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선의별명중하나는‘떡보’다.밥보다떡을더좋아하기때문이다.이날도산행에앞서점심간식거리로산게다름아닌떡이었다.해서선배인김점숙과동갑내기인김동애는미선을떡보라고부르곤하는것이다.
세사람은여성으로선드문토털클라이머다.모두암벽과빙벽은물론스포츠클라이밍에서히말라야거벽등반까지해내고있기때문이다.특히김점숙은국내여성토털클라이머의맏언니격인산꾼이다.1990년대중반자연암벽등반에서여성최고수로꼽혀온그녀는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두각을나타내는가하면1995년겨울에는국내최대빙폭인토왕폭을단독등반해내많은클라이머들을놀라게했고,1999년1월에는미국에서열린ESPN동계X게임빙벽등반경기에서준우승을차지해한국빙벽등반의기량을세계에과시하기도했다.
이렇게뛰어난등반력때문에20대중반부터등산학교강사로활동해온김점숙은1995년결혼이후의정부에서실내인공암장샤모니월을지금까지도운영하고있고,남편최승철(1998년탈라이사가르등반중사망)씨가거벽등반기술을전파하기위해결혼전태동시킨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강사생활을하기도했다.
“야,이거눈이많아서바위가될지모르겠는데.그래도언니가앞장설거니까걱정은안되는데….부부가오래살다보면서로할얘기가없어진다고하죠?언니와제사이가그래요.”
채미선이6년선배인김점숙과인연을맺은것은꽤오래전일이다.두명모두정승권등산학교강사출신이다.김점숙이1995년결혼이후그만두었고,채미선은그2년뒤인1997년부터2004년까지교장인수유리등산아카데미실내암장을관리하며강사로지내왔다.
“점숙언니는워낙유명한클라이머였어요.산에다닌지얼마안됐을때는늘어떤사람인가궁금했었는데선배강사이다보니자연스럽게가까워질수있었어요.”
채미선역시한때잘나가는클라이머였다.고교시절태권도선수로활약했을만큼다부지고체력이뛰어났던미선은1995년우연한기회에인연을맺은바위도재미있었지만뭔가에집중해야겠다는생각에실내암장에서운동을했다.집가까이유명클라이머인정승권씨가운영하는수유리클라이밍아카데미에서훈련을쌓은미선은타고난체력에유연성으로곧눈에띄는클라이머로성장했다.
특히빙벽대회에서두각을나타냈다.빙벽을제대로배우기시작한이듬해인1998년설악산빙벽대회에서3위에입상한뒤매년한단계씩올라1999년2위,2000년에는우승을차지했고,2001년과2002년에도연거푸우승해3연패를달성했다.게다가2000년경기도지사배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3위에입상하고2001년에는아시아빙벽대회에서우승하는등경기등반에서뛰어난면모를보여주었다.때문에정승권씨가미선에게바라는바가컸으나미선은다른쪽에관심을갖고있었다.
“요즘보면정선생님머리가하예요.주변사람들이반은저때문에셌대요.그게전혀아닌것같은데말이에요,호호….정선생님은전업등반가로자리를잡으려면등반경기에서두각을보여야한다고생각했어요.하지만제게는거벽과알파인등반이더마음에와닿았어요.그래서스포츠클라이밍에열중하는대신2000년과2001,2002년3년연속으로요세미티엘캐피탄을등반하고2002년에는북미최고봉매킨리도다녀온거죠.”
채미선이김점숙과로프를함께묶은것역시2000년요세미티등반을앞두고서였고,두사람은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강사인김세준(金世俊·41)씨와함께엘캐피탄의조디악(Zodiac)을등반했다.
“의욕만앞섰던등반이었죠.모든게어설펐으니까요.그래서조디악을두번이나등반했어요.8피치를오르는데물통이깨지면서물이다새나가버렸지뭐예요.할수없이캠프장으로돌아와서식수를챙겨다시올라가야했어요.그바람에한두코스더오르려던계획이깨졌죠.아무튼물이떨어지고나니까입에서어찌나단내가나던지내려가면요세미티아래버진강강물을몽땅마시겠다고다짐했으니까요.”
“평소‘티격태격’하다가도줄만묶으면차분해진다”는두사람은2000년제대로등반하지못한아쉬움을달래기위해2001년오경아씨와셋이서요세미티등반에나서조디악,탠저린트립(TangerineTrip),노즈(TheNose)3개루트를등반하고하프돔트레킹도하고돌아왔다.
자유등반에흠뻑빠져지내던2003년에는태국프라낭해벽등반에나섰고,혼합등반에몰입해있던2005년에는캐나다스쿼미시원정에나서기도했던김동애는지난1월말별빛산악회회원들과세계에서가장높다는베네수엘라의엔젤폭포등반에나섰다가사흘전귀국했다.3년간을벼르다나선원정이었는데아쉽게도접근상의문제가생겨뜻을이루지못한채귀국해야했다.
“높이가1,000m나되는어마어마한폭포예요.한데가뭄이너무오래지속되는바람에접근이안됐어요.폭포밑까지가려면배를여러번타야하는데바짝말라있었던거예요.그래서엔젤폭포와조금떨어진로라이마라는지역을트레킹한게원정의전부예요.와인하고안심스테이크는실컷먹었어요.점숙언니,제볼좀보세요.통통하게살이쪘잖아요.”
간호사로근무해오던의정부보건소까지그만두고원정에나섰던김동애는두사람에비해뒤늦게전문등반에입문했다.2002년1월이었다.
“TV에빙벽등반하는장면이나왔어요.멋있긴한데어떻게하는건가궁금했어요.그런걸배울만한데가있나싶어인터넷을뒤져보았지요.그래서찾은게코오롱동문산악회였어요.동문도아닌데동문산악회에가입해서저와비슷한신세였던신입회원과함께그해봄코오롱등산학교정규반에들어갔어요.입회서너달이지나서야진짜동문이되었던거죠.”
거벽등반도대회구경갔다입문하게되었다.2002년가을상계동당고개인공암벽에서열린익스트림라이더빅월페스티벌은그녀를거벽등반의세계로끌어들였고,그로인해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에입교해당시강사였던김점숙과인연을맺었다.그후김점숙은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강사를떠나자신의개인실내암장인샤모니월관리에만신경쓰고있고,김동애가그자리를이어받아강사로활동하고있다.
김동애와채미선이처음만난것은2005년겨울빙벽에서였다.당시이미꽤알려진클라이머였던채미선에게김동애의첫인상은예쁜소녀와같았지만눈빛에서뿜어져나오는등반열정은그누구보다도강렬하게느껴졌다.동갑내기라는사실에금세가까운사이로발전해나아간두사람이김점숙과함께줄을묶을마음을먹은것은알프스원정을꿈꾼게계기였다.
“맨날다른사람들원정보고회만쫓아다니다보니은근히셈이났어요.그래서누군가‘국내파끼리해외산한번가보자’고꺼낸말에뜻밖에동조한사람이많이나타났어요.막판엔4명으로좁혀졌지만요.”
파키스탄히말라야를대표하는대암탑(大岩塔)인트랑고타워가먼저얘기됐다.그렇지만좋은조건에서경험을쌓아야한다는생각에고른대상지가알프스였다.무엇보다규모도적당하고구조시스템또한거의완벽한곳이기때문이다.
“6개월간훈련했어요.인수봉에서선등자만암벽화신고다른사람은이중화를신은채주마링연습을하는데정말발바닥에서땀이날정도로힘들었어요.그러고나서우이동으로하산하자마자하중훈련하겠다고무거운배낭을짊어지고도봉산으로향하곤했어요.그런훈련을매주1박2일씩했으니….그로도부족해평일에는각자운동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