한 마감을 다투고 있다.
다섯 번째 아비바-
책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생각했던 ‘사랑’이란 책임에 대해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며 결코 다시는 아비바란 이름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여대생,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선택’이란 단어를 통해 다루어진다.
자신은 사랑했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불륜녀, 유망한 정치인의 앞날을 망친 여자로 매도한다.
어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의 행동, 이런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교묘히 채웠던 에런 레빈의 관계는 상하 복종,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불장난에 불과함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책망하고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이후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해도 구글로 검색만 해도 나타나는 자신의 존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력서는 무용지물,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로 새로운 제인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룬다.
책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같은 책임 하에 벌인 일을 두고도 세상의 잣대는 오로지 여성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고 그녀의 행동을 매도함으로써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는 듯한 풍토가 여전함을 유머를 적절히 섞음으로써 완급조절을 통해 보인다.
총 5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연결된다.
사건의 결말에 따른 그들의 인생 또한 변한 자와 변하지 않은 자, 그렇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자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인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그의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내 엠베스, 그녀 또한 같은 여성이지만 아비바를 보는 견해는 세상의 잣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녀 또한 아비바 못지않게 불행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제인 영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아비바는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이 그녀에게 보인 싸늘한 시선에 맞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 여성이 아닐까 싶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과는 달리 한국의 책 제목인 비바, 제인은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낸 제목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역할이 점차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같은 일을 두고도 판단을 내리는 대중의 심리와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은 아직도 바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아비바란 여대생의 사건을 통해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남성이 행한 행동에 대한 너그러운(?) 자비심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풀이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루면서 결코 이에 무너지지 않은 아비바, 또 다른 여성인 제인 영에 대한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