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11] 돔 데 로쉬포트 *-

[알프스의4,000m급명봉][11]돔데로쉬포트
페리아데비박산장에서알프스의노을빛에빠져들다
몽탕베르역~레쇼빙하~페리아데비박산장~돔데로쉬포트북벽

몽블랑산군은스위스쪽인동쪽끝부분을제외하고남북으로프랑스와이탈리아땅으로나뉘어져있다.두나라의국경선은해발3,000m이상의눈덮인능선에의해동서로그어져있다.중간즈음인당뒤제앙과그랑조라스사이에위치한4,000m봉우리가돔데로쉬포트(DomedeRochefort·4,015m)다.

물론이산의정상부는이름처럼그렇게둥그스름하지않은암봉이다.오히려동쪽에위치한전위봉인칼로테데로쉬포트(CalottedeRochefort)가눈덮인둥근돔의형상이다.여하튼정상과전위봉사이의능선은몽블랑산군에서가장멋진능선코스중하나다.무엇보다이곳에서바라보는몽블랑쪽전경과발아래로펼쳐진메르데그라스가장관이다.돔데로쉬포트는외진곳에위치해한적한등반미를즐길수있는알파인중급난이도의4,000m봉우리이다.

▲해뜰무렵,몽마레빙하를거슬러오르는일행.왼편앞에돔데로쉬포트가솟아있다.

오전10시,산행기점인몽탕베르언덕으로오르는산악열차에는많은산악인과관광객이탑승했다.6월중순이니본격적인여름등반시즌이다.가지처럼뻗어있는빙하의갈래들을따라오를산악인들의배낭과차림새에활기가묻어있었다.이번에도지난번몽모디산행에함께한백승기선배와이진기씨가동행했다.

약30분후,산악열차는몽탕베르전망대에이르렀다.관광인파로북적이는전망대에서벗어난우리는빙하에내려서기위해산길을걸어내렸다.길가에는알펜로제가한창이다.올해는작년에비해꽃이이르다.갈길이먼탓에높은구름과침봉들이알펜로제와함께어울리는모습을카메라에담을여유조차없다.오늘밤잠자리인페리아데비박산장(BivouacdesPeriades·3,432m)까지고도를1,400m이상,빙하만도3개는거슬러올라야한다.메르데와레쇼,그리고몽마레빙하다.

▲바람이세차게부는칼로테데로쉬포트정상에선일행뒤로저멀리돔데로쉬포트가위치해있다.오른편에몽블랑도보인다.

모레인언덕오르내리며레쇼빙하상단으로


화강암절벽에설치된철사다리들을걸어내린후,메르데빙하하단모레인지대에닿았다.이제부터완사면의빙하를거슬러올라야한다.돌밭을지나크레바스지대의빙사면에이르니많은산악인이프랑스식기초빙벽기술을습득하고있었다.

산악가이드나등산학교강사의안내및가르침으로빙벽기술을익히고있는초보산악인외에도몇주후인7월초에있을ENSA(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입학시험을위한가이드지망생들이열심히기초빙벽기술을연마하고있었다.숙련자라자처하는필자가보기에도가파른빙벽을아이젠바닥면만이용해자유자재로오르내리고있었다.기본에충실한모습이다.대부분의인간행위가그렇듯기초가튼튼해야보다오래도록그행위를즐길수있음을느끼며빙하를거슬러올랐다.

▲(좌)암릉을지나커니스가진설릉에접어든일행.(우)2박3일간머문페리아데비박산장.어느방향으로보아도멋진알파인풍경이다.

이제메르데빙하가오른편으로방향을틀즈음,왼편모레인지대에닿았다.수많은잡석언덕이길을막고있었다.그랑조라스쪽에서흘러내리는레쇼빙하가보다큰메르데빙하에저지당한흔적이다.레쇼빙하로떨어진수많은바윗돌들이쌓이고쌓인모습이다.몽탕베르언덕에서1시간반정도걸렸다.

첫모레인언덕의편편한바위에앉아쉬었다.높던구름이어느새짙어지고있었다.우리가묵을페리아데비박산장까지는익히아는길이라걱정할필요가없지만눈만은내리지않길바랐다.차를마시며주변풍광을즐겼다.이곳에서보는봉우리들은침봉이아닌게없다.

빙하건너편의그랑샤르모와그레퐁,블라티에르,그오른편의드류와에귀베르트등모두가낮게떠있는먹구름들을꿰뚫듯치솟아있다.그것들을책으로만접했던백선배의입에서찬사가이어졌다.젊은시절의꿈이었던침봉들을대면하는선배의심정을조금은알만했다.필자또한더나이들기전에저러한침봉들을모두오를수나있을까.욕심은금물이지만후회하지않을정도만은해봐야지않을까라는생각을하며벗어둔배낭을다시짊어졌다.

▲전위봉과정상사이의커니스진설릉을횡단하는모습.

한동안모레인언덕을오르내리고지루한돌밭길을거슬러올랐다.매년조금씩달라지긴하지만자세히살피면모레인지대에도길이나있다.사람들이많이오르내린길을따라야힘을아낄수있다.1시간이채되지않아모레인지대를벗어났다.레쇼빙하하단이다.얼음이드러난부분은걷기편했다.

지루하게빙하오른편을따라올랐다.이윽고빙하좌측둑에위치한작은알루미늄박스의레쇼산장(RefugedeLeschaux·2,431m)이눈에들어왔다.구름사이로내리쬐는햇볕에하얀색산장외관이빛을발했다.6월중순부터산장지기가거주하는산장에는몇몇산악인이난간에나와있었다.우리를반기는외침이들려왔다.그러나우리는그들을외면하고빙하를거슬러올랐다.

▲북서리지의중단부를오르는일행뒤로몽마레빙하가펼쳐져있다.

얼마오르지않아멈췄다.얼음위로눈밭이펼쳐져있었다.한낮의햇살에녹은설사면이걸음을무겁게만들었다.지고간설피를신었다.설피덕을볼차례다.앞으로4시간이상빙하를거슬러오르기위해선설피가절대적이다.남쪽으로이어지던빙하는그랑조라스북벽아래에서서쪽으로방향을틀었다.몽마레빙하에접어든셈이다.북벽에서멀리떨어진빙하우측면,즉에귀디타귈(Aig.duTacul·3,444m)쪽으로올라야크레바스의위험이적다.

차츰설사면의경사도가심해졌다.그럴수록설피가젖은눈에밀려넘어지곤했다.바짝긴장하며가파른설사면을오르고또올랐다.빙하중간중간에입을벌린크레바스들이산재해있지만시즌초반이라크게벌어져있진않았다.긴장하며몇몇암흑의크레바스를건넜다.

침봉위에자그마하게지어진삼각형모양의3인용비박산장


고도를높여에귀디타귈남면으로접근했다.몽마레빙하우측을따라걸었다.짙은구름아래로그랑조라스북벽이선명했다.빙하위로몽마레와다음날우리가오를돔데로쉬포트가살짝모습을보였다.크레바스를지나고눈언덕들을오르니마침내우리의목적지페리아데비박산장이보였다.침봉위에자그마하게지어진삼각형모양의3인용비박산장이라가본적이있는필자의눈에만보였다.빙하에서100m이상높은곳에위치해있어설피를벗어놓고올랐다.

오르막길은우선브레쉬피주(BrechePuiseux)로이어졌다.설피를벗었더니무릎까지빠졌다.허우적대며겨우바위지대로진입해침봉사이의안부인브레쉬피주에올라섰다.이후비박산장까지약50m거리의능선을올랐다.한동안아무도다녀가지않았는지산장에이르는능선에는사람의흔적이라곤없다.삼각형나무지붕에소복이눈을이고있는비박산장에닿았다.저녁7시반에도착했으니몽탕베르에서거의9시간이걸린셈이다.

▲렛쇼빙하를거슬러오르는일행앞에프티조라스와그랑조라스북벽이서있다.

입구에쌓인눈을치우고나무문을열었다.새의둥지처럼아담하게지어진산장내부에는담요몇장이깔려있고한쪽구석에서너장이잘개어져있다.몇년만에찾은아늑한공간이다.이곳이처음인백승기선배와이진기씨는암봉위에이런멋진비박산장이있으리라곤생각지못했다며산장주변으로펼쳐진경치에반해버렸다.

우리가올라온빙하쪽으로는그랑조라스북벽이,그우측으로몽마레와당뒤제앙이,서쪽으로는몽블랑과주변봉우리등이,그리고그아래로발레브랑쉬와메르데그라스의전모가훤히바라보였다.이제껏짙게깔렸던구름들사이로비치는일몰의태양빛이수많은침봉을알맞게달궈환상적인풍광을연출했다.셋모두한낮의힘든산행으로인한피로도잊은채비박산장주변을조심해서오가며사진찍기에여념이없었다.9시간이상힘들게빙하를거슬러오른보상이었다.

일몰을한껏즐긴우리는다음날등반을위해일찍잠자리에들었다.셋이엇갈려누우니딱알맞은공간이다.어둠이내리자바람이심하게불었고새벽이되자잠잠해졌다.새벽4시,알람시계의울림에일어났다.전날비닐에퍼놓은눈을녹여끓인차와함께빵을먹었다.보온병에따뜻한차를담고복장을고쳐입고서산장을나섰다.밖은여전히어두웠다.

입구아래의절벽으로60m자일을던졌다.헤드랜턴을밝히며한명씩자일하강을해설피를둔빙하에닿았다.아이젠을벗고설피로갈아신으니새벽5시다.랜턴이필요없을정도로날이밝아왔다.전날과는달리구름한점없는맑은날이라기분이좋았다.천천히몽마레빙하를거슬러올라돔데로쉬포트북면으로접근했다.바람이차지만충분히견딜만했다.

1시간만에북면아래에이르렀다.이제껏아침햇살을받으며올랐지만북벽의그늘에들어서니서늘했다.옷깃을고쳐입고설피를벗었다.이제부터등반이다.우리가오를루트는칼로테데로쉬포트로직상하는북서리지다.리지에올라서기전,첫쿨와르에서길을잘못찾아들었다.가파른바위벽에막혀확보줄을암각에걸고하강했다.1시간을허비했다.

▲몽탕베르에서메르데빙하로내려서는일행.맑은날씨에는저멀리그랑조라스우측에돔데로쉬포트정상부가보인다.

다리가후들거릴정도로고도감심한칼날설릉위로


마침내리지에올라섰다.그랑조라스가지척인칼날설릉에올라서니다리가후들거릴정도로고도감이심하다.그럴수록등반의맛은배가되는듯,모두긴장감과함께즐거움을느끼는표정이었다.조심해서설릉에오르고바위구간을지났다.

상단부에진입할수록등반이까다로워진다.이제껏연등했지만이제부터는자일두동으로확보를하며올라야한다.칼로테데로쉬포트정상세락아래의빙벽은얇지만재미가있었다.설벽용피켈이청빙에서는튕겨나올정도로잘먹지않았지만암각에걸며70도경사도의빙벽에올랐다.이렇게60m자일로4피치오르니마침내칼로테데로쉬포트정상이다.바람이거세게불고있는눈언덕에이르니남쪽이탈리아쪽에는구름이위협적으로휘몰아치고있었다.정오가지난시간이었다.

새벽부터움직여여기까지오른터라셋모두지쳐있었다.하지만이곳은정상이아니었다.정상은생각보다멀어보였다.서쪽멀리떨어져있는정상은돔의형상이아니라암봉이었고위협적인능선을횡단해야닿을수있었다.정상에다녀오려면최소한3시간이상은소요되는거리였다.하산은또어디로한단말인가.우리가오른북서리지로하산하기에는마음이내키지않았다.그렇지만여기까지와정상등정을포기할순없었다.모두의심정이반반이었지만결정을내릴수밖에없었다.계속등반하기로했다.하산은등정후에생각하기로.

자일을길게풀어암릉을횡단했다.장다름위의한암각에슬링을걸고한피치하강을하고서믹스구간을올라다시능선에올라섰다.이후커니스가심하게진능선을조심해서횡단해정상아래에이르렀다.

정상은가파른바위구간이었다.다행히홀드가많아어렵지않게올랐다.서쪽에위치한당뒤제앙과몽블랑이훤히눈에들어왔다.오후2시반이었다.9시간이상걸렸다.힘들게오른만큼기쁨이컸다.몽블랑산군깊숙이위치한돔데로쉬포트정상에서의전망은또다른즐거움이었다.찬바람이부는정상에오래머물여유는없었다.

하산을서둘렀다.조심해서정상부암벽지대를내려서서정상과칼로테데로쉬포트사이의안부인북서측면으로하산길을잡았다.60m자일두동을연결해둘이먼저하강을하고필자는클라이밍다운했다.하산을빨리하기위해서였다.이후60m자일로다섯번더하강을하고서설피를놓아둔몽마레빙하상단에내려섰다.

얼마후빙하를걸어내려페리아데비박산장아래에이르니해가기울고있었다.원래계획은일찍등반을마치고샤모니나레쇼산장까지내려갈예정이었지만할수없이페리아데비박산장에서하룻밤더자야했다.침낭등빙하에놓아둔짐을챙겨힘겹게비박산장에이르니저녁8시가넘었다.15시간이상이어진힘든산행이었다.그에대한보상으로우리에겐전날보다멋진저녁노을이기다리고있었다.다음날아침의일출장면도보기드문장관이었다.

▲정상에선일행뒤저멀리메르데빙하가흐르고있다.

산행정보

몽블랑산군깊숙이위치한돔데로쉬포트는1881년에클일행에의해북서측면으로초등되었다.이봉우리에접근하는길은일반적으로두가지다.필자일행처럼몽탕베르에서출발해메르데,레쇼,몽마레빙하를거슬러오르는경우와에귀디미디전망대에서횡단곤도라를이용,헬브로너전망대에서출발해당뒤제앙쪽으로올라또다른4,000m봉우리인에귀로쉬포트를지나는긴국경능선을횡단하는방법이다.

어느쪽이든1박이상소요되기에이에대한준비가필요하다.몽마레빙하에러셀이되어있는경우에는레쇼산장에서당일산행도가능하다.한편페리아데비박산장은3명이상기거하기불편할정도로작으며,빙하에서는잘보이지않으니위치파악에신경을써야한다.

-글·사진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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