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블랑 산군 *-

X-Dreams원정대③몽블랑산군

샤모니지역…아르장티에르·투르·몽블랑
알피니즘역사숨쉬는‘산악인의에덴동산’

우리나라산악인들은샤모니에서의등반하면대부분몽블랑에주력하고있다.그러나몽블랑산군에서빼놓을수없는곳이바로아르장티에르지역이다.샤모니에서버스로약20여분거리에위치한아르장티에르산군은아르장티에르마을에서그랑몽테(GrandsMontets·3295m)까지케이블카를이용해약2시간정도빙하지대를내려가면등반기점인아르장티에르산장(Ref.d’Argentiere·2771m)에도착할수있다.

알프스황금기에선구자들이초등을위해치열한경쟁을벌였던에귀드아르장티에르(AiguilleduArgentiere·3902m),에귀베르트북벽(AiguilleduVerte·4122m),레드로와트북벽(LesDroites·4000m),레쿠르트(LesCourtes·3856m),에귀드샤도넹(AiguilleduChardonnet·3824m)등의무대에서알피니즘의역사를느낄수있다고말하는것은이곳이‘알피니스트의파라다이스’,‘클라이머들의에덴동산’이라불리는것이당연하다고공감하기때문이다.

루트선택이힘든아르장티에르산군

아르장티에르산군은이곳을찾은등반가들로하여금오르고싶은유혹에빠져들게한다.에귀드아르장티에르는1864년7월15일영국의에드워드윔퍼일행과가이드미셀크로즈등5명에의해서면플랭크와북서릉으로초등된곳이다.

연이은날씨의악화로샤모니숙소에서대기하고있다가일기가좋아진다는기상예보에서둘러간단한장비만을가지고나섰다.아르장티에르행버스에탑승후아르장티에르스키장입구에서하차한다음그랑몽테로오르는케이블카에탑승했다.필자와김흥준·조창권선배등소수인원으로등반을하자니모든것이신속하다.케이블카중간역인로그농역에서케이블카를갈아타고그랑몽테역에내리니프티베르트가바로눈앞에서위용을자랑하고있다.

거의마지막케이블카를탑승한늦은시간이라몇몇팀만이등반준비를하고있었다.크램폰을신고아르장티에르빙하로내려가기위해장비를착용하니어느덧4시정도가되었다.이내일행은안자일렌을하고가파른설원지대를내려가기시작했다.초입부터눈이허벅지까지빠지더니어느덧단단하게크러스트된눈으로바뀌고중간중간에크레바스가산재되어있어각별한주의를요했다.

약2시간에걸쳐바위섬(IslandofRock·3000m)에도달,잡석과빙하가어우러져있는로낭모레인(RognonsMorain)지대를지나맞은편에위치한산장을향해분주하게횡단을하였다.산장에도착하니수많은등반가들이가이드를대동한채내일등반을위해모여있다.간신히숙박할방을배정받고다음날올라갈루트를위해지도정치를해보지만시작기점의접근로조차오리무중이다.

결국노멀루트인밀레우빙하(Gl.duMilieu)의설벽을오르기로결정하고자리에누웠다.새벽3시,장비를준비하는다른산악인들때문에잠에서깨어서두른다.일행중조창권선배는컨디션이별로좋지않아산장에서기다리기로하고필자와김흥준선배2명이서등반준비를했다.새벽4시경산장밖을나가니그많던산악인들이그새어디론지자취를감추어버렸다.산장우측상단에희미한헤드랜턴불빛이관측되어부리나케그곳을뒤따른다.

간신히그들과합류해아르장티에르로올라갈루트를물어보니잘모른다고한다.그들은이부근의암벽을등반하기위해오르는중이라한다.우리는정반대방향으로올라온것이었다.황급히오던길을다시내려와좌측상단의암벽너덜지대를횡단한다.저멀리희미한랜턴에서발하는빛을발견하고그곳으로가니이태리의젊은산악인들이등반을위해크램폰을착용하고있었다.바로이곳이등반을위한기점이었다.

어느덧여명이밝아오기시작했다.우리는등반후늦어도12시전에산장을도착하지못하면그랑몽테역에서케이블카를탑승하지못할것이다.김흥준선배와나는안자일렌을하고설원지대를오르기시작하였다.아주지루한설원지대를오르니이내가파른설벽이나타난다.상단에등반하고있는등반가들이이동할때마다떨어트리는낙빙과낙석이신경쓰인다.

시간을단축하기위해어려운구간이나오면로프를고정시켜후등자는어센더를사용하는시스템으로올라간다.부분적으로바위지대가돌출된곳으로믹스등반하는것이위에서떨어트리는낙석을피하는최상의방법이었다.12시나되어서이윽고정상에도착했다.에귀드베르트,드로와트,레쿠르트의침봉들이한눈에조망된다.예상보다너무많은시간이소요되어결국오늘하루를산장에서더머무를수밖에없다고판단,하산길을서두르지않기로했다.

간단한사진촬영후설벽을내려가기시작해산장에도착한시간이3시.나중에안일지만우리가오른루트는등반루트와하산루트가별도로있으며대부분내려올때는북서릉으로내려오는것이안전하다고한다.

에귀드아르장티에르의등반루트
1.남서면:경사도50°,알파인난이도PD+,등반고도400m,등반거리1200m,4~5시간(산장기점)
2.서면&북서릉:암설빙벽혼합등반,빙벽구간경사도45°,난이도PD,소요시간5~6시간
3.북벽:평균경사도50°난이도D,등반고도600m소요시간3~6시간
4.북동벽:평균경사도49°,최대경사55°,난이도III~IV,D,등반고도700m,소요시간4~6시간
5.동벽:평균경사도45°,최대경사도50°,난이도AD,등반고도600m,소요시간5~6시간
6.동남동릉:경사도50°,난이도ADIII,등반고도350m,등반거리1000m,소요시간5시간
7.Y-쿨르와르:설벽등반AD급,경사도45°등반고도550m,소요시간4~5시간
8.자뎅리지:난이도III~IV+,등반고도900m,등반거리1500m,소요시간9시간

홀로등반한투르북봉

에귀드투르(AiguilleduTour·3544m)는샤모니산군의북쪽부분에위치한프랑스와스위스경계에솟아있다.이곳은남봉과북봉으로정상이나뉘어져있는데북봉이2m더높다.프랑스쪽에서는라투르마을에서약1시간30분정도오르면등반기점인알베르프레미어산장(Albertpremier·2702m)에도착할수있다.북봉정상하단부에는평평한책상을연상케하는특이한바위가걸쳐져있는데이것이유명한테이블록(Tablerock)이다.

김형주,윤재학,김흥준,조창권등4명과현지에서만난프랑스외인부대산악부대원5명이샤모니에서버스를이용해라투르마을에도착했다.이후스키리프트를타고8부능선쯤도착하여본격적인등반기점인알베르프레미어산장을향해걷는다.수많은사람들이삼삼오오짝을지어이곳을찾는다.옷차림을보니대부분등반하러온것같지는않고하이킹을즐기며산장까지만갔다가되돌아오는것같다.산장에도착하니등산객들로만원이다.간신히우리가오늘묵을방을배정받고오랜만에일광욕을즐겨본다.


새벽2시30분기상.벌써많은산악인들이등반을위해분주하다.간단히조식을먹은후외국등반대들과함께산장을나선다.산장우측의바위너덜지대를지나설원에들어서니여명이움트기시작한다.지루한설릉을넘어암벽과설빙벽이혼합된쿨르와르에이르면등반기점이다.
장비를착용하고혼자먼저오르면서루트파인딩을하면윤재학선배가나머지대원들을인솔해오르기로했다.

앞서가는팀들이간간히떨어트리는낙석과낙빙들이온신경을곤두서게한다.아주좁은걸리를오르는데모든돌들이마치세락지대처럼암벽에걸려있어서낙석의위험이너무크다.약100여m올라일행을기다리는데도무지나타나지않는다.하는수없이단독으로등반을시작해그들이보일수있는곳까지오른다.밑에오르는대원들을찾아보니한대원이쏜살처럼뛰어내려가고나머지대원들도내려가는것이아닌가?사고가난것이라생각하여소리를질러보았지만의사소통이잘되지않는다.

여러번소리를질러대충한대원이낙석에맞아모두하산한다는걸알아냈다.먼저올라온나로서는매우난감한것이로프도없이꽤올라왔다는것이다.이곳에서다운클라이밍하기도힘들지만,특히상단에오르고있는다른팀들이떨어트리고있는낙석과낙빙때문에하강하기에는위험했다.그래서일단정상에올라다른루트로하산하기로정했다.아주불안정한암벽으로이어진암릉을100여m오르니이윽고정상에도달한다.

하산길을살펴보니불안정한리지를횡단해야안전하게하산할수있고올라온설벽으로내려가자니얼어붙은빙벽과가파른설벽이위험해보인다.고민하던중에3명의프랑스산악인들이정상에올라오기에그들에게정보를요청하니리지를따라내려가는것이안전하다고한다.그러면서자신들의하산루트에동행을시킬눈치인데그들의호의에는고맙지만아래에있는대원들을생각해봤을때가능한한빨리하산해야할것같아설벽으로내려가기로했다.

다행히다른팀들은모두리지루트로하산하는관계로일단인위적인낙석과낙빙은없으리라생각하며급경사에서는클라이밍다운으로웬만한경사에서는클라우칭글리세이딩(무릎을완전히구부린자세로미끄러져내려오는하산법)으로쏜살처럼내려왔다.산장에도착하니낙석을맞은김흥준선배와다른대원1명만먼저내려가고나머지일행들은내려가려고준비중이었다.

아침에출발했던다른외국팀들역시아직까지내려오지않은걸보니암릉으로의하산이비교적안전하기는하지만시간이많이소요된다는것을알수있었다.낙석사고는우려한것과는달리그다지심한것같지않아천만다행으로느껴졌다.

몽블랑을향한38시간의노력


등산장비나루트가좋아진지금도선택받지못한사람에게는접근을허락지않고있는몽블랑.그곳에꼭오르고싶었다.가이앙에서암벽등반도해보고,설상훈련도받고,다른여러곳을오르기도했지만그래도궁극적인목표는처음부터몽블랑이었다.남은3일의일정을어떻게하면알차게마무리할수있을까하는주제로전체회의가열렸다.몽블랑등정은너무촉박해서불가능해보였지만태수형님이몽블랑행을선택했다.

아무도동참하는분이없어내가고민하는찰나태수형이“범훈아!너도가야지!”라고말했다.결국갈수있는데까지라도가보자는생각으로짐을꾸렸다.10시40분,몽블랑구테구트의출발점이되는르우쉬행버스에올랐다.11시경르우쉬마을에도착해바로케이블카를타고벨뷔(1785m)에도착하니시원하게전망이트였다.이곳부터는산악열차를타고니데글(2372m)까지가야한다.그런데매표소에가보니열차운행을중단했다고한다.

지도를보니걸어서두시간은걸릴거리였다.비가내리는가운데가파른길을올라마침내니데글산장이보일무렵은벌써오후2시였다.그곳에서잠시배낭을벗고허기진배를채우기로했다.앉을자리도없이빽빽한산장의매점앞으로기다란줄이서있었다.사람들이커다란빵과커피를쟁반에받아가는것을보고우리도줄을섰다.족히한시간을기다려서야차례가왔는데“피니시,피니시”하며끝났다는것이다.할수없이핫초코두잔으로허기를때웠다.아,몽블랑을향한길이이렇게험난하다는것인가?

온통바위투성이로가파른길을가다보니달빛이비치기시작한다.왼쪽으로작은무인산장이보이긴하지만아직두개의산장을더지나야한다.밤새걷더라도구테산장까지는가야했던것이다.두어시간을더걸어테테로제산장(3167m)에도착했다.이제고도650m만더오르면된다.테테로제산장에서간단한행동식을먹고곧바로발걸음을옮겼다.추위와배고픔,여러가지생각끝에4시간여를올라가까스로구테산장(3817m)에도착했다.

새어나오는불빛을따라문을여니사람들로가득차있다.겨우틈을비집고들어가잠자리를마련했다.바람과이슬만피해도이만하면호텔이다.자정쯤잠이들었는데새벽2시쯤사람들의시끌벅적한소리에깨어났다.하지만우리는아침7시까지휴식을취하고올라가기로했다.얼마간더눈을붙인후침낭을정리해배낭은한쪽구석에두고출발.몸은가벼웠지만고도가높아서인지오를수록힘이들었다.

하얀능선을따라두어시간을걸었을까?드디어마지막산장인발로산장(4362m)이보인다.멀리알프스의이름모를봉우리들이흰모자를쓰고솟아있다.정상은바로코앞인데도계속멀어지는것같았다.마음속으로발걸음을헤아리기시작했다.50보를오르고숨을고르기로하며얼마를헤아렸을까?12시가조금안된시간에드디어정상에도착했다.정상은너른평원이었고자그마한비석도없는휑한눈봉우리였다.

남아있는것은사람들의무수한발자국뿐.10여분동안부지런히기념사진을찍고360도를빙빙돌려가면서셔터를눌러댔다.알프스의모든산군이우리에게잘왔다고박수를보내는기분이다.때마침정상을올라온3명의외국인에게사진을부탁해촬영하고는곧바로하산을시작했다.오늘내에샤모니로돌아가야했기에거의뛰다시피구테산장으로내려오니오후3시,남겨두었던배낭을둘러메고니데글로출발이다.

하산하는사람들이너무많아체증이일어난다.사람들을헤치고니데글에도착하니오후5시30분.6시에벨뷔에서출발하는마지막케이블카를타기위해걸음을재촉했지만결국케이블카는타지못했다.다행히케이블카역에잠시있으니트럭한대가올라왔다.옆에있던사람들이트럭에오르기에짐칸을얻어탔다.

그런데덜컹거리며비포장도로를내려가던트럭이닿은곳은마을이아니라언덕위의호텔이었다.자기네호텔에서1인당100달러를내고밥먹고자고가라는것이었다.결국르우쉬마을까지지친발걸음을다시옮겼다.오후11시가다되어서야어두운숲길을벗어났고,샤모니숙소에도착한시간은자정이되어서였다.38시간동안의몽블랑등정은그렇게마무리되었다.

/김형주서울등산학교대표강사·이범훈원정대원·사진원정대/월간마운틴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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