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인공암벽대회 휩쓴 승부사 ‘린 힐’ *-

세계인공암벽대회휩쓴승부사’린힐’


인내·집중·과학적훈련…셋만들고山을오르다
‘철저한자기통제’의노력형인간…샤왕겅크스새루트개척등업적

린힐은프랑스의카트린느데스티벨과함께1980년대중후반을풍미한세계적인여성클라이머다.그녀는꼼꼼하고과학적인준비로목표를이루고마는집요한성격의소유자다.

린힐이즐겨찾던뉴욕부근의샤왕겅크스에서산악인들이바위를오르고있다.

1986년이탈리아의알코에서개최된국제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가장뜨거운관심이집중된부문은여성부결승전이었다.예나지금이나호들갑떨기를좋아하는언론들은이결승전에‘구대륙과신대륙의격돌’이라는어마어마한타이틀을갖다붙였다.구대륙이란물론유럽을의미하고신대륙이란아메리카를의미한다.

당시유럽을대표하여결승전에오른여성클라이머는프랑스의카트린느데스티벨,그리고미국출신으로아메리카대륙을대표하여결승전에오른여성클라이머는린(45).이둘은거의동년배(린힐이1년늦게태어났다)인데다가,빼어난미모와늘씬한몸매를갖추었고,남성들을압도할만한등반솜씨를지녔다는점에서마치거울의양면과도같은존재였다.

결승전의열기는더할나위없이뜨거웠다.카트린느가홀드를바꾸어잡거나린이체중을옮겨실을때마다관중석에서는탄성과신음이터져나왔다.순수한등반능력만을놓고보자면린이한수위인것같았다.카트린느가수차례의시도끝에포기한구간을린이단한순간의동작만으로돌파해버린것이다.

하지만우승은카트린느에게돌아갔다.린이당시막개정되었던새로운규칙을숙지하지못하여그만실격처리되고말았던것이다.유럽의언론들은환호성을질러대며카트린느를향해카메라플래시를터뜨렸고,린에게는패배의소감을물으며마이크를들이댔다.

결코흥분하지않는성품으로유명한린은빙긋웃으며담담히말했다.“카트린느에게전해줘요,내년에다시만나자고.”

카트린느와린은여러모로대조를이루는캐릭터들이다.카트린느가천부적재능을갖고태어났다면린은지독한노력형이다.카트린느가매스컴앞포즈잡기를능숙하게해낸다면린은오직자기자신에게만집중하는스타일이다.

“관중이나카메라는의식하지않아요.완벽한평정심을유지하면서나의동작하나하나에집중하는것,그것이내가펼치는승부의원칙이죠.”린은자신이해낼수없는동작을발견하면,그동작을철저히해체하고재구성하여,과학적훈련방법을창안해낸후,끝내는기어코그동작을마스터해내는집요한성격으로유명하다.

그런린이카트린느와의승부를단판으로접었을리가만무하다.린은카트린느를찾아프랑스로날아간다.하지만같은해에열린프랑스세계선수권대회에카트린느는출전하지않았다.린은이대회에서보란듯이우승컵을거머쥐었지만카트린느와의대결이생략된우승이란그다지달갑지않았다.

두여성이다시한번정상에서격돌한것은1987년프랑스그르노블세계실내암벽대회였다.이대회에서는카트린느가경계선밖으로발을디뎌실격처리되고린이우승한다.이제겨우1대1인셈이다.이후두여성은전세계의실내암벽대회를번갈아석권한다.보다많은우승컵을끌어안은사람은린힐이다.

하지만1989년이후카트린느는알프스와히말라야로달려가버렸으므로더이상의비교는무의미하다.가장매혹적인라이벌을잃어버린린힐은다소씁쓸한어조로말했다.“이제더이상예전처럼즐거운흥분을맛볼수없게되어서운하네요.”

린힐은1961년미국미시건주디트로이트에서태어났다.

어린시절가족모두가캘리포니아로이주한이후산타모니카대학에입학할때까지그곳에서자라났다.14세때조수아트리에서암벽등반에처음접했고,16세때요세미티로진출했으니소녀시절에이미제앞길을결정해버린셈이다.그녀는체조에서요구되는기술과지식을암벽등반에접목시키는자신만의트레이닝기법을개발하여빠른속도로등반능력을키워나갔다.

요세미티에서만난존롱은그녀의첫사랑이자믿음직한등반파트너였다.린은20세가되기전에존과더불어5.12d급등반을해낼만큼무서운신예로성장했다.그녀가요세미티와캘리포니아를떠난것이존롱과의이별때문이었는지는확실하지않다.“그냥캘리포니아에싫증이났다고해두죠.

뉴욕으로이사를간것은물론그근처에샤왕겅크스가있기때문이에요.”1980년대중후반은린힐의시대였다.그녀는전세계를떠돌며실내암벽대회의우승컵들을수집했고,샤왕겅크스에새로운루트들을개척했으며,여성최초로5.14급클라이머가되었다.

린힐은실내암벽대회를공정하고인기있는스포츠로정착시키는데가장커다란역할을해낸여성클라이머로평가된다.

그녀는한번의결혼과이혼을제외하고는매우절제된삶을살아왔다.2002년에출간된그녀의자서전‘클라임프리:나의수직의삶’은명백히남성중심적인사회에서한사람의여성스포츠맨으로살아남고존경을받는다는것이얼마나치열한노력을필요로하는가를잘보여준다.

“여성이라고주장하는것은문제의해결에별반도움이되지않아요.오직노력하는인간만이살아남는거죠.클라이밍분야라고해서다를건없어요.인내심,집중력,그리고과학적훈련만이승패를가름하죠.”



요세미티엘캡노즈하루만에자유등반"최초의여성아닌최초의인간"

린힐이전세계에서가장뛰어난여성스포츠클라이머라는사실에는재론의여지가없다.하지만그녀가언제나실내에꾸며진인공암장에서만등반을즐기는것은아니다.린힐은‘세계등반사100대사건’에자신의이름을등재한몇안되는여성들중의하나이다.

그녀가세운대기록은미국요세미티엘캐피탄의노즈루트를단하루만에자유등반(확보물에의지하지않은채자신의힘만으로오르는등반방식)으로올랐다는것이다.이는당시까지그어떤남성클라이머도해내지못한놀라운쾌거였다.린힐이노즈를자유등반으로돌파해낸과정을들여다보면그녀의치밀하고꼼꼼한성격이잘드러난다.

그녀는노즈를수차례오르내리며자유등반에필요한동작들을계산해내고그것을완전히마스터할때까지치밀하게반복했다.특정한근육을강화시키고순간적인파워를내기위하여과학적인트레이닝을반복했음은물론이다.이후수차례의시뮬레이션을통하여코스를완전히숙지한다음1994년9월19일밤10시부터본격적인등반을시작했다.

그녀는스티븐셔튼의확보를받으며23시간동안쉬지않고모든피치를앞장서서자유등반(오직그레이트루프피치만인공등반)한끝에마침내이튿날밤9시에엘캡의정상에섰다.놀라운사실은노즈자유등반을마친직후의그녀가조금도지쳐있지않았다는것이다.그녀는별다른부상을입지도않았고체력이소진되지도않았다.

다만예의그차분한표정으로자신을둘러싼매스컴들의카메라플래시세례에빙긋미소지었을뿐이다.멍청한기자가이렇게물었다.“여성최초로엘캡노즈를하루만에자유등반한소감이어떻습니까?”린힐은작지만또렷한목소리로답했다.“최초의여성이아니라최초의인간이지요.”

[심산의산그리고사람]<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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