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호·서성호 대원의 캉첸중가 무산소 등정 [2] *-

[캉첸중가]김창호·서성호대원C3출발후17시간25분만에무산소등정

2010다이내믹부산희망원정대

4월25일.4일간휴식을취한김창호·서성호대원은고소포터2명과함께‘마지막도전’이라는각오로베이스캠프를출발,3일만에C3에진출하여휴식에들어갔다.오후6시부터등반준비가시작됐다.하지만해발7,500m에서정상까지구름으로뒤덮여눈이내렸고,저지대로부터차올라온가스로가시거리가10m도채되지않았다.‘화이트아웃’이었다.이곳에도착한이래거의매일오전에는쾌청한날씨를보이다가오후가되면싸락눈을뿌렸고어둠이밀려오면캉첸중가의검푸른연봉들은별빛을품었다.보기드문날씨패턴이었다.

오랜기다림끝에다음날새벽2시께서북서풍이북서풍으로바뀌면서구름과가스가말끔히걷혔다.그러나정상을향해출발하기에는이미늦은시각이었다.정상등정후하산할때의안전을고려,등정시도를하루연기했다.우리에게또한번의불행을예고하는듯했다.대원들은새벽까지뜬눈으로지새운탓에태양이텐트를비출때까지억지로잠을청했다.갑자기바람이몰아치자텐트는푸르르떨렸고천장에얼어붙었던얼음가루가침낭사이로노출된코와눈주위에떨어졌다.몸서리를치며고개를옆으로살짝돌릴뿐어떠한행동으로저항하기엔고도가너무높고모든것이귀찮았다.심지어숨쉬는것조차고통스러웠다.

▲천장바위위를오르는원정대.

우리는내일의등정을위해억지로쉬고있었다.해발7,550m고도에서쉰다는것은가만히누워있어도인체가서서히죽어간다는말이다.그래서히말라야등반가들은조소적인말투로7,300m이상을‘죽음의지대’라고부른다.높은고도,희박한공기,영하30도를오르내리는추위와그에따른무기력증은내면의의지를꺾기에충분하다.

대원들은4월28일저녁각자정상을향할짐을챙겼다.팀원들이있다한들이곳에서는자신외에누구도도와줄수없다.쉽게이루어지는꿈이었다면그것은더이상꿈이아니다.깊은계곡을품은산이높듯,고통에맞서싸우고자신을이겨낸자야말로그체험을통해인간의식을한걸음더확장시킨진정한승리자인것이다.이것이바로등산이다.

등반준비가끝난이들은텐트문을나서먼저하늘을바라보았다.차가운별이쏟아졌다.오후7시30분경고소포터가출발했고,8시경대원2명이C3를나섰다.말없이들숨과날숨,오른발과왼발에리듬을맞춰설원을올라가파른빙벽에매달렸다.얼어붙은빙벽은불타는욕망에녹아내렸다.이들은오르고또오르려는네마리의짐승이되어어둠속으로머리를들이밀었다.수직으로바짝선설빙벽을기어올랐다.

음력으로보름.오후9시경이되자캉첸중가남봉을돌아떠오른휘영청한달이얇은구름사이로얼굴을내밀었다.캉첸중가주봉과서봉(얄룽캉)사이에난쿨와르(홈통)로루트가연결돼있었다.세번의정상도전실패,그것은우리에게부끄러움이아니다.단지다시도전해야할시간이더주어진명제일뿐이고네번째길을나선것이다.

오전4시경.8,150m지점을통과,세번째시도에서돌아섰던지점부터고정로프를계속연결해나갔다.8,000m대에서는작은동작한번으로도숨을몇번이나헐떡이게한다.긴숨을몰아쉬며고개를돌렸다.얄룽빙하아래로희미한여명이밝아오고있었다.입과코에서나온입김으로만들어진하얀성애로앞가슴옷자락이버석거렸다.코밑수염에는고드름이여럿매달렸다.두눈은빛을갈망하고온몸은따스한햇볕을희망했다.

출발후10시간의운행으로서쪽안부로이어지는쿨와르를벗어나우측바위지대에올라섰다.루트의난이도는예상보다높았다.한구간은90도수직의10m암벽이떡버티고있었다.캉첸중가는세계제2위봉K2(8,611m)에오를때보다더많은인내와에너지를요구했다.

서릉에서뻗어내린첫번째바위지릉부터등반방식을달리했다.속도를내기위해서였다.하나의줄에4명을5m간격으로묶고동시등반을시작했다.바람은없었고햇빛이들기시작했다.자일로서로의몸을연결해가파른바위지대로진입,한발한발고도를높이며나아갔다.차가웠던체온도열기로차올랐다.걷는속도에힘을더했다.바위틈에박힌록하켄(바위에박는쐐기)에매달린,근래다른등반대가설치했던로프를찾아확보에사용하기도했다.중간중간추락을방지할새로운로프를설치하고위험한구간에서는한명씩횡단하며지나갔다.오전9시20분께2000년봄시즌엄홍길·박무택이정상을향하다불시에비박했다는8,450m지점에도착했다.그곳에는보통사용하는것보다색다른노란색빈산소통이하나있었다.

▲정상직전의바위벽에는두개의하켄과보라색코드슬링에카라비너가걸려있다.

이들은?출발13시간여만에처음으로일명‘촛대바위(손톱바위)’처마밑에멈춰보온병의뜨거운물을한잔마셨다.당초정상등정으로예상한시간이지나고있었다.우리는자신들의존재를알리기위해베이스캠프와무전교신을했다.

23시간30분만에안전지대인마지막캠프로귀환

한국은1987년부산대륙산악회를시작으로8개팀이캉첸중가에도전,9명이정상에오르고3명이사망했다.팀의규모로보아서는우리팀이가장작다.이전에1명이무산소로등정한기록이있지만대원전원이무산소로오르는것은이번이처음이다.산소를사용하지않고오른다는건그만큼의고통을수반한다.

▲정상에오른서성호(맨앞)대원과고소포터들이강풍이몰아치자쪼그리고앉아쉬고있다.맨아래고소포터왼쪽으로내려다보이는봉은네팔과인도시킴의국경에솟아있는탈룽(7,349m)이다.

‘촛대바위’부터서성호대원이러셀을하며선등했다.그뒤로고소포터2명이,그리고김창호대원이후미에서등반을주도했다.산소를사용하는고소포터보다무산소인서성호의발걸음이빠르다.태양은따뜻함을제공하지만온몸의진을쏙빼앗아갔다.시간이흐를수록발걸음은천근만근이되어갔다.차츰주위에높았던자누,탈룽,카브루봉이발치아래로머리를숙인다.서쪽으로마칼루,참랑이잠깐나타났다사라진다.

정상을향해우측으로횡단하자가파른암벽이나타났다.정상으로가기위해빗겨나갈수없게생긴바위관문을빠져나가바로4m하강했다.60여m우측으로더횡단해천장으로된바위위를지나자눈이흩날려만들어진움푹한분지에도달했다.얼굴높이의바위에록하켄이2개박혀있고보라색코드슬링에카라비너가하나걸려있다.잠시숨을고르자정신이맑아왔다.

▲표고차1,100여m의고도를극복하고7,550m마지막캠프를출발한지17시간25분만에김창호·서성호는무산소로정상에섰다.단단한설면으로형성된정상부모습.우측대원뒤가정상이다.

바위모퉁이를우측으로돌아오르고평평한설사면을나아갔다.코발트색하늘이스카이라인을그리며대원들을맞았다.정상이었다.감격의순간,반대편너머로우리가예전에올랐던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로체·마칼루가,그리고부탄과시킴의경계를이루는6,000~7,000m급봉우리들이구름위에우뚝솟아눈앞에나타나기를기대했다.하지만휘날리는설연과뿌연가스로보이지않았다.캉첸중가주위의얄룽캉,중앙봉,남봉만이눈앞에펼쳐졌다.지평선에대원들이선곳보다높은봉우리는없었다.4월29일오후1시25분(한국시각오후4시40분)이었다.두대원은인공산소의도움을받지않고영하30도를밑도는혹한속에서표고차1,100여m의고도를극복하고마지막캠프를출발한지17시간25분만에정상에섰다.

너무늦은시각이었다.이미6,000m대는가스로가득했고기온은급강하하고있었다.바위지대의하산은오르는것보다힘들고위험하다.가파른암벽과설벽은한발한발에신경을곤두세우지않을수없었다.4명중1명이라도실수하는순간모두어두워진절벽속으로떨어진다.등정보다살아돌아가는것만이등산의미덕이다.

▲하산중에바위홈통관문을다시오르는김창호대원.

하산은지루했다.끝이없는미로같았다.그렇게하산시작5시간15분만인오후7시30분경C3에도착할수있었다.벌써날이어두워진후였다.마지막캠프를출발한지23시간30분만에상대적안전지대로돌아온것이다.

하행캐러밴후카트만두에돌아와서안나푸르나등반을준비했다.장기간의일기예보와정보를수집한결과제트기류의영향으로강풍이지속적으로불고여름계절풍몬순이일찍온다는분석으로안나푸르나는다음을기약해야했다.

-글·사진2010다이내믹부산희망원정대/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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