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실버 원정대 [5] *-

실버대원5명,제1캠프에무사히안착

▲제1캠프로향하는실버대원들.

15일오후3시,베이스캠프(5300m)를출발한지9시간만에제1캠프(6000m)에도착한1조는몸은녹초가된상태지만마음은한층더높은곳에가있었다.이것은역시세계최고봉을오르고자하는열정때문일게다.제1캠프까지이어지는아이스폴은역시대단했다.아이스폴은에베레스트,로체,눕체3개봉이U자형을이룬빙하계곡의입구다.따라서3개거봉에서형성된빙하가밀려나오는출구인셈이고,거대한빙하가좁은골짜기로빠져나오면서깨지고무너지면서수많은빙탑과크레바스를형성하고있는것이다.

과거원정대들은이아이스폴에크레바스와빙탑을우회하거나사다리를설치하면서길을뚫었으나90년대중반부터셰르파로이루어진원정대가루트를뚫고그대가로팀당3000달러씩받고있다.현재크레바스와빙탑약30여개소에사다리가60개정도설치되어있는데,한낮에강열한햇살에빙탑이무너져내리기때문에거의매일보수를해야하고길도수시로바뀌고있다.

“세월을느끼겠네요”

동트기전까지차가운냉기는대원들의열정을꽁꽁얼려버릴것같았다.9시경해가아이스폴에스며들무렵이되자빙탑과얼음눈덩이들은보석처럼반짝이며용기와열정을북돋아주었다

▲아이스폴.어마어마하게커다란빙탑위의설원을걷고있는대원들

“주마걸지말고카라비나를통과시키시라니까요.”
실버팀은2개조로나뉘어15일과16일제1캠프(6000m)로향했다.유학재지원대원의인솔하에김성봉대장,이남진,조광현,이장우대원,이재승의료담당대원,촬영담당셰르파,기자로이루어진1조는15일새벽6시베이스캠프를출발했다.대원들의일거수일투족을살피며1조를인솔하는유학재지원대원의목은출발직후부터쇳소리가났다.

실버대원들은체력에관한한자신이있었으나기술적인면에서는대다수가아마추어수준이다.그런데다매사워낙조심스럽다보니필요이상안전에신경을쓰고그로인해속도가점점늦어지자유학재지원대원은신경이쓰일수밖에없었다.고산에서지나치게오랜시간등반을하면체력이급격히떨어지기때문이다.대원한명한명사회적경륜이나체력등자타가공인할만큼뛰어나기에고집도만만찮았다.

하지만등반은혼자서할수있는행위가아니다보니서로돕고이해하지않고서는한발짝도나아갈수없었다.특히폭이10m가넘는크레바스에걸쳐진사다리를건널때는앞사람이나뒷사람이줄을잡아당겨주어야균형을잃지않고건널수있고,그런협동이이루어지는사이대원들은하나가되어가고있었다.

▲개미굴을연상케하는아이스폴지대.

“아니아직도여기밖에못오면언제제1캠프까지가실려고해요.”
비슷한시간에출발한남서벽원정대의박영석대장은정오경유학재대원을만나자걱정된다는표정을짓는다.그로부터10분쯤지나자이번에는한국도로공사원정대원들이또다시비슷한반응을나타낸다.그러자실버대원들은“역시나이는속일수없구만”하면서가는세월을안타까워하는표정을짓는다.

크레바스를우회하며길이나있다보니갈지자로운행하는구간이많고,작열하는태양아래눈밭을,그것도해발6000m가까운높이의빙하를걷는다는것은제아무리체력이강한이들일지라도인내심테스트나다름없다.노익장들의인내심은역시대단했다.1조김성봉대장과조광현,이장우대원,그리고의료담당대원이지만같은실버세대인이재승박사(63연대의대교수)는막판에수없이이어지는눈언덕을넘고넘어제1캠프에오후3시경무사히안착했다.

삼계탕2봉을터뜨려코펠바닥이드러날때까지맛있게저녁식사를하는것으로보아전원고소증세가없는듯했다.식사후텐트2동에세명씩나누어들어가자실버대원들의텐트는곧조용해진다.9시간의산행이이들을깊은잠으로밀어넣은것이다.

산악계에서바지런하기로소문난유학재지원대원은식사후텐트뒤편으로가서눈보라속에서열심히눈구덩이를파고주변을눈벽돌을빙둘러쌓아화장실을만든다.유학재대원은지금은실버대원들을도와주는위치지만25년이넘는산행경력에미국데날리국립공원내의키차트나스파이어와파키스탄의가셔브룸4봉에신루트를낸바있고,얼마전에는에베레스트와얼마떨어지지않은콩데라는봉도오른바있는베테랑클라이머다.

제2캠프로향해

16일은고소적응을위해제2캠프(6500m)를향해갈수있는만큼가보기로하고새벽6시제1캠프를떠났다.그런데시작부터만만찮다.눈언덕사이의골로뚝떨어졌다다시눈언덕으로올라설때는절벽같은설벽을올려쳐야했고,눈언덕에올라서면갈지자로이어지는눈길에혀가빠질정도였다.춥기는왜그리추운지,손가락이떨어져나갈것처럼손가락이아려왔다.

그래도대원들의인내심은역시대단했다.오전8시30분경크레바스지대를벗어나자실버팀의등반로가이어지는로체서벽까지깨끗이뻗은대설원이펼쳐졌다.여기서1시간반더가면제2캠프다.하지만유학재대원은하산길을생각해이지점에서뒤돌아서기로결정한다.

▲아이스폴

1시간20분만에제1캠프로내려섰지만벌써지친상태다.오늘올라올2조를생각해어지럽힌텐트안을정리하고매트리스와침낭을꺼내말리고그사이‘아점(아침겸점심)’을해먹는다.메뉴는전과동으로삼계탕이다.11시40분,베이스캠프를향해하산이다.대원한명은초반에포기했다는무전이날아온다.1조역시대원1명이초반에코피를흘리고걸음이점점늦어져중도포기했다.

정오를넘어서면서아이스폴은용광로처럼달아올랐다.새벽에베이스캠프를출발해15kg안팎의짐을제2캠프에올려놓고내려오는셰르파들은굼벵이처럼걸어가는대원들을만나면쏜살같이추월해버린다.몇차례그런상황을겪자셰르파들이가까이따라붙으면대원들은아예양보해준다.오후1시경2조와만났다.김종호부단장과천병태지원대원의인솔하에김상홍부대장과이충호대원이깊게파인크레바스위쪽눈밭에앉아쉬고있었다.

제1캠프까지거리로는3분의2지점이지만이쯤이면지친상태이기십상이고,한낮의열기는더욱기승을부리기에힘들수밖에없다.그래도김종호부단장은85년동계시즌에에베레스트8500m지점까지오른데다95년에는고려대원정대를이끌고티베트쪽으로등반해대원1명이정상에올라서게한바있고,천병태지원대원은2004년인하대원정대대장으로서에베레스트정상에올라선바있어실버대원2명을인솔하는데는별문제없으리라생각된다.

▲빙탑이무너지면서형성된크레바스에설치된사다리를건너고있다.

하산길이걱정돼2조와오랜시간자리를함께하지못하고베이스캠프로향한다.크레바스에걸쳐진다리는눈이녹아내리면서불안한상태로변하고,거기에대원들의다리는점점풀려가기에긴장의강도는한층높아질수밖에없다.그런데도어느누구한명힘들다는말을꺼내지않는다.하지만,‘힘들다’는말이나올수있어야한팀이아닌가하는생각도든다.

점점고도가낮아지면서오른쪽사면으로눈이간다.이틀전눈표범(SnowLeopard)한쌍이뛰어다니면서낙석을유발시켜베이스캠프일원의놀라게한적이있기때문이다.그런광경이지금벌어진다면풀린다리에조금이나마힘이들어가지않을까해서하는기대다.베이스캠프가점점가까워온다.그와비례해아이스폴은점점녹아내리고,발밑은질척거린다.그래도캠프로돌아간다는마음에모두들얼굴색이밝아온다.

▲제1캠프로향하는2조와하산중인2조가아이스폴에서기념촬영.

오후3시40분전원무사히베이스캠프로돌아온다.이남진대원과박승언대원이대원들에게다가오더니눈물글썽한표정으로와락껴안는다.단하룻밤떨어져잤을뿐인데수십년만에만난이산가족상봉을보는기분이다.실버원정대원들은척박한히말라야에서하나가되어가고있었다.2조대원들역시1조와비슷한시각에제1캠프에도착했고,이튿날17일은1조에비해30분빨리진행되고있다는무전이전해지고있다.

▲남서벽원정대(대장박영석)의라마제에참석후기념촬영.

▲크레바스에빠진이남진대원이지원대원의도움으로빠져나오고있다

▲크레바스를넘어서기위해서는대원들의도움이절대적이다.

▲실버대원들은너무힘이들자세월을실감했다고털어놓았다

▲아이스폴지대에는당장이라도무너져내릴것만같은빙탑이곳곳에있다.

▲수직빙탑을주마링하는김성봉대장.

▲에베레스트와눕체사이의빙하지대.아직도앞에보이는것같은눈언덕을여럿넘어야제1캠프가나온다.

▲제1캠프.텐트2동에3명씩나누어지낸다.

▲아이스폴.

▲제1캠프와제2캠프사이의설원에서기념촬영.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서(070418)=한필석월간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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