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기 위하여 *-

살아남기위하여

개인은물론이고기업이나국가,심지어인류도영속하는존재가아니다.자연적인죽음을맞이할수도있지만예기치않은위험에의해존재가소멸하거나비참한처지로전락할수도있는것이다.특히작금의금융위기와같은상황에서는환경이악화될뿐아니라불확실성이크게높아짐에따라많은개인,가계,기업및국가가생존을위협받거나불안감이증가하게된다.

이럴때일수록불확실한상황에서사고나행동을결정할때보다깊은통찰과지혜를발휘해야한다.보통은급박할수록상황에휩쓸려합리적으로생각하고행동하기가결코쉽지않지만진정한지혜와용기는어려운시기에더욱빛나는법이다.

‘저자인자크아탈리는1943년알제리에서태어나14세무렵에프랑스로이주하여파리공과대학,파리고등정치학교,국립행정학교등명문학교에서교육을받았고소르본느대학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미테랑전프랑스대통령의특별보좌관을지냈다.유럽부흥개발은행의총재를거쳐지금은빈곤퇴치를목적으로설립한‘플래닛파이낸스’라는소액대출은행의네트워크의회장을맡고있다.

이는방글라데시의유누스총재가세운빈민은행인그라민은행의뒤를따른것이다.아탈리는소액대출또는마이크로파이낸스는빈민이가난을극복할수있도록낚시하는법을가르치는데서한발더나아가물고기낚는법을알아도낚싯대가없는사람에게낚싯대를건네주는것이라고설명한다.

아탈리는금융버블등전통적인경제학의주제만이아니라공산주의쇠퇴나테러리즘,기후변화등폭넓게미래에대한전망을제시하려고노력해오면서‘위기그리고그이후’,‘미래의물결’,‘인간적인길’등많은책을저술했다.저자는2009년에‘위기그리고그이후’를통해현금융위기를진단했는데,이번에펴낸책‘살아남기위해서’는세계경제에대한전망과함께위기를살아가는지혜에대해논하고있어한발더깊이나간것이라고볼수있다.

경력에서알수있듯이아탈리는진보적인관점에서세계를바라보고있는데,이런그의시각은이책에서도금융위기의원인을해석하고미래를전망하는서술에서도다소묻어나고있지만미래를다소암울하게보는다른경제학자들의시각과크게다르지않다.

현존하는프랑스의최고지성인이라고일컬어지는자크아탈리의최신작‘살아남기위하여’는개인,기업,국가,인류가보다넓은의미에서의생존을유지하고발전하기위한방안을제시하고있다.따라서대공황이후최악이라고하는글로벌금융위기가좀처럼진정되지않고있는현시점에서더욱관심이가는내용이다.

올해초만하더라도낙관적인분위기가지배적이었지만,그리스재정위기를계기로다시위기감이높아지고있기때문이다.민간부채가공공부문으로이전되어더큰위기의불씨가되었다는주장에서도알수있듯이지난30여년,특히2000년대들어누적된문제의뿌리가그만큼깊은탓이다.지금시점에서위기를극복한다는것은경기침체나신용경색,금융부실문제를해결한다는것으로해석할수있다.

하지만아탈리는이책에서보다깊은질문과대응방안을제시한다.세계경제를금융위기의관점만이아니라인구팽창,기술진보,에너지및생태계위기,정치ㆍ군사적위기등으로까지넓혀서조망하고,대응도각위기에대한임시방편적조치가아니라보다근본적인사고나태도의차원에서논의하고있는것이다.따라서이책은미래학과경제학,그리고삶의지혜를다루는철학과심지어경영학이결합된듯한느낌을주기도한다.

아탈리는낙관적인전망이들어맞을때조차도앞으로세계가더욱불안정해질것이라고전망한다.금융위기가그럭저럭수습되는경우에는U자형의회복을보이겠지만미국GDP는2011년에나위기이전수준을회복하고타격이컸던자동차산업과부동산분야는2015년이되어야2007년매출액에도달할것이며,완전고용은2017년이전에는생각할수없다고주장한다.

따라서가능성이낮은낙관적인시나리오하에서도금융위기에따른위험을상당기간감수할수밖에없다고보는것이다.민간부문의회복이지연되고돌발변수가발생하는비관적인시나리오에서는세계경제가더블딥에빠지면서W자형회복을보일것이라고주장한다.결국어느경우에도세계경제는장기간저성장을벗어나기어렵다는것이다.

그밖에도중국경제의거품붕괴나보호주의,하이퍼인플레이션,달러가치폭락등도경제위기를초래할수있는위험요인이라고지적한다.아탈리는경제요인외에다른위험요인들도거론하고있다.에너지위기,생태계위기,건강과교육의위기,통제불가능한전염병의확산,정치적ㆍ군사적위기등이그것이다.또한충분히예견할수있는사실,예를들어인구의증가와도시집중은상수도와식량수요를폭발적으로증가시키는등위협적인요소가증가할것이라고한다.

이러한변화와위험에대해개인은자포자기하거나속세를벗어나거나죄책감에사로잡혀회개하는등소극적인전략을택할수도있고,분노,정치적행동,혁명등정치적성격을띤적극적인전략을택할수도있다.당연하게도저자는이런극단적이고파괴적인선택이아니라보다건설적인대안을제시한다.

이는스스로의가치,타인의가치를중시하되변화를받아들이고주도할자세와기회를활용할준비를갖추라고주장하면서일곱가지원칙으로표현되고있다.
첫째,자긍심의원칙이다.개인이든,기업이든,국가든스스로에게소중한존재가되어야한다는것이다.이를확장하면다른모든사람들에게도자신에못지않은존중을표현해야하며,이를위해서자신에대해서는물론남에대한통찰력을키워야한다.

둘째,전력투구의원칙이다.누구에게나유일한절대적희귀재인시간을강도높게살수있도록준비해야한다는것이다.셋째,감정이입의원칙이다.저자는자연이나타인들로부터가해질수있는위협을제대로평가할수있는능력을‘감정이입’이라고표현하고있다.감정이입을통해동지를구분하고네트워크를형성할수있다.

넷째,탄력성의원칙이다.일단위협요소를파악한뒤에는위협요소들로인해괴로움을겪지않을수있도록대책을강구해야하는데이것이충격을견뎌내는탄력성이다.예를들어전재산을한곳에투자하거나,평생동안단하나의직업만을갖게될것이라고생각하지않는것등이다.

다섯째,창의성의원칙이다.위험이현실화되었을때탄력성만으로그영향을충분히줄일수없다면위험을기회로바꾸고결핍을혁신의기회로만들며부족함을풍부함의원천으로만드는창의성이필요하다.

여섯째,유비쿼터스의원칙이다.생존을위한다른모든행동이충분하지않다면지금까지의입장을바꾸어완전히다른방식으로살거나최대한모호함을유지하면서여러종류의삶을순차적으로영위할수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혁명적사고의원칙이다.아무리발버둥을쳐도출구가보이지않을때모든수단을동원해서라도자신의생존을위험에처하게할수있는결정에반대하며,혁명적인행동을통해서스스로를존중하기위한뿌리를되찾고자기정체성의토대를새로정립하며자신의가치를한단계높여가야한다.

이러한일곱가지원칙을어떻게보면상당히추상적이어서어떻게구체적으로실천해나갈지불확실하다.아탈리는원칙들을개인,기업,국가및인류차원에서적용한방법을이야기하고있다.예를들어자긍심의원칙을개인의차원에서적용하면스스로를중요하게여기면서끊임없이자신의성장을추구하고개혁함으로써최고의능력을끌어내며,자신이현재아는것과할수있는것에만족하지않고지속적으로더나은존재이유를만들어가야한다는것을의미한다.

기업차원에서의자긍심의원칙은기업이수행하고있는사명의가치를끊임없이점검하고,기업이파트너,특히사회전체를대하는방식을확인하면서어떤면에서개인과국가,인류전체의생존에도움이되는지를명확히밝힐것을요구한다.국가역시자신의중요성에대한믿음을유지하며인류는스스로의권리를정의하고존중하여서로를증오하지않고스스로의영속에중요성을부여하며,스스로를매우소중한존재로간주해야한다.

이와같이일곱개의원칙에대해개인,기업,국가및인류가실천해야할사항들을제시함으로써미래의변화와위기에도살아남을수있어야한다고저자는주장하는것이다.

또한변화를받아들이고주도한다는것은살아남기위해서개인,기업이정체성까지바꿀자세를갖추고있어야한다는의미이다.개인은위험을피하기위해자신이아닌다른사람으로변할수있어야하고변화에대응해서어디에서도살수있고어떤언어도배울수있으며무슨일이라도할수있어야한다.

기업도한가지사업에집중하기보다는지금까지와전혀다른사업을할수도있어야한다.즉정체성을변화시키거나여러개의정체성을분화될준비가되어있어야한다.또한국가는다양한문화와사상을열린마음으로받아들이면서자신의문화와사상만을당연한것으로여기는태도는재고해야한다고지적한다.

이런충고는다문화사회로이행하는초기에있는한국이귀담아들을만한것이다.이러한변화를위해서지금까지지켜오던원칙을혁명적으로바꿀수도있어야한다고저자는주장한다.아탈리의처방가운데는현실적으로황당해보이는것들도있다.

예를들어인류가살아남기위해서는물속에사는방식을고안하거나삶의터전으로삼을만한다른별을찾아우주로떠날수도있다는이야기는적어도지금으로서는현실감이매우떨어지는이야기임에틀림없다.하지만아탈리가주장하는것은황당해보이는대안들까지생각할정도로생각이혁신적이어야한다는것이다.

이처럼아탈리는개인,기업,국가,인류자신에게서출발하여시간과대상의범위를넓혀가면서적용할원칙들과변화에대처하는자세,그리고보다구체적인행동방침들을제시하고있다.하지만이책에나오는원칙과행동방침들이완전히새롭다거나혁신적인것은아니어서읽는이에따라서는다소진부하게느껴질수도있다.

하지만개인,기업,국가,인류로차원을넓혀가면서일관되게적용할수있는원칙을제시했다는점은매력적이며,이러한원칙이살아남기위해서필요한시기라는지적은지금의세계상황이그만큼불확실하고위험이많다는점을새삼인식하게한다.

사실이책에서제시하는방안들은최근의글로벌금융위기맥락을벗어나서읽어도충분히가치가있다.하지만위험이적고우호적인환경에서보다는도처에위험이도사리고있는거친환경에서생존기술이더중요해지는법이다.따라서인구증가,자원고갈,온난화등인류를위협하는요인들에대한불안감이더욱높아진데다가금융위기여파로세계경제가온통지뢰밭이되어버린요즘은이런교훈이어느때보다절실히필요한때이다.

우리입장에서도새겨들을만한내용이많다.예컨대아탈리는시장의중요성을언급하면서나라차원에서는오늘의세대에게필요한복지를다음세대의짐으로떠맡기지않으려면안정적인공공지출,수입퇴직연금등을구비해야한다고지적한다.과도한복지등방만한재정운용으로파산위기에직면한일부유럽국가들과경제위기극복이라는명분으로천문학적인재정지출을감행한주요국들이문제라고지적하고있지만,금융위기대응과정에서정부부채가빠른속도로증가한한국도이단순한진리를귀담아들어야할것이다.

또한국가적차원에서의감정이입,즉다른나라를이해하는능력을강조하면서,일본,이란,영국,미국등이다른나라들의생각을이해하지못한다고비판한다.금융위기이후G-20의일원으로올해의장국까지맡은한국은개발도상국가운데선진국에가장근접하게성장한탓에선진국과신흥국의가교역할을할것이라는기대가높다.

따라서상대국가의입장과생각을이해하는것이더욱중요한시점이다.사실이책에서제시하는방법들은단순하고어쩌면지금까지숱하게들었던이야기일수도있다.하지만저자가지적한대로이원칙들을제대로실천하는것은쉬운일이결코아니다.불확실성의시대에다시한번호흡을가다듬는자세로읽어볼만한책이다.

-리뷰/박현수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저자/사크아탈리/2010년252p/가격₩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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