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10월 7일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나는매일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제목만 봐서는 윗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부하 직원의 말처럼 들린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노’라고 말하는 대찬 성격을 지닌 신입사원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자기주장이 확실한 친구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 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상사의 지시는 쉽게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영업부에서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23살의 미치코는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에 풀이 죽어있다.

그런 그녀에게 키 173센티미터의 장신의 앗코짱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여상사가 어느 날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미치코가 싸온 도시락을 먹은 후,

 

 

“다음 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물론 사례는 할 거야. 내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아침에 너는 내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는 거야. 나는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쓴 종이를 너한테 줄 테니까. 다른 사원에게는 말하기 없기야.”

 

 

하필 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말은 엄마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느낌의 미치코 도시락이 맛있다는데, 그런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미치코는 그 후 일주일 동안 앗코짱이 건네 준 메모에 따라 점심을 먹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관한 레시피를 보는듯 했다.

요일마다 다른 환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부분들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는 앗코짱이란 인물 설정은 이런 상사가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시락1

면전에서 드러내 놓고 부하직원의 의기소침한 상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의 경험과 직장인으로서 느꼈던 경험을 미치코에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에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다가가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점들이 인상 깊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속마음은 부하직원의 능력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의견 발표를 통해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게 하는 격려의 속마음 깊은 행동들, 두 사람의 관계를 넘어 번외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잠깐 등장하는 앗코짱의 이미지는 읽는 내내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일하는 목적 중에 하나가 삶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원초적인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들어간다면 바로 위의 말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말이 아닐까?

 

정직원도 아닌 파견사원이란 한계, 스스로 싸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 모습의 미치코에서 이제는 앗코짱이란 상사가 스스로 보여준 행동과 말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기하는 의지를 보인 미치코의 모습들이 점심이란 음식의 레시피를 통해 잘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시리즈인 만큼 독특하고도 별난 캐릭터의 앗코짱이란 인물이 실존하다면 상사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시트콤

 

시트콤시트콤 새 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 편 소설상이다.

 

경장 편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이 경과 장편의 중간적인 특징을 아주 절묘하게 그리고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시트콤이란 말은 드라마를 통해서 주로 봤기 때문에 책에서는 제목과 어떻게 연결될까를 궁금했는데 역시나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느껴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진행이 신인작가의 독특한 발상의 글로 인해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의 내용은 주로 전교 1등을 하고 있는 이연아라는 학생과 그 엄마와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부모의 바람이란 대부분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오직 서울대를 가야만이 성공한 케이스처럼 생각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자신의 존재감의 부재와 학업에 지쳐가는 연아의  심정이 부딪치는 장면이 살벌하게 그려진다.

 

엄마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 인식이 들 정도의 모녀간의 대립은  극에 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행태를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엉뚱하게도 얽히고 설키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시트콤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학교 상담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연애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기이한 탁자 밑의 동거, 정말 기막힌 설정이면서도 뜻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친 인간들의 그 순간을 모면하려 애를 쓰는 장면이 첫 장부터 웃음이 빵 터지게 만든다.

 

책의 내용은 과장된 부분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책의 표지그림처럼 원으로 돌고 도는 관계들이 연결고리들을 이루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사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 충돌, 학생 매춘의 현장, 바바리 맨과 더불어 발랄하면서도 책을 통해 오래간만에 빵빵 터지는 장면을 연출한 구성이 재미를 주었다.

 

작가의 글 구성의 형태가 원을 그리듯 돌고 돌아 처음과 끝이 맞아떨어지는 흡입력, 거기에 시트콤의 특성인 장면 장면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특징인 형태인 만큼 책 속에서도 장면에 충실한 웃음을 넣어줌으로써 새로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가볍게 넘겨볼 수 없는 현실성 있는 글들이 시트콤이란 장치를 이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흡입력과 가독력을 높인 점이 기억에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