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10월 28일

토닥토닥, 숲길

토닥숲길표지

토닥토닥, 숲길 –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
박여진 지음, 백홍기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0월

바야흐로 완연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요즘이다.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폐를 깊숙이 찌르면서 느껴지는 짜릿한 느낌의 가을 맛, 각 학교마다 소풍이다 운동회를 열고 있는 이때만큼 여행하기 좋은 계절도 없을 듯하다.

 

번역가인 아내와 기자인 남편인 부부가 경험하고 쌓아온 주말여행코스로 적합한 여행코스를 책으로 펴냈다.

 

누구나 그렇듯이 여행가지 전의 설렘은 그 무엇보다도 흥분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그 전초전의 기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코스로 적합한 장소를 소개한 이 책은 그저 간편한 운동화만 갖추면 된다.

 

각 기분에 따른 코스를 따로 적어놓은 책의 구성은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테마여행으로써도 적합하고 각 지방에 펼쳐져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기분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숲길순서 숲길안내도

 

그렇다고 여행코스만 소개한 것이 아닌 여행을 일상의 삶처럼 느끼면서 할 수 있기까지의 부부들의 이야기, 교통체증을 느끼지 않고 갈 수 있는 법, 각 지역마다 유명한 음식들과 풍경의 소개는 국내 여행지를 여행하고자 계획하는 사람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도산서원

 

걸으면서 소박한 풍경을 통해 마음의 정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책을 집어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저하게 된다면?, 아니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운동화에 의지해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크레이지[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보통의 사람들, 평범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에는 대부분이 말 그대로 평범하다.

 

하지만 최강의 부유층들이란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는 어떤 것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과 다른가 하는 궁금증은  방송의 드라마나 기타 가십거리에 오르내리는 갑질의 행동을 통해 공공연하게  아는 부분들이 있는 만큼 이 책에서는 그런 최상위층인 슈퍼 부자도 아닌 최 극강의 크레이지 리치란 불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로맨틱 소설이다.

 

뉴욕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29세의 뉴요커 레이철 추. 그녀에겐 같은 동료 교수이자 남자 친구인 32세의 싱가포르인  닉이 있다.

 

어렵게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계 미국인인 추의 엄마는 한국의 이민 가정의 모습들과 비숫한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새로운 땅에서의 적응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인다.

 

뜻한 대로 딸이 잘 자라줬고 대학교수까지 됐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이민세대에 속하지만 닉의 경우엔 좀 다르다.

어느 날 싱가포르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한  두 사람은 마침 닉의 친구 콜린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김에 자신의 가족을 레이철에게 소개하는, 서로 쌍방향의 소개를 하기로 한다.

 

그저 가볍게 남자 친구의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분으로 떠난 레이철, 그러나 닉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자신의 배경이다.

 

 

그야말로 타고난 금수저의 집안, 어느 날 뚝 떨어진 갑부가 아닌 조상 대대로의 부유함을 물려받은 집안이요, 이런 집안에서 보이는 온갖 휘황찬란한 모습들과 취향들은 레이철에겐 별세계다.

 

책은 두 남녀 간의 서로 층이 지는 생활의 차이, 부자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자신의 것을 결코 남에게 주지 않고 지키려는 세습적인 생각의 토대 속에 이익과 타산을 계산해 합치고 어울리는 가운데 뒤에서는 서로가 다른 점을 비웃는 행동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눈이 그야말로 상상 속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쇼핑의 패턴과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비행기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여유만만한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에는 상관없이 진실한 사랑만을 택해 평범한(?) 보통의 사람과 결혼하는 커플의 모습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돈’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인다.

 

읽으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대리만족 비슷한 최고의 부자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저자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라 그런지 솔직하면서도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인들, 그것도 부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줄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아시안이되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겉모습은 동양인이지만 사고방식은 서서히 서구식으로 물든 패턴을 가지게 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전통적인 동양 의식을 갖고 있는 부모와의 대립을 통한 견해 차이, 부에 대한 생각 차이들은  이 책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돈’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각기 다른 부자들의 모습, 예컨대, 돈에 과시욕을 부리는 부자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의 부자가 있고, 돈을 통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책,  특히 닉의 엄마 입장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평범한 이민자의 딸이 아들과 연인 관계란 사실에 뒷조사를 하는 것은 어디 가나 똑같은 동양의 정서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레이철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책의 결말은 로맨스 소설이 지향하는 부분들을 보여주지 않음으로 해서 이 책이 다른 책과 구별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로도 개봉이 되고 있는 만큼 책에 그려진 화려함의 극치를 영상에선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원작과 비교해 보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트기 힘든 긴밤

                                                           동트기 힘든 긴밤

쯔진천 | 최정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8.11.16

2013년  3월 2일 토요일 오후, 장(江) 시 지하철 문화광장 역에서 술에 절고 꾀죄죄한 행색의 한 남자가 트렁크를 끌고 지하철 검색대를 지나가려 한다.

 

 

통과 절차상 검색을 거쳐야 함을 거부하는 남자, 트렁크 안에는 나체의 시체가 들어 있었고 이 현장은 주위 사람들의 핸드폰에 의해 퍼지게 된다.

 

 

남자의 이름은 장차오, 전직 법대 교수이자 지금은 변호사다.

죽은 남자는 장양이란 이름을 지닌 그의 제자이자 검찰관 출신이었지만 도박, 성매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교도소에 갔다 온 사람이다.

 

 

둘은 돈 문제로 싸우다 우발적으로 죽였다는데, 장차오는 이 모든 것을 순순히 인정한다.

순리대로 법정에 선 순간 그는 모든 진술이 거짓이고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는데….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며 장차오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교도소행을 감행하면서까지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일까?

 

 

공안당국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수학교수인 옌량을 불러들이게 되고 그는 장차오를 맞대면하면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입으로는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말하기에 앞서 커다란 밑그림을 통해 사건 접근 방식을 하게 만드는 장차오 앞에서 옌량은 장양에 얽힌 관계, 10년 전에 판결이 난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법학과 학생으로서 지방에 자원교사로 지원한 허우구이핑은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 중 한 명이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로 마감한 사건을 통해 지방에 드리운 어두운 면을 보게 된다.

그 진실로 다가서게 된 과정 중에 뜻하지 않게 미성년 여학생 성폭행, 마을 과부를 성폭행했다는 죄목으로 자살로 마감하게 되면서 이 사건은 간단하게 마무리되지만 그의 애인이었던 리징은 결코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동창 장양이 마침 허우구이핑이 근무했던 지역의 감찰관으로 가게 되자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줄 것을 부탁하게 되면서 10년 간의 끈질긴 장양의 수사는 지난한 과정을 보인다.

 

 

책은 장차오가 그간 이 모든 사건의 내막에 감춰졌던 고위급 관계자와 성 상납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취해 한 지역의 거물급 경제인으로 거듭나는 정경유착의 관계, 이들의 관계를 밝혀내길 원치 않았던 그들의 무자비한 살인과 협박들이 스로의 입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아닌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는 방법이란 것으로 현직 수사관과 옌링으로 하여금 진실에 다가서게 하는 과정을 그린다.

 

 

 

 

누구나 자신의 목숨은 하나다.

그런 자신의 목숨을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담보로 10년 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 증거 인멸의 과정과 훼방에 이은 진실의 문은 턱없이 높음을 절감하며 절망과 희망, 원치 않은 삶 속으로 들어가는 장양의 신념과 그런 과정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장차오,  그는 왜  쉽게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된 경위를 말하지 않았을까?

 

 

장차오는 말한다.

“빌딩 앞을 지나는 여행자들 중 그 외관에 흥미를 느낀 사람만이 안으로 들어와서 둘러볼 테니까요.빌딩 외관만 보고 겁에 질린 여행자는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워합니다. 어쩌면 못 본척하고 그래도 도망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빌딩의 내부 구조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방문자만을 기다리며 계속 그대로 보존 되겠지요.”

 

 

자살로 마감한 장양의 사건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다시 회자시키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투쟁이라고해야할까?

 

중국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처음 접한 책으로 처음 대한 이 책에 대한 흡입력은 높다.

쉽게 손에서 놓을 수없을 만큼의 우리들의 지난했던 어떤 시절들을 떠올리게도 되고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비슷한 정서로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모두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사회 초년생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장양의 노력과 그의 곁에서 조력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진실성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막아서는 권력 앞에서 허무함과 절망감, 통렬한 비애감을 독자들로 하여금 모두 느끼게 만든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그리는 진행상황은 독자들은 한눈에 모든 정황을 알면서 읽게 되지만 정작 옌랑과 수사관들은 조각들을 모아서 전체적인 윤곽을 느껴가는 형식이라 진실을 알게 되면서 밝혀지는 과정들은  서로 상반되는 설정이 더욱 재미를 준다.

 

 

여기서 말하는 동트기 힘든 긴밤이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부정부패의 어둠을 그리고 있기에 과연 찬란한 해는 떠오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실은 결코 감추어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닌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결국 진실의 해는 떠오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다음 작품을 통해서 꼭 만나보고 싶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