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남서벽 *-

[원정보고]에베레스트남서벽

2009년5월20일오후3시(한국시각오후6시15분),마침내박영석에베레스트남서벽원정대가남서벽신루트를통해에베레스트정상에올랐다.

2007년봄과2008년가을에이어세번째도전.박영석대장과진재창부대장,신동민·강기석·이형모5명의대원과7명의셰르파가남서벽등반을위해나섰다.적은수의대원이지만모두지난가을함께등반을했고,박영석대장과나는세번째등반이다.

▲남서벽을뒤로하고.왼쪽부터이형모대원,박영석대장,강기석대원,진재창부대장,신동민대원.
가뭄으로얼음없어확보에어려움겪어

원정대는4월15일라마제를지내고18일부터본격적인등반을시작했다.동계시즌동안가뭄과강풍에시달린남서벽에는눈을찾아보기힘들정도로바위가드러나있었다.20일부터시작된남서벽루트작업에여러어려움이나타났다.눈과얼음이없어확보의어려움(스노바와스크루의사용이어려움)이있었고낙석위험속에서힘겹게전진해이틀만에C3(7,350m)까지루트작업을마쳤지만강풍이계속되어캠프설치가지연됐다.

24일.박영석대장과진재창부대장,두명의셰르파가힘겹게캠프로진출해바위지대를깎아3시간가량작업끝에겨우C3를구축한후800m의로프설치작업을마치고내려왔다.그뒤27일강기석대원과셰르파들이C4까지의루트작업을마치고7,800m지점에C4를구축했다.

▲정상바로아래세컨드스텝바위지대를등반중인대원들.
C3와C4는눈이부족해바위를깎고하켄과로프로고정시켜야했고,C3의텐트가낙석에맞아구멍이나는등불안하기는했지만우리의의지로묶은이캠프들은등반이끝날때까지우리의안전을지켜주었다.

바통을이어받은신동민대원과나는C5구축을위해28일C4로진출,29일루트작업을나갔지만나는컨디션난조로8,050m에서되돌아서야했다.하지만신동민대원과2명의셰르파가지난가을최종진출지점에서200m정도더진출해고도8,350m지점의양호한캠프사이트까지루트를개척했다.

▲C4로등반중인강기석대원.
이곳은1982년러시아등반대가남서벽을통해등반한루트와만나는지점으로,등반대가사용한산소통과텐트잔해등을발견할수있었다.박영석대장의주도면밀한지휘하에대원과대원의바통터치,셰르파들의헌신적인도움으로마침내에베레스트남서벽에코리안신루트를개척한것이다.

이제신루트개척의의의를높이고그동안함께한대원들의뜻을기리기위해서는남서벽을넘어서릉을지나정상에올라서는일만남아있었다.서릉등반은1979년유고팀의초등,1982년남서벽을통한서릉등반에성공한러시아팀이후전무했다.유고팀은하산도중정상에오른대원모두가사망하는비극을겪었고이후많은등반대의시도가모두실패로돌아갔던악명높은능선이다.그래도우리는험난한남서벽에오른후그마의서릉을돌파해야만한다.

▲해발7,800m대의벽상에튀어나온능선마루위에아슬아슬하게설치된C4.
4월30일.모두BC로하산해달콤한휴식을취하며정상공격의지를다졌다.원정대장인구자준대장(LIG손해보험회장)이BC에찾아와격려해주고,엿새뒤인5월6일계획대로1차정상공격을위해BC를출발했지만기상악화로인해실패했다.

BC로돌아온원정대는한국기상청의도움으로날씨정보를받고,다른사이트의날씨정보와타원정대의정상공격사례를바탕으로5월19일을정상공격일로정하고사뭇지루한휴식에들어갔다.

▲박영석원정대가세차례의도전끝에신루트등반에성공한에베레스트남서벽전경.
정상공격멤버는박영석대장과우직하게등반을받쳐주는진재창부대장,위로오를수록괴력을발휘하는신동민대원,등반에대한의지와철학이남다른강기석대원과상게프리셰르파로정해졌다.박대장은루트개척때다리부상을당했지만불굴의투지로등반에임하고있었다.컨디션이좋지않은나는BC에남아지원조의임무를맡았다.

낙석이퍼부어도정상향한이들의의지못꺾어

17일,대원들은남서벽으로향했다.캠프가좁기때문에신동민·강기석대원과상게프리셰르파는C2(6,500m)에서C4로바로이동하고박영석대장과진재창부대장은C3로이동했다.그사이두명의셰르파는C5(8,350m)로짐을수송하고C2에는두명의셰르파가만약의사태에대비해대기하고있었다. 짐수송에문제가있어계획을수정해20일로정상공격일을고쳐잡은뒤18일신동민대원과셰르파가C5를구축하고C3에있던박대장과진부대장은C4로진출해강기석대원과합류했다.

▲해발8,350m지점에서발견한1982년러시아등반대의산소통과캠프흔적.

19일C5에있던신동민대원은셰르파와함께서릉상에250m정도루트를개척하고셰르파는컨디션난조로하산했다.이때C4에있던대원들은C5로이동하며데포해둔산소와로프등을운반했다.정상공격을위해서모두맡은바임무에최선을다하고있었다.

오후5시,정상공격대원4명이C5에모였다.생각보다서릉은험하고길다.바위도불안해낙석도빈번하다.하지만정상을향한이들의의지를꺾지는못했다.

“아~,베이스,베이스.”

▲해발8,600m대의퍼스트스텝을지나등반중인대원들.박영석대장뒤로진재창부대장이등반중이다.

밤12시49분,정상으로출발한다는무전이날아왔다.네명의대원이쏟아내는열정이가슴을휘감아왔다.신동민대원이전날설치한로프를따라조심스레올랐다.총10개의산소통과500m로프와의지.이것이그들이휴대한모든장비였다.

공격대원들은어둠속에서길을찾다보니움직임이더딜수밖에없고낙석때문에움직임이여의치않았다.여명이밝아올무렵옐로밴드가끝나는8,600m지점의퍼스트스텝에도달했다.

▲C5에서출발해정상공격중인대원들이해발8,500m대의옐로밴드지역을지나고있다.

새벽3시50분,아직시간은충분하지만로프도부족하고벽이너무가팔라왼쪽으로우회해조심스레이동했다.신동민대원이선등으로나아가고박대장이뒤에서받쳐줬다.

고군분투끝에퍼스트스텝을넘어서니아침8시30분.몸은지쳤지만몸을비추는햇살에,서로를바라보는따스한눈빛에힘을냈다.서릉은생각보다멀고험했다.8,700m의세컨드스텝에도착하니로프도바닥이났다.할수없이안자일렌으로오르다보니속도가더나지않았다.이미시간은12시를넘겼다.

▲정상에오른대원들.왼쪽부터강기석대원,박영석대장,진재창부대장.촬영신동민대원.산악인들의안전을기원하는룽다가정상을장식하고있다.

에베레스트에서사고당한네대원의사진정상에묻어

BC에있던나는걱정이되는마음을억누르고주먹을불끈쥐었다.12시39분,이제1시간반정도면정상에설거라는무전이후소식이없었다.더이상늦어지면안되는데,정상을덮은가스가원망스럽기만했다.

어느순간바위지대가끝나고경사가완만해지면서눈이나타났다.저멀리오색룽다가펄럭였다.정상이다.신동민대원을선두로강기석대원,진부대장,박대장이정상에올랐다.누가뭐라할것도없이서로부둥켜안고울었다.현지시각오후3시였다.

▲지난1993년과2007년남서벽등반중사고로숨진고안진섭·남원우·오희준·이현조대원의사진을정상에묻는박영석대장.

박영석대장은품에깊이간직해온1993년,2007년남서벽등반중불의의사고로사망한대원들의사진을꺼냈다.고안진섭·남원우·오희준·이현조네명의대원이박대장을비롯한네명과함께했기에마의남서벽과서릉을지나정상에오른것이아닐까.박영석대장은그저고맙다는말을되풀이했다.

BC에있던나역시정상에올라선기분이었다.이렇게멋진원정대와함께한다는것에,그들의의지와열정에…….

남서벽.그험난한길에오르고자했던많은사람들과함께한대원들이이들을지켜주고있었다.오후3시35분,하산을시작한대원들은오후7시55시남동릉에무사히도착했고,21일C2로내려선뒤22일BC로무사히안착했다.

/글이형모대원/사진원정대

미니인터뷰

“진짜우리길로세계최고봉올랐습니다”

세번째도전에서남서벽신루트한푼박영석대장
“8,000m급14개거봉에코리안루트낼터”

박영석(朴英碩·46·노스페이스이사·동국대OB)대장은히말라야8,000m14개거봉완등·3극점도보탐험·7대륙최고봉완등으로이어지는산악그랜드슬램을세계최초로이뤄낸산악인이지만에베레스트남서벽만큼은녹록하지않았다.

박대장은1991년남서벽에처음도전했다.그원정에서그는보닝턴루트로등반하던중150여m나추락,광대뼈가함몰되는등중상을입었다.그러나그는포기하지않고1993년재도전했다.그등반에서남원우대원이남서벽단독등반중불귀의객이됐고,안진섭대원은남동릉루트로함께정상에올라선뒤하산길에추락사하는불운을겪어야했다.

▲정상에서태극기를휘날리고있는박영석대장.

이후14개거봉완등레이스와3극점도보탐험에주력해오던박대장은산악그랜드슬램을마치자마자2007년남서벽신루트등반에도전했다.불운은또이어졌다.한지붕아래서5,6년씩함께살아온오희준·이현조대원이정상공격을앞두고C4에서취침중눈사태사고를당하고만것.그사고로충격을받은박영석대장은산을떠날생각까지했으나마음을추슬러지난해가을재도전했다.그러나이때역시막판에제트기류가형성되는바람에등반을접어야했다.

따라서이번성공은세번째도전끝에이뤄낸남서벽신루트등반이자다섯번째도전끝에남서벽을통한세계최고봉등정이다.또한이로써박영석대장은에베레스트에서1993년무산소등정,2006년티베트쪽에서네팔쪽으로넘어오는횡단등반,그리고남서벽신루트로이어지는기록을세우게되었다.

5월21일6시경(현지시각오후2시45분)사우스콜캠프(7,950m)에서지친몸을이끌고C2(6,500m)로내려오자마자전화를받은박영석대장의목소리는무척지쳐있었다.여느고산같으면마지막캠프에서하루면베이스캠프로내려서지만이번만큼은달랐다.특히20일0시49분C5(8,350m)를출발해악명높은서릉을돌파하며오후3시정상에올라서기까지14시간이넘는긴등반과탈진으로사우스콜을거쳐하산하는사이몸안의모든에너지가빠져나간듯했다.

하지만그는자신감이넘쳐있었다.또다른도전계획을밝혔다.

“드디어해냈어요.우리길로남서벽을올랐어요.이제14개거봉에모두우리길을낼겁니다.세계어느산악인들에게자랑해도될만큼멋진코리안루트를말입니다.”<한필석기자/월간산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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