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태산을 가자 [4] *-

[특파원르포]중국태산을답파하다4

중국민족종교도교사원곳곳에터전을잡고,
옥황상제가도교의최고신…노자를교조로장도릉이세운것으로알려진곳이다.

태산에올라가서가장쉽게볼수있는것들이마애석각이다.이에대해서는2월호에서이미살펴봤다.그다음에눈에띄는게아마이상한(?)사원들일것이다.절같기도하고아닌것같기도하고,그냥집같기도하고…….대부분외국등산객이나관광객은‘저게뭘까’궁금해한다.가까이가서보면바로중국민족종교인도교의사원이다.태산정상에있는옥황정도도교사원의일종이다.왜냐하면옥황상제가도교의최고신(神)이기때문이다.이번호에선중국의도교에대해서개론적으로알아보자.

▲태산에서가장기가센곳으로알려져있는태극봉바로밑에도교사원이자리잡고있다.

도교(道敎·Taoism)의원뜻은‘도를설명하는가르침’이다.도란유교나도교를비롯해중국의모든사상과철학을설명하는학설의중심으로중국인의의식기초에존재한다.샤머니즘과도혼합된형태라고할수있다.

도교는중국3대종교의하나다.3대종교는유교,불교,도교다.도교를일명도학이라고하며,중국민족의고유한문화속에생활신조,종교적신앙을기초로해형성된중국의대표적인민족종교다.

유교도중국의민족종교다.중국문화의양대축중하나인유교는중국의사회,국가의질서,학문·기술을통치자의입장에서규명하고자한반면도교는종교적요소를중심으로서민,민중의입장에서밝히고자했다는점에서차이가있다.따라서도교는유교에서배격한미신이나도깨비,귀신까지도신앙의대상으로포함한다.

다시말해유교는국가나왕조라는관료,지성인의입장에서나온교학이고,도교는‘민(民)’,즉농민과일반민중의신앙으로서신(神)신앙에따라세워진농민,민중의집단결사나왕조에의해인정된교단을지칭하는것이다.

▲수백년된노송군락지사이로첩첩봉우리로둘러싸인태산의장관이보인다.

도교와도가사상은엄격한의미에선구분


중국도교사에서는도교를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
‘도교는도를최고신앙으로삼아이름을얻게되었으며,사람들이일정한수련을거치면장생불사하여도를얻고신선이된다.도교는이렇게수도하여신선이되는사상을핵심으로삼고,노자및그의도에관한학설을신앙화했다.노자를높이어교주로삼고신명으로떠받든다.아울러노자의도덕경을주요경전으로삼는다.도교사상은도교의사상적근원의하나다.이와동시에유가및음양가,묵가,참위학의사상까지도흡수하고,중국고대의신앙위에서방선도,황노도등의사상들과그수지방법에따라서점차로형성됐다.도교는한나라중엽에생겨났으며,봉건사회의긴흐름에따라서발전했다.’

황제와노자를교조로삼은도교와노자와장자를중심으로한도가사상과는엄격한의미에서구별된다.노장사상이라불리는도가는제자백가의하나지만전국시대에는유가·법가·묵가및신선등과의교류가있었고,진에서한대까지도가의개념안에종교적요소도섞여들어가기시작했다.도교는오늘날말하는노자·장자의사상과철학을중심으로한철학적도가뿐만아니라도술,방술까지를포함한보다광범위한의미를지니게됐다.

현재의도교는후한시대에장도릉이세웠다고전한다.장도릉은초기에오경(五經)공부를하다가만년에장생도와금단법을터득한뒤곡명산에들어가도서24편을짓고신자를모았다.중심내용은‘도계를성실히지킬것과세상의사악한설이나주의에미혹되는일이없도록진도(眞道)에충실해야한다’는것이다.

▲(좌)망천문바로위전망대에서바라본천촉봉앞모습.바로옆에지금은물이말랐지만100미터이상될것같은폭포가흐르고있다.(우)옆에서본천촉봉.영락없는우리인수봉과같은모습이다.

황동호씨가개척한유일한북쪽E코스올라


중국의전통신앙은많은민간신앙까지아우르고있다.민간신앙은무수한신령체계를갖추고있다.도교의만신전도수없는신과영혼들로뒤섞인집단이다.가장대표적인예가바로옥황이다.옥황또는옥황상제는세상의모든것을지배하고다스리는최고신이다.이옥황상제라는칭호가민간신앙의혼합적인성격을잘보여주고있다.

옥황은도교로부터빌려온것이고,상제는국가종교로부터차용한것이기때문이다.옥황전에모셔져있는옥황상제는중국민간신앙의여러신(神)중에서가장높지만송의진종(998~1022년)때최고로받들어졌다고전한다.이전까지는삼교합일의민중적신앙으로추앙받았다.

옥황은지상세계를지배하기위해여러관리신들을임명해도움을받는다.지상의관리들이계급조직을이루듯신들도완전한위계를가지고있다.즉관리신과그들의행정구역이있는것이다.매년옥황에게자신의직무에대해서보고하고,그업적에따라상과벌을받고,승진하거나강등된다.

그예로오악(태산,형산,화산,항산,숭산)의신이있고,동악대제도있다.또성황신과토지신이있고,집과그곳에사는가족을담당하는재신(財神)이있다.침대의신,뒷간의신,집안의조상신,불교에영향을받은신도있다.직업의신과상업의신과조합의신도있으며,개인을보호하는관제(關帝)와같은신도있다.

▲(좌)태극무늬가그려져있는태극봉정상.(우)태극봉바로아래1979년덩샤오핑이친필로쓴비석.

낭랑은도교여신의총칭이다.여성들의일반적인일을담당하는낭랑에는여러종류가있으나계통적으로구별하면세종류다.서왕모(西王母)의왕모낭랑,벽하원군의태산낭랑,천비의천후낭랑이다.그밑에자식을주는송자낭랑,자손이번영하게하는자손낭랑,천연두를고쳐주는두진낭랑,출산을촉진시켜주는최생낭랑,눈병을고쳐주는안광낭랑등이있다.

태산정상옥황정에들어서면정중앙에옥황상제가모셔져있다.오른쪽으로재물신이,왼쪽으로관세음보살의모습이보인다.민간신앙과불교의영향을받은모습그대로다.

태산에의례를올리는대묘엔도교의여신벽하원군이있다.옥황상제바로아래의여신이다.동악대제도있다.유교의예(禮)에서오악은제사의대상이었다.오악중의으뜸인태산은한나라때에와서민간에서태산부군이라불리었다.당나라때에는천제왕이라는이름이주어졌다.태산부군은천제의손자이며사람의마음과육체,즉혼백을가져오게하는생명의장단을관장하는신으로서신앙되었다.

태산에서가장센氣자랑하는태극봉올라


태산과그인근엔도교의신들을모신사원과각종흔적이곳곳에널려있다.정상엔이미세차례나올라속된말로볼것다봤다.다시오면물론또볼게많겠지만.옥황정에있는옥황상제부터각종마애석각,비석등태산의속살까지본듯했다.정상에서내려오는길천가엔도교사원들이있다.꼭사람사는집같다.이사원들이도교사원이었다.이곳뿐아니라오늘올라갈E코스에도대형도교사원이있다.오늘은그쪽으로가기로했다.

숙소가태안시내남쪽에있어차로이동했다.오전10시하산지점인C코스주차장에차를세우고산행들머리인대하마을까지걸어가기로했다.임도같은길에콘크리트포장이돼있었다.공안인지태산관리사무소직원인지입장료를냈는지어쩐지,뭐라뭐라한다.알아들을순없지만그길은태산가는길이아니라는말같았다.제대로된길로가고입장료를내라는것이다.“알았다”고답하고계속갔다.

그러나우리의한국인,중국태산트레킹황동호사장이등산로를개척한사실을그들이어찌알겠나.세계는한국인이활동하기엔좁은느낌이다.한국인의손길과발길이닿지않은곳이없을정도니까.중국태산까지와서등산로를6개코스나개척한그다.

▲노송군락지에있는나뭇가지위에돌멩이가올려져있는모습을가끔볼수있다.중국인들이자식을얻기위해하는행위라고한다.

구시렁거리는직원을뒤로하고50여분걸어산행들머리인대하마을입구까지왔다.시간을보니10시55분이다.이젠출발이다.워밍업을50여분한셈이다.임도바로옆밤나무밭사이로들어섰다.여기에도밤나무밭이있다.태산입구곳곳에밤나무가즐비했다.조금올라가면도토리나무다.도토리도한국에서본것보다훨씬컸다.밤나무밭을옆으로두고계속올라갔다.

출발한지1시간도안돼태산속의도교사원이눈에들어왔다.산중턱에아담하게자리잡고있다.올라가는능선과는다른능선이다.가기엔너무멀다.멀찌감치에서보기만하고곧장직행했다.

낮12시30분쯤옥황정정상이올려다보이는능선봉우리에자리잡았다.바로앞에는태극봉이우뚝솟아있다.태산에서가장기(氣)가세다는그봉우리다.중국에서가장기가센산이태산으로알려져있는데,그중에서도으뜸봉우리라는것이다.‘올라가서좋은기를받아야지’하고누구나낼만한욕심이솟았다.

태극봉뒤로며칠째계속보는옥황정도보였다.조금더지나니소나무군락지보호림이나왔다.‘태산고수목명품’이란푯말이나무곳곳에붙어있다.오히려나무를괴롭히고있었다.노송이즐비했다.악산이다보니제대로관리가되지않고있었다.수백년된노송수백그루사이로인근도교사원과정상에있는호텔등으로보내기위한전깃줄이나뭇가지여기저기에걸려있다.경관도엉망이다.‘태산고수목명품보호’라고해놓곤오히려노송과풍광을해치고있었다.

관리와보호,이용의묘한틈새가보이는듯했다.노송관리와보호는하고싶고,정상편의시설엔전기를공급해야하고…….‘우리라면어떻게했을까?’하는생각과‘어떻게하면최선일까?’하는생각이교차했다.

그와중에사람소리가들렸다.황사장과산에오르면서거의처음듣는사람소리다.중국등산객이었다.남루하기짝이없었다.자기네들말로는등산객이라했다.우리의옛날나무꾼모습그대로였다.

오르는길에노송위에돌을얹는모습이눈에띄었다.중국에서는아들을낳기위해나무위에돌을얹는다고했다.하나놓으면딸이고,두개얹으면아들을원하는것이라고한다.중국민간신앙도우리와비슷한측면이있었다.이것도도교의영향이다.
잘정돈된계단길이나왔다.도교사원과정상까지짐을나르기위한길인듯했다.나이지긋한노인이자기몸무게보다더나갈듯한짐을지고오르고있었다.마른몸이었지만전부근육인듯했다.‘저몸에어떻게저런짐을질수있을까’싶었다.계단오르막길을조금지나니평지가까운길이다.옥황정1.4㎞,원군주(도교사원)0.55㎞이정표가나왔다.계단길등산로말고는처음보는이정표다.

태극봉도바로눈앞이다.지리산이나월출산의통천문같은바위사이로빠져태극봉에도착했다.오후1시55분이다.옥황정과는불과350m거리다.태극봉바로밑에덩샤오핑이1979년에쓴‘태극봉호(太極奉好)’라는비석이눈에띈다.재미없게도썼다.단순히‘태극봉이좋다’란표현을할수없이쓴듯한느낌을주었다.

정상에서는사방이확트였다.가장기가센태극봉에서지난2000년직전세기말밀레니엄행사를리얼타임으로생중계했다고한다.가장센기를받기위해행사를치른태극무늬봉우리에앉아점심을펼쳤다.정성들여만든도시락이었다.황사장의식당종업원이매번도시락을쌌다.정성과는별개로이젠지겹다.그래도배고프니먹어야지별수있나.

이런부정적인생각을하니점심먹을때그렇게센기를가진지역임에도불구하고기를못받은모양이다.아무느낌이없었다.기를받는것도준비가돼야지가능할것같았다.아쉽다.‘준비할걸그랬나’싶었다.

▲(좌)구름다리바로아래로흐르는계곡.비가오면순식간에엄청난물이쏟아져내려간다고한다.(우)하산길에나오는구름다리.

하늘촛대‘천촉봉’은북한산인수봉닮아


오후2시40분,이젠하산이다.내려가면언제다시올지모르는태산이다.모든게섭섭했다.불교식표현으로‘회자정리’고‘생자필반’이라고했겠다.만나면헤어지고,살아있으면꼭다시만난다는말이다.언젠가또오겠지.다시와서나의흔적을찾아봐야지.

도교사원을오르내리는사람을위해길은잘정돈돼있었다.그길로곧장내려갔다.조금내려가니소천축봉(LittleTianzhuPeak)0.23㎞,원군주(YuanjunTemple)0.05㎞,자매송(SistersPines)0.5㎞이정표가나왔다.두번째이정표다.원군주엔태산원군,동악지신을모신사원으로표시돼있다.

도교사원주위엔온통노송과기암절벽이가득하다.기암사이로노송들이강한생명력을뽐내는듯했다.소나무만큼강한생명력을지닌나무는없다.암벽위로도바위를감싸듯뿌리를내린다.이곳엔죽죽뻗은나무는별로없다.생명의인고를나타내기라도하듯각양각색의모습을보여준다.굴곡의삶을보는듯하다.

드디어천촉봉(HeavenCandle)에도착했다.하산을시작한지1시간남짓만이다.천촉봉은하늘에서내려온촛대같은봉우리란뜻이다.천촉봉이보이는앞에간단한영문설명이있다.대충25억년전지질활동에의해형성된것으로추측된다는얘기다.전혀감이안잡히는옛날이다.5,000년이상넘어가면현실은없고머릿속으로상상만할뿐이다.

천촉봉은북한산인수봉과꼭같이생겼다.실제높이도비슷하다고한다.천촉봉바로옆으로는거대한폭포가있으나마침비가내린지오래라물이졸졸졸흐르고있다.많은비가내리면한꺼번에물이몰려폭포가장관이라한다.충분히그럴것같았다.

조금더내려가니전망대가나왔다.천촉봉을잘바라볼수있도록마련한곳이다.전망대바로아래하늘로통하는듯한문이있었다.망천문(望天門)이다.하늘로통하는문이아니라하늘을바라보는문이었다.

하산한지2시간이지났다.길은잘정돈돼있었다.이코스로사람들이자주오르내리는듯했다.도교사원에있는사람은전부이길을이용했다.

매표소가나왔다.아까투덜거리던직원이생각났다.입장료가곧그들의수입이기때문에그랬으리라싶었다.그러나이곳도케이블카가다니는계단길에비교하면오가는사람이1000분의1에도못미쳤다.

날은조금씩어두워졌다.오후5시쯤되어성성정(聲聲亭)에도착했다.소리를듣는정자란뜻인가?성성정은요지였다.산의정중앙쯤에조금솟아자리잡은명당같아보였다.사방은탁트여모든소리가성성정을거쳐갈것같았다.그래서그이름이붙은것인지알수없다.

여기서부터는순전히계단길이다.돌계단길이아닌깔끔하게정돈된콘크리트계단길이다.10여분뒤계단끝이다.태산등산의끝이다.출발한지7시간만에다시돌아왔다.

내일이면한국으로돌아간다.집떠난지일주일만이다.태산의많은부분을보고간다.많은궁금증이풀렸고,또다른궁금증도생겼다.이번기회를통해태산을조금더알게됐고,조금더친해지는계기가됐다.태산의속살을조금은들여다본듯했다.그러나과연내가알고있는태산은,원래태산이지닌수많은사연과사실에비하면‘새발의피’도안될것이다.항상그런자세로살아가라는교훈을얻고간다.그것만하더라도태산에다녀간것이성공적이라는생각을하며‘태산시리즈4’로끝을낸다.

-글·사진/박정원차장/월간산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