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

알피니즘,도전의역사
“산이거기에있기때문에오른다.”


‘왜산에오르느냐?’는우문에대한불후의현답이다.지금은산악인들이금과옥조처럼가슴에새기고,경전처럼외우는명언이되었지만본디는조지맬로리가귀찮아내뱉은말이었다.그태생을알고보면실소를자아낸다.


에베레스트원정에세차례도전한영국의산악인조지맬로리는1923년미국필라델피아에서개최한강연회를마친후,한여인으로부터엉뚱한질문을받는다.“당신은왜그렇게위험한에베레스트에오르려고하죠?”바로그질문에대한대답이강연회의요지였다.그런데도여인이자다가봉창두드리듯뜬금없이질문을한것이다.순간짜증이난맬로리는“그것이거기에있으니까!(Becauseitisthere!)”라고아무렇게나대답해버린다.맬로리가말한‘그것’은엄밀히따지면에베레스트를뜻한다.아이러니하게도맬로리가신경질적으로대꾸한말이오늘날모든산악인이산을오르는이유가되었다.


나역시그러한이유로산에오른지여러해.문득등반의역사가궁금해졌다.마침맞게세계등반역사를종합적으로정리한책이우리나라최초로발간되었다.이용대코오롱등산학교교장이펴낸‘알피니즘,도전의역사’가그것이다.초판의잉크가마르기도전에나는책을구입했다.그게2007년9월의일이다.


구입한뒤1년넘게버려두었던그책을다시집어들었다.진정한의미의등산을뜻하는알피니즘의초기태동기에서부터현대까지이르는200년등반역사를총망라한책은마치학부의전공과목같았다.강의실문을여는심정으로여러날책을펼쳤다.최소한‘F학점’은면해야겠기에.


일견딱딱할수있는책강의가지루하지않았다.설산등반의역사,그에얽힌얘기들을옛자료와비경사진들과함께담은탓이다.그뿐이아니다.세계의지붕히말라야를비롯하여알프스와안데스,록키,아프리카등지구전역의거봉들과거기에도전한사람들의얘기를유장하고재미나게엮었다.책이흥미진진할수밖에없는이유다.


근대적등반,즉알피니즘의시초는1786년8월8일몽블랑등정이다.인류가알프스최고봉몽블랑을등정함으로써마침내근대등반의문이열린다.인간한계를극복하고감히신의영역에오른역사적인인물은의사‘미셸파카르’와수정채취꾼‘자크발마’다.이들이몽블랑등정에나선이유는소쉬르가내건희대의현상금때문이었다.


1760년어느날스위스의자연과학자오라스베네딕트드소쉬르는프레방(2526m)산에올라맞은편에우뚝솟은몽블랑(4807m)을보고그장엄함에감동한다.

▲몽블랑

이에몽블랑등정을결심하고“누구든지이산에오르는사람에게상금을주겠다.”고거액의현상금을내건다.그는이제까지아무도오르지못한신비스러운이산의정체를밝히고싶었던것이다.하지만아무도도전하지않았다.당시사람들은산꼭대기에악마가살고있다고믿었던까닭이다.그로부터26년이흐른후에야비로소몽블랑이파카르와발마에의해초등된것이다.초등이듬해인1787년소쉬르자신도몽블랑재등정에성공한다.이를계기로그는‘근대등반의아버지’로등극한다.


이후책은융프라우,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아이거등알프스고봉들에도전한소쉬르,윔퍼,틴들,스티븐,그리벨등걸출한인물들얘기를한편의영화처럼웅장하게그려낸다.“눈과얼음으로덮인알프스와같은고산에서행하는등반”을가리키는‘알피니즘’이란말은이때부터알프스를넘어전세계로퍼진다.


알프스몽블랑등정으로시작된근대등반은1865년알프스4000미터급의마지막산인마터호른이초등되기까지무려79년간지속된영욕의알프스등반황금시대를마감한다.


그리고1881년새로운등반사조가등장한다.머메리에의해제창된이른바등로주의를추구하는머메리즘이다.능선을통해정상에오르는것이등정주의라면‘더험한루트’인벽을통해산을오르는게등로주의다.그것은등반방식의획기적인전환이었으며,벽등반시대를여는서막이었다.인공등반의총아로칭송받는피톤과카라비너가철시대로불리는‘벽등산시대’에개발되었다.


“등산의가장중요한본질은정상에오르는데있는것이아니라고난과싸우고그것을극복하는데있다.”며새로운등산이념을탄생시킨머메리는1895년6월낭가파라바트등반도중눈사태로사망한다.인류역사상첫8000m급거봉도전이었고,히말라야등반의첫희생자였다.‘모든세대를통하여가장위대한산악인’으로칭송받았던등반사의일대반역아머메리는그렇게홀연히사라졌다.그의나이겨우서른아홉이었다.

책은알프스등반황금기와은시대를마감하고대륙별최고봉을지나마침내히말라야거봉등반사로옮겨간다.책장을넘길때마다숨막히는순간의연속이다.영국이9번의도전끝에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8850m)정상을밟는불굴의대목에이르러서는나도모르게탄성을내뱉는다.


1953년5월29일오전11시30분이었다.인류가지구상최고봉에첫발자국을남긴날이다.그역사적인주인공은애드먼드힐러리와셰르파텐징노르가이였다.이로써힐러리와텐징두사람은에베레스트정상을밟은최초의인간으로영원히기록되고,텐징이정상에서바람에나부끼는깃발을매단피켓을높이쳐들고서서찍은한장의사진은등반역사상가장유명한사진으로남는다.


에베레스트정상등정은영국이1921년부터1953년까지32년동안9차례나도전한끝에이룩한쾌거이며,에베레스트가세계최고봉으로발견된지100년만의일이다.그동안15명의목숨이이산에서희생되었다.

▲베레스트


우리나라는1977년9월15일고상돈씨가최초로에베레스트정상에오른다.이로써우리나라는세계에서8번째의에베레스트등정국가로,고상돈은57번째의등정자로기록된다.


인류의8000미터14봉도전의역사는1950년안나푸르나로부터시작하여1964년시샤팡마에이르기까지14년에이른다.8000미터거봉초등의황금시대가막을내리고,알프스에서그랬듯이히말라야에서도등로주의거벽등반으로전환되며슈퍼알피니즘시대를연다.


알파인스타일,무산소등반,속도등반,단독등반,동계등반,연속등반,종주등반,개인의14좌완등,최고령등반등이그것이다.예전엔상상조차거부됐던등반들이다.최첨단등산장비의발달과축적된등반기술,정보등이이를가능케한다.


"등반의역사는도전과극복의역사다”


단한줄의이말은책의첫문장이자책의내용을압축한말이다.앞으로도인간한계를뛰어넘는알피니즘의등반역사는계속될것이다.지금으로서는꿈같은일이지만초등학생이에베레스트에오르고,평범한산꾼이백두대간종주하듯히말라야를종주하는시대가머잖아올지도모른다.산이거기에있는한.

산그리고책(200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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