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태산을 가다.[2] *-

[특파원르포]중국태산을답파하다2

태산은중국수천여년의역사가녹아있는인문과자연경관을자랑하며,한(漢)족정신문화의축소판이라부를수있다.태산은있는그대로하나의천연역사물이며,예술박물관이라할수있다.암벽에는여러시대에걸친제자(題字),경문,시구등이여러서체로새겨져있다.

수많은역사적인물들이태산에올라역사적흔적을남겼다.바위에새겨진글씨를통해수천년전이곳에올랐던역사적인물들과시공을초월한대화를나누고,상상의나래를펼쳐볼수있을것같다.

태산은많은역사와신화,전설등이얽혀있어사람들의상상력을유발시키는독특한분위기를갖추고있다.이로인해산의경치에영성이더해지고,지리문화적으로도사람들의의식에각인된다.당나라시인유우석은“산이높지않아도신선이살면유명해진다”라고했다.

태산의바위란바위에는수많은세월동안중국역대의제왕,정치인,시인들이남긴글로가득메워져거의빈자리가없다.현재태산일대에새겨진석각은1,800여곳이라한다.그가운데비석이800여개,마애석각이1,000여개정도된다.일부에서는2,200여개라는주장도있다.거대한‘마애석각박물관’인셈이다.역설적으로보면이만한환경파괴도없을듯싶지만이런환경파괴는오래되면문화유산이다.태산은자연경관과더불어이러한문화유산으로세계자연문화유산구역으로지정됐다.

중국에서공식발간된책에는태산정상의석각만258곳으로기록돼있다.석각대부분은역대제왕이봉선의식을행할때의제문,사묘(寺廟)의창건과중수기,태산을칭송하는시문들이다.중국의제왕들은하늘과인간사는상호관련이있다는천인상관설을믿었다.군주는태산에올라천명을내려주신은혜에감사드리고보고할자격이있다고생각했다.이것이역대제왕이열광적으로추구한‘봉선(封禪)’이다.

▲병풍같이우뚝솟은암벽봉우리들이길게펼쳐져있다.

▲1.공자가태산에오른기념으로새긴석각.2.공자가태산에올라천하가작다고했다는흔적의비석.3.태산의위엄을칭송한석각.

황제중에제일먼저태산에오른역사적인물로는중국을처음통일한진시황제다.정상옥황정바로밑에있는무자비(無字碑)가그가천하를통일하고오른후세웠다는설이있다.그러나일부중국학자들은한무제가태평성대를구가하면서그평가를후대에받겠다는의미로글자를남기지않았다는설도있다.진시황이태산에남긴글은대묘로옮겨져보관되고있다.총220여글자중해독가능한글은불과10여자밖에안된다.전체맥락을전혀알수없는것이다.

태산정상석각중에가장눈에띄는글자는앞글자에삐침이없는‘혬二’란비문이다.이는청말기유정규라는문인이태산의자연경관을한마디로표현한말이다.풍월무변(風月無變)을적으면서풍월이란한자에변을없애버린비문이다.풍월에서변을없애니삐침없는‘혬二’이된것이다.태산의2,000여개석각중가장함축미가뛰어난글로평가받고있다.아름다운경치가끝이없다는뜻이다.

2,000여석각문화유산으로남아

정상옥황정바로밑에공등암(孔登岩)이란석각이있다.공자가태산정상을오른것을기념한표지석이다.공자는태산에오른후공자등태산이소천하(孔子登泰山而小天下)‘태산에오르니천하가작다’는말을했다.공자가아직뜻을펼치지못할때태산에올라권력을가진제왕들을은근히비하했다는이야기다.

맹자의흔적도보인다.옥황정바로아래암암(巖巖)이라고새겨져있다.태산암암이란뜻으로바위같이굳센기질,의연함을나타내며호연지기와상통한다.이는맹자의의기를기려새겼다고한다.

정상에새겨진글씨인웅치천동(雄峙天東),발지통천(拔地通天),경천봉일(擎天捧日),준극우천(峻極于天)은모두태산의위대함을칭송하는글들이다.청강희제는태산정상에올라보조건곤(普照乾坤)이라는네글자를남겼으며,대관봉에운봉(雲峰)이라고쓴글씨가그의것이다.모두태산의위엄을찬송한내용들이다.

일관봉은정상인근에있는봉우리로,거석이하늘로뻗어마치날카로운칼이북쪽하늘을찌르는것과같다고해서‘공북석’또는탐해석이라고도부른다.공북석은북두를향해기울어져붙여진이름이다.바위의형상이바다를탐험하는사람과같다고해서붙여진탐해석은태산일출을감상하기에가장좋은곳이다.인근첨노대(瞻魯臺)는여기에올라남쪽으로보면공자의나라,즉노나라의지역이라는것이다.

▲북두를향해있다고해서붙여진공북석./대관봉이란절벽에당현종이남긴‘기태산명’마애석각./이곳에서남쪽으로보면노나라가보인다는첨노대.

정상바로아래커다란절벽에당현종이남긴‘천하대관기태산명마애비(天下大觀紀泰山銘摩崖碑)가있다.대관봉이란이름을가진절벽에있다.세로13m,가로5.3m의바위에총966자의글씨가예서로새겨져있다.모두금박을칠해휘황찬란하다.내용은선인들의비문이태산의위엄을찬양하고있으며,당시대의태평성대를구가하고있다는것이다.당현종이봉선한옥첩내용의기록이다.이전까지하늘에고했던옥첩은모두비밀에부쳐졌지만현종이첫공개했다.

바로그옆에‘천하가다보인다’는천하대관(天下大觀)이라는석각이보인다.산등절정아위봉(山登絶頂我爲峰)이라는석각도눈에들어온다.‘정상에오르니나도봉우리가된다’는뜻이다.정상에선느낌은자연과혼연일체가된다.또절정(絶頂),앙지(仰止)등의비석이보인다.앙지는경외하지않을수없는태산꼭대기라는뜻으로쓰였다.

태산에새겨진글중에서눈길을끄는글씨는청강희제시대에쓴것으로전해지는‘과연(果然)’이라는석각이다.이한마디도어떤글보다적합한표현으로평가받고있다.
청건륭제는많은글씨를남겼다.그중가장유명한것이조양동만장비(朝陽洞萬丈碑)다.높이20여m,넓이9m에달하는거대한비문에새겼다.그는여섯차례태산에오른것으로알려져있으며,태산암벽에140여수의시와130개의석각을남겼다고전해진다.

▲F코스는가장육산에가까운모습을드러낸다.

십팔반이시작되기직전에모택동이수풍류인물환간금조(數風流人物環看今朝)라고쓴글이보인다.‘이제영웅이라할수있는인물은무산계급뿐이다’는뜻이다.진시황도,한무제도,당태종도,징기스칸도,영웅으로불리던그어떤인물도다지나갔고,현재영웅이라고할만한인물은무산계급만남아있다는것이다.주은래의부인등영초는등태산간조국산하지장려(登泰山看祖國山河之壯麗)를새겼다.‘태산에올라조국의강산을내려다본다’며중국공산당혁명의성공을만족하는듯한심경을표시해놓았다.

일천문에서남천문까지의계단을천제(天梯),즉하늘사다리라고한다.조금더올라가면‘열심히노력해서올라가라’는뜻인노력등고(努力登高)가있다.일천문에는등고필자(登高必自)가보인다.이글은중용에서등고필자비,행원필자이(登高必自碑,行遠必者邇)에나오는얘기다.‘높은곳에오르려면반드시낮은데서출발해야하고,멀리가려면반드시가까운곳에서출발해야한다’는평범하면서도심오한철학이담긴말이다.명나라때새긴것으로알려져있다.

황제등많은역사적인물들흔적남겨

남천문부근바위벽엔‘부앙무괴작(俯仰無愧)’이있다.태산에올라하늘을우러러부끄럼이없고사람을굽어수치스러운일이없는경지에이르게됐다는뜻이다.남천문바로옆엔하늘로올라가는길이라는뜻의여등천(如登天)이새겨져있다.

종선여등(從善如登)석각도눈에들어왔다.‘올라갈것이냐말것이냐,고민하지말고계속오르라’는의미다.원래이말은중국속담인‘종선여등(從善如登),종악여붕(從惡如崩)에서나온것이다.산을오르는것은선을좇는것과같고,내려가는것은악을
좇는것과같다는말에서나왔다.

▲옥황정바로밑도교사원과기암절벽들.

이와같이태산홍문등산길은고대제왕들이다니던길로서일명어도라고도부른다.당의고종과현종,송의진종세황제는봉선등으로태산을오르내리면서비를세운것이모두16개에달한다.문인들은이등산로를따라오르며수많은글을남겨‘고시의길’또는‘서법의길’이라고도부른다.

어도,고시의길등으로불리는이등산길을하산길로잡고중국태산트레킹황동호사장이개척한F코스로올라가기로했다.황사장이가이드겸산행대장겸해서단둘이출발했다.중국엔등산문화가없어산에서등산객을만날일이없다.태산정상까지둘이서가야한다.간혹방목하는염소나소를확인하기위해오르내리는방목꾼을만나면다행이다.

▲지나쳐온등산로가첩첩봉우리로쌓여있다.제일뒤에보이는봉우리가용각산이다.

들머리인태악구에도착하니아침9시15분.여전히안개가잔뜩끼어있다.태산에화창한날은연간며칠안된다고했다.조촐하고단출하게산행을시작했다.좌우로늘어선밤나무가반기는듯했다.재배종같아보였다.

10분여오르니넓은암벽계곡이깊게펼쳐졌다.호우라도내리면휩쓸것만같았다.악산이기때문에물을오래머금지못한다.계곡에도물이있는날이드물다.물없는계곡을따라올라갔다.계곡을가로지르기도하고,쳐다보며가기도했다.

계곡오른쪽길옆으로빠졌다.출발한지1시간여만이다.안개는조금걷히는듯싶더니또밀려왔다.시야가영흐리다.사진이문제였지만걷기엔무리없었다.산길로접어들었다.제법등산로같이잘닦여있었다.방목꾼들이다니던길이다.다시30여분쯤올라가니집이한채나타났다.큰집이다.그런데내부를보니사람은전혀살지않은폐가같아보였다.황사장은“방목꾼들이사는집이었는데,지금은아무도살지않고한번씩묶고가는상태로이용하고있다”고했다.

안개낀늦가을호젓한태산등산로를계속나아갔다.삼거리가나왔다.왼쪽으로가면오늘갈등산로인F코스이고,오른쪽은다음에갈B코스라고했다.B코스우두봉을뒤로하고발걸음을옮겼다.우두봉은바위봉우리모양이소머리닮았다고해서붙은이름이다.

둘만의호젓한산행이계속이어진다.이런저런사는얘기가오고갔다.지난호에서언급했듯황사장은파란만장한삶을살아왔기때문에그의얘기를듣고있으면한편의소설을읽는것같이재미있다.산은모든얘기를내색않고다품는다는생각이문득들었다.더욱이여기는그이름만으로도유명한태산이다.다품을수있을것만같았다.

태산엔다람쥐가없다고했다.그러고보니두번째올라왔는데도도토리가떨어진채그대로방치돼있다.다람쥐가없으면먹이사슬이끊어져동물들도살지못할텐데….
황사장은태산에서뱀을한번도본적이없다고했다.기가센산이라그런지,먹이가없어그런지모를일이다.그는산에다니다간혹이름도모르는동물을본다고덧붙였다.아니나다를까형체는그대로이나내장은밖으로나와죽은족제비비슷한동물이길중앙에누워있었다.사람행위같지는않아보였지만동물소행같지도않았다.잠시살펴보고지나쳤다.

태산은악산이다.역시또암벽이나왔다.아슬아슬하게지나갔지만전초전에불과했다.수십분지나니뜻밖에밀림같은육산이펼쳐졌다.칡과이름모르는나무들이무성하게뒤엉켜널브러져있었다.‘태산에이런곳도있었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다른코스와다른장면이었다.황사장도F코스가가장육산에가깝다고설명했다.

등산객없어개척하고도등산로찾기어려워

오후1시쯤숲을벗어나조그만오솔길이있는돌계단을만났다.오르기좋게간격도좁지않고,높이도적당하게만들어져있었다.봉우리를서너개지나고다시계단길오르막길이다.무난한코스지만오르는길은언제나힘들다.오후1시20분드디어계단끝이다.왼쪽은용각산정상암벽이90도직각으로서있고,오른쪽은우리가가야할옥황정이우뚝솟아있다.용각산은용의머리와뿔을닮았다고해서붙은이름이다.

오른쪽으로방향을잡기전에지금은그야말로‘태산식후경’할시간이다.뱃속에서는벌써신호를보냈다.라면과도시락으로점심을때웠다.라면은우리나라사람이어느산엘가든지가져가는기호품음식이다.거의세계인의음식이된상태다.

다시출발이다.억새가깃든호젓한등산로다.황사장이개척했다고는하지만다니는등산객이없어황사장자신도가끔헤맨다.사람이다니지않으니그가낸길조차나무에묻힌것이다.귀신이아닌다음에야찾기힘든코스다.

드디어전형적인암벽코스가눈앞에펼쳐졌다.거의90도되는암벽을틈이있으면잡고발만끼우고올라갔다.옆으로쳐다보면아찔하다.오금이저려쳐다볼수도없다.무조건잡았다.약50m겨우올라가니이젠칼바위능선이다.D코스에서겪었던상황보다는덜했지만북한산칼바위정도는됐다.

태산옥황정정상을바라보며나아갔다.옥황정바로밑케이블카옆으로지나갈예정이다.칼바위능선좌우로는역시낭떠러지다.쳐다보기도싫다.붙잡을것만있으면꼭잡았다.케이블카옆등산로에무사히도착했다.

이제부터가는길은오르막길이지만평지수준이다.여태온길과비교가안될정도로쉽다.정상에오르니구름이남쪽에서북쪽으로넘어가는모습이눈에확연히들어온다.산에서만볼수있는광경이다.정상에서다시계단으로하산했다.오후4시15분케이블카와버스종점이자출발점에이르렀다.아침9시15분에출발한지꼭7시간만이다.

두번째오른태산이지만전혀지겹지않다.역시산은산이다.더욱이이산은그유명한태산이아니던가.다음호에서는문학속에나타난태산을알아보고,등산로는황사장이개척한B코스에대해소개한다.

주변명소

대묘·공자유적지·수호지무대등볼거리많아

태산주변에가볼만한명소가많다.가장유명한장소가대묘다.역대중국황제들이태산에서옥황상제께봉선의식을올리기전먼저태산신에게제사를지내던곳이다.북경의고궁,공자가살던곡부의대성전과함께중국3대건축의하나다.송나라때건축했다고전해지는본전인천황전내부엔가로62m,세로3.3m의거대한벽화가있으며,경내에는약2,000년전한무제가심었다는측백나무가있다.바로앞에한무제가심었다고‘한백’이라는비석을세워관광객들에게알리고있다.입장료는20위안이다.

▲대묘에있는한백./곡부에있는공자묘./샘솟는포돌천.

태산에서버스로약1시간거리에있는곡부엔공자가살던집,묘,사당등이잘보존돼있다.이곳엔또공자의후손들인공씨의무덤이수천기가보존돼있다.문화혁명때비석등이일부파손됐으나원형은그대로다.입장료는3곳모두보는데150위안이다.

당나라때사찰인영암사는태산에서버스로40분거리에있다.1,600여년의역사를가지고있으며,한국불교와비슷하다.가장눈여겨볼만한곳은천불전의채색나한조각상이다.400나한상이마치살아있는듯한생생한모습으로앉아있다.마치서로,또는관광객과대화하는듯하다.입장료는60위안임.

지하2m에서분출되는샘물이일품인포돌천이있다.태산에서버스로1시간거리다.역대황제들이이샘물을남방순시때식수로보급했을정도로유명하다.청조의강희제등이방문흔적이남아있다.입장료45위안.

굳이설명하지않아도상식적으로이름만대면아는양산박이있다.수호지의실제무대다.원형그대로보존돼있다.태산에서1시간40분거리.입장료80위안.

태산등산로를개척한중국태산트레킹황동호사장에게문의(0505-679-1526또는0504-898-7440)하면가르쳐준다.한국에서무료전화다.그의인터넷홈페이지(http://cafe.daum.net/lovetaishan)에도잘소개돼있다.

-글·사진/박정원차장월간산[472호]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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