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사진이기억의단위라는손택의주장이나최근의과학은언어논리상치명적인약점을가지고있는듯하다.이들에의하면인간의시각적기억은그단위가사진이므로,기억은사진의발명이후에야가능한것이된다.하지만사진이존재하지도않았던옛날사람들도사진으로기억했을것이다.(사실이는사진이아니라‘정지된이미지’가더정확한표현이다)그러므로사진의발명은표현할수없었던막연한기억의단위를실재적으로구현한것으로볼수있다.
물론손택은기억의시각적단위를사진이란존재를이용해표현했을따름이지사진이전의사람들에게는적용되지못할논리적허점을방치한것은아닐것이다.곰곰이생각해보면그의말처럼사진은시각적기억의단위임이분명하다.뿐만아니라나아가상상력과사유의단위이기도한것같다.사진은기억의시각적구현을위해태어난인류의숙원이었는지모르겠다.
사진은19C탄생한수많은발명품과함께인류에게다가왔다.1839년프랑스의학자다게르(LouisDaguerre,1787-1861:프랑스의화가이자사진발명가.은판을이용한’다게레오타입’이라는현상법발명)에의해발명된은판사진(銀板寫眞:daguerreotype)이과학아카데미인프랑스학술원에서인정받은것이사진의시원이다.빛의원리와암상자를이용한기술이었다.
당시그림만을보아왔던사람들에게정밀한세부묘사를보여주는사진은그야말로신기한발명품이었다.당시의사진발명은인류가이전에불을발견한일이나이후달을정복한일에비견될수있을만큼위대한것이었다.또한현재일어나고있는디지털커뮤니케이션의혁명적변화도따지고보면이사진의탄생으로말미암은것이다.
맨처음사진소재는풍경이었다.그후인물을찍는초상사진이유행하기시작한다.초기에는사진을찍으려면오랜노출시간이필요했으므로,포즈를요청받은사람은부동자세로몇분정도나견뎌야했다.
사진은이후사람들의생활이나일상을담더니점차사회적현상을기록하고인간의심리까지도표현하기시작하면서사진을보는대중들에게막강한영향력을행사하기시작한다.시각적미디어로등장한사진을전문적으로찍는사진가들이생기면서사진은저널리즘의성격을갖기에이른다.
사진이신문에처음등장한것은1880년이다.미국의<뉴욕데일리그래픽>지에헨리J.뉴톤이뉴욕의불법판자촌을찍은사진이바로최초의신문사사진으로알려져있다.이전에는사진을보고그린그림이신문사진역할을했다.하지만망판인쇄술의탄생으로그림보다더정확한사진이신문에인쇄됨으로써신문사진은언론의총아로각광받기시작했고신문은사진을등장시킴으로인해신뢰성을한층제고할수있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미국인H.G.언더우드가1887년4월1일창간한순한문주간지’그리스도신문’이최초의신문사진을실었다.고종의모습이담긴사진이바로그것인데,이는목판으로인쇄됐다고한다.신문에사진이등장한가장큰이유중하나는,사진은보는사람을믿게만들기때문이다.사진은시간과공간을정지시키므로사진속의광경은분석가능한하나의이미지가된다.1세기전프랑스에서나온최초의고속카메라는말이뛸때의모습을고속으로여러장촬영하는데성공한다.
이사진으로말발굽은어느순간모두땅에서떨어진다는사실이밝혀진다.사람의눈으로확인하지못하는’순간’속의진실이사진으로밝혀지는’순간’이었다."어떤것이든사진을통해확인하기전에는진정으로그것을보았다고주장할수없다"고말한사람은프랑스의에밀졸라(1840-1902,목로주점등을발표한프랑스사실주의소설가)다.
고속카메라는발전을거듭해,MIT공대해롤드에버튼박사는셔터스피드300만분의1초로총알이트럼프카드를관통하는순간을잡는데성공했다.이후발전에발전을거듭해최근디지털사진이등장한것은여러분도잘아실것이다.원래사진(Photography)의어원은빛(photo)과그림(graphy)이합쳐져만들어진말이다.말하자면’빛그림’이다.물감이나연필로그린그림이아니라빛으로그린그림을사진(寫眞)이라한다.
‘광화'(光畵)라면딱맞는말이될걸하필사진이란말이됐을까?이는근대일본의외국어번역과정에기인한다.현대중국은사진대신에’조상'(照像)이란말을쓴다.그럼최근에폭발하고있는디지털이미지를사진이라부를수있을까?지금대다수의사람들이사진이라부르고있지만엄격하게따지자면빛그림이란뜻의포토그래피는적절하게어울리는말은아니다.오히려전자그림이란뜻의전화(電畵)가어떨까싶다,
즉
지금부터디지털사진을이렇게부르기로하고언중(言衆)에단어를소개하고보급한다면이단어가웹스터사전에등재될날이올것이다.함흥차사(咸興差使),이전투구(泥田鬪狗),두문불출(杜門不出)같은한자성어가우리나라에서생긴것처럼디짓그래피가김치와태권도처럼국제적으로통용되는영어단어가된다면이또한의미있는일이될지모르겠다.아마세계곳곳에서도이와같은생각을하는사람이한둘이아닐거다.어쨌든지금부턴디짓그래피다.
다시본론으로돌아오자.디지털이미지의출현으로사람들은이제읽지않고본다.신문이비주얼화를외치고영화산업이번창하고광고가시각적으로첨예화되는이모든현상이그것을웅변한다.인류의문명을전수하는데가장큰도구였던’읽기'(reading)는그자리를’보기'(seeing)에게내주는것처럼여겨지고있다.
이제보는것은세상을이해하는기본이며,이는언어에대한불신으로마저이어졌다.이미지를볼줄모르는’이미지맹자’는다가올시대에낙오자가되기쉽다는애기도공공연히나오고있다.이러한변화의한가운데바로사진이있는것이다.이쯤되면’도대체사진이란무엇이길래?’하는의문이생긴다.일단사진이란쉽게말해’시간과공간’을이미지로남기는데서출발한다.
이유를막론하고모든사진에는시간과공간이정지된채로존재한다.또한사진을소유함으로써사라져가는것들에대한아쉬움을달래고이를유지하고간직하고싶은심리를보상하는것도사진찍기에서기본적인또하나의출발이다.아기돌사진,가족들과찍은단란한순간,젊은시절의모습,친구들과의여행등은누구나남기고또가지고싶은사진의대상이다.
누구나가지고있는이런사진을이따금꺼내보는자신의모습을생각해본다면사진은기록과소유의기능을가진다고할수있다.게다가최근에는유희와공유그리고커뮤니케이션의기능까지겸비하게됐다.디카가만들어내는갖가지문화의양상은이를잘대변한다.디카족들은사진을재미로찍고이를인터넷에올려공유하고토론까지벌이는’사진의신인류’이다.호모에렉투스가최초의인간이라면’호모포토쿠스’는최초의디카족이다.
컴퓨터로이미지를주고받는이들사이에서사진은언어를대체하는새로운언어다.미국의사진작가앤드리어스파이닝거(1906-)는"영상언어의가장새롭고완성된형식은사진이며말과문자와의차이때문에생긴간극을연결시킬수있다"고말했다.문자보다는사진이진실에가깝다는것을의미하고있다.사진이사실적으로보이는이유는사진가는사물자체를포착하는카메라를기계적으로이용할뿐화가처럼묘사과정에관여하지않기때문이다.
이런다양한사진의기능은사진의정의에구체적인개념을제공한다.돌아가신어머님사진은그리움이며군인들이가지고있는여자친구사진은사랑이다.교통사고를기록한경찰관의사진은증거가되며,사진기자가찍은신문사진은진실이된다.사진의정의는사진을보는사람에게달려있다.사진의의미는보는사람몫이다.
사진은발명당시부터60년대까지사람들사이에서큰인기를누렸다.신문과잡지를중심으로사진의대량생산과소비가진행되면서사진은우리생활곳곳에매우깊게파고들었다.광고와예술분야도마찬가지다.그러나60년대이후TV와영화등동영상위주의산업이비약적인발전을이룩하자사진의영역은상당히위축됐다.
하지만디지털의등장은새로운전기를제시했다.디지털사진이새로운매체로태어나면서사진이다시각광받게된것이다.누구나순간순간을포착하고즐기고공유할수있게한디지털사진은,이제일반인들도역사를기록하고가치판단을내려다수의힘으로역사의물줄기를바꿀수도있다는자신감을심어주고있다.그러한자신감의표현이앞으로사진의정의에어떤영향을미칠지두고볼일이다.
-글/정경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