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의 세계’ 이원복교수 *-

만화‘와인의세계’펴낸이원복교수와와인을마시며

1400만권이나팔린베스트셀러만화’먼나라이웃나라’의이원복교수(덕성여대)가‘와인의세계‘라는만화책을냈다.높은자리에올라가면받는다는’와인스트레스’를겨냥한것이다.서점에깔린지얼마안됐는데벌써2만부나팔렸다."집에와인도많을테니와인을함께마시면서와인에대해논해보자"고제안했고,그는선뜻응했다.

사실나는거창하게’논(論)하자’고할처지가못된다.술에관한한청탁불문(淸濁不問)이라와인도마셔왔지만,와인지식은눈곱만큼도없다.이때문에대다수독자들의눈높이와비슷한인터뷰가될것이다.어두워진저녁7시반,서울송파구잠실그의아파트에서는한강변이내려다보였다.그는’기러기중년’이다.

거실에는애완견사진이놓여있었다.8년을함께살았던그애완견이얼마전죽었다.그는"상복까지입고서눈물흘렸다"고말했다.가족은캐나다에있다.탁자에는와인잔들이배열됐고,와인냉장고안에는200병쯤들어있었다.이제마시기만하면된다.그는5만원대의이탈리아산(産)와인부터땄다.

  • ―와인음주이력(履歷)은?

    와인만화책까지낼만한자격인지를먼저물은것이다.
    "1999년미국에객원연구원으로갔을때다.골프를안치니할일이없었다.나는만화를그리고술마시는것밖에모른다.심심하니까이와인도마셔보고저것도마셔보고,궁금한게있으면물어보고,그러다가취미가붙었다."

    ―일본만화책‘신의물방울’이국내에서와인바람을

  • 일으켰는데.

    "그만화책에는와인한잔마시면서감격해눈물흘리고,어린시절이생각난다는식인데,그건뻥이아닐까?물론진짜좋은와인을마시면그럴수도있다고본다.그런데장면마다그러니….만화적상상력은인정한다.재미있는스토리로와인의관심을끌어내는것까지는좋다.

  • 그런데일본사람들은서양권에대한맹목적인숭배에다,서양인도잘모르는서양문화를아는것을몹시자랑스러워한다.그만화책을읽어보면프랑스와인이나서양문화자체가숭배대상이다.문화적콤플렉스같다.나는책쓰려고공부했지만,와인공부로스트레스받을필요가없다고생각한다.마시고즐기면그만이지."

  • 이원복교수가자신의아파트거실에서기자(뒷모습)와마주앉아“오감으로즐기는
  • 술은와인밖에없다”며‘와인예찬론’을펼치고있다./주완중기자
  • ―와인이다른술에비해좋은이유는?

  • "오감(五感)으로즐기는것은와인밖에없다.눈으로색(色)을즐기고,코로향을맡고,(와인잔을쨍하고부딪치며)귀로소리를즐기고,혀로맛보고,목으로넘어가는감촉과무게를즐긴다."

    #일본만화’신의물방울’은상상력은돋보이나과장돼어서양문화를맹목적으로숭배하는경향이농후하다.

    ―와인은어느정도마시나?

    "대부분혼자서마신다.서너시간걸려쉬엄쉬엄한병을."

    ―어떤기준에서와인을고르나?

    "우선가격이맞아야지.그런뒤포도품종을본다.프랑스와인의라벨에는품종표시가안되어있다.그래서프랑스와인을고르는게어렵다.보르도와인은기본적으로블렌딩(포도품종을섞은것)이다."

    ―와인전문가들중에는’중요한것은품종이아니라토양(테루아)이다’고한다.같은밭에서나온포도라도이랑만달라지면와인맛이달라진다는데.

    "프랑스’로마네콩티’라는포도밭의경우예민해서몇발자국만떨어져도와인맛이달라진다는데,그거뻥아닐까.다믿으면안된다.내가와인서적40~50권을읽었는데,와인맛을결정하는것은다다르다.토양이니기술이니….다들자기가맞다고떠든다."

    ―그걸뻥이라고하면,진짜와인마니아들이화낼지모르겠다.

    "그들중에는종종자기자신의지식에갇혀있다.누가고급와인을선사했더니,’배로온거냐비행기로온거냐?’고먼저묻더라는거다.’그것까지잘모르겠다’고하니,’배로오면흔들려서안좋으니비행기로온것만사라’고가르친다.그렇게예민한분은’왕(王)마니아’다.우리서민들이그렇게될필요가뭐가있나."

    ―와인을선택을할때’빈티지'(연도)를보라는충고도받은적이있다.

    "프랑스의보르도는기후변화가아주심한곳이다.어떤해는포도가잘되고,어떤해는잘안된다.당연히맛이달라진다.하지만미국이나칠레,호주등신대륙에서는와인밭의기후가순일하다.연도에따라기복이없어빈티지의의미가별로없다."

    • #와인고르는기준은
      우선가격이내게적당해야그다음엔포도품종을따져

      ―와인의가격대가천차만별인데,실제가격대비맛의차이는?

      "맛이야말로완전히자기취향이다.세계에서가장비싸다는’로마네콩티’를시음한적이있다.내가무식해서인지,이게한병에180만원부터300만~400만원한다는것이실감이안났다.고급와인은일종의명품(名品)개념이다.에르메스핸드백의가격이국산의100배가되지만,품질이100배가되는것은아니다.브랜드나희소성때문에그럴뿐.비싼와인은아무래도검증된것이겠지.다만우리가그만한가격을치를마음의준비가되어있느냐없느냐에달렸다."

      ―그런데맛의차이를어떻게느낄수있나?

      "일부전문가들은와인의즐거움중70%가’코’라고했다.혀맛으로는별로큰차이가안나고.진짜좋은와인에코를대면확연하게다르다.와인잔을계속흔들며마시는이유가그안에고여있던향(香)을올라오게하는것이다.어떤이들은잔을계속흔들필요가없고한번만하면된다고한다.뭐,자기마시고싶은대로마시는거지.내돈내고마시는데흔들든말든."

      ―잔을흔들때’와인의눈물'(와인액이유리잔내부에묻는것)이라는게있다.이걸또대단하게찬양한다.

      "와인의점도(粘度)를알수있는것이다.액이많이묻으면점도가높은것이다.점도가높으면묵직한맛이난다."

  • #디캔팅(유리병에옮기는것)이유는
    원래찌꺼기거르기위한것영국풍습…프랑스선안해

    ―어느정도까지와인의미세한맛을가려낼수있나?

    "블라인딩(blinding:상표를떼고맛을가려내는)테스트에서’이건몇년도어느산(産)’이라고맞히는이는세상에몇명안된다.난포도품종이뭐라는것은대충짐작해낸다.요즘에는잘쓰는포도품종이5종류정도다.최형처럼좀묵직한맛을좋아하면이는’카베르네소비뇽’품종쪽이다."

    ―음식점종업원이좀따라주면서’테스팅’을권할때,와인전문가답게’이건아니야’라고돌려보낸적있나.

    "테스팅을할때제일먼저’코르크’를보여준다.이는와인이변질됐나안됐나를보라는뜻이다.코르크에이상이없으면그와인은정상적인것이다.자기가선택한와인인데,자기가잘못골라서맛이없다고물리면절대안된다."

    ―와인을따기전에눕혀놓으라고하던데.

    "코르크가마를까봐보관은눕혀서한다.하지만마시기전에는두시간쯤병을세워놓으라고옛날와인책에나와있다.찌꺼기가가라앉게.지금은기술이좋아찌꺼기가없으니세워놓을이유도없다."

    ―와인병을따고얼마쯤기다렸다가마시는게좋다고들었다.

    "레드와인은16~18도에서마시는게좋다고한다.옛날지하보관창고가14도인데,유럽의실내온도가18도쯤됐다.그래서실내온도에맞추기위해병을딴뒤두시간쯤기다리라는것인데.그런데요즘은난방이좋아실내온도가20도정도다.여기에맞추면맛이없다.뚜껑따고두시간쯤놔두면’와인이숨을쉰다’고하는데,그것도뻥이다.와인병이공기와접촉하는면적은3㎠인데그시간에공기접촉이되면얼마나되겠나."

    #명품와인이맛도있던가
    에르메스핸드백값국산100배지만품질도100배차는아니지않나

    ―그래서와인을좀마시는이들은공기와의접촉을늘리기위해’디캔팅'(바닥이넓고주둥이가긴유리병으로옮겨담는것)을하는가?

    "디캔팅은영국에서나온풍습이다.그것도많이와전이됐다.디캔팅은공기접촉이원래목적이아니다.와인을배로싣고들여오는동안통속에서출렁거려와인찌꺼기가많이생긴다.찌꺼기를거르기위해디캔팅했다.옛날에는통에담았으니까,어차피따라마셔야했다.프랑스에서는거의디캔팅을안한다.특히고급와인은절대디캔팅을하지말라고한다."

    ―와인마실때안주는안먹나?

    배는안고픈데도,나는’촌놈습관’으로물었던것이다
    "아,안주.까먹었다."그는치즈를들고왔다.

    "나는사실음식과함께와인을마시지않는다.와인맛이아까워서.고기는레드와인,생선은화이트와인이라는것은오해다.근거가없다.굳이맞춘다면그음식의맛에따라강렬하면레드,부드러우면화이트정도다."

    ―레드와인과화이트와인은포도품종의차이인가?

    "화이트와인은적포도나청포도로모두만든다.청포도는껍질째로,적포도는껍질을까고짜면화이트와인이된다.샴페인은화이트와인을발포성으로만든것이다."

    ―통상레드와인은’건강에좋다’고들선전한다.그러면화이트와인은?

    "프랑스남부사람들은술을많이마시고도장수한다.이게’프렌치패러독스(역설)’다.이들이마시는술이레드와인이더라.그래서마치레드와인이건강에좋은것처럼업자들이홍보했다.와인보다더중요한요인은스트레스가없는생활패턴일것이다.즐겁게인생을사니오래살수밖에없다.레드와인이몸에좋다는것은맞을수도있고안맞을수도있지만,난그런거안믿는다.많이마시면분명히안좋다."

    ―얼마전수입산와인에’발암물질’이들어있다고시끄러웠는데.

    "나도읽었는데이해할수가없었다.이산화황(SO₂)은모든와인에다들어간다.왜우리만시끄럽지?한국에들여오는것만특별하게그가스를많이넣었다고?이산화황가스는와인을병에담을때산화(酸化)를막기위해순간적으로집어넣고채운다.병을따면이가스는날아가버린다."

    #어느정도까지미세한맛가려낼수있나
    눈가리고테스트한다면포도품종정도는맞힐수있어

    ―요즘에는코르크마개를안쓰는와인도많다.

    "호주미국뉴질랜드에서는대부분소주처럼돌려따는스크루캡이다.장기보관을하는와인이아니기때문이다.그럴경우플라스틱마개로도충분하다.코르크를쓰는이유는20~30년장기보관을위해서다.갈라지지않으면서미세하게공기와접촉케하기위해코르크를쓴다.그런과정에서오묘하게맛이변한다고한다.오래된와인이좋다는것이그때문이다.진짜좋은와인들은30년에한번씩코르크마개도갈아준다."

    ―내가2003년산와인을20년쯤보관해두면고급와인이되나?

    "와인에따라20년뒤에는식초가되어있는것도있고더좋아지는것도있다.경매에서1876년산을1억5000만원에사는것은마시려는것이아니다.역사성과희소가치때문이다.오크통(바리크)에서숙성기간은보통2년이다.그뒤병에담아숙성시킨다.병에서의숙성은보통1년이다.

  • 오래된와인이란이병에서오래보관된것을말한다.일반적으로고급와인들은20년,50년,60년까지도보관이가능하다.유럽의와인가이드북에는와인을몇년지나마시면맛있다는정보들이나온다."

    이날자리에는인턴기자4명도참석했다.그래서레드와인5병과화이트와인1병을빠른속도로비워댔다.마지막에는습관대로폭탄주를몇잔돌렸다.다음날숙취로고생했다.

    ◆이원복(62)은

    경기중·고를나왔는데,당시같이다녔던친구들중에는고(故)조영래변호사,손학규통합신당대표,김근태전대표,서상목전한나라당의원,김태동전청와대경제수석등’유명인’이많다.정운찬전서울대총장은1년후배다.

    "조영래는고등학교때부터데모를주동하고다녔는데,3학년2학기에는전교1등을했다.손학규는시원시원한성격에데모도했고공부도잘했다.김근태는친구가없고음지식물같았다."

    ―본인은?

    "난고등학교때부터만화아르바이트하느라공부를할시간이없었다."1970년대그린’시관이와병호의모험’은지금대부분중년세대들에게는안잊혀지는’기억’으로남아있다.그는서울대공대건축학과를다니다,독일뮌스터대학의디자인학부로유학했다.졸업때총장상을받았다.

    "7남매이고,5형제중막내다.집안형들이모두교수였다.1984년독일에서잠시귀국했는데,형들이’너그러다가국제고아된다’며덕성여대에원서를냈다.대학이사장을만났을때’고등학교성적이어땠나?’고묻기에,’중하(中下)입니다’라고답변했다.그러자즉석에서채용됐다.

  • 알고보니이사장이고등학교선배였고그분은낙제한적이있었다는것이다."그는1987년’먼나라이웃나라’에서교양만화라는새로운장르를개척했다는평가를받고있다.그는"후배만화가들이워낙실력이좋아도저히내가만화로는경쟁이안될것같아’교양’무기를동원한것"이라고겸사했다.

    손학규·김근태와경기고동창
    ‘먼나라이웃나라’1400만부팔려

    ―’먼나라이웃나라’는1400만부팔렸다.거의모든가정마다있다고보면될것같다.인세수입이엄청나겠다.

    "그런이야기를많이듣는다.그렇다면지금쯤호화주택에살아야한다.처음에만화책이나왔을때정가가2000원이었다.만화라고깔봐인세도5%였다.그러면책한권팔리면인세가100원,만권팔려야100만원이었다.그때독일가는항공료가100만원이었다.나갈때마다홀랑홀랑다까먹고그랬다.요즘은인세가10%에다가책정가도비싸지만."

    ―책을쓸때자료를어떻게수집하나?

    "가는데마다책방뒤지고사람과만나이야기한다.현지사람들과술집에서이야기를나누다보면책에없는것들을얻는다.과거에는외지(外誌)를사보는데만매달몇백만원씩들었다.인터넷으로좋은세상만났다.요즘은금방검색이되고훨씬편해졌다.나는불어·독어판까지검색한다."

  • 이원복교수의와인이야기./대담:주완중기자

    -글/주완중기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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