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콩카구아재추진원정대’인천공항에나온7명의환송인파의손에들려있는플래카드에적힌글이었다.재도전이라는단어가재추진으로인쇄된것에한바탕웃는다.아콩카구아는정승권등산학교총동문회의7대륙원정에서유일하게실패를겪은산이다. 인천공항을출발해캐나다의밴쿠버와토론토에서비행기를갈아타고칠레산티아고에도착했다.29시간26분동안비행기를타느라고씨름을한셈인데아직도갈길은멀었다.
가장힘들었던부분중하나는원정비용이었다.동문산악회들이지원금을냈고동문들이십시일반으로후원했다.옷을만드는등의행사를열어수익금을보탰고원정에참가하는대원들이분담금을내는식으로충당했다.
동문들의기대속에부담을안고원정에나선이들은바름산악회원들이었다.백호기대원의원정기를소개한다.
신들의계곡에들어온인간을몰아내려는듯폭풍이몰아쳤다.격정이가시지않은
다시는가고싶지않은거대한쿰부빙하아이스폴구간을오르내리며캠프1(5,940m)을4회,캠프2(6,030m)를2회,캠프3(7,315m)를1회운행하며너무힘들어로체페이스의빙벽에머리처박고소리내서울수밖에없었던기억들이빠르게지나간다.베이스캠프에들어온지28일째,이제정상으로향한다.캠프1에도착해따뜻한차한잔을하고바로캠프2로향하는데바람은더욱사나워져로라봉을눕체봉너머로옮겨놓을기세다.에베레스트정상을목표로하는베이스캠프의많은원정대중에서오늘운행하는팀은우리뿐이다.
다행히우리는바람에날려가지않고캠프2에도착했으나찢어지는듯펄럭이는텐트소리에제대로자지못하고3일을초조하게웅크리고기다릴수밖에없었다.다행히4일째바람이약해져캠프3에올랐다.이제부터는고소적응을하지못한고도라약간의두려움속에오른다.옐로밴드를지나제네바스퍼중간쯤에서며칠전로체등반중추락사한주검이내려온다.어서내려오라고매달린로프를당겨준다.누군가에게는끝이지만내게는시작지점에서죽은자가확보하고내려간줄에등강기를끼운다.죽은자의영혼이나를지켜주길바라면서어렵게록밴드를오르고서야사우스콜마지막캠프가보인다.
출발한지열세시간만에캠프4에들어가윤왕용대장을기다리며산소마스크를점검한다는것이레귤레이터로연결되는노즐끼우는부분을절반쯤깨트리고말았다.심장이멈추는줄알았다.허탈하게깨진조각들을만지작거리는데,대장님이도착했다.계획대로라면서너시간쯤휴식하고정상으로향해야하는데산소마스크가하나밖에없으니,“형,먼저다녀오세요”하고얘기했다.윤대장은“대원보다먼저가는대장이어디있냐?내마스크가지고먼저다녀와라”고한다.바람이잦아들기를기다린다.사가르마타의여신은이날누구에게도정상을허락하지않았다.
캠프4에서하루를더머물게되면서고장난산소마스크를왕용형의마스크머리띠를잘라내어동여매는것으로수리했지만정상으로운행중에풀려버리면어디서라도돌아서리라다짐한다.밤새사납게몰아치던사우스콜의바람은아침이되어서도약해질기미가보이지않고되레텐트를뽑아티베트로날려보낼기세다.오늘도정상으로가지못하면내려가야한다.포도통조림1개와알파미1봉지,약간의누룽지밖에없고가스도얼마남지않아초조하게바람이잦아들기만을기다리는데,다행히오후4시가넘어가면서텐트가흔들리지않는다.오후6시쯤김학규형이올라와셋이서움직이지도못하는좁은텐트에서뒤척이다가학규형과락파치링세르파가먼저출발하고9시가넘어텐트를나섰다.
벌써정상으로향하는각국원정대의랜턴불빛이길게이어져있다.다섯시간이상오르고서야발코니에도착하니여명이밝아오고어스름하게티베트쪽산군이멀리펼쳐져있고웅대한마칼루산군이한번와보라하며하늘을이고있다.
발코니를지나면서부터본격적인남동릉등반이다.이제는띄엄띄엄무리들이보인다.어렵게한명씩추월하면서,산소마스크만이대로유지된다면정상에오를수있다는자신감이든다.정체가심한바위구간을피해이전시즌에설치된것으로보이는낡은로프를이용해남봉에올랐다.이후30분을더가정상에닿았다.
세상의정점이다.이곳을찾기위해얼마나많은공을들였던가.누군가는정상에서서그동안힘들었던것들이모두떠오르고가족들생각에눈물을흘렸다고하는데나는힘들지도슬프지도않고허전할뿐이다.로체,마칼루,초오유,눕체등을내려다보는데도아무런느낌이없다.이렇게끝에서버렸다는것에더이상고통의쾌락을맛보지못할것같은아쉬움과허무함이몰려든다.우리는길이끝나는곳에서또다른등정을꿈꾸는사람들이니내려가야만한다.
에베레스트등정으로분위기가반전된정승권등산학교동문들은일사천리로나머지원정을추진한다.다음최고봉은북미의매킨리를산빛산악회가도전했다.그러나쉽지않은원정이었다.다음은이종률대원의원정기중일부다.
캠프4에서9시간만에캠프5에다다랐다.조규택대원이정찰하러나갔다가날씨가너무좋아정상까지올랐다.일단등정을축하하며조편성을다시한다.예보상의좋은날씨를기다리려면며칠을더기다려야만한다.
정상까지가는길은생각보다경사가심하다.기력을다해정상에섰으나날씨가심상치않다.서둘러서사진촬영후하산한다.사진촬영을위해우모장갑을벗은게좋지않다.손가락이말을안듣는다.화이트아웃이점점심해진다.두려움이몰려온다.길이안보이니러시아상업등반대의뒤에붙기로하고서두른다.화이트아웃으로러시아팀이길을잃은것같다.왔던길을몇번이고오르락내리락하면서체력이바닥날즈음,발을헛디뎌추락한다.‘아이렇게죽는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활락정지를시도하는데로프가당겨준다.이태영대원이나를잡은것이다.지옥과천국의거리는불과30m밖에떨어져있지않았고찰나의순간이었다.러시아팀은우리의추락에는눈길조차주지않고자기길을가버렸다.다시속력을내서따라붙기시작했다.
하산9시간만에우리텐트가보였다.아!하느님감사합니다.텐트에서형들이뛰어나와끌어안았다.힘들고지쳤다.등정의영예따위는생각에없었다.
정승권교장은“동문들의순수한마음이있었기에성공할수있었다”며동문들에게감사의뜻을전했다.정교장은“벽등반같은알파인스타일로하지않은건모든동문의참여가더중요하다고여겼기때문”이라며,“모든동문이참여했다는데있어성공적이었다”고말했다.