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인 오은선 라이프 스토리 2] *-

[산악인오은선라이프스토리2]

“차라리죽고싶었다”

▲2008년마칼루정상에선오은선.
“가장힘들었던봉이오?마칼루요.차라리죽는게낫다고생각했을정도로힘들었어요.등정하고4캠프로내려와주저앉았는데,100m도안되는저만치에있는내텐트까지도저히못가겠는거예요.그래서주위에보이는남의팀셰르파한테내배낭옮겨주면100달러준다고했어요.정말힘들었어요.하지만마나슬루는너무쉬웠어요.새벽1시에2캠프를출발해서정오전에등정했는데,너무빠르다고정말올랐느냐는의심까지받았어요.등정사진찍어왔기에망정이지…….”

오은선은혼자서셰르파들만고용해등반해왔다.그는자신의속공등반에대해이렇게말한다.

“대원은나혼자인게등반하기에더좋아요.내가하루더쉬고싶으면그냥쉬면되니까요.셰르파들은철저하게고용주인내가하자는대로따라주고요.하지만동료가없는만큼끊임없이나자신을내스스로가체크해야해요.내가무리하고있는것은아닌지,내몸상태는괜찮은지끝없이스스로에게물어보아야실수가없어요.”

오은선은14좌를등반하는동안손가락동상한번걸리지않았다.이것은강인한체력과고소체질외에도그만큼자기제어가철저하고판단력이빠르며계획이투철했다는걸의미한다.살이찔까봐술자리도잘가지않았다고한다.산악인들을만나면거의술을마시는자리가되는데안먹고거절하면보는사람도재미없고그렇다보니술자리도점점안가게됐다고한다.이쯤되면철녀라는별명보다‘강철여우’라고부르는게더어울리겠다.

2009년에도오은선은2008년에그랬던것처럼특유의속공등반으로캉첸중가,다울라기리,낭가파르밧,가셔브룸1을등정한다.이과정에서고고미영과등정레이스를펼쳤으나안타깝게도낭가파르밧에서고씨가추락사한다.고미영은스포츠클라이머출신이었고오은선은대학산악부출신이었기에성장배경이달랐다.오은선은고미영의죽음에대해“내가저렇게될수도있다는생각에감정을조절하기가힘들다”며“심적으로너무힘들었다”고눈물을글썽였다.

그는올해5월14좌의마지막종착지인안나푸르나에올랐다.2009년연초,고고미영과오은선은안나푸르나를함께등반하기로약속했다.약속을지킬수없게된오씨는“차마혼자가기뭐해서고미영의사진을가슴에품고올랐다”고고백했다.귀국후인터뷰에서그녀는“원래사진을정상에묻고오려고했는데,막상오르고보니너무추운데에두는것같아다시품고내려왔다”며고씨가“따뜻했으면좋겠다”며다시눈물을흘렸다.

오은선은“내돈벌어내원정가겠다”는식의냉철하고단호한면과사소한일에도눈물흘리는상반된면을다가지고있다.“TV를보다가도감동적인장면이나오면펑펑운다”며본인이생각해도“감정이풍부한것같다”고얘기한다.한편에서는“눈물로얘기하냐”는비아냥섞인비판을듣기도했단다.그러나등반할때는감상적인것들을철저히배제한다.“1980년대포크송같은서정적인음악을좋아한다”는그이지만베이스캠프에서는시간이남아도음악을듣지않는이유가있다.마음이흔들릴까봐그렇다고한다.

2008년브로드피크등반당시는“외국산악인들사이에동양여자혼자끼어굉장히힘들었다”며당시에는언덕을넘어가혼자울고노래를부르며힘든맘을달랬다고한다.베이스캠프에서는주로책을읽거나사람들과함께하며얘길나누는게주된일과였단다.

“외로우면외로운거다”

외국여성산악인에비하면오은선은굉장히빠른속도로14좌를해냈다.이에대해그녀는“파사반과칼텐브루너가있어가능했다”고한다.시작부터등정봉우리의개수가차이가커서줄여보겠다는마음으로하다보니가능했다고한다.또“8,000m는알수없다”며“열심히노력하면2~3번째는될수있을거라생각했다”고한다.

“8,000m는1분1초를다투는곳이에요.비록몸은천천히움직이지만정신은빠르고예민해야해요.저는단독등반이라결정단계가나하나만결정하면되니까빠른등반이가능했어요.속공등반스타일도계속등반하면서시행착오를겪어만들어진거예요.”

철녀라불리는타고난체력도한몫한다.체육과학연구원은지난해9월오씨의신체능력을측정했다.가셔브룸1봉을등정하고한달쯤지났을때였다.“피로회복이제대로안된상태였는데도,고산등반에뛰어난신체적특징을확인할수있었다”고연구원측은전했다.

오은선은심폐기능이탁월하다.최대산소섭취량은단위시간내얼마나많은산소를섭취할수있느냐를나타내는수치로,오랜시간운동을지속할수있는심폐지구력과직결된다.오대장은이최대산소섭취량에서63.8을기록했다.일반적인고산등반자의평균치(남자57.9,여자55.2)보다크게앞섰다.정상급남자철인3종선수들과비슷한수준이라고한다.

히말라야14좌중12개봉우리를무산소등정으로오른비결도이런산소섭취능력에있다는게체육과학연구원의설명이다.오대장은에베레스트(8,848m)와K2(8,611m)를제외하고는모두무산소등정으로정상에올랐다.“대자연그대로를느끼고싶어무산소등정을고집한다”는그의생각도이런신체능력이뒷받침돼가능했다.오은선스스로는“작은키가장점”이라말한다.작은키에비해허벅지가두꺼워다리로몸을지탱하는게수월하기때문이라는것이다.

경제적인부분도14좌성공에빼놓을수없는중요요소다.오씨는보통산악인들에비해원정에서경제적인부족함을겪은적이별로없다.7대륙할때는자비로가거나회사에서어느정도의지원금을받았고이후부터는영원이나블랙야크로부터충분한지원을받았다.그래서“스폰서를구하려고발을동동구른적이없었다”며스스로도“굉장히운이좋았다”고말한다.

오은선의나이44세.혼기를지났다는흔한말보다산과결혼했다는게맞는말일것이다.그녀의어머니는“이제은선이가올바른사람만나서가정을일구고사는걸보면원이없겠다”고말한다.그동안결혼하지않은것에대해“내목숨이내것이아닌데가정을갖는다는것은무책임하다고생각했었다”며하지만14좌를끝낸지금은“언제든지맞는사람만있다면결혼하고싶다”고얘기한다.한편으론“자신의말투가단정적이고목소리가커서남자들이부담스럽게여기는건아닌가”하고스스로분석해보기도한다.한때그녀의마음속이상형은폴란드출신의세계적산악인예지쿠쿠츠카였다.

“그의환경때문에연민의정이들었어요.사회주의속에서도자유로운영혼으로등반했듯이우리나라에서도여자가자유롭게혼자원정등반을한다는게어려웠어요.그런상황이통하는면이있어서그를따라하고싶은맘이있었어요.쿠쿠츠카는산에서너무추우면옷을다벗었다가다시하나씩입으면따뜻하댔는데전그렇게는못하겠더라고요.”

어릴적부터장녀로서의책임감이많았고연애한번하지못한솔로였기에외로우면벗어나려발버둥치기보다“외로우면외로운거다”라고받아들이게되었단다.단독등반에익숙해진그녀였기에KBS를통해등정생방송을한다는얘길들었을때굉장히부담스러웠다고회고한다.“회사에는미안하지만혼자움직이는게습관”이되다보니대규모인원과장비가몰려와등반을함께하는게부담이었다고한다.

오은선은8,000m신들의봉우리라할수있는죽음의지대를오르며처절한고통과공포를맞닥뜨려야했다.이를극복하는방법은“받아들이는것”이라한다.“공포를받아들입니다.살기위해어떻게해야할지생각하고요.”

두려움을이기려하지않고인정하고받아들임으로써숱한거봉들을넘어왔다는오은선.히말라야에서채득한그녀만의삶의방식이다.

[산악계축하]

“대단하고장하다는것말고또무슨말이필요하겠는가.”
오은선14개거봉등정에산악계원로·인사들격려

오은선의8,000m14개거봉완등은개인의영광이기도하지만대한민국산악계의경사다.국내산악계의원로인김영도선생과우리나라를대표하는산악단체인대한산악연맹이인정회장,한국산악회전병구회장,이명규대학산악연맹회장의축하인사를지상으로전한다.


김영도77에베레스트원정대장

독일슈피겔지에최근에발표된오은선에대한문제와자신들의평가를자세히읽어봤습니다.본래큰일을할때는옆에서말이많은법입니다.더군다나경쟁자들이등산선진국이라할수있는유럽인들이고동양권에서는오은선혼자였습니다.그러니유럽에서비판적인눈으로보는것은어찌보면당연합니다.하지만내가아는오은선의등반태도나인성으로볼때분명14개봉을제대로올랐을것으로믿습니다.

유럽과우리나라는알피니즘의측면에서볼때자연과입지조건이매우다릅니다.그곳은등산의발상지이고우리나라는2,000m도안되는산을가지고있는나라입니다.이런나라의여성이8,000m14개봉을등정한것은높이평가받아야합니다.특히여성으로최초의14개봉완등기록은그만큼의미가있습니다.등산이심한경쟁으로비춰진것은아쉽지만분명가치가있는일임이분명합니다.오은선의14개봉완등을축하합니다.


이인정대한산악연맹회장

오은선대장이대학교입학할때부터봐왔으니참으로오랜세월이흘렀습니다.자그마한몸집에강단이대단했던후배였는데,여성최초의14개봉완등자가된것을보니참으로기쁘고대견합니다.오대장이첫번째8,000m봉우리인가셔브룸1봉을등정했을때본인도한국대학산악연맹단장자격으로현장에있었습니다.당시박영석대장도같이갔던기억이납니다.옛날과지금을비교해보니정말많이성장했구나하는생각이듭니다.우리나라를대표하는여성산악인으로서오은선대장은정말대단한성과를거뒀다고생각합니다.


전병구한국산악회회장

전병구한국산악회회장

정말대단합니다.본인도1976년도에정찰을위해안나푸르나1봉북면을방문했습니다.그곳에서보름정도머물면서매일산을바라봤는데,그때상황으로는도저히오를수없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솔직히자신없었습니다.그래서안나푸르나4봉으로대상지를바꿔성공했습니다.이번에오은선대장의안나푸르나1봉등정을생중계로보면서정말가슴이벅찼습니다.여성으로서그런성과를이룬것은정말대단하다고생각합니다.보통사람은할수없는정말엄청난일입니다.진정박수받을만한일입니다.다시한번대단한일을한오은선대장에게축하의인사를건넵니다.


이명규한국대학산악연맹회장

여성최초로8,000m14개거봉을완등한한국대학산악연맹회원오은선이자랑스럽습니다.이번오대장의쾌거는한국여성의지위를확고히하는데큰기여를했다고생각합니다.아직세계곳곳에만연해있는성차별,특히한국의여성차별을없애는데큰역할을할것으로봅니다.대부분의남성들이꿈도꾸지못할일을작고가냘파보이는오은선이해냈습니다.이번일을계기로한국여성들의우월성이빛을발해각분야에서창조적역할을해낸다면한국이세계최고의국가로도약할수있을것입니다.이제오은선이한국여성의리더로서더큰역할을할수있도록모든산악인,특히한국대학산악연맹회원모두가성원할것입니다.장하다,오은선.

-글신준범기자/사진이경호기자/월간산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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