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총8피치를올라밤10시가거의다될무렵비박지에도착했다.비박지는어제보다더상황이나빠최악이었다.하지만나는아이처럼싱글싱글웃으며잠을청할수있었다.오늘내가2피치를리딩했기때문이다.
우측의설사면을횡단해정상으로오르기로했으나화이트아웃으로진행하기가불가능하다는결론을내리고텐트자리를만들고있는데순간구름이걷히기시작했다.눈앞의설사면끝이정상과만나는위치임을확인하자마음이급해졌다.정상부와연결되는설사면에텐트를설치했다.날씨는정말좋지않았다.
다음날새벽2시에잠을깼다.새벽기온은
밖에서소리가들렸다.시계를보니아침7시.일본등반팀이나타난것이다.셋째날부터계속마주보며등반했는데그들은무사히정상에올랐고,하산하는중이라고했다.우린다시정상을향해무거운걸음을옮겼다.날씨가급격히나빠졌고,눈보라에의해일본팀의발자국은이미사라지고없었다.설사면80도각도에서앞서가는준영형의모습이불안해보여우측으로돌자고제안했으나형들은그각을넘어서정상을찾고있었다.화이트아웃으로인해정상은쉽게파악할수가없었다.
배낭을메고캠코더를들고바람에맞서호흡을멈추며촬영하고걸음을옮기는터라힘이들었다.트랑고타워원정때호흡조절에신경쓰지않고촬영에만열중하다가고소가와서고생했던경험을두번다시겪고싶지않았다.
‘고글도벗고촬영하고싶은데설맹이올수도있겠지?’그러한염려는잠시뿐.난이미고글을벗고정신없이테이프를돌리고있었다.형들과부둥켜안았다.
순간설맹이라는생각에머리가멍해졌고,냉찜질을시작했으나눈을뜰수가없었다.내가양쪽눈의통증을호소하는데형일형도한쪽눈이아프다고했다.밤새도록머리를감싸안고쿡쿡쑤셔대는통증을견뎌내며다시아침을맞았다.시간이흐를수록눈은계속아프고부어올라내압으로눈알이터져버릴것같았다.텐트에밀려들어온눈덩이에얼굴을묻었다.
‘감은눈을뜨는것이기적이아니라,눈을뜨고살아가는그자체가기적이다’라던평범한삶에대한감사의글이생각나새삼목젖이젖어들었다.사랑하는사람들의얼굴이하나씩보름달처럼떠올랐다가금세멀어져갔다.온몸이점점굳어가고앞을볼수없는두려움에발버둥이라도치고싶을때,사랑하는이들이고개를들라고한다.눈이희미하게떠졌다.있는힘을다해눈꺼풀을치켜올렸으나낮이되었다는느낌을확인할수있는정도의시야뿐,전혀물체를분간할수가없었다.시간은이미정오가되어있었다.
이상태로하산을결정했다.나는하산내내앞이흐려가물거리는상태로로프를잡고계속되는통증으로눈물범벅이되었다.너무힘들고무서웠다.밤이되자눈부심이사라져서인지눈의통증이그나마덜해졌고,차라리보이지않는것이나았던지마음도조금씩안정되어갔다.
불가능하게만봤던이등반이어떠했냐고우리에게많은사람이묻는다.난내자신에게도묻는다.
동기가순수했기에힘들어도버틸수있는힘.
사람들이또묻는다.
“버틸수있었던힘은무엇이었나?”
그질문에할수있는대답은하나뿐이었다.
대상산스팬틱(7,027m)골든필라
위치파키스탄서부카라코람산맥라카포시산군
난이도스코틀랜드등급Ⅴ/Ⅵ,WI4,M8
등반루트북서벽신루트.등반고도2,100m.상부1,100m는아주가파르고어려운암벽과혼합구간.
등반방식알파인스타일
베이스캠프바르푸빙하상부4,500m
도보거리호퍼에서약35km,9스테이지,3일소요
등반기간2009년6월2일~7월22일까지(51일간)
대원대장김형일외4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