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매력에 푹 빠진 작가 박범신 *-

히말라야매력에푹빠진작가박범신

박범신씨(62)는히말라야의사나이다.2007년8월부터그가인터넷포털사이트네이브에연재하고있는소설’촐라체’는해발6440m히말라야고봉에서조난당했다가기적적으로생환한산악인에대한이야기다.’촐라체’와동시에한스포츠신문에연재중인소설’엔돌핀프로젝트’역시히말라야산을소재로삼고있다.90년대초처음히말라야에오랐다가설산의매력에빠져10여년째히말라야에중독돼살고있다는그를만나러교수연구실을찾았을때사방벽에는눈덮인산봉우리사진이여러장붙어있었다.

"지난10년사이에안나푸르나,에베레스트같은히말라야고봉을8~9회오른것같습니다.소설을연재하기시작한지난해에는2월에가서한달있다가돌아와10월말에또한번올랐죠"예순을넘긴작가가히말라야를올랐다는사실에놀라는이들이많은데,그는"내가하는것은히말라야정복이아니라트레킹"이라고설명했다."월래히말라야사람들에겐산을정복한다는개념이없습니다.꼭대기에올라야산에오른것이라고생각하지도않고요.산에겸손하게의지하면서산의품에서살아가는사람들이니까요.히말라야트레킹도그렇습니다.일정한목표는있지만몇미터까지올라가느냐를따지기보다는산에의지해산의품속으로걸어들어가는데주언점을두는여행이에요"

"히말라야는현대인이잃어버린신성(神性)간직한사원같은곳이다"

그는젊을때부터산을좋아했다고한다.문학을막시작한60년대후반,전북무주에서초등학교선생으로일하던그는"피뜨거운스물한살젊은이가어디기운쓸데도없고해서"매주일요일마다적성산,덕유산에올랐다고한다.지금기운이스무살그시절과같을리없지만오랜경험을통해단련된몸은웬만한젊은이들을거뜬히이길만큼강인하다고한다."히말라야트레킹은근육의힘으로하는게아니거든요.처음한사흘은이두박근,삼두박근이장대한젊은이들이제앞에서서가지만며칠지나면오히려저보다뒤떨어져요.인내심,자연과더불어일체가되려는마음이저만못해서그런거죠(웃음)"

그는"내겐늘일상에없는무엇인가를건절히그리워하는마음이있는데,그그리움이나를산으로이끄는힘인것같다"고털어놓았다.박씨는글을쓰기위해지난2005년명지대문예창작과교수직을잠시물러나한동안’삼식이(집에서하루세끼를다먹는남편)’또는’장로(장기간노는사람)’로생활한적이있느느데,그때그는히말라야에두달가량머무르며혼자수천길로미터를걸었다고한다.아무계획도없이히말라야이곳저곳을떠돌며그는얻은건"산은거대한사원과같다"는깨달음이다.박씨는그곳에서"온전히자유로워진상태로인간의본성을향해걸어들어가는여행"을할수있었다고한다.

"인간은신성(神性)을품고살아야삶의유한성에서오는고통을극복할수있어요.그런데현대인들은근대화과정에서신에게가는길을잃어버렸잖아요.우리의삶을둘러싸고있는갖가지문명의이기들과촘촘한관계의그물망을벗고히말라야에가면잃어버린신성을다시찾을것같은느낌이듭니다.그래서산이거대한사원같다는거죠."평소술을좋아하는편이지만주량은세지않다는그는히말라야에서마시는원주민의술이야기도들려주었다."히말라야트레킹을하다보면내내빈약한식사와침낭잠으로체력이많이떨어져요.그런상태에서원주민술을한잔마시면고산증상이더해지면서무념무상의상태가됩니다.보통사람이여러해면벽훈련을해야비로소도달할수있는경지에이른다.”

"히말라야에서는일주일만있으면절로이를수있는거죠.그상태에서결코올라갈수없는설산이사방에둘러쳐져있는길을걷다보면저설산은영원하고초월적인세계이고,내가걷는이곳은모든것이부족하고불완전한현실같다고느끼게됩니다."불멸의꼭대기에사다리를놓고올라가고싶은데,그런사다리는없다는걸깨닫는것은때로눈물이쏟아질만큼아픈경험이라고한다.영원하고초월적인것에대한열망,그러나결코그곳에닿을수없다는슬픔은그의문학을평생이끌어온화두이기도하다.

"제가그리워하는것은우리가살고있는이저잣거리서결코얻을수없는것들이조.상처없는사랑이라든가세상에영향받지않는자유라든가…,그런것들에대한열망이삶속에서잦아들지않고더커진다는것이가끔은쓸쓸하고서글퍼요."그는무척이나슬픈어조로’사랑’과’그리움,그리고’사랑에대한그리움으로가득찬젊음’에대해이야기했다.이토록그를몰아붙이는그리움이없다면마음의평화를얻을수는있겠지만결코소설을쓰지못할것이라고도했다.

"사랑에대한열망은늘제마음속에있어서마치거대한낙지한마리를키우고있는것같이느껴질때가있죠.잠시라도방심하면그것이생살을찢고나올것같아요."그래서그는존재하지않는것을찾아히말라야로떠났다가다시삶의구심력을따라집으로돌아오는"유랑과회기의반복으로굴러가는사이클"을반복하고있다고한다.이것이바로자신의삶임을깨달을때면때로죽고싶을만큼우울해지는데,그우울함을극복할수있는길이소설쓰기뿐이라서평생소설을쓸것이라고한다.

‘자유’를말하면서도목소리에슬픔이어려있고,’사랑’을말할때조차쓸쓸해하는작가와인터뷰를마칠즈음그는선물이라며책한권을건넸다.그가지난11월결혼한외동딸아름씨(32)와함께펴낸산문집’맘먹은대로살아요’다.그의글과아름씨의그림이함께들어있는이책속에서박씨는"내용보다,이책의제목하나를아름다운꽃바구니삼아시집가는아름이에게선물하고싶다.아름이에게,세상의모든젊은딸들에게말하고싶은한마디는바로이것이다.멈먹은대로살아라."라고말한다.

"딸아이의귀가가늦을때면’여자친구(그는아내를이렇게부른다)’와텔레비전을보면서도자꾸만현관께로눈이가곤했어요.그아이가이제결혼해다른집으로돌아갈것을생각하면쓸쓸하죠.하지만인간은시간과함께살아가잖아요.시간이지나면누군가떠나게마련이고요.그래서요즈음제가가장많이생각하는주제는시간성입니다."

-기획:송화선기자./글:오진영,자유기고가-

-사진:조영철기자./여성동아2008,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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