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나의 집 *-

즐거운나의집

<즐거운나의집>은세상의모든엄마와딸,아들,그리고아빠가만나고헤어지기도하며모든가족이겪는행복과불행,웃음과눈물,생과사가담겨있다.읽는내내"우리집도이런데……"하고중얼거리며미소짓게하는이소설은,불완전해보이는가족때문에마음의지독한몸살을앓으며사춘기를넘어야했던위녕의목소리로시작된다.십대의마지막을엄마와함께보내면서,그토록간절했던진정한이해와사랑을통해자신의소중함을되찾아가면서삶의주체로당당하게성장하는위녕의이야기는상처와고통의치유가어떻게가능한지보여주고있다.

그리고이작품을읽어가노라면가족과사랑이라는이름으로우리들에게새겨진상처를치유하는경험을하게될것이며,작가가선물한금빛열쇠를하나씩손에쥐게될것이다.그리하여자신만의세상을열어갈큰위로와격려를얻게될것이다.자칫심각해기기쉬운"새로운시대에필요한새로운가족의의미"를주인공위녕을통해십대소녀특유의,당돌하면서도유쾌한필체로그려낸공지영의이작품은우리가슴에오래도록지워지지않는파문을일으킬것이다.

시대와의공감,긴장과대결

공지영의문학이시대와공감하는방식은‘상처를응시’하고‘그것과대결’하는것이기도했다.그‘치열한긴장’이작가스스로문학에서가장중요하다여기는명징한‘캐릭터’를탄생시키고치밀한서사의‘상황’을낳았다.동시대의한국소설이미학과문체의아름다움을추구하면서대중과멀어지는동안,공지영은생생한시대와의공감을바탕으로한흡인력있는서사를구축하여대중과성공적으로교감하였던것이다.그러한문학적오디세이는이번에출간한소설<즐거운나의집>에서새로운가능성을선보이고있다.바로‘긴장과대결에서여유와화해’로나아간것이다.

공지영이<즐거운나의집>을집필하게된동기를이렇게말했다.누군가내게‘새로운의미의가족’에대해나와내아이들의이야기를수필로써달라고요청하신것이시작이었다.싱글맘으로성(姓)씨가다른세아이를키우면서스스로에대한주눅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던내게그것은신선한충격이기도했다.“왜요?”라고물으니그분은대답하셨다.“새로운시대에새로운가족의의미도필요한것이니까요.”(작가의말(342쪽)중에서)성공한작가공지영에게자신의개인사는결코내세울만한이력이라할수없다.

그래서작가스스로‘주눅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이별나보이는가족이야기의주인공이베스트셀러작가공지영이아니라면?“한해이혼하는부부는12만~16만쌍.이혼자10쌍중6쌍은아이가있는가정,이혼가정아이들은2006년에도12만명이상”이라는통계는오늘날한국사회의가족의현실을보여준다.여기에“2005년도한해결혼한재혼부부(남녀중한쪽또는양쪽이재혼인경우)만해도7만9600건”이라는통계청의자료는작가공지영의가정만이유독특별한게아니라는사실을반증한다.

그런의미에서공지영의붓이자신의가족사를더듬어가족해체시대의가족의의미를그리고있는것은의미심장하다.작가자신이연재를시작하며했던한인터뷰에서“어떤작가가당대에각광받는건작가의은밀한운명이시대의운명과맞닿아있기때문”이라고했던토마스만을인용하며,“내가겪은개인적상처도시대와맞닿은부분이있다고생각”한다고밝힌것은이소설이자신의사생활을소설화하는것이아니라,작가가고집스럽게견지해왔던“시대와의공감”의새로운시도로읽어야할것이다.

신작<즐거운나의집>은열여덟살주인공위녕이,고삼이되기전십대의마지막을자신을낳아준엄마와함께보내겠다며여름방학을이용해아버지와새엄마의집에서떠나B시로거처를옮기면서시작된다.그리고새로자리잡은엄마의집에서여섯번의계절이변하는동안위녕은새로운가족(외가식구들과형제)을발견하기도하고,사랑하는존재(고양이코코)와동생둥빈아빠의죽음을맞기도한다.또한엄마의새남자친구를만나고또래친구를통해평범한(?)가족이라는환상을깨기도한다.

무엇보다위녕스스로자신의상처를돌아보고치유하며엄마의부재로인해혼란스러웠던자신의정체성과함께가족의의미를되찾는이야기다.그렇다면신작<즐거운나의집>에서작가공지영이그리는가족의모습은어떠한가?당연한이야기겠지만,<즐거운나의집>에서그려지는가족의모습은생소하다.전형적인가정의이미지와는달리이‘즐거운나의집’은아버지가부재하기때문이다.하지만2006년통계청자료에의하면이혼자녀의74.3%는어머니와함께산다.그런면에서지극히정상(?)적이다.

또한‘즐거운나의집’의가장인어머니는늘자신의노동(글쓰기)으로막내까지대학에보낼수있을지걱정한다.이또한우리의통념과는다르지만어머니와사는이혼자녀의85%가아버지에게서양육비를지원받지못하고있는현실(2006년여성가족부)을감안하면사실에가깝다.하지만이작품에서무엇보다사실적인대목은이혼가정과이혼자녀의현실과그들을바라보는사회의편협하고왜곡된시선이다.

나는새엄마를좋아했었다.엄마라고불리는사람을가진다는것이좋았는지도모른다….그녀는결혼전부터우리집에드나들며내피아노도봐주고함께놀이공원에도가주었다.아빠랑할머니랑이렇게셋이놀이공원에갔을때와는다르게아무도우리를이상한눈으로바라보지않았다.우리는완벽한가족이었다.사람들은알까?눈총이라는단어에왜‘총’이라는글자가들어가는지를.(본문(6~7쪽)중에서)

이러한편협하고왜곡된통념에기대어지레짐작으로위녕을바라보는서글프고도어이없는현실에대해작가는위녕의입을빌려“다른애들이부러워요.날마다집에서형제들을바라보면서아아,나는저아이와성이같아!그래서너무행복해!어떻게하면좋지,이행복을!하고……생각할거아니에요.”(본문28쪽)라고반항한다.다름을인정하지못하는사회에대한작가의뼈아픈일침이아닐수없다.그런점에서연재에즈음하여한인터뷰에서밝힌작가의바람은인상적이다.

“맞아요.자신과다른사람을포용할줄아는사회가절실할때가됐어요.지금농촌총각들이동남아시아여자들이랑결혼해서아이낳고살잖아요.이애들이컸을때를생각해보세요.우리의인식이바뀌지않으면이애들이또다른사회문제를낳을지도몰라요.”(2007년중앙일보대담기사에서)이작품에서작가가드러내고자했던것은자신의상처와싸우기도벅찬이혼가정의가족들이사회적편견과의힘든싸움을동시에벌이고있는사실일것이다.

하지만그는그치열한싸움을외면하지않고대면하지만,오래상처받은사람만이가질수있는,평범한것같으면서도특별한해법인‘이해’와‘사랑’으로작품속인물들이치유받고성장하는과정을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특별하다.우리가족이남들의기준으로보면뒤틀리고부서진것이라해도,설사우리가성이모두다르다해도,설사우리가어쩌면피마저다다르다해도,우리가현재서로다이해하지못하고있다해도사랑이있으면우리는가족이니까,그리고가족이라는이름에가장어울리는명사는바로‘사랑’이니까.(작가의말(343쪽)중에서)

새로운시대의가족의의미

…/혹시,아무생각도없는거,그게좋은가정이라는게아닐까,그냥밥먹고,자고,가끔외식하고가끔같이텔레비보고,가끔싸우고,더러지긋지긋해하다가또화해하고,그런거…..누가그러더라구,집은산악인으로말하자면베이스캠프라고말이야.튼튼하게잘있어야하지만,그게목적일수도없고,또그렇다고그게흔들거리면산정상에올라갈수도없고,날씨가나쁘면도로내려와서잠시피해있다가다시떠나는곳,그게집이라고.하지만목적그자체는아니라고,그러나그목적을위해서결코튼튼하지않으면안되는곳이라고.삶은충분히비바람치니까,그럴때돌아와쉴만큼은튼튼해야한다고….(본문(269~270쪽)중에서)

가족의구성이야어쨌거나,가족에대한사회적통념이어떻거나중요한것은“충분히비바람치는”삶의전장에서“돌아와쉴만큼튼튼”하고서로에대한이해와진실한사랑이전제된그런‘가족’인것이다.이것이바로작가공지영이자신의특별한가족사를되새겨얻은평범한가족의모습인지도모른다.작가공지영은자신의작품목록에또하나의장편소설을올리면서새로운지평을열고있다.치열하다못해처절한주인공들의눈물없이볼수없는소설의대가였던그가눈물의카타르시스를넘어웃음의고지에올랐기때문이다.

“울리는건자신있는데”라고작가스스로밝힌것처럼과거공지영소설은손수건없이읽을수없었던것이사실이다.하지만신작<즐거운나의집>은상처로인한슬픔에그저머물지않는다.그것은“고난이올때정말필요한것은용기이기도하고인내이기도하고희망이기도하지만그보다가장중요한건유머”(본문101쪽)라고한대목에서볼수있듯이이작품속의웃음은작가스스로가터득한삶의지혜인지도모른다.그래서이심각하고슬픔에가득차야만할것같은가족의이야기가마치시트콤처럼전개되고있다.

“너한테아직말하지못한게있어.미안해,엄마…..이혼했어.”
담담한말투였는데엄마는말끝에주르르눈물을흘렸다.이럴때어떻게대답해야할지몰라서나는들고있던가방을가슴에꼭안았다.“…..근데왜나한테미안해?”
엄마는눈물을흘릴때면늘그렇듯이휴지를찾아서코를풍풍풀다말고놀란눈으로나를바라보았다.(본문(14쪽)중에서)

“아니왜남의먹을걸가지고지네들이시비야시비긴…….누가지네들주기나한대?”하면서투덜댔던것이다.사박오일의짧은일정으로온사람치고엄마의가방은엄청나게컸다.뚱뚱한가방을택시에싣느라고땀이뻘뻘나서엄마와나는어색할겨를도없었다.
“너만나면눈물이나와서어떻게하나걱정했는데통관직원들하고실랑이하다가눈물도쏙들어가버렸어.”엄마는투덜거렸다.그날밤,아빠가특별히허락해주어서엄마와함께묵게된모텔에서엄마의이민가방은열렸다.그안에는쥐포와말린문어,오징어와김,그리고한과와라면들이쏟아져나왔다.통관직원들이보따리장수로오해할만했다.엄마가갈아입은잠옷에서는쥐포의고릿한냄새가났다.(본문(43~44쪽)중에서)

작품전편에서만나게되는이러한웃음은단순한유머가아니라삶이준온갖상처를이겨낸자에게만허락되는건강한낙관주의이다.이러한낙관주의는웃음에머물지않는다.짐짓알려지기를꺼릴만한자신의가족사를전면에드러내겠다는발상자체가그러하며,심각한상황이희화된장면이그러하다.특히독자들이자연스럽게떠올릴유명작가인‘엄마’캐릭터가그러하다.연재전에했던한대담에서“엄마를못그리겠어요.결국엔저자신이잖아요.잘못하면밥맛없는캐릭터가될수도있고,제자신을너무깎아내리는건솔직히괴롭고…….”라고밝혔듯이쉬운일이아니었을것이나,작가는일견푼수같아보이나충분히성숙해삶의지혜를얻은‘엄마’를형상화하는데성공한것으로보인다.

그리고그과정에서지식인으로서의진보적모습과엄마로서의속물적모습사이에서흔들리고있는모습까지도가감없이드러내고있다.이러한솔직함은문학적성취이전에성숙한인간으로서의공지영을보여주는것으로읽힌다.그리고그건강한낙관주의는작품의중간중간에밑줄긋고싶은잠언들에서빛을발한다.이밖에도작품전편에서끝없이만나게되는이러한잠언은어두운막장에서금강석을캐는것처럼우리의어두운현실의삶에서빛을발견하게하며,독자들에게도그건강한낙관주의를빠르게전염시키기에충분하다.

가족을소재한가족의새로운의미를찾고자쓴소설이지만언뜻가족이라는소재가주는한계로인해그저가족소설의범주에한정될듯보이나,읽는이에따라다양한스펙트럼을보이고있다.그것은연재가끝날무렵소설을게재했던중앙일보에서시도한독후감공모에모두286통의이메일독후감이접수되었다.그가운데는작가처럼이혼을했거나이혼한가정에서자란독자들이수십통이었고,나머지는대부분평범한독자들의사연이었다고한다.이러한사연가운데는작품에드러난상황에공감하는것도있었으나,“가족이란말속엔가족마다의아픔이,남모를눈물이담겨”있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는것이대부분이었다고한다.결론적으로세상에평범한가족은없다는그야말로평범한진리를확인할수있었다.

하지만고삼수험생으로서이소설의주인공인위녕에서보내는편지형식의독후감도눈에띄었다.“위녕!우리엄마도내가수능을보는동안친구라도만나서낮술을즐길수있게자유로워졌으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어….네얘기를들을때마다어린나도네가성장하고있다는걸느낄수있었어.나도네얘기를들으면서조금더자란것같아고마워.남은10대,우리더크자!그래도미모는챙겨야한다.”는이독후감은이작품이청소년들에게는성장소설로읽혔다는것을보여준다.

또한“둥빈이외할아버지의말씀처럼,돌아가시는것도생의일부라고느끼며가실수있게되기를기도한다.”는아버지의간병으로여름휴가를다보낸딸에이르면,이책이단순히가족소설이거나성장소설의울타리를넘어삶의과정에서받는상처와그치유를통해삶을성찰하는소설로도읽힌다는걸알수있다.읽기에따라카멜레온처럼다양한색깔로독자들의가슴에독특한무늬를아로새길소설이라는점에서공지영문학의힘을확인하게한다.

공지영푸로필
1988년《창작과비평》가을호에단편〈동트는새벽〉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그리고,그들의아름다운시작》《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고등어》《착한여자》《봉순이언니》《우리들의행복한시간》이있고,소설집《인간에대한예의》《존재는눈물을흘린다》《별들의들판》,산문집《상처없는영혼》《공지영의수도원기행》《빗방울처럼나는혼자였다》등이있다.21세기문학상과한국소설문학상,오영수문학상,앰네스티언론상특별상,제10회가톨릭문학상을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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