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산악 열차 [2] *-

스위스산악열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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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은그들을눈덮힌알프스에가두었다.하지만그들은알프스에

기차를놓아그것을극복했다!"

얼마나멋진말인가.그말대로라면신(神)도눈감아허락해준

알프스의기차!그기차에오르려고여행가방을꾸렸다.

남편의학회에맞추어이탈리아의투스카나지방에머물며

여유롭게돌아보려던건데출발두주전우연히스위스에대한책자를읽다가

저멋진문구를보게되었던것이다.

내가좋아하는기차여행,그것도눈덮힌알프스산등성을기차를타고

유럽의지붕(융프라우)에까지오를수있다니!!

"칙칙폭폭칙칙폭폭"가슴속에서유년의기차소리가마구들려왔다.

"미국도아니고유럽인데멀면얼마나멀겠어?"

학회가열리는곳에서차로다녀오기에는너무멀다는남편을부추겨

부랴부랴첫3일간의계획을수정했다.이태리,피사에예약해두었던호텔을해약하고

스위스알프스산자락에있는호텔을예약했다.

렌탈카도장거리에나은조건으로재예약을해야했는데이과정에서

네비게이션을빌릴까말까남편이망서리자

"엄마아빠~!두분의아름답고평화로운여행을위해서는

네비게이션은필수입니당~~!"딸이조언을했다.

과연딸아이의말은여행내내진리였다!^^

뉴욕,JFK공항에서이태리,피사(Pisa)까지는8시간50분쯤걸린다고한다.

아무리자주타도몸이익숙해지지않는비행기여행.

이리저리뒤틀며졸멍깨멍하다보니어느덧눈덮인알프스가보이고

해발10,368m,영하54도라는안내화면이나온다.

구름을뚫고솟아있는알프스영봉들을비행기창너머로본적이야몇번있지만

이번엔더각별하다.들짝눈꺼풀에서잠이달아나며

`알프스야~!안녕?네게가는길이야.기다려주렴~!`인사를하게된다.

드디어착륙안내방송이나온다.`피사의사탑`으로유명한Pisa다.

지금이야쇠락한도시지만비옥한평야와지중해를끼고있어중세부터

해상무역과해군으로막강했던곳이다.비행기가착륙을위해하강하며

머리를돌리자앗~!붉은도시사이로피사의사탑같은모양이멀리보인다.

콩닥콩닥!비로소여행의실감이나며이방인의가슴이설레이기시작한다.

`갈릴레이국제공항`

갈릴레이국제공항을나와서렌트카를하려고보니모두소형이다.게다가자동이아닌

스틱쉬프트였다.스틱을운전해본지20년이넘었으니어쩌랴,이번여행은남편혼자서

운전을해야한다.나는조수석에앉아때맞춰"오라잇~빠꾸빠꾸~"만하면되는것이다.

네비게이션에목적지인스위스,인터라켄을입력시키소요시간5시간50분으로나온다.

이태리중부의아펜니노산맥을넘어밀라노를거쳐알프스를넘어야하는쉽지않은

여정이다.시계를보니오후두시였지만달리다점심을먹기로하고우선출발을하였다.

그런데그게실수였다.한시간쯤달리다점심을먹으려고고속도로에서빠져나와

시가지로들어갔다.

어렵사리주차를시키고아무리돌아다녀보아도문을연식당이없는게아닌가.오후

2시가넘으면이태리의식당들은문을닫는다는것을깜박잊었던것이다.중국식당

만은열었겠지..멀리간판을보고갔지만이태리에선중국식당도이태리식당이었다.

갈길은먼데이래저래시간만허비하고말았다.

공항에서산물로배를채우고다시달렸다.이태리의고속도로에서는작은차들도어찌나쌩쌩달리는지급경사길에서는나는겁이나오금이다저리는데남편은이내익숙해져150Km/h로달리고있었다.유럽의고속도로엔모퉁이에숨어서과속차량을잡는경찰도없고속도제한표지판도없다.

물론앞차를추월하려고지그재그로들락날락거리며차선을바꾸며운전하는난폭

운전자도볼수없다.빨리달리는차들에게추월선을내주며모든차들이흐름을

끊지않고마치물결흐르듯달리는유럽의아우토반이의외로속도에비해

사고율이낮은이유를이해할수있었다.차츰속도에익숙해지자

이태리투스카나지방의풍경이눈에들어온다.

한창밀이익은들판과산등성은황금물결로넘실대고초목들은푸르다못해검은색이다.

하늘에닿으려는의지로자라는사이프러스를고호가"흙속에서피어오르는검은불꽃"이

라고표현했던이유를알것같다.

그리고지천에피어있는이태리에선농작물로재배한다는반가운

개양귀비꽃(Poppy)들이피어있다.

어디나산위엔붉은지붕을인소박한집들이옹기종기모인작은마을이있고

마을이있는곳엔반드시종탑이있다.지금은종탑에시계를붙이지만유럽인들은이미

천년전부터종을쳐마을사람들에게시간과주민들의경조사를알렸다고한다.

그랬기에"사람은섬이아니다.그자체만으로존재하지않는다"로시작하여

"그러므로종이울려도사람을보내알려하지말라.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

종은바로당신을위하여울린다"로끝나는영국의사제시인존던(JohnDonne)의

유명한詩도우리에게남겨졌을것이다.

차창밖이국의풍경을감상보다보니"오라잇~빠꾸빠꾸~"

조수역활한번해볼기회도없이어느새스위스국경검문소앞이다.

스위스는유럽의국가들중유일하게입국심사를하는나라다.여권을대충확인한뒤

통관비로차한대당30유로를내야한단다.남편은비싸다며불만스러워했지만

밀라노에서스위스의인터라켄까지구불구불산길에40개도넘는터널을지나며

(그중에는11년에걸쳐완공된세계에서3번째로긴길이17Km의고타드(Gotthard)

터널도있다.)좁은터널들을운전하느라고생하는남편은안중에도없고"이것들을

만드느라얼마나고생을했을까30유로받을만하네뭐~!"터널만세며팔자좋은

소리만했다.

국경을넘으니주변풍경이확연히달라지기시작한다.산세가높고깊어지며

모든게이태리와는사뭇다른그냥한폭의그림이어그그림앞에서는

왠지귓속말로조용조용말해야할것같은안온하고차분한풍경들이나타난다.

스위스는바로그런곳이었다.

유럽의지붕이라는융프라우를오르는산악기차의거점지인인터라켄(Interaken)에서

조금떨어진아델보덴.알프스산자락에스위스전통가옥인샬레스타일로지어진

호텔에도착했을땐밤10시가가까운시각이었지만알프스의밤은더디왔다.

어둠과빛이그제서야은밀히몸을섞고있었다.

알프스에밤이오는모습을바라보며알퐁스도데의단편,<별>이생각났다.그밤엔

나도숱한별들중에가장가냘프고가장빛나는별하나되어목동의어깨에

내려앉아고이잠든주인집아가씨가된꿈을꾸어보고싶었다.

-글최영옥내마음의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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