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네팔 서부4 ] ( 7 ) *-

[해외트레킹|네팔서부4]
햇살은화가되고라라호수는캔버스되어
라라호수~카키~감가디~루마~박가온~주타산

여명속에서동쪽의다울라기리산군이이고있는하늘이오렌지색으로물든다.이어서쪽의사이팔히말이머리부터붉게물들고,20여분동안서서히산아래로번져간다.그러다돌연칸지로와히말의머리위로태양이불쑥솟아올라세상에밝은빛과온기를전한다.

여기서바라보는라라호수는길쭉한모습이다.사방을둘러싼산들이불룩해마치여인의음부처럼보인다.높이솟은히말이양이라면라라호수는음이다.음양의조화가잘어우러진명당이다.

내려가는길이험해애를먹는다.북사면이라눈이얼어서매우미끄럽다.사람도어렵지만짐을실은말들은더어렵다.미끄러지고비틀거리고우왕좌왕이다.피켈로길을내가며간신히말을수습해내려갔다.

라라호수일대는국립공원으로지정되어보존이잘되어있다.자작나무와침엽수가울창한산길을터덜터덜내려간다.숲사이로파란라라호수가언뜻언뜻보인다.발걸음이다시빨라진다.

▲라라호수근처4,000m고지를향해가는도중바라본칸지로와히말풍경.

▲라펠릭패스뒷산에서본깐지로와히말의만년설봉들.

짐을운반하는말들을만났다.그중검은말이특히멋지다.갖가지조화와색실로화려하게치장하고목에는여러개의종을걸었다.특별대우를받아등에는짐도없다.카메라를들이대자녀석은한껏포즈까지취한다.

라라호수에도착했다.호숫가에는갈대가드문드문군락을이루고멀리설산이늘어서있다.거리가멀기때문에높은설산이여기서는낮아보인다.그설산이호수에반영되어신비로운분위기를연출한다.

호수에서는오리들이저희들끼리장난을치며헤엄을친다.맑은물속에서유영하는물고기들을발견했다.팔뚝만한검은색고기로몸체와지느러미가철갑상어를꼭빼닮았다.다른종류의물고기는보이지않는다.

▲물푸레레크앞산에약초를심고돌아오고있는네팔여인들.

호숫가목초지에는양과염소들이풀을뜯고있다.목에종을단커다란검은개가그양들을지키고있다.마스티브종이다.이개는힘이세고성질이사납다.주로경비견으로활용하나사냥에도능하다고알려져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관리하는야영지에캠프를쳤다.바로옆에는중대규모의군부대가주둔하고있다.군사적인목적은모르겠지만아마도밀렵과벌목을감시하는병력으로판단된다.

라라호수에반영되는일몰의히말을촬영하려고뷰포인트인힌두사당을찾았다.안타깝게도바람이불어호수에비친산영이흔들린다.나중에는구름까지몰려와결국촬영을접어야했다.매번운이좋을수는없다.허탕을쳐도,정성을기울이다보면반드시기회는온다고믿는다.

▲설산을담아내고있는라라호수.

라라호수근방에서제일큰마을감가디

2009년11월30일.호수의일출촬영은까다롭다.히말과호수를한프레임에담고,히말의일출이호수에반영되는순간을포착해야한다.그러므로호수의상태가매우중요하다.호수가맑고잔잔할수록반영은더욱선명해진다.

운이좋다.새벽녘라라호수는잔잔하다.기온이낮아서물안개도없다.멀리히말의어깨너머로은은한금빛이감돈다.라라호수에금빛이뿌려지고,시간이갈수록금빛은미세한변화를거듭한다.그러다히말의머리위로태양이솟구치는순간호수에는넓고긴금빛다리가생겨난다.

▲카키마을아이들.

금빛다리는태양에서시작되어호수를가로질러내앞으로순식간에달려온다.그순간나와태양은다리로연결된다.그다리에올라서걸어가면태양에당도할것같은환상이나를사로잡는다.

해는떴어도라라호수의변화는계속된다.히말과나무를투영하는태양의각도에따라호수의색상은시시각각으로변한다.햇살은화가가되고라라호수는캔버스가되어나그네의발길을잡는다.

라라호수를떠나길을잃고헤매다카키마을에도착했다.마을사람들은저마다가을걷이에한창이다.여인들은절구를찧고,도리깨로곡식을털고,키로낱알을까부른다.남자들은보이지않는다.산간마을의여인들은생활력이강하고억세다.그러면서도정이많다.

할머니들이달려와야생화를내귀에꽂아주며환대한다.산간마을사람들은외국인을꺼려하지않고대부분호의적이다.아이들은더하다.마을을떠날때까지졸졸쫓아다니며관찰한다.

오후에감가디마을에도착했다.이마을은라라호수근방에서제일큰마을이다.관공서와학교,상점들이밀집해있다.부근감가디공항까지이어진도로는차가다닐정도로넓다.

거리에서힌두식결혼행렬을만났다.북치는사람들과심벌즈치는소년을따라말을탄신랑신부,하객들이뒤를따른다.신랑은목에사자의갈기와비슷한장식을하고,신부는붉은망사와드레스로한껏멋을냈다.

▲결혼식을올리고있는감가디마을신부.

이들은같은카스트로짐작된다.힌두교는카스트가다르면결혼을못하고서로섞여살지도못한다.신분에따른차별은법으로금지되어있지만여전히관습법으로통용되고있다.간디의노력은아직결실을맺지못했다.

학교는트레커에개방되어있어방과후학교운동장에캠프를쳤다.하교시간이이채롭다.전교생이북소리에맞춰맨손체조를하고차례로교문을나선다.학생들의어깨를일일이두드려주는교장선생님이보기좋다.

2009년12월1일.새벽에두런두런말소리가들린다.고등학생들이책을싼보자기를옆에끼고등교를한다.아침자율학습이다.학생들은전등이없는깜깜한교실에서큰소리로암기공부를한다.배움에대한열정이대단한학생들이다.

이학교는수백명의초중고생이함께공부한다.건물이여러동인데도새로건물을지으려나보다.인부들이연신말에돌을싣고와학교구석에쌓고있다.아침에학교를출발해500m쯤내려가는데교장선생님이헐레벌떡쫓아온다.어제학교에약간의의약품을전달했는데감사인사를못했다며예의를차린다.

▲나무를해오고있는가리방마을의아낙.

마을외곽의교도소를지난다.교도소라고는해도감시망루가없고철조망담장도없다.양철지붕의건물십여동에얕은담장을둘러친게전부다.허술하기짝이없다.

카날리강의철제구름다리에도착했다.두명의여인이다리를건너오면서파이프담배를핀다.햇볕에그을린검은피부와깊은주름때문에나이를짐작할수없다.사실이지역의소녀는대부분미인이다.아리안혈통으로오뚝한코와커다란눈망울이참매력적이다.하지만고된삶이얼굴을그렇게바꾸어놓는다.

다리를건넜다.한할아버지가도망치는당나귀를뒤쫓고있다.당나귀는다리를건너지않으려고이리저리도망을다닌다.당나귀는체구는작지만힘이세서짐을운반하는데주로쓰인다.하지만눈치가멀쩡한데다고집이세서종종애를먹인다.결국지나가는청년의도움으로할아버지가겨우당나귀를붙잡았다.화가난할아버지는당나귀를거칠게발로차며다리를건넌다.고집스런당나귀가우습기도하고안쓰럽기도하다.

▲담배를피우고있는내오리갓마을주민.


-글·사진조진수사진작가/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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