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벽의 구도자’ ‘보이테크 쿠르티카’ *-

‘설벽의구도자”보이테크쿠르티카’

히말라야14봉을줄줄이외우고있는사람들에게도가셔브룸4봉은여전히낯선존재다.그것이험난하지않다거나아름답지않아서가아니다.가셔브룸4봉의해발고도가8,000m에서꼭75m모자란7,925m이기때문이다.덕분에몇개의산정상에올랐느냐를내세우기좋아하는사람들에게이산은관심권밖에있다.

하지만진정한히말라야등반가들은누구나이산에대하여선망과외경을가슴속에품어왔다.오랜세월동안그들이꼽아온‘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어려운벽’은바로가셔브룸4봉의서벽이었던까닭이다.1985년이산의서벽에는두명의산악인이붙어사투를벌이고있었다.

폴란드의보이테크쿠르티카와호주의로버트샤우어다.멀리떨어져서바라볼때는그토록아름다웠던서벽도바투붙어서싸움을벌이자니끔찍한진실들을드러냈다.바위는형편없는푸석바위이거나얕은얼음이끼어있었고,얼음벽은너무빤질거려하켄하나때려박기도힘겨웠으며,설벽의눈은너무깊어거의굴을파다시피뚫고들어가야만했던것이다.

그렇게지속되는수직빙설벽의순수고도차만무려2,500m.당초5일을예상하고꾸렸던식량은이미바닥난지오래다.간단히말해죽음이코앞으로들이닥친셈이다.하지만그들은계속올랐다.용감했기때문이아니라오직살아남기위해서였다.마침내서벽을통과한그들의눈앞에정상이빤히보였다.

지옥을통과해낸자들에게그곳에마저오르는일이어려웠을리없다.서벽의끝에서부터정상까지는평탄한설릉이펼쳐져있었을뿐이다.하지만쿠르티카는서벽의끝에서곧장하산을시작했다.그의태도는단호하다.“우리의목표는서벽이었지정상이아니었습니다.”

하산길역시극한상황의연속이었다.일주일가까이아무것도먹지못했고,나흘동안물한모금마시지못했으며,끝없는환각과환청에시달린끝에무려11일만에생환에성공한것이다.세계등반사에길이남을기념비적등반이었지만쿠르티카의평가는단순하다.“아주교훈적인등반이었습니다.”

명백히인간의한계저편에서벌어지는이런식의등반을통하여그가얻는교훈이란도대체무엇일까?쿠르티카는담담하게대답한다.“히말라야의거벽을알파인등반방식으로오를때부딪힐수있는모든위험과함정에대한교훈이죠.”히말라야거벽등반은그자체로버겁다.

하지만엄밀한의미에서그것조차두가지의방식으로나눌수있다.하나는전통적인포위전술로서고정자일을깔고위아래로오르내리며천천히고도를높여가는방식이다.다른하나는알파인등반방식으로서모든장비와식량을지고오직앞으로만전진하는것이다.

그런방식이너무위험하고고통스럽지않느냐고묻는다면쿠르티카가되돌려줄대답이란이미정해져있다.“등반이란고통과인내의예술입니다.”보이테크쿠르티카는1947년폴란드남부의작은마을스크진카에서태어났다.폴란드산악인들의모산(母山)으로꼽히는타트라산맥의북단에해당하는곳이다.

해발2,000m내외의올망졸망한산들로이어진이산맥자락에서훗날세계산악계를호령하게되는위대한산악인들이여럿자라났다는것은참으로흥미로운사실이다.쿠르티카의아버지는폴란드에서널리알려진유명작가였으며어머니는따뜻한성품의전업주부였다고한다.그의첫번째해외원정은1970년에이루어진알프스등반이었다.

이때의등반에서그랑드조라스와드뤼에새로운루트를만든그는이후폴란드산악계를이끌어갈젊은인재로주목받기시작한다.쿠르티카가‘알파인방식으로히말라야에오르겠다’는자신만의스타일을확립하게된데에는두차례에걸친대규모원정대원으로서의경험이큰영향을미쳤다.1974년의폴란드로체남벽원정대와1976년의폴란드K2동릉원정대에서그는소위‘포위전술’의불합리성과비효율성을간파해냈던것이다.

“제가두세명으로이루어진단촐한원정대를꾸리고,알파인방식의속전속결을추구하는이유는,그것이가장‘안전’하기때문입니다.오히려대규모원정대의포위전술이야말로무모하고위험하지요.”이후쿠르티카는당대최고의산악인들도혀를내두를만한놀라운등반들을여럿해냈다.그를세계등반계에널리알린것은1978년의창가방남벽등반과1980년의다울라기리동벽등반이다.

그는이등반에서“스피드야말로최선의안전책”이라고주장하면서거의자일도사용하지않은채속도등반을펼쳤다.1983년에감행한가셔브룸1-2봉연속등반,1984년에감행한브로드피크북봉-중앙봉-주봉종주등반등은그이전까지는상상도하기어려웠던쾌거로꼽힌다.그가이런최첨단스타일의등반을통해서추구하고자하는것은도대체무엇일까?

“길을찾는겁니다.단순한길이아니라동양철학에서이야기하는‘도’(道)와같은어떤것이지요.저는등반에도어떤‘도’가있으리라믿습니다.제등반역정은곧삶의도(道)그것을찾는과정이겠지요.”

▲예지쿠쿠츠카와의우정과이별


"8,000m가안되더라도등반가치높은산무궁무진"동료예지쿠쿠츠카와다른길을가다.

폴란드를대표하는산악인하면흔히예지쿠쿠츠카를떠올린다.라인홀트메스너에이어세계에서두번째로8,000m산14개를모두완등했으니그럴법한현상이다.대중적인지명도측면에서본다면보이테크쿠르티카가예지쿠쿠츠카의그림자속에묻혀버린형국이다.하지만속내를들여다보면또다른진실을발견할수있다.

두사람은거의동년배지만등반경력으로보면쿠르티카가한수위다.실제로한동안쿠쿠츠카는쿠르티카의’지휘’를받으며등반활동을해왔다.이를테면쿠르티카는쿠쿠츠카의’사수’였던셈이다.두사람이함께했던등반중인상적인것은1982년의마칼루서벽등반이다.쿠르티카는서벽등반이실패로끝나자미련을버렸다.하지만쿠쿠츠카는열흘후혼자노멀루트를통해정상에오른다.

두사람의스타일차이가확연하다.1983년가셔브룸1-2봉연속등반과1984년의브로드피크종주등반에서도두사람은최강의파트너였다.하지만여기까지다.이후쿠쿠츠카는라인홀트메스너와의’히말라얀레이스’에적극적으로나선다.쿠르티카는그를만류하지도않았지만함께참여하지도않았다.

"단지8,000m급산이라고하여오르고싶어한다는것은좀이상하지않습니까?그방법이노멀루트로오르건포위전술에의한것이건아무상관도없습니까?"쿠르티카는누구를비난하려하는것이아니다.단지스스로를설득할수없었다고말한다."8,000m가안되더라도등반가치가높은산들은무궁무진합니다.제가찾는’길’은아마그런이름없는산들의어느절벽에있을겁니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21>parent.ContentViewer.parseScript(‘b_1298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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