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의 진실 *-

에베레스트의진실

인간은과연에베레스트를‘정복’했는가?

황금산.이책에서지은이가에베레스트를지칭하는말이다.‘에베레스트등반’을‘스포츠’라고도말한다.심지어는북동쪽루트,즉티베트쪽사면을에베레스트등반자들의‘월마트’라고부르기도한다.에베레스트로사람들을끌어들이기위해안간힘을쓰는중국정부가다양한인프라를구축해놓은것에대한냉소다.

이쯤되면이책의한국판제목인‘에베레스트의진실’이무엇인지짐작될것이다.원제를보면훨씬명확해진다.‘HIGHCRIMES’,중대범죄라는것이다.왜?에베레스트에최초로오른에드먼드힐러리(1919~2008)의말을빌려보자.

2003년,힐러리는에베레스트등정50주년을기념하여카트만두에서열린기자회견에서다음과같은예언성발언을했다.

“제게는에베레스트의미래가밝아보이지않습니다.베이스캠프에는천명의사람이북적대고오백조의텐트가설치되어있습니다.게다가음식파는곳,술마시는곳,요즘시대의젊은이들이즐길만한그밖의여흥거리를제공하는곳도있고요….저는베이스캠프나그근방에주저앉아캔맥주나들이켜는일따위를등반으로여기지는않습니다.”

이말을할당시힐러리는80세였다.살날이얼마남지않은완고한노인의걱정이라고하기에는예사롭지않은발언이다.이책이전하는베이스캠프의풍경을보자.

“일부산악인은국경을가로지르며마약밀수를했고,해발6천미터가넘는곳에서매일대마초와맥주,위스키에몽롱하게취해서지냈다.베이스캠프에서는창녀들과뚜쟁이들이이리저리돌아다니면서사람들을유혹했다.”

이책은2006년에베레스트등반과정에서지은이마이클코더스가직·간접적으로경험한일들을비판적시각으로담아낸다큐멘터리다.기둥줄거리는크게둘이다.하나는닐스안테네사라는69세의볼리비아출신미국인의사가실종후사망하기까지의전후과정을추적한것이다.또하나는트리뷴계열의신문사<하트퍼드커런트>의기자인지은이자신이참가한‘코네티컷팀’의등정과정이다.지은이는이두이야기를교차시키면서에베레스트의그림자에해당하는다양한이야기들을녹여놓았다.

이책에서밝혀진바에따르면닐스안테네사는불가항력적인상황에서‘실종’된것이아니었다.구스타보리시라는자신의가이드로부터버려졌다.닐스의입장에서보자면구스타보리시를만난것자체가죽음의시작이었다.구스타보는에베레스트에오른적이없으면서동료의등정사진을자신의것으로둔갑시킨범죄자였으니까.구스타보의행위가범죄적인것은,지은이와의인터뷰에서한발언에서잘드러난다.

훗날구스타보를만난지은이가왜고산병으로심하게고통받고있는사람을두고정상에서그렇게오랜시간(40여분)을허비했느냐고물었다.구스타보는이렇게답한다.“정상풍경이너무아름다웠기때문이죠.정말근사했어요.판타스티코(fantastico)!”그는정상등정다음날아침에도자신이버린고객에대해서는관심이없었다.그가한일은자신의웹사이트에서자신의등정소식을전세계에알리는것이었다.그는스페인어로“정상!구스타보리시가에베레스트를정복했습니다”라고자랑하기에바빴다.그에게는에베레스트등정자라는명예와돈이전부였다.

지은이가속한‘코네티컷팀’도사정이썩나을것이없었다.팀원간의불화는생명의위협을느낄정도였다.지은이에게팀의리더인조지디바레스쿠는비열하고폭력적인존재였다.내부불화를외부로알린그에게생명을위협하는발언도서슴지않았다.어느날그는조지가휴식용텐트에서자신의텐트나산소통을망가뜨려버리겠다고말하는것을엿듣는다.결국지은이는등정당일일행보다많이뒤처진상황에서하산을택한다.

지은이가보는에베레스트는철저한‘레저’대상이고‘서커스’마당이다.무엇이이렇게만들었는가.이책에따르자면명예와돈이다.“그산정상에오른이들가운데는평생몇군데산밖에오른적이없는이도상당수에이르지만하산하기만하면하나같이‘세계적인산악인’이라는호칭을얻는다.(…)정상을밟고내려온뒤에는동기부여강사,저자,방송인,후원받는체육인,등산가이드,인명구조전문가로변신하기도한다.”이런이유로‘트로피사냥꾼’들은에베레스트를등반의메이저리그,신분상승의수단으로여긴다는것이다.

이제책을덮을시간이다.지은이의기록이객관적사실에기초하고있다할지라도에베레스트를올랐거나앞으로오를사람들의행위를이책의시각으로만볼수는없다.아무런대가도,명예조차도바라지않는(설마이런사람까지있을까만)순수한열정을누가막을것인가?따라서이책은부제인‘탐욕의시대를맞은에베레스트의운명(TheFateofEverestinanAgeofGreed)’에주의를기울여읽어야한다.이책에나오는대부분의얘기는상업원정대에서비롯된것이기때문이다.

이지점에서이책은우리에게또하나의역설을말해준다.1996년에에베레스트에서일어난,단한차례의폭풍으로8명이사망한것을비롯해총12명이사망한대참사를기록한<희박한공기속으로>가세계적베스트셀러가되면서에베레스트는본격적인상업화의길을걷게된다는사실이다.돈과체력만있으면누구나오를수있는산으로인식되기시작한것이다.

돈과체력이충분한사람들가운데에서도순수한동기로에베레스트에오르려는사람들이더많을것이다.역으로그들을이끄는사람들중에도오로지산이좋아그일을하는사람도있다.영웅적인행위로스타가된순수한산악인도있다.여기서나는그순수성이란게과연무엇인지,그순수성이란것이지나치게과장된것이아닌지하는의문이든다.이런의문을가진사람이라면<셰르파,히말라야의전설>(조너선닐지음/서영철옮김,2006,지호)을읽을필요가있다.이책은단순한짐꾼에불과했던셰르파가설산의호랑이로거듭난과정을추적한다큐멘터리다.몇대목만보자.

1922년,왜산에가느냐는질문에‘거기있으니까간다’는유명한말을남긴영국인조지멜로리팀과14명의포터들이에베레스트에올랐다.결과는실패.7명의포터가죽었다.그들에대한보상금은250루피,영국돈으로는17.5파운드였다.

1934년,독일등반대가낭가파르바트에올랐다.영국과경쟁의식에서비롯된도전이었다.그러나그도전은엄청난불행을낳았다.독일등반가슈나이더와아센브레너는쇠약해진동료와티베트인포터들을버리고스키를타고도망을쳤다.포터들은지친독일등반가들을보살피며극적으로귀환한다.

1953년,새로운여왕엘리자베스2세의대관식에맞춰영국등반대가에베레스트에올랐다.최초의등정자는뉴질랜드인에드먼드힐러리.영국여왕은그에게기사작위를주는것으로영국의자존심을지켰다.나머지한사람은셰르파텐징노르가이.그는기사작위를받지못했지만,셰르파를‘설산의호랑이’로다시태어나게했다.

애초부터에베레스트에오르는행위는순수성과거리가멀었다.그런데도줄기차게순수성을강조하는위선이반복된다.무엇이과연순수인가?여기에청교도적잣대를대서는안된다.오히려직업적순수성,상업적순수성,명예욕의순수성에대해물어야한다.한번더물어야한다.인간은과연에베레스트를정복했는가?

-글/윤제학동화작가/마이클코더스지음/김훈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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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의진실><희박한공기속으로>번역한김훈씨

“산서는재미있고감동적입니다”
"’에베레스트의진실’의저자는피해자지만감정에휩쓸리지않고냉정하고객관적으로쓰려노력하고있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구스타보와다마레스쿠는인간이가진욕심의병폐를단적으로보여줍니다.우리가이책을보고놀라는것은소설이아닌실화이며세상에서일어나는병폐가순수한공간이라생각했던산으로까지옮겨졌다는겁니다.”

<희박한공기속으로><럼두들등반기>를번역한김훈(金勳·57)씨가새로운산서<에베레스트의진실>을번역했다.<에베레스트의진실>은미국기자인마이클코더스가2004년봄시즌에베레스트에서일어난비화를담은등반기이다.원제인‘중범죄(highcrimes)’에서알수있듯이고산등반에서일어나는인간의추악한모습을다루고있다.

김훈씨는번역가로일한20년동안100권이넘는책을번역했다.이중그가번역한산서가세권이니산서를전문적으로번역했다고얘기하긴어렵다.그러나해외산서가번역되는게드문일임을감안하면그리볼수도있다.

“전산악인이아닙니다.록클라이밍을하고해외고봉을등반해야산악인이란소릴들을텐데.국내산등산만하는제가인터뷰를할자격이있나모르겠네요.그래도수유동에서35년동안인수봉을보고살아서산의감동과경이로움을알고있으니인연이없는것도아니군요.”

암벽등반이나고산경험이없어등반용어를번역하는데어려움이있지않았을까했으나“자료를보고공부해서어떻게든소화해낸다”고한다.덧붙여어떤장르든인간이겪는과정의위기는공통된부분이있기에번역하며어려운점은없었다고한다.그가10년전에번역한<희박한공기속으로>역시에베레스트등반기다.그래서머릿속에사우스콜과힐러리스텝,베이스캠프등이훤히그려진단다.

“아이러니해요.<희박한공기속으로>에는에베레스트에대한경외감이있었는데,이책에는에베레스트가타락의장으로그려지거든요.자기과시와허영의전시장이라고할까요.유별난현상은아니라고봐요.단지도시의것들이산으로옮겨진것뿐인데,고산이다보니목숨을좌지우지할정도로문제의심각성이커진거죠.이책을번역하면서외국트레킹가고싶은생각이사라졌어요.하하,대신국내산을더많이가려고요.”

김훈씨는“번역은문장을옮기는게아니고문맥과맥락을옮기는것”이라한다.문장을옮기게되면책이재미없어진다는게다.그러나저자의의도가훼손되지않도록“최대한원문에가까이가려한다”는것이그의원칙이다.“예전에는배운다는느낌으로번역을했지만지금은내려다보고번역을해요.그래야더좋은번역이나오죠.”

저자의삶의깊이를역자가이해할수있는능력이있어야좋은책이나온다는게다.“산서는재밌고감동적”이라는그에게해외산서의국내소개가더활발해지기를기대해본다.

/글신준범기자/사진이경호기자/월간산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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