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네팔 서부] (9) *-

[해외트레킹|네팔서부]

리미가온~테코르바라~밀참~무와가온~시미코트~랄리가온
양치고,땔감해와야하는히말라야산골아이들의행복지수는?

2009년12월4일.계곡에서야영을하면침낭이눅눅해진다.압축매트를깔고그위에에어매트를깔면바닥의냉기는차단되지만공기중의수분까지막을수는없다.계곡은해마저늦게든다.야영지로매력적인곳은아니다.하지만밥을하자면물이꼭필요하기에불가피한선택이다.

계곡의아침에는모닥불이최고다.마을에서야영할때는불을피우지못하지만깊은산중에서는가능하다.뜨거운모닝차를마시며모닥불을쬐면굳은몸이스르르녹는다.가끔즐기는산중의낭만이다.

야영지에서가까운양카르카를지난다.어제우리에게양을팔았던할아버지가너와움막을짓고수십마리의양을돌보고있다.한쪽에는허름한티하우스가영업을하고있다.

티하우스는일종의주막으로간단한식사와술을판매한다.좁기는하지만잠을잘수도있다.깊은산중을오가는나그네에게는반가운곳이다.전에는주로오고가는현지인을대상으로영업했다.하지만근래에외국인트레커가늘면서티하우스는세련된로지로발전하는경우가늘어났다.

티하우스부근의큰나무아래에돌탑이있다.돌탑위에는소를타고가는목각인형이올려져있는데힌두교상징물로보인다.여행자의안녕을빌고이정표역할을한다.이지역에는목각인형이흔하다.집앞이나다리난간,동네어귀에서목격되며웃는모습이특징이다.

광대한원시림을지났다.침엽수와활엽수가울창한숲이자연상태로잘보존되어있다.이끼낀고목과두텁게깔린낙엽은숲의역사를묵묵히말해준다.이지역에서이런규모의원시림은드물다.

너댓시간걸려서숲을통과했다.리미가온마을이나타난다.70호정도로다른마을과마찬가지로계단식밭이마을을감싸고있다.이마을도개간전에는나무가울창했을것이다.

이지역에서남쪽경사면에계곡물이있다면곧마을이있다는것을의미한다.해발2,500~2,700m사이의지역은거의그렇다.마을이있다면필연적으로계단식밭이존재한다.물론그밭은원시림을파괴해서얻는다.

▲주타산(4200m)정상에서본히말들.왼쪽큰산이사이팔히말(7040m)이다.

대책없는원시림파괴진행중

리미가온마을은한술더떠북쪽사면까지벌목하고있다.벌목현장을비디오로촬영하려하자마을사람들이고함을치며막아선다.불법행위가고발될까봐두려운것이다.나무가사라지면산사태의위험은필연적으로증가한다.실제로도산사태현장을여러번목격했다.인간이불러들인재앙이다.지혜로운개발이필요하다.이제대책없는파괴를멈춰야한다.

12월5일.동틀무렵야영장옆으로현지인포수가조수두명과함께지나간다.포수의총은조잡한사제총으로총열이길다.잠시후능선위에서총소리가들리더니곧연기가피어오른다.짐승을잡아손질하려는것이다.지금까지야생동물을촬영하며깊은교감을느껴왔는데기분이몹시언짢다.

테코르바라마을을방문했다.높은언덕에올라가자인근마을전체가한눈에들어온다.거대한산의남사면을통째로계단식밭으로개간했다.엄청난규모다.20~30호규모의마을이계단밭여기저기에산재해있다.전체적으로300호이상의큰마을이다.

밭여기저기에서남자들이소를이용해밭을갈고있다.여자들은괭이질해서고랑을만든다.씨앗을파종하는사람도있다.겨울이지만고도가낮아기후가따뜻한탓에이모작이가능한지역이다.

마을상점에서사과를구입했다.이곳사과는부사의색과비슷하지만크기는훨씬작다.수분이적어버석버석하며우리사과에비해신맛과단맛이많이떨어진다.기후와토질이사과재배에는적합지않아보인다.

▲리미가온마을캠프지에모인동네아이들.

비프랑마을을방문했다.가축들이떼를지어목초지로향한다.열살가량의목동들은신이나서저마다의물소를타고간다.이물소는야성이남아있어외부인들을보면신경질적인반응과함께침을뱉곤한다.그런물소를능숙하게다루는목동들이신기해카메라에담았다.그런데한목동이우리에게한눈을팔다그만물소등에서거꾸로떨어지는게아닌가.우리책임도일부있기에깜짝놀라달려갔다.다행히큰부상은아니다.

리미가온마을에는헬기장이있다.인근마을에서수집한약초를자루에담아헬기장근처에쌓아놓았다.약초는헬기에실어네팔간지를경유,인도로수출한다고한다.정확히는모르지만고가의약초가틀림없다.

오후에코차니마을을방문했다.여인들이밭에서거둔여러가지곡식을절구에찧거나돌판에갈고있다.기름짜는여인도있는데방법이지극히원시적이다.볶은호두나유채씨를나무상자에넣고,그냥손으로주무르고두드려가면서기름을짠다.

현지인이빵을먹고있어조금얻어먹었다.콩과보리등의잡곡을섞어만든빵으로맛이담백해서먹을만하다.‘뿡기’라는빵이다.돌포지역에서는보릿가루로‘짬빠’라는빵을만들어먹는다.짬빠와뿡기의맛은거의비슷하다.설탕은전혀안들어가고소금이약간들어갈뿐이다.담백한뿡기와짬빠는현지인을꼭닮은빵이다.

12월6일.코차니마을을떠나시간반정도오르막길을오른다.밀참마을입구에도착했다.전면에순한산세의육산들이파노라마로펼쳐진다.그뒤로사이팔히말(7,025m)이보이고,반대편으로는티베트크라니봉이크게보인다.

구릉지를내려가자흙과돌로쌓은세련된사층탑이서있다.어딘가중국풍의분위기가느껴진다.근처에있는퇴락한큰무덤역시예사롭지않다.풍화되어글씨는알아볼수없으나인공적으로손질한비석이서있다.티베트나네팔에서매장풍습은매우드물다.아마도오래전중국에서이주해온유력한인물의무덤이아닐까상상해본다.

▲코차니마을에서유채기름을손으로짜고있는아낙.

물마시려사람과소,양,말,당나귀들줄지어기다려

밀참마을을지나는데마을한가운데공동수도가있다.계곡물을호스로끌어왔는데수도꼭지를잠그지않아마냥물이나온다.그물을먹으려고동네사람들과소,양,말,당나귀가차례를기다리는모습이재미있다.

담배를피우는할머니가보인다.이지역은일반적으로할아버지와할머니의흡연율이높다.파이프는흙으로굽거나나무를뚫어만든다.직경은3cm가량,길이는15cm정도로곧은원뿔모양이다.표면에는힌두교에서사용하는문양들이다양하게새겨져있다.

담배는잎을쪄서말린다음절구에빻는다.담배를가루상태로파이프에담아피운다.물론필터는없다.대신파이프주둥이에천을감아연기를걸러피운다.그런데도연신기침을한다.연기가매우독하다.

밀참마을을지나점심을준비한다.주변에크고작은야생호두나무가많다.스태프들이호두를주워돌로깨뜨려먹는다.껍질은두껍고알맹이는작지만맛은고소하다.
이지역사람들이밭을개간할때유일하게남겨놓는나무가호두나무다.호두는간식용으로인기가높고,기름은채취해서여러용도로쓴다.호두나무가많은지역은부스럼환자가적다는사실을확인했다.피부의지방부족을호두가보충해주기때문으로보인다.정월대보름에부럼을먹으면부스럼이없어진다는우리풍습은확실히근거가있다.

양치고,땔감해와야하는히말라야산골아이들의행복지수는?
▲뿌바가온마을입구에서만난,양실을뽑고있는여인.

뿌바가온마을에서혼례행렬을만났다.북치는사람들을앞장세우고한남자가어린신부를업고뒤따른다.다른마을은보통말이나대나무가마에신부를태워간다.몹시가난한마을이다.

열대여섯살쯤으로보이는신부는붉은스카프와화려한혼례복차림이다.많은사람들이혼수품을지고따른다.송아지가끌려가는데지참금으로짐작된다.어린신부의고된결혼생활이시작되었다.행복했으면싶다.

12월7일.아침부터산길을오르고또내려간다.매일이런산행을반복하노라면몸은지쳐서기계적으로걷게된다.하지만마음은다르다.가벼운흥분으로늘부풀어있다.이고개를넘으면과연무엇이있을까.새로운풍광과풍물에대한기대와그것을촬영하고자하는욕심이오늘도걸음을이끈다.

꼽라노마을에도착했다.10여가구정도의작은마을로잡곡빵인‘뿡기’굽는냄새가구수하게진동한다.이들은도정시설이없어거의매일절구에곡식을빻는다.뿡기는그때그때빻아서굽는빵이라더욱맛있다.

돌집1층에서소두마리가고개를빼고내다본다.1층은가축우리고,2층은살림집이다.이들에게가축은가족과다름없다.그래서건초비축에신경을쓴다.옥상과나무위에건초가가득한데도부근산에서건초를베는여인들이보인다.건초비축은여자들의몫이다.

무와가온마을을지난다.한남자가풀무질을하며장작불속에서쇠를달구고있다.양가죽으로만든풍구를사용한다.비록간단한농기구지만이지역에서대장질하는광경은처음본다.

계곡근처에서점심을준비하는데마을사람들이찾아온다.배가아프다고약을달란다.아쉽게도전문적인약이없어진통제를주었다.그중한남자가한국어가새겨진티셔츠를입고있다.한국청소년오지탐험대의기념티셔츠다.네팔오지에서한국어를보니그렇게반가울수없다.

스태프들이밭두렁의돌담에서웬식물의풀잎을채취하느라바쁘다.키가1m남짓되는풀로들깨비슷한잎에는가는털이나있다.그잎에피부가스치면톡쏘면서한동안가려움을느낀다.하지만나중에는머리가시원해진다.특이한약성을가진약초다.

이풀은야생으로돌담근처에자생한다.잎을넣고국을끓이면파래국처럼풀어진다.다소풀냄새가나고특이한맛은없다.그런데스태프들은유난히좋아한다.이풀만눈에띄면신이나서나무젓가락으로잎을딴다.

안나푸르나의산간에서이풀가지로아이엉덩이를때리는여인을목격한적이있다.민간에서전해지는훈육법으로짐작된다.아이는따갑고가려워울고불고난리다.혼을내면서도정신은맑게하니일석이조다.

▲담배를피고있는양치는노인.

할아버지처럼보여도실제나이는사십세에불과

시말가온마을에서야영을한다.현재는빈마을이다.봄부터가을까지거주하며농사를짓다가겨울에는아랫마을로이사를간다.북사면이라춥기때문이다.어제야영했던뿌바가온마을도겨울에는아랫마을로이사를간다.추위때문이아니고물이없어서다.햇빛과물의소중함을새삼느낀다.

12월8일.시말가온마을을떠나가파른침엽수림을오른다.비교적나무들이잘보존되어있다.네팔서부지역의중심마을인시미코트가가까워진다는마음에발걸음이가볍다.세시간을올라3,800m지점의뷰포인트에올랐다.

왼쪽으로칸지로와히말과다울라기리산군,구리자히말이보이고오른쪽으로는사이팔히말,천사다설산이파노라마로펼쳐진다.울창한산림뒤로하얀히말들이절묘한조화를이룬다.

내려가는경사지가몹시미끄럽다.군데군데얼음이얼어있다.사람은그런대로내려가는데짐을실은말들이문제다.징을박지않아반들반들닳아버린발굽때문에더미끄럽다.

얼음지대는돌아간다지만솔잎이깔린경사지는넓어그럴수도없다.할수없이말을살살끌고내려간다.말들은그럭저럭버티다가나중에는스키를타듯이미끄러져내려간다.그모습이어찌나우스운지한바탕웃고만다.마부는혼비백산이다.스태프들까지달려들어간신히사고를모면했다.

꼽까마을부근에서장작을패서등에지고가는소녀둘을만났다.열살가량의예쁜소녀들이다.나란히앉아양을돌보고있는모녀도보인다.소녀는피부가무척고운데엄마는거칠고주름이깊다.그대비되는모습이왠지슬프다.

이지역은건조해서먼지가많다.자외선이강해서피부노화가빠르다.남자든여자든사십이넘으면거친피부와깊은주름으로나이를짐작할수없다.스태프중에할아버지처럼보이는친구도실제나이는사십세다.

꼽까마을은50호정도로다른마을과비슷한풍경이다.여인들은절구를찧고남자들은양털실을뽑아실패에감는다.한여인과어린소녀들이둥글게원을그리면서노래를부르고춤을춘다.무척행복해보인다.

30분을더걸어랄리가온마을인근에캠프를쳤다.마을아이들이우르르구경을온다.사진을찍어영상을보여주자신기해한다.서로찍어달라고난리다.한아이가답례로호주머니에서호두를꺼내준다.내가좋아하는표정을보더니너도나도집에가서호두를가져와건넨다.호두두개를한손에잡고비비는방법을가르쳐줬더니열심히따라배운다.

이지역의아이들은표정이밝고맑다.걸어다닐무렵이되면물을떠오고,양을치고,땔감을해오고,건초를베어날라야한다.어른들이하는일을적극적으로거들어야한다.장난감이나컴퓨터게임은상상도못한다.자연에서뛰고뒹구는게놀이의전부다.그런데도행복지수는높다.

-글·사진조진수사진작가/월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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