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블랑 트레킹 *-

몽블랑트레킹

알프스최고봉에서자연의위대함에빠져들다.
클린마운틴회원들16일간의몽블랑일주

“지금부터장비점검이있겠습니다.”수년간나와함께히말라야를누비며청소를했던최정예대원들은벽안의아가씨들에게무장해제를당했다.거의20년만에받아보는장비점검.그옛날좋아했던영화‘셸부르의우산’의여주인공주느비에브(까뜨린느드뇌브)를닮은푸른눈의프랑스가이드는꽤나친절했지만엄격했다.대원중두명이목이짧은등산화밖에없다는이유로프랑스의샤모니에서새등산화를구입해야만했다.모두발목까지올라오는등산화를구입했다.

▲샤모니보자고개로향하는대원들.몽블랑노멀루트인구테산장으로가는길이다.
“몽블랑일주를단순트레킹으로생각해서는안됩니다.표고차1,500m를오르내려야하고빙하를건너야하기때문에목긴등산화는필수예요.빙하를가로지를수도있고도중에눈이올수도있기때문이에요.”그렇게우리15명대원은비내리는샤모니계곡을오르며몽블랑라운드트레킹(TourdeMontBlanc·TMB·트루드몽블랑)을시작했다.

‘아…이래서사람들이알프스알프스하는구나.’

작년히말라야8,000m봉클린마운틴운동을마칠무렵나는미국보스턴으로날아가미국의대표적인환경운동인LNT(LeaveNoTrace·흔적남기지않기)과정을이수했고,LNT의체계를빌려국내에서클린마운틴운동을전개하고싶었다.그리고그곳에서배운지식을가지고지난2월부터광교산,모악산,조령산,오대산,대둔산등지에서클린마운틴운동을전개하고있다.

“몽블랑일주를하는건어떨까요?시간도보름남짓이면되고,저는유럽알프스는한번도가본적이없거든요.”

클린마운틴운동을하며지친대원들에게선물을주기위해제안을했다.그동안히말라야를쏘다니며불편한먹거리와잠자리에고생이많았는데,몽블랑일주는멋진경치와맛있는먹거리가풍부하기때문이었다.클린마운틴회원들은찬성했고,그것에의기투합한회원들과함께신발끈여행사(www.shoestring.kr)의도움을받아지난6월20일스위스제네바행비행기에몸을실은것이다.

▲이탈리아(몽블랑산군)그랑드조라스세느고개.

장비점검을마치니샤모니계곡엔구름이낮게깔려있고잔잔하게빗발이내렸다.몽블랑이한눈에건너보이는최고의전망대인브레방(Brevent)까지걸어올랐다.이곳에서우리는몽블랑산군의대파노라마를실컷감상했다.트레킹도중웬만한능선에오르면대자연의장관을맘껏감상할수있지만처음맞는광경에우리는입이다물어지지않았다.

내려오는길에잠시벨라샤대피소(RefugedeBelLachat·2,136m)에들렀다.목조건물로30명정도수용하는작은산장인데구간중유일하게물을보충할수있는곳이다.산장에서내려와한시간정도걸으니아스팔트도로가나왔고그곳에레우시로지로가는미니버스가대기하고있었다.

TMB의특징중하나는이미니버스다.이버스는15명기준으로1인당300만원정도하는TMB패키지에포함되는데우리나라백두대간을종주할때지원조시스템과비슷하다.대원들을위한점심식사,산행후의숙소이동을모두도맡아한다.그래서우리는가벼운당일산행장비와식수만챙겨마음놓고산행을할수있었다.어찌나시간을잘맞추는지점심먹을장소에항상대기하고있고,산행을마치고내려오다보면언제나먼저와있었다.

둘째날아침우리는뻐근한몸을이끌고그림같은알프스의구릉을걸었다.가이드가피곤하면케이블카를이용하자고했지만전날장비점검등에자존심이상했던터라우리의저력을보여주기위해케이블카를이용하지않았다.20여년전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를졸업한남상익대원은케이블카를이용해야몽블랑을더잘볼수있다고했지만우리는걷는게더좋았다.꼴데보라에도착하니또다른절경이펼쳐졌다.
‘아…,사람들이이래서알프스알프스하는구나.’

▲트레킹이틀째히말라야다리를건너레콩타멩봉쥬와로향하는트레킹단.
나는지난20여년간히말라야만바라보며60회정도찾았는데아무리히말라야가좋다고해도역시시야를좀넓히는것도나쁘지않다는생각이들었다.우리가밥을주로먹지만때로는빵도먹고,회도먹고하는것처럼또다른인생의뉘앙스를즐길수있는것같다.

트리코트고개(ColdeTricot·2,120m)로가야했지만절경을감상하느라트리코트를거치지않는지름길을선택했다.이윽고도착한레콩타멩몽쥬와(LesContaminesMontjoie·알프스휴양과리조트의중심)에서숙박했다.이곳은마을이라기보다는꽤규모가큰산악도시인데시골장터가있어볼거리가많은곳이다.하루일정을마치고마음편히마을길을걸으며상점나들이를할수있는데우리나라와다른치즈가게,음료수가게,채소가게등색다른삶의현장을보는재미가쏠쏠했다.

다음날레콩타멩몽쥬와에서미니버스로이동한후몽쥬아(Montjoie)에서산행을시작했다.멀리산아래로레콩타멩몽쥬와마을을한참이나시야에서버릴수없도록일정한고도와평탄한길을따라가면서건너편에커다랗게자리한에귀뒤크로쉐(AiguilledeCroche)와몽졸리(MontJoly·모두콩타민마을앞에있는거대한검은흙산군)를보는재미로걸음을옮겼다.이지역은특히수림지대가많아순간순간알프스의시원함과따뜻함을동시에느끼며트레킹할수있었다.

클로디우베르나르(ClaudiusBernard)의파노라마처럼펼쳐지는길목을따라1,970m높이의트레라떼뜨대피소(refugedeTre^laTe^te)에도착하니점심을가득실은미니버스가대기중이었다.

이번트레킹에서는모든대원이가져온간식이전혀소용이없었다.이유인즉가이드들이준비해주는점심식사가너무훌륭했던것이다.그들이준비해주는빵과과일,햄,치즈그리고생선조림등은그맛은물론이고양도충분했다.준비된음식모두가그지역농산물일뿐만아니라100%유기농으로재배된것들이었다.

점심식사후웅장하기로소문난트레라떼뜨빙하(GlacierdeTre^laTe^te)를보러갔다.마침믹스등반을하러온클라이머들을만날수있었는데빙하에서등반훈련을하는모습을보니훈련환경이좋은이지역클라이머들이부러웠다.우리가히말라야에가기위해겨울한철설악산이나한라산에서훈련하는것과너무비교되었다.이날우리는낭보랑산장(ChaletdeNantBorrand)에서여장을풀었다.

▲페레계곡건너로거대한몽블랑과악마의발톱이라불리는랑뒤제앙·그랑드조라스이한줄기능선으로바라보인다.이탈리아몽드라삭스능선.
3개국국경과2차대전당시군초소도거쳐

다음날시설좋은발므(laBalme·1,706m)산장을거쳐본옴므고개(ColduBonhomme·2,329m)까지올랐다.가이드설명에의하면이곳은역사적으로중요한의미가있다고한다.과거로마가세계를제패할때이길을통해프랑스를침략했던로만로드(RomanRoad)라는것이다.그래서인지오르막일부구간을제외하고는비교적노폭이넓고평탄한길이었다.

식사를하고부드러운암석판사이를지나2,665m높이의푸르고개(ColdesFours)를지나2,756m의떼뜨노르드푸르(TeteNorddesFours)에서알프스의황홀한풍광은물론몽블랑의장엄한옆모습을볼수있었다.김인식(76·전서울시산악연맹회장)대원은15년전회갑기념으로이곳을통해몽블랑에오른적이있었는데감회가새롭다며눈시울을적셨다.

▲몽드라삭스능선에서바라본그랑드조라스남면.
어느덧트레킹을시작한지5일이지났다.우리일행은목초지에서풀을먹고있는한무리의당나귀가앞으로보이는모떼산장(Chaletref.desMottets)을지나표고차600m를오르며2,516m높이의세뉴고개(coldelaSeigne)로올랐다.이곳은프랑스와이탈리아의국경으로고개에서면멀리몽블랑이겨우보인다.조그마한경계비하나가국경임을알려주었다.우리나라는같은나라인데도남북사이에간담이매우서늘한데이곳은다른나라인데도이렇게쉽게국경을넘을수있다는게정말부러웠다.

우리는세뉴고개에서좌측으로돌아쌍둥이처럼서있는라임스톤(화석)피라미드를거쳐빙퇴석의에스뗄레뜨(Estelette)빙하쪽으로길을잡았다.이곳은계곡과고개를함께감시할수있는천혜의장소로제2차세계대전당시이탈리아군이사용하던초소건물흔적이남아있고건너편에는대포진지와철조망들이아직도남아있어색다른느낌을갖게했다.

좌측으로거대한드라렉스블랑슈(GlacierdelalexBlanche)빙하와그뒤로트레라떼뜨침봉(Aig.dudeTre^laTe^te)이크게솟아있다.우리는엘리자베타산장(Ref.ElisabettaSoldini)에서그날의여장을풀었다.이곳의정식명칭은‘엘리자베타솔디니’로산에서동료를구하고죽은솔디니여사의이름을붙였다고한다.80명을수용할수있고,오래된산장이지만교황이었던요한바오로2세등유명인사들이방문할정도로유서가깊은곳이다.

다음날아침2,420m높이의비에이(ArpVieille)로향했다.중간에오른쪽으로그랑드조라스(GrandesJorasses·4,208m)가,왼쪽에는몽블랑(MontBlanc·4,810m)이그림같이펼쳐졌다.몽블랑은브루이야르(Brouillard)와프레니빙하그리고이노미나타(Innominata)와에귀뒤뻬뜨레(AiguillesdePeuterey)등광범위한알프스지대를아우르며그위용을자랑하고있다.

작은쉐크루이호수(lacChecroui)와인공스키장을지나쉐크루이고개(Colchecroui)에있는메종비에이(RefugeMaisonVieille·‘낡은집’이라는뜻)에서점심식사를했다.이날은이탈리아의대표적음식인파스타를먹었다.식사를하면서산장주인이아주젊은여자라는것을알게되었는데매력적인외모와는달리이곳TMB산악마라톤대회에서우승한철인이란다.

프랑스지역TMB가산세가완만하고부드러워여성적이라면이탈리아쪽의TMB는아주급격하고웅장하며남성적이라할수있다.주변집구조만보더라도프랑스는나무로만들어진것이대부분이라면이탈리아의경우에는지붕까지도돌로만들어져있는등그모양새가사뭇다르다.음식도마찬가지이다.부드러운빵과유제품위주였던프랑스지역과달리이곳은일정내내파스타코스요리가나와와인과곁들이는재미가쏠쏠했다.여러나라의음식을먹는즐거움도산행하면서느끼는감동못지않다는것을알았다.

▲TMB마지막숙소인트렐레상에서완증증을받고기념촬영한클린마운틴TMB대원들.
다음날우리는그림같은숲이우거진베르토네산장(RifugioBertonne·1,889m)을지나몽드라삭스(MontdelaSaxe)능선을따라해발고도500m이상을오르며떼뜨베르나다(TeteBernada·2,534m)로향했다.전체TMB일정중가장빼어난절경을자랑하는구간이었다.

페레계곡(ValFerret)을사이로거대한몽블랑(MontBlanc·4,810m)과악마의발톱이라불리는당뒤제앙(DentduGeant·거인의이빨·4,013m),그랑드조라스가한눈에들어왔다.모두바로눈앞에펼쳐진절경에입을다물지못했다.몽블랑트레킹이가치가있는것은바로자연의위대함속에사람이빠져있고,마치같이걷는것처럼가까이에서감동을주기때문일것이다.

감동에젖어10여분걸으니숙소인라바쉐(Lavachey·1,640m)가강가에자리하고있었다.이곳은피켈과아이젠으로유명한그리벨가문이운영하는로지라고한다.

그리벨의영혼을온몸으로느끼면서하룻밤을보내고우리는아르누바(Arnuva)로갔다.여기서부터그랑드조라스를품에안을수있는엘레나산장(Ref.Elena)을지나이탈리아와스위스의접경인페레큰고개(GrandcolFerret)에도착했다.이곳은몽돌랑(MontDolent·3,823m)과아름다운프레드바빙하(GlacierdepredeBar)를만끽할수있는곳이다.이곳은이탈리아와스위스의국경으로1931년에세운경계비가스위스와이탈리아의국경임을알리고있다.스위스쪽으로보면오른쪽멀리에그랑꽁벵(GrandCombin·4,314m)의웅장한모습을볼수있다.

다음날페레계곡을따라형성된스위스의전통가옥마을을보면서그림같은호수로유명한샹뻬(Champex)로이동했다.우리가흔히보는달력의사진보다훨씬멋진모습으로알프스를대표하는곳이란다.우리는발걸음을재촉해아르뻬뜨대피소(Rif.Arpette)에서여장을풀었다.다음날은론계곡과마르띠니(Martigny)마을을감상한후포르클라고개(ColdeForclaz)를거쳐샹뻬당바(Champexd’enBas·1,359m)근처의전망좋은집‘아르뻬뜨(Arpette·1,277m)’찻집에서멀리론계곡(ValRhone)을보면서에스프레소한잔으로휴식을취했다.

일정내내맛있는커피와와인,치즈,신선한빵과우유가우리를기다리고있었다.평소에는빵과우유만으로식사를못한다하더라도이곳의빵은느낌이한국의그것과는사뭇달라생활하는데전혀문제가없다.전망좋은보벵산장(RifugeBovine·1,987m)에도착,스위스의도시마르띠니를충분히감상하고,멀리인터라켄방향과이탈리아방향으로뻗어난산맥들도볼수있었다.힘겨운언덕을올라포르끌라고개(ColdelaForclaz)아래에있는트리앙(Trient)에서1박했다.
TMB처럼정신·문화적인면강조한길탄생하기를

다음날트리앙에서포클라르고개를지나낭누아르계곡(NantNoir)을지나에르바제르(LesHerbageres)를넘어서면시야가크게열린다.멀리2,131m의발므고개가보이기때문이다.이곳은샤모니계곡상단으로프랑스와스위스의국경을이루는발므고개가있다.또한이곳은알프스에서가장눈과비가많이내리는곳중하나다.그래서목장이많다.샤모니계곡을타고오르는구름이이고개를넘으면서눈과비를뿌리고몸을가볍게한후이국경고개를넘는것.

오랜만에프랑스샤모니와재회한발므고개에서잠깐휴식을취한후뽀제뜨(Posettes)산등성이를따라1,417m높이의트렐레샹(Trelechamp)으로향했다.트렐레샹숙소에서1박한후마지막TMB출발점인몽떼고개(ColdeMontets)에도착했다.이곳에서빙하들과아르장띠에르빙하(Glacierd’Argentiere)와메르데글라스(MerdeGlace),드루(Drus),에귀베르뜨(AiguilleVerte)등몽블랑의경이롭고아름다운풍광들을감상할수있었다.

쉐즈리호수까지뚜르드몽블랑코스의일부다.플레제르에서투어일정을마무리하고,오후에케이블카를타고샤모니로귀환함으로써우리의일정을마감했다.

최근들어우리나라도지리산이나한라산을중심으로라운드트레킹붐이일고있다.산정상만을바라보며오르는식의산행이아니라산을보고즐기는방법인것이다.우리나라도단순걷기만을강조할게아니라TMB처럼가는곳의문화와음식,건축,역사등문화전반을재구성하여육체적인면보다는정신적인면을좀더강조했으면하는바람이다.

-글한왕용에델바이스홍보부장·클린마운틴리더/사진정명용대문대표/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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