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에 그들의 인생이 있었다 *-

위즈덤(Wisdom)얼굴에그들의인생이있었다

"누구나오래살기를바라지만늙기를바라는사람은없다."《걸리버여행기》를쓴조너선스위프트의말이다.수년전할리우드갱스터영화《로드투퍼디션》개봉에맞춰시카고에서인터뷰에응한노배우폴뉴먼은"나이먹는것의가장큰장점은무엇인가"라는기자의질문에"그런게어디있나.한가지도없다"고대답했다.그렇겠다싶다.아무리분칠을해도늙는건서러운거아닐까?

그러나LP판크기의묵직한신간《위즈덤(Wisdom)》은그렇지않다고웅변한다."삶의경험을통해얻은지혜야말로우리가다음세대에물려줄가장훌륭한선물"이라단언한다.65세를넘은세계의저명작가,미술가,정치인,배우,기업인,종교지도자50인을만나촬영과녹취를하고멋진책으로만들었다.’경륜(經綸)의주인공들’은전직국가원수4명(바츨라프하벨,넬슨만델라등),노벨상수상자6명(나딘고디머,월레소잉카등),프랑스레종도뇌르등각국최고훈장수훈자17명,아카데미·그래미같은예술관련권위상수상자12명등각분야의최고들이다.

사진=앤드루저커먼제공

책은지혜의말들로차고넘친다."답은없어요.질문이답이지요.지혜는바로거기,내가있는자리가어딘지끊임없이물어보는중에있습니다.알고싶은마음이없어질때나는죽은겁니다.걸어다녀도죽은거예요."(영국코미디언빌리코놀리·67)"가장중요한건가슴입니다.연민의행위,입장바꿔생각할줄알기,남을해코지하지않기,이것이세상에서일어날수있는제일좋은것입니다."(컨트리가수크리스크리스토퍼슨·72)

폴란드출신의전(前)미국국가안보보좌관즈비그뉴브레진스키(81)는공직생활을시작하려는젊은이에게"더큰선(善)을바라보며주도면밀하게목표를세워라.일단세웠으면,어떠한비난이나공격이들어와도목표를고수하라"고충고한다.일세를풍미한헨리키신저(86)전미국국무장관은"무리한야망을키우지말라.그해그해가장중요하다고생각하는일만하라.그러면커리어는알아서굴러간다"고조언한다.테니스그랜드슬램대회에서통산단식12회,여자복식16회우승했던빌리진킹(66)은"나는인생에서가장훌륭한조언을저녁식탁에서어머니아버지로부터들었다"고말한다.

사진=앤드루저커먼제공

그렇다고’지당하신말씀’만있는건아니다.50년동안톱가수들에게500여곡을작곡해준버트배카라크(81)는"나는가능한한오래건강하게살았으면좋겠어요.떠나고싶지않아서.해야할일이있고,써야할음악이있어서"라고솔직하게토로한다.매들린올브라이트전미국국무장관은"운동은내정신건강에아주중요하다"며,72세나이에도180㎏짜리레그프레스를하고있다고귀띔해준다.

2007년8월부터9개월동안3개대륙을오가며숨가쁘게진행된이프로젝트의진행자들은주인공들의실제인생체험에는크게관심이없었다.가족의일원으로서,누군가의친구나연인으로서,예술가나선생으로서어떤사람이었는지,살면서흔히겪는온갖일들에서는어떻게반응했는지에포커스를맞췄다.한마디로’인생살고보니어떻던가?’를물었고,그대답들은우리의막연한예상을훌쩍뛰어넘어유익하고흥미로우며감동적이기까지하다.

인터뷰와사진을담당한앤드루저커먼(32)은미국워싱턴출신의사진가이자영화감독이다.그의사진들!작가라해서커다란서가앞에앉히고,미술가라해서사방에그림인화실에서찍지않았다."말로는전달할수없는엄청난양의소통거리가초상에는담겨있다.얼굴은그사람의여정을말해준다.

그것도아주긴여행이다"라며얼굴의지형을남김없이드러내기위해완벽한무배경에엄청난조명을썼고인물들은고통스러울정도로눈이부셨다고한다.126컷의사진은속눈썹한올,미세한주름하나까지고스란히드러내고있으며,때로전신상과섬뜩할정도의극단적클로즈업도배합돼있다.그노고가무게와아름다움을모두갖춘한권의책으로결실을보았다.

뉴질랜드의일개출판사(PQ블랙웰)가어떻게이쟁쟁한인물들을단기간에섭외할수있었을까.저자는남아공의데스몬드투투(78)대주교가산파역이었다고밝히고있다.선정된인물들에게그가편지를써서시간을내줄것을당부했고,이들모두가무보수로인터뷰에응해주었다는것이다.

어느모로나’한국판위즈덤’을고대하게끔만드는반가운책이다.투투대주교역할을할정신적대부(代父)가선뜻떠오르지않는우리현실이답답하긴하지만.

앤드루저커먼지음|이경희|옮김샘터아트북|216쪽|12만원

  • -글/신용관조선일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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